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60
160화.
“드디어 사냥 시작이다!”
‘어?’
쐐에에에에엑!
‘포트리스’의 창이 닿기 약 2초 전.
그의 외침을 들은 ‘살덩이는나약하다’는 급히 위를 봤지만 이미 포트리스는 코앞까지 온 상황이었다.
결국 뭔가 할 수 없는 ‘살덩이는나약하다’는 그대로 창에 직격당했다.
“지지직…….”
[시스템-‘정보 비공개’ 님의 ‘성스러운 창격’으로 1,022의 데미지를 받았습니다.] [시스템-당신은 사망하였습니다. 사망 페널티로 경험치를 일부 잃었습니다.] [시스템-지정된 포인트로 귀환 및 부활하시겠습니까?]‘이게 어떻게 된 거지?’
사망 메시지를 보면서 유령 상태가 된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자신을 습격한 자를 바라보곤 깜짝 놀랐다.
‘이 사람… 정의의 교단? 크루세이더?’
‘정의의 교단’의 문장이 새겨진 크루세이더의 아바타였다.
성기사계 3차 클래스.
탱킹력은 중위권이지만 아군에 시너지가 많아서 레이드에서 많이 기용하는 탱커였다.
‘대, 대체 크루세이더가 왜 날 공격한 거지? 득이 될 게 하나도 없을 텐데? 심지어 정의의 교단인데?’
[시스템-해당 유저의 정보는 ‘비공개 설정’ 상태입니다.]‘정보도 볼 수 없어?’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도저히 현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PK.
흔한 저렙 사냥인가 싶었지만 도저히 PVP라곤 할 생각이 없는 클래스의 상대가 공격해 온 것이 너무 당황스러웠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 건지…….’
“아마 지금 당한 일이 당황스러워서 유령 상태로 남아 있는 것 같군. 알다시피 크루세이더 클래스인 나는 ‘패시브-영혼 시야(1성)’를 가지고 있다.”
‘아!’
‘패시브-영혼 시야(1성)’.
유령 타입 몬스터 및 죽은 유저의 부활하기 전 상태를 체크하고 바라볼 수 있는 스킬이었다.
보통 성직자 계열 클래스들이 가지게 되는데, 크루세이더인 포트리스도 갖고 있었다.
그는 죽은 ‘살덩이는나약하다’의 유령이 있는 방향을 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 갔다.
“아마 네 파티원 중에 ‘화신 길드’ 출신이 있을 거다. 그년에게 전해라. 사적인 분노, 드디어 돌려주러 왔다고……!”
‘화신 길드면… 실버 님?’
“만약 자신이 무고하다고, 그냥 일개 파티원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면 지금 그대로 ‘정보 비공개 설정’을 풀어라. 내가 즉시 부활시켜 주지. 하나 제안을 거부하고 그냥 부활하러 도망칠 시 경험치 다운 제한 없는 레벨까지 무한히 죽이고 쫓아서 게임을 방해해 주마.”
‘……!’
포트리스의 선전포고.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이를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대면서 일단 채팅창 어플리케이션을 켜서 상황을 알렸다.
[채팅방(5)] [살덩이는나약하다:크, 큰일 났어요! 저 지금 PK당해서 죽었는데! 화신 길드의 이름을 댄 거 보니… 실버 님 악연인 것 같아요!] [근손실보험:화신 길드라면… 아, 그 공략파 길드 말이군요. 그나저나 결국 뒤를 잡혔습니까? 어떻게 찾은 거지?] [전국건강협회:아마 클래스 때문이겠지.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신관은 종파가 밝혀지면 일단 그 대신전에 주로 가는 게 뻔하니까.] [살덩이는나약하다:제가 안일하게 아바타를 바꾸는 바람에…….] [근손실보험:그… 취향은 어쩔 수 없으니 말이죠. 게다가 이제 와서 소용없으니, 문제는 이걸 이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냐는 거죠. 상대가 ‘화신’ 길드 관련자니까 대부분…….]현재 레이드 던전을 공략하고 있으니 대부분 성장을 끝낸 3차 클래스급들.
사실상 여기서 대적할 수 있는 건 ‘히든-검성’인 찬성과 ‘히든-라이오넬 가드’인 전국건강협회뿐이었다.
