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이건… 열쇠?”
찬성의 눈앞에 나타난 건 하나의 열쇠였다.
열쇠 손잡이 끝이 사자 문양으로 세공되어 있는 황금 열쇠.
한눈에 봐도 엄청 고급스러운 물건임을 짐작할 수 있는 외형이었다.
덕분에 찬성은 무언가 의도가 있는 물건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네. 그… 찬성 님이 검성으로서 여기저기 떠도는 건 알지만 그, 그래도 저희 가문의 은인이! 머물 곳이 없어서 아무 데서나 비바람을 맞고 다니는 건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저택의 남는 방이라도 필요하시다면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열쇠의 정체는 무려 방 열쇠로, 머물 수 있는 집 혹은 거점이 생긴 것이었다.
“아하… 감사합니다.”
“크흠! 방 위치는 여기 쪼, 쪽지에 표시했으니… 가서 확인해 보세요. 저는 이만! 그, 가지고 온 자료와 정보를 해독해야 해서!”
의외로 담담한 찬성이었지만, 레오나 앱솔은 발개진 볼을 하고는 또다시 심하게 더듬으며 말하곤 사라졌다.
‘쌩~ 하고 사라져 버렸네. 흐음…….’
[시스템-‘앱솔 공작가 저택 방 열쇠’를 입수하였습니다.] [시스템-‘앱솔 공작가 가신의 방’이 임시로 당신의 소유 거점이 되었습니다.]‘아, 그, 호텔 같은 건가? 쪽지가… 그냥 미니 맵에 표시되어 있구나. 한번 가 봐야겠다.’
아무튼 받은 보상이니 미니 맵에 표시된 위치를 보고 찬성은 그곳으로 향했다.
그때 문득 떠오른 생각.
‘아, 맞아. 보상들 확인해 봐야지. 보자.’
찬성이 주섬주섬 인벤토리를 뒤져 보상을 꺼냈다.
[(희귀)앱솔 공작가 가신(家臣)의 증표]옵션:당신이 ‘앱솔 공작가’의 가신임을 증명하는 증표입니다. 인벤토리에 넣어 두기만 해도 효과가 있습니다.
‘이건 앱솔 공작가에서 대우가 좋아지는 거네. 그리고…….’
[(영웅)라이오넬 가드의 ‘사자 검’]데미지:30~50
고유 옵션:보호막 추가 데미지(방어막, 보호막, 실드를 공격할 시 추가적인 데미지가 들어갑니다.)
옵션:상태 이상 저항 추가, 주변 5미터에 아군 공격력 5퍼센트 증가 오라 발생(중첩 불가), 힘 +30, 건강 +30
부위:한 손
‘라이오넬 가드’들을 위해 특수하게 제작된 전용 검으로 그들의 용맹을 상징합니다.
‘이거 좋네.’
데미지도 상당히 높고, 고유 옵션도 깔끔하고 직관적이어서 마음에 드는 찬성이었다.
단점이라면 옵션들이 좀 미묘하다는 점이었지만, ‘영웅’급 적정 레벨 무기는 그저 감사히 쓰면 되는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희귀)탈것-황금 문양이 새겨진 갈색 사자’는… 그냥 사자 탈것이네. 흑우왕보단 좀 느리지만, 위장용으로 타면 될 것 같아. 헤헤, 파티원들에게 알려 줘야지.’
찬성은 웃으면서 채팅창을 열어서 곧바로 개별 활동 중인 파티원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채팅방(5)] [찬성:저 퀘스트 클리어해서 이것저것 많이 받았어요!] [근손실보험:오오! 레벨 업도 하시더니 좋은 퀘스트를 찾으셨나 보네요?] [미니멈실버:세상에, 가장 먼저 34레벨에 도달하다니……. 대체 무슨 마법을 쓴 거야?] [전국건강협회:오늘 플레이 타임도 이제 얼마 안 남았는데! 으악!] [살덩이는나약하다:전 한 번 죽어서 경험치 떨어져서 더 올려야 하는데. ㅠㅠ] [찬성:그게 말이죠.]찬성은 천천히 오늘 레오나 앱솔과 했던 퀘스트에 대해서 썰을 풀었다.
자르엔 백작가 추적.
100 대 2의 격전.
그리고 얻은 보상까지 듣자 파티원들은 곧바로 경악했다.
[전국건강협회:100 대 2… 웨이브 타입 전투인가?] [근손실보험:그런 건 있을 수 있지만, 문제는 찬성 님도 생명력 5퍼센트 남을 정도의 격전이라니! 난이도 정신 나갔나?] [미니멈실버:아무리 봐도 이건 정상적으로 클리어하지 말라는 건데. 시나리오 뒤틀린 게 아닐지?] [찬성:저 그럼 잘못한 건가요?] [살덩이는나약하다:D.E사니까 그래도 전개 같은 거 꼬이지 않게 해 놨을 것 같아요.]대한민국 게임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D.E사는 유저들에게 신뢰를 얻고 있는 곳.
