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65
165화.
늘 하는 일과 같은, 던전 플레이와 ‘검의 사원’ 일일 퀘스트를 마치니 드디어 33레벨에 도달한 찬성이었다.
“음, 그러면 뭘 하지? 기왕이면 레벨을 빨리 올리고 싶긴 한데 말이지.”
[수행 중인 퀘스트] [퀘스트:사자의 가문, 앱솔 공작가!(34레벨에 실행 가능)] [퀘스트:레오나 앱솔(2)]“그래도 하던 건 마저 해야겠지.”
레벨 업 하고자 하는 의욕은 넘쳤지만, 그래도 한번 시작한 퀘스트를 두고 가는 건 찜찜했다.
찬성은 먼저 레오나 앱솔 관련 퀘스트부터 마무리 짓기로 하고, 그녀가 있는 앱솔 공작가의 영지인 세이온으로 향했다.
“오호호호홋! 늦었사와요! 레이디를 기다리게 하다니 실격이지 않나요?”
‘이전의 그 경무장이네?’
오늘 그녀는 찬성이 예전에 추천해 준 모험가스러운 경무장 차림이었다.
다시 찾아가면 본래 하던 갑주 차림 혹은 그 부담스러운 새하얀 원피스 차림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복장에 찬성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덕분에 전보다 편하게 그녀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었다.
“그게, 자르엔 백작가의 밀수 창고를 다녀오는 바람에…….”
“자르엔 백작가의 밀수 창고? 그 위험한 곳을 다녀오셨다고요?”
“예.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NPC에게 파밍과 레벨 업을 위해서 갔다곤 할 수 없으니 적당히 임무라는 형태로 둘러댔다.
“…자르엔 백작가의 밀수 창고라면 엄청 위험한 곳이었을 텐데. 어디 다친 곳이라든가, 혹시 추적자 같은 건 붙지 않았나요?”
‘그냥 던전 나갔다 온 건데 이런 반응을 하니 놀라운데…….’
“아무리 절 이긴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곤 하지만, 그래도 너무 무모한 일을 시킨 게 아닌지.”
“자, 잘 다녀왔으니 문제없습니다. 그나저나 오늘은 뭘 할까요? 레오나 아가씨.”
“오늘은 ‘고블린 토벌’을 해 보려고요. 오호호호홋!”
“…네?”
찬성은 그녀의 말에 순간 당황하면서 고개를 갸웃하며 머릿속에 있는 기억을 되살렸다.
‘고블린?’
‘고블린’. 게임 초반에 만났던 몬스터들로 지금 시점에서 보면 아주 약한 잡졸 중의 잡졸 몬스터였다.
척 봐도 강력한 ‘라이오넬 가드’ 클래스인 레오나 앱솔에겐 상처 하나도 못 낼 급의 잡몹인데, 그걸 토벌한다니?
“전혀 적수가 되지 않을 건데요?”
“그게, 저 한 번도 고블린을 본 적이 없어서요. 앱솔 가문과 관련된 곳만 돌아다녀 봐서… 모름지기 모험가라면 초보 시절 시궁창의 쥐! 변이된 바퀴벌레! 그리고 고블린을! 잡아 봤다고 해야 하는데…….”
“어, 잠시만요. 보자, 그러니까… 아아!”
찬성은 대략 인터페이스의 맵을 열어 보고 대강 감을 잡았다.
앱솔 공작가의 세력권은 수도 서쪽의 대평야로 이루어져 있으니, 평생 고블린의 세력권에 들어갈 일이 없다고 봐도 되었다.
‘들어간다고 해도 그… 아가씨니까 다른 기사들도 있었으려나?’
“변이된 바퀴벌레랑 거대 쥐는 그래도 영지 지하 하수도에 살아서 예전에 다 잡아 봤는데, 고블린만 평생 못 만나 봤어요. 그러니 이렇게 된 김에 고블린을 잡으러 가죠!”
“…하, 하하.”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레오나 앱솔(2)]초보 모험가의 필수 코스이자 모험가 시작의 정석 코스! 고블린을 잡으러 가자! 당신은 어디에서 그것을 잡으러 갈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조건:어딘가의 모험가 길드로 향해서 고블린 토벌 퀘스트 받기
‘고블린이면 이첸성 주변으로 가야겠네.’