[전국건강협회:일단은 게임 종료하십시오. 지금 척살당하는 상태에서는 게임 시간만 아깝습니다.] [근손실보험:찬성 님~ ‘알림! 호출!’ 찬성 님~] [전국건강협회:이런, 찬성 님이 연락을 받지 않는 건가?] [근손실보험:실버 님이야 동영상 업로드 시간을 보니 주무시는 걸 테고, 찬성 님은 연락도 안 받고 접속을 안 하는 이… 패턴!] [전국건강협회:휴대폰 충전해 두고 운동 나간 거다!] [살덩이는나약하다:그러면 기다릴 수밖에 없겠네요.] [전국건강협회:일단 그 전에 정찰을 하도록 할 테니 저희에게 살덩이 님의 부활 포인트 위치 알려 주세요. 마침 지금 조깅에서 돌아왔으니 씻고 들어가겠습니다.] [살덩이는나약하다:네.]단순히 찬성과 미니멈실버를 기다리지만 않고 정보 수집을 위해서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이 게임에 접속했다.
이어서 일행은 ‘살덩이는나약하다’의 부활 포인트인 수도 포탈 룸에 모였다.
“왔냐? 오, 아바타 바꿨네?”
“음머… 당연하지. 음머~”
“하지만 결국 오크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잖아! 미노타우로스라고 해 봐야 그냥 덩어리인 건 그대론데! 변장을 하려면 나처럼 하라고!”
전국건강협회는 평소 하던 중무장이 아니었다.
대신 장식이 많이 달린 붉은 제복으로 된, ‘라이오넬 가드’로 전직하면 공짜로 주어지는 아바타였다.
“그, 그렇군… 음머. 그럼 뭘 입어야 하나?”
“그냥 아바타를 빼. 디폴트 인간 타입이 가장 눈에 덜 띄잖아.”
“음머… 그런가?”
결국 아바타를 해제하는 근손실보험.
그러자 잘 단련된 체구를 한 투박한 인상의 남성이 나타났고, 기존에 끼고 있던 블랙 드레이크 세트 아이템의 외양이 드러났다.
“음… 어색한데? 일단 옷차림만 다른 아바타로 바꿔야겠군.”
“그래, 이제 좀 낫네. 정찰 가자. 조심하고. 놈들 다 50레벨 이상이니까 말이야.”
“그래.”
그렇게 아바타 교체를 마친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수많은 인파들이 오고 가는 수도를 거닐면서 대신전으로 향했다.
***
같은 시각.
“셋… 넷… 다섯… 후우우! 역시 공기가 다르니 좋네! 실내에서 할 때와 달라! 후우우!”
게임 내에서 난리가 난 동안 찬성은 약수터에 있는 체력 단련장에서 새벽 공기의 신선함을 느끼며 열심히 풀업을 당기며 단련 중이었다.
“후우우우~ 좋다. 기분 좋게 땀도 흘렸고, 게다가 좀 노후된 기구지만 그래서 역으로 부하도 좋네. 한 5세트만 더 해야…….”
“세상에, 저게 뭐래요?”
“젊은 청년이…….”
“다, 다리가… 다리가 없는 거 맞죠?”
“세상에, 전 무슨 귀신이 운동하는 줄 알았다니까요.”
“…좀 더 일찍 올라올 걸 그랬네.”
사람들의 쑥덕거리는 소리.
찬성은 뭐가 원인인지 알기에 자신의 다리 쪽을 바라보았다.
무릎 아래로 사라져 있는 양다리.
시대가 많이 좋아져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나아졌다곤 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눈엔 평범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었다.
“이거 생각보다 부담스럽네.”
그나마 검술을 단련하면서 키워진 심신의 도량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이나 압박을 견딜 순 있었다.
다만 사람의 시선 자체에 익숙지 않은 탓인지 생각 이상으로 신경이 곤두서는 찬성이었다.
‘…내일부턴 더 일찍 와야겠네.’
“어디 사는 누구래요?”
“글쎄? 보지도 못한걸?”
“우리 아파트 주민은 맞대요?”
“그것도 모르겠는걸? 누구 집이지?”
“다리는 왜 저런대요?”
‘이게 그… 피해 의식이라는 건가? 시선의 압박이 상당하네.’
딱히 자신에 대해 욕을 하거나 뭐라고 하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서 평가당하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고 두려움이 올라오고 있었다.
“…내려가자. 나머지는 돌아가서 해야지.”
결국 사람들의 시선과 쑥덕거림을 버티기가 힘들었던 찬성은 계속 운동하고 싶은 맘을 접고 집으로 향했다.
“후우우… 뭔가 마음이 갑갑하네.”
