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61
161화.
의욕을 다지던 민희는 무거워지는 눈꺼풀을 이겨 내기 위해 자신의 방에 있는 미니 냉장고를 열었다.
그 안에는 ‘THE BEAST ENERGY POWER’라는 표어가 눈에 띄는 음료가 한가득 있었다.
민희는 그중 가장 거대한 캔 음료를 꺼내어 뚜껑을 땄다.
“꿀꺽… 꿀꺽꿀꺽……!”
“누님, 그거 뭐예요?”
“고카페인 에너지 드링크, 요약하자면 현실 도핑! 으아아아아아아! 포트리스 개새끼!”
“카페인이면… 아니! 누님, 빈속에 이런 걸 드시면 어떻게 해요? 위장 망가져요! 지금이라도 뭐라도… 아니! 물이라도! 물이라도 드세요!”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고 곧바로 캡슐로 들어가려는 걸 찬성이 식겁하면서 말렸다.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빈속에 에너지 드링크를 깡으로 들이붓고 캡슐이라니.
수련하면서 건강에 대한 공부도 한 찬성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얘, 지금 급하다니까! 윽……! 히, 힘이 왜 이렇게 세?”
“그야 단련하고 있으니까요. 제가 아무리 다리가 없어도 운동 부족에 가벼운 사람 하나 정도는 이렇게!”
누우려는 민희의 등과 다리를 붙잡고 번쩍 들어 올리는 찬성이었다.
민희는 거역할 수 없는 찬성의 완력에 놀라면서 앳되고 맹한 얼굴에 어울리지 않는 단련된 양 팔뚝과 목욕하고 금방 나온 강건한 상반신을 보며 얼굴을 붉혔다.
“자, 잠깐… 꺄! 아, 알았어! 내려! 내려놔! 하, 하여간 이래서 근육 바보들은……! 하라는 대로 할 테니까!”
“네. 읏챠…….”
“저, 정말이지. 놀라 죽는 줄 알았네. 하아아아~ 아무튼 휴대폰으로 논의하면 되니까.”
민희는 붉어진 얼굴과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홀라당 먼저 방을 나가 버렸다.
사태는 예상외로 심각했기에 계속해서 휴대폰으로 회의를 지속했다.
[채팅방(5)] [전국건강협회:현재 저랑 근손실이 정찰을 나왔는데, 신전 쪽에 계속 가만히 있는 놈들이 있어요. 다들 50레벨 이상급 유저들이 입는 교복 장비 구성입니다.] [근손실보험:더 자세히 파악하고 싶어도 저희 둘의 클래스로는 파악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말이죠.] [미니멈실버:네. 보통 이런 건 도적 계열에게나 가능한 거니까요. 하지만 시간 써 가면서 움직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손실보험:별말씀을. 파티원 아닙니까? 다만… 앞으로는 좀 더 긴밀하게 연락할 수 있도록 비상 연락망 같은 걸 공유했으면 좋겠군요.] [전국건강협회:오늘 찬성 님이 운동 나가시는 바람에 연락이 늦긴 했죠.]“아침에 나갔었니?”
“네. 바깥바람도 쐴 겸 운동하러 저기 약수터에 다녀왔어요.”
“혼자서 위험… 아니다. 너라면 위험하진 않을 것 같네.”
“아하하…….”
살짝 가슴이 쓰리긴 했지만 찬성은 일단 웃음으로 무마했다.
민희 또한 지금 일이 중요했기에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그녀는 계속해서 휴대폰을 보면서 이 상황을 해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하여간 포트리스 이 인간… 진짜! 고집 하나는 대단하네.”
“그 포트리스라는 분과는 어쩌다 틀어지게 된 거예요?”
“아, 너에겐 처음 말하는 거였나? 아무튼 틀어지기보단 이 인간이 혼자 자기 마음대로 짜증 내는 것에 가까워. 알다시피 게임 속 관계라는 건 계약이나 대가를 받는 게 아닌 서로 협력하는 거잖아. 그런데…….”