찬성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레오나 앱솔과 함께 이첸성으로 목표를 잡았다.
그래서 일단 포탈 룸을 써야 했기에 앱솔 공작가로 향하는데…….
“어? ‘이첸성’ 직행 포탈이 생겼네?”
이첸성에 가려고 그 주변 포탈을 찾아보던 찬성이 새로 생긴 포탈을 발견했다.
원래는 ‘브루탈 길드’의 패악질로 인해서 없던 ‘이첸성’ 직행 포탈이 갑자기 생겨난 것이었다.
“아! 지난번 공성전에서 ‘브루탈 길드’가 패배한 건가? 편해서 좋네. 공성전의 영향이 이런 거구나!”
찬성은 새삼 공성전이 얼마나 중요한 건지 깨닫고는 ‘이첸성 직행’ 포탈을 탔다.
단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영주성의 포탈 룸을 나온 찬성은 오랜만에 보는 이첸성의 풍경을 즐겼다.
“와, 떠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뭔가 많이 변하고 있는 것 같네.”
새로 영지의 소유권을 가진 길드가 어딘지 관심은 없었다.
그래도 그동안 ‘브루탈 길드’에 의해서 막혔던 일들을 벌이는 건지 분주해 보이는 모습이 좋은 찬성이었다.
“와! 여기도 오랜만이네! 하!”
“오오…….”
“보자. 퀘스트가 있으려나… 오! 있네?”
현재 받을 수 있는 퀘스트는 한 가지입니다.
*(특수)Lv.1-10 고블린에 고통받는 촌락을 구하라.
레벨이 높아져서 안 보일까 했지만, 예전에 가장 처음 받았던 그 퀘스트가 똑같이 존재하고 있었다.
“특수? 아, 뭔가 새로운 게 추가되었나 보네.”
“무슨 말이죠?”
“아뇨. 의뢰 있으니 받으려고요.”
찬성은 모험가 길드에서 고블린 퀘스트를 받고 보륀 촌락으로 향한다.
“도착했네요. 여긴 뭐, 여전하네.”
RPG 게임의 지역이 그렇듯, 시나리오상 특별한 이벤트가 아니면 풍경은 변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여전히 고블린의 약탈로 혼란스러운 보륀 촌락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모험가님! 여, 여깁니다! 제발 살려 주십시오!”
“네! 왔습니다. 레오나 아가씨, 그러니까 이분이… 어?”
1레벨 때 보았던 것과 똑같은 모습으로 달려오는 촌장을 맞이하는 찬성은 마치 오랜 고향에 온 것처럼 반가웠지만, 레오나 앱솔의 반응이 묘했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새파래진 안색으로 고블린들이 날뛰는 모습을 보며 덜덜 떨고 있었다.
“이, 이건 대체?”
“네? 아… 고블린들이 습격하고 있는 거죠.”
“어, 어떻게 이런 광경을 보고… 태, 태연하게 말할 수 있는 거죠? 사람이… 사람이 저렇게 막 죽어 나가는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고블린들이 습격하는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레오나 앱솔.
마치 처음으로 이런 참혹한 약탈 장면을 본 것 같은 반응이었다.
“혹시… 이런 전장이 처음이신지?”
“…네, 네. 무, 물론 그렇다고 실전 경험이 없는 건 아니에요. 몬스터 토벌은 이미 수백 번이나 했어요! 다, 다만 나는… 나는 그저…….”
“사람이 죽거나 하는 건 처음 보시나 보군요.”
“윽… 네, 맞아요. 저는 그저 고블린 토벌이라고 하기에 놈들이 있는 동굴 같은 곳을 가는 건 줄… 아, 아무튼 이럴 때가 아니에요! 어서 도와야 해요!”
“네. 그러려고 왔으니까요.”
“부탁입니다, 모험가님들! 어, 어서 놈들을 잡아 주십시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레오나 앱솔(2-2) 고블린 토벌을 진행하자!]습격받는 보륀 촌락의 고블린들을 토벌하자!
조건:고블린 약탈자 처치 0/100
촌장의 말과 함께 갱신된 퀘스트를 보며 찬성은 고블린 약탈자들을 공격했다.