운동으로 상쾌했던 기분이 한순간에 식은 찬성은 우울한 기분으로 조심스럽게 휠체어를 몰아서 산을 내려갔다.
‘…현실이… 무섭다.’
내려가면서 계속 보이는 자신의 양다리.
끝없이 직시하게 되는 현실이 찬성의 기분을 한없이 가라앉혔다.
기분 좋게 운동하러 나갔다가 오히려 기분만 다운된 찬성.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집으로 돌아와서 아무것도 보지 않고 우선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샤워부터 했다.
쏴아아아아.
“후우우우…….”
남은 운동이 있지만 마음을 억누르는 이 기분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그는 곧바로 따뜻한 물에 땀을 씻어 내고,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결국 걸러 버렸네. 하… 밥 먹고 게임하고 난 뒤에 오늘 할당량 다시 해야지. 앞으로 밖은 새벽에 나가자.”
현실과 사람들의 냉혹함을 맞은 찬성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와서 충전된 휴대폰을 확인했다.
“또 알림이랑 댓글이 이렇게나. 난리도 아니네. 후우~ 그리고 채팅방에 웬 메시지가 이렇게? 거의 500개가 넘게 밀려 있네. 대체 무슨 일이지?”
[채팅방(5)] [찬성:무슨 일 있으셨어요? 메시지가 왜 이렇게…….] [전국건강협회:오셨다! 찬성 님 드디어 오셨다!] [찬성:예. 그, 약수터 쪽에 운동하러 나갔다 오느라.] [근손실보험:역시 예상한 대로! 지금 긴급 사태입니다. ‘살덩이는나약하다’ 님이 당했어요!] [찬성:네? 당하다니요?] [살덩이는나약하다:말 그대로입니다. PK당했어요. ㅠㅠ] [찬성:헐… 왜요?] [근손실보험:아무래도 실버 님의 원한인 것 같습니다. PK한 범인은 ‘3차 크루세이더 클래스’에 레벨 50 이상으로 추정되고, 직접적으로 화신 길드 출신에 대한 원한을 이야기했습니다.] [전국건강협회:그거 딱 실버 님이죠. 찬성 님, 그… 실버 님이 피곤하신 건 알겠지만 깨워 주실 수 있을는지요.] [찬성:네! 급한 문제가 있으면 깨우라고 했으니까요!]“대체 이게 무슨 난리인지…….”
찬성은 곧바로 민희의 방을 먼저 조심스럽게 노크하고는 천천히 들어갔다.
영상을 인코딩하고 업로드하는 것 때문인지 컴퓨터가 3대 정도 계속 켜져 있었고, 민희는 구석에 있는 작은 침대에 마치 고양이처럼 몸을 쪼그린 채 자고 있었다.
“잠은 편하게 자야 하는데… 이러니 피로하시지. 누님, 누님.”
“으으… 으으… 왜에……?”
찬성이 흔들어 깨우자 간신히 의식을 차린 민희.
그녀는 피곤에 절고 갈라진 목소리로 반응했다.
안쓰럽지만 지금 사태도 심각했기에 찬성은 바로 설명에 들어갔다.
“누님, 큰일 났어요. 일어나 보세요. 지금 살덩이 님이 그러니까… 50레벨 이상의 3차 클래스 크루세이더에게 PK를 당했대요. 그리고 직접적으로 누님을 언급했대요.”
“크… 크루세이더……? 50레벨? 나를… 포트리스? 그 인간이?”
웅얼거리던 민희는 벌떡 일어나서 찬성을 바라보았다.
아직 잠기운이 남아 있는 듯 눈꺼풀이 무거워 보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뺨을 양손으로 치면서 기합을 넣었다.
그리고 이내 정신을 차리며 자신의 휴대폰을 가져와서 사태를 파악했다.
“…결국 추적했네. 포트리스 이 인간. 하아~ 정말로 고집 센 건 진작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당한 건… 보자. 살덩이 님인가? 으음… 보아하니 그 사이버네틱스 스타일 유지하다가 추적당한 것 같네.”
“…아, 그 SF 스타일요?”
“그래. 강철 신 종파는 티어가 낮아서 숫자가 적고 신관 클래스들은 스킬 배울 때 대신전에 가야 하니까. 끄으응~ 이거 골치 아프네.”
부족한 수면으로 인해 머리도 잘 돌아가지 않는데, 당면한 현실도 짜증 날 지경이니 그녀는 인상을 찌푸리면서 이 사태를 해결할 방안을 궁리했다.
“하여간 포트리스, 그 인간……! 하아아!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