이야기보따리가 터지니 게임을 처음 즐기는 찬성을 멋대로 휘두르려 했던 점을 비롯해서 그동안 쌓여 있던 것을 이야기하는 민희였다.
“와아, 근데 저 그냥 그 길드에 들어가도 됐을 것 같은데…….”
“나는 너에게 게임을 즐기게 하고 싶은 거지, 게임을 노동으로 만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 그래. 또 너는 사람이 너무 좋아. 너무 좋아서 탈이야!”
잘생기긴 했지만 아주 순맹한 게 밤에 강도에게도 혀를 내밀면서 반겨 줄 골든 리트리버 같은 인상.
사람들의 부탁을 거부할 줄 모르는 이 순댕이를 어디 내놓기 걱정스러운 그녀였다.
“대체 그 아저씨에게서 어떻게 이런 순댕이가 나온 건지. 아저씨는 완전 시베리아 늑대인데…….”
“하하하…….”
“아무튼 이 문제는 우리만으로 해결하긴 힘들어 보이네. 레벨 차이가 너무 커.”
“어? 화신 내부에 아시는 분이라도?”
“그것도 있지만. 거기 애들은 확실하게 누구 편인지 모르니까, 보다 확실하고 의리를 지켜 준 쪽에 손을 뻗어야겠지.”
그러곤 민희는 휴대폰을 조작해서 채팅방을 교체했고, 인사말을 보내자 이내 답장이 돌아왔다.
[미니멈실버:시대의흐름 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시대의흐름:아, 예! 오랜만입니다, 실버 님. 저 아직 비밀은 잘 지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너튜브도 간간이 보고 있고요. 레오나 앱솔 공략 진짜 대박이었습니다.] [미니멈실버:아,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혹시…….]시대의흐름, ‘시공 길드’의 길드장이며 수웨라 영지의 주인이었다.
필드 네임드 분쟁과 ‘브루탈 길드’의 공성전을 통한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로 그때 이후 오랜만에 연락한 것이었다.
[시대의흐름:아, 그런 일이…….] [미니멈실버:그래서 말인데, 가능하면 저희 힐러를 빼내 올 수 있게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시대의흐름:저번 공성전에서 도움을 받았으니 갚는 게 인지상정이지요. 그런데 저희 길드엔 50레벨 유저가 하나도 없어서… 40레벨 후반대라도 괜찮은지요.]‘브루탈 길드’와의 잦은 분쟁 탓에 필드 PVP를 자주 했던 ‘시공 길드’는 평균 레벨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기에 3차 클래스는 하나도 없었다.
[미니멈실버:네, 괜찮습니다. 상대를 감지할 수 있는 도적 클래스 인원 정도면 됩니다.] [시대의흐름:그럼 다크템뿌라를 채팅방에 초대하겠습니다.] [미니멈실버:네.] [시스템-‘다크템뿌라’ 님이 채팅방에 초대되었습니다.] [다크템뿌라:엔타로 테사다르. 신관님, 무슨 일입니까?] [다크템뿌라:켁? 아! 바깥 사람이! 아아아악! 길마님, 이게 무슨 수치 플레이!] [미니멈실버:엔타로 테사다르. 다크템뿌라 님, 안녕하신지요?]‘다크템뿌라’.
‘Lv.47 암살자 클래스’로 그 콘셉트나 외양 모두 모 고전 게임, 대한민국에서는 가상현실 게임이 나온 지금까지도 현역 게임인 것을 참고한 사람이었다.
그는 일전 ‘시공 길드’에서 찬성을 추적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일이 있었다.