‘근데 1레벨 땐 15마리더만 이젠 무슨 100마리나 잡으라고 하네? 이거 고블린들이… 아? 얘네 레벨이 안 오른 상태네? 그럼 100마리도 순식간이지.’
“키엑!”
고블린들은 레벨 보정도 전혀 없는 건지 찬성의 공격에 손쉽게 죽어 나갔다.
킬 카운트는 세는 게 필요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
그러다가 옆을 잠시 보니 레오나 앱솔도 정열적으로 고블린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둘이 같이 잡는 게 카운트되는 거구나.’
“죽어, 이 악귀들!”
‘…상대해 봐서 알지만, 진짜 열심히 싸우시네.’
[고블린 약탈자 처치 34/100] [고블린 약탈자 처치 35/100] [고블린 약탈자 처치 36/100]…….
…….
…….
찬성도 열심히 싸우고 있었지만, 레오나 앱솔은 훨씬 압도적인 모습으로 싸우는 중이었다.
그녀는 눈에서 황금빛 안광을 뿜어내며 좀 더 감정적으로 검을 휘둘러 고블린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99… 100! 끝! 레오나 아가씨, 대략 끝난 것 같습니다.”
“후우… 후우… 후우…….”
[고블린 약탈자 처치 100/100]고블린들의 레벨에 보정이 없으니 순식간에 고블린 약탈자들 100마리를 처치한 찬성과 레오나 앱솔.
하지만 감정이 들어간 검을 휘두른 탓인지 레오나 앱솔은 그녀답지 않게 숨이 거칠었다.
그녀는 숨을 고르면서도 고블린들이 쓰러진 것과 그들의 약탈로 참혹해진 촌락을 바라보며 말했다.
“대체…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죠? 여기 영주는 대체 뭘 하기에! 모험가들을 일일이 보내기 전에! 대비해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요?”
“그, 그러게 말입니다.”
“사람들의 목숨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는데! 대체 왜? 고작 고블린에게……!”
레오나 앱솔은 가슴에 검상을 입고 쓰러진 한 여성의 시신을 껴안고 흐느끼면서 찬성과 촌장을 향해 외쳤다.
찬성은 갑자기 바뀐 이 분위기와 시나리오에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런데 그때, 촌장 NPC가 나서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모험가님,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저희에겐 그… 일상 같은 겁니다.”
“이런 일이 일상이라고요? 사람이 고작 고블린에게 죽고 하는 게?”
“보통은 이 정도로 죽어 나가진 않습니다만, 가끔… 그… 갑자기 어디서 쫓겨 온 건지 감당 못할 정도로 물밀듯이 들어오는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이제 빠르게 모험가 길드에 전언을 넣어서 지원 요청을 하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애초에 조치했어야지요! 영주에게 고하긴 했습니까?”
“고, 고했습니다. 물론 영주님께서도 이주를 권하셨지만 저, 저희는 그래도…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대체 왜?”
“달리 갈 곳이 없습니다. 다른 곳은 대부분 베른카 제국의 공격을 받기 때문입니다. 여, 여기는 그래도 고블린의 공격을 받지, 베른카 제국군에 납치되면…….”
조심스럽게 꺼내는 촌장의 말에 레오나 앱솔은 큰 충격을 받은 듯 순간 굳어 버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찬성은 과거 이 변방 지역들의 설정을 떠올렸다.
‘아, 맞다. 변방에서 난리가 나서 우리가 수도에 갔었던 거지?’
그런데 하라는 변방 스토리는 해결 안 하고, 지금까지 그냥 앱솔 공작과 자르엔 백작의 다툼 속에서 왔다 갔다 하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이렇게 돌아오니 뭔가 스토리가 다시 진행되는 느낌이었다.
‘뭔가 즐겁게 게임하다가 갑자기 무거운 스토리가 훅! 들어오니 기분이 묘하네.’
“찬성 님은! 찬성 님은! 아무 생각 없으신가요?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네? 저요? 으음…….”
갑자기 자신에게 화살이 날아오자 찬성은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RPG의 즐거움이라는 것은 그 스토리 속에 녹아들어서 최대한 심취하는 데 있는 법.
찬성은 파티원들의 이야기를 기억하며 ‘검성 찬성’이 되어 그것에 따르기로 했다.
“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