[다크템뿌라:그러니까 화신 길드 애들이 지금 감시 중인 파티원을 빼내는 걸 도와 달라는 거군요. 흐으음… 게다가 상대는 50레벨급 이상들인가? 이건 꽤 어렵네요. 제가 탐지를 건다고 해도 상대가 더 빨리 눈치챌 겁니다.] [미니멈실버:하지만 그 ‘화신’ 길드 도적들은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예요. 그 사람들 다 레이드 뛰는 PVE 전문가들이라서 아마 PVP 스킬 업그레이드 퀘스트를 하나도 안 했을 겁니다.] [다크템뿌라:네? 아……! 맞아. 우리랑 다르지!]다크템뿌라는 감탄하면서 눈을 번뜩 떴다.
보통 레이드나 던전 공략에 주로 힘쓰는 PVE 길드원들은 모든 역량을 그곳에 집중하기 위해서 과감히 PVP 퀘스트나 시나리오를 버리곤 한다.
[미니멈실버:게다가 시공 길드는 지속적으로 브루탈 길드랑 분쟁하고 있기 때문에 레벨 업이 늦어도 PVP 역량도 갖추고 계속 싸운 전투 경험이 있지만, 화신 길드는 선발대 PVE 길드라서 ‘수도’에 아지트도 가지고 있어서 분쟁 자체가 없었죠.] [다크템뿌라:그렇다면, 음……! ‘탐지 강화 퀘’라든가 ‘비기 전수 퀘’라든가 그런 걸 거의 안 했다는 거죠?] [미니멈실버:DPS가 오를 만한 것만 했죠. 어차피 던전 몬스터나 보스 잡는 데는 도움이 안 되고, 필요하면 나중에 익혀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게 PVE 길드니까요.] [다크템뿌라:흐음… 그러면 의표를 찌를 수 있겠군요. 보자, 강화 퀘스트랑 전수 퀘를 안 했다고 한다면…….]다크템뿌라와 민희는 정보 교환을 통해 생각보다 해볼 만한 상대라는 것을 계산해 냈다.
[다크템뿌라:좋군요. 거기에 찬성 님도 있으니……!] [미니멈실버:네. 게다가 목적은 결국 살덩이는나약하다 님을 구출하는 거니 그것에만 집중하면 될 겁니다.] [다크템뿌라:네, 알겠습니다. 지금 수도로 가지요.]“휴우~ 다행이다. ‘암살자’ 클래스 도적이라면 인간형 클래스 추적에 특화되어 있어서 확실히 도움이 되니까…….”
“오… 그럼 게임 접속하면 되나요?”
“그래. 얼른 들어가서 살덩이 님 구하러 가자. 식사도 마쳤으니 이제 불만 없겠지?”
“예, 물론이죠!”
‘생각해 보면 쟤가 그 시공 길드를 돕자고 한 것 덕분에 이렇게 대응할 수 있게 되었네.’
만약 시공 길드를 도와서 공성전을 안 했다면 불안한 화신 길드 인간들과 접촉을 시도해야 했었을 것이다.
저 마냥 순맹한 것 같은 찬성의 순수한 선의 덕분에 ‘다크템뿌라’라는 조력자를 얻은 걸 깨달은 그녀는 왠지 모르게 뿌듯함을 느꼈다.
민희는 찬성이 게임을 즐기게 두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접속을 했다.
***
그리고 찬성을 비롯한 멤버들은 모두 수도에 있는 포탈 룸에 모였다.
“엔타로 테사다르. 반갑습니다. 다크템뿌라입니다.”
“오… 카사르 데 템플라리. 예전에 뵈었던 시공 길드분이군요.”
“오랜만입니다.”
“…저 인사말 몇 번을 들어도 신기한데, 어느 나라 말이라고 했죠?”
“크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 자, 일단은 저랑 찬성이, 닼템 님 외양부터 변경하죠.”
화신 길드를 속여야 하니 다들 아바타부터 갈아입었다.
찬성은 가지고 있던 아바타들 중 옛날에 입었던 오크 검귀 아바타를 입었고, 미니멈실버는 거적때기 같은 남루한 차림새로 변경했다.
“그거 뭐예요? 누님? 쿠룩.”
“‘브롤러 클래스’ 기본 아바타. 크릉! 교복 같은 거야. 그러는 너는 오크 아바타라니, 그게 뭐니?”
“쿠룩, 입어 보니 꽤 괜찮더라고요. 그리고 다크템뿌라 님은?”
“저도 준비 완료했습니다.”
다크템뿌라는 깔끔하고 하얀 요리사 복장으로, 머리에 요리 모자까지 쓰고 손에는 뒤집개와 프라이팬을 들고 있어서 도저히 암살자라는 생각이 들 수 없는 모습이었다.
“요즘 애들… 다크템플러를 몰라서 이렇게 입으면 잘 속더군요. 반대로 슬프지만…….”
“쿠룩, 템뿌라라는 말이 덴뿌라와 닮은 점을 이용한 위장이군요.”
“그 점에 착안한 건 맞지만… 맞지만! 큭! 가, 가죠!”
자신이 사랑하는 게임과 문화가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을 느끼는 건지 다크템뿌라는 살짝 눈물을 흘리며 먼저 대신전으로 향했다.
“크릉, 일단 지금은 감시를 위한 인력만 있을 거니 처리하고 빼는 건 문제없습니다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전투가 이루어지고부터는 이제 사실상 ‘화신’ 길드와의 대전이고, 그 집요한 포트리스가 추적을 해 올 건데, 도망을 칠 겁니다.”
“도망, 인가요?”
“그래. 포트리스가 한 짓을 보면 지금 동원된 길드원들 모두 50레벨 이상. 정면으로 싸우게 되면 무조건 망하니 튀어야 해.”
“아…….”
“너 설마 이상한 생각 하는 건 아니겠지? 그 브루탈 길드의 길드장인 ‘야만의몽둥이’는 2차 클래스였어! 3차 클래스들은 전부 너 검성과 동급 티어니까! 다르다고!”
“아… 예.”
이번엔 상대들이 모두 3차 클래스고, 레벨도 무려 50 이상들뿐!
32레벨인 찬성이 조금이라도 우위를 점할 부분이 단 하나도 없었기에 미니멈실버는 강조에 강조를 더해서 찬성에게 주입시키고, 가면서 작전에 대해 일러두었다.
“크릉! 그러면 지금부터 시작할게. 작전 시작하면서 살덩이 님에겐 3분 뒤에 접속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안에 제가 먼저 ‘탐색’으로 어그로를 끌어서 유인을 할 겁니다. 그사이 네 분이 대신전으로 돌입해서 살덩이 님과 합류해서 수도를 빠르게 탈출합니다.”
“쿠룩, 포탈 룸으론 안 가고요?”
“포탈 룸은 역으로 행선지를 보여 주는 것밖에 되지 않아. 대놓고 어디로 가는 게 보이고, 적들이 더 빨리 모이게 해 주지. 그러니 그냥 도시 밖으로 나가는 게 현명해.”
“필드에 숨겨져 있는 던전이든 어디든 자유롭게 숨어들어 갈 수 있는 곳이 많죠.”
“아하!”
자신들이 편하게 이동하는 곳이라면 적들도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게 당연.
게다가 포탈 룸으로 교통이 편하니 아군이 많은 상대가 지원이 더 빨리 되므로 필드로 향하는 게 정답이었다.
“포트리스 그 미친놈 때문에… 이게 무슨 짓인지. 아무튼 시작해 보자! ‘탐지(3성)’!”
미니멈실버는 대신전에서 꽤 떨어진 건물 옥상에 자리 잡고 대신전 주변에 숨은 화신 길드원들을 찾기 위해 스킬을 돌렸다.
작은 미니 맵에 표시되는 각종 유저와 NPC들의 정보, 그 사이사이 이제 ‘탐지 불가’라 써져 있는 정보와 위치가 표기되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탐지’된 것을 눈치채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좋아. 이쪽으로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