덕분에 다들 찬성이 이상 플레이를 해도 어떻게든 되겠지 생각하며 넘어갔다.
“아, 보자. 오신다니까 알려 드려야지. 미니 맵에 표시된 위치가…….”
대저택 본관 5층, 제일 높은 층이었다.
라이오넬 가드들이 지키는 입구를 통과해서 찬성은 5층에 도달.
다른 층보다 훨씬 호화로운 디자인의 복도를 지나서 미니 맵에 표시된 곳에 금방 도착했다.
“여긴 황금 되게 좋아하네. 근데 그건 그렇다 쳐도…….”
황금으로 장식된 문을 보면서 황당해하는 찬성.
일단은 문부터 시작해서 위치가 어떤지 보기 위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왼쪽에 있는 옆방 앞을 라이오넬 가드들이 지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뭔가 용무라도 있으십니까?”
찬성의 시선을 눈치챈 건지 문을 지키던 라이오넬 가드 NPC 하나가 질문을 해 왔다.
찬성은 놀라 당황하면서 대답했다.
“아, 아뇨. 그… 옆의 방을 받았는데, 그쪽에 머무시는 분이 누구인지 궁금해서요.”
“앱솔 공작가의 가신이시면서 여기가 어느 분의 방인지 모르시다니. 하긴 웬만한 분들은 이곳에 올 일이 없으니 모르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여긴 앱솔 공작가의 영애이신 레오나 앱솔 아가씨의 방입니다.”
“…예에?”
당황한 찬성은 라이오넬 가드를 바라보고는 자신이 받은 방문을 돌아봤다.
그러니까 즉, 레오나 앱솔은 찬성에게 자신의 바로 옆방을 준 것이었다.
“바로 옆방이라니. 세상에…….”
“여, 여기는? 레오나 앱솔의 옆방?”
“아, 건강 님, 빨리 오셨네요?”
“라이오넬 가드이니 당연히 저야 빨리 오죠. 그나저나 진짜 이 방 맞습니까?”
“예.”
어느새 온 전국건강협회는 찬성이 받은 방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위치를 보고 설마 했지만, 정말로 레오나 앱솔의 바로 옆방일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이 정도면 완전히 레오나 앱솔 루트에 빠진 건데… 와, 대박이네요.”
“아무튼 좋은 거죠?”
“보상 받으신 걸 보면 제가 더 설명할 게 있겠습니까? 아무튼 들어가 보죠.”
“네.”
달칵.
찬성이 방문의 열쇠를 사용해서 문을 열자 내부의 모습이 보였다.
온통 황금과 붉은색으로 치장이 된 화려한 방.
웬만한 집 한 채가 들어갈 것 같은 거대한 방이었다.
“와아아…….”
“역시 여기, 그냥 머물 수 있는 방이 아니네요. 다 있네, 다 있어. 기본적으로… 보자. 저 침대의 마법진을 보니 귀환 포인트 지정도 가능할 거고. 용광로, 모루, 연금술 실험대 같은 전문 기술 시설 완비, 창밖 테라스엔 연못과 텃밭… 거기에… ‘은행 처리 자동 기계’까지? 그야말로 풀 옵션 거점이군요.”
“풀 옵션? 아… 부동산 용어군요!”
찬성의 눈엔 그저 화려하면서 뭔가 이것저것이 많이 있는 방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짬밥이 있는 전국건강협회는 이 방에 있는 요소들을 금세 한눈에 파악했다.
“게다가… 우와! 치유 포션이랑 버프 달린 고급 요리가 하루에 5개씩 무료 제공!”
“오, 그건 좋네요. 아까워서 쓰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근데 이거 1일 기간제라 쌓아 두지는 못하는군요. 흠… 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아, 부럽다. 진짜 부럽다. 그 퀘스트, 어떻게 한다고 했죠? 저도 시도하러 갑니다.”
“아, 예. 그러니까…….”
부러움에 열의를 불태우는 전국건강협회에게 찬성은 차분하게 자신이 레오나 앱솔과 했던 퀘스트에 대해서 설명해 주었다.
“그럼 일단 첫날은 무조건 데이트만 하고 둘째 날부터 본격적인 거군요. 하지만 퀘스트 스타트 방법을 찾는 게 관건인가? 그렇다면 라이오넬 가드 관련 퀘스트를 진행해서 하면 거기에 비전이 있을 확률이 높군.”
‘와, 엄청 전문가 같아. 멋있다.’
“찬성 님은 분명 그곳에 있는 또 다른 검성인 대도세와 만나서 진행했다고 하니. 나는 라이오넬 가드와 관련된 인물, 레오나 앱솔 본인 아니면 경비대장 칼른. 좋아!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어!”
“오오오……!”
“그럼 다녀오지요. 100 대 2 퀘스트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비전 정도는 딸 수 있겠지요. 그럼 바로 다녀오겠습니다! 플레이 타임도 얼마 안 남았으니 달려야!”
찬성의 설명을 듣고 파악한 전국건강협회는 그길로 퀘스트를 하러 노예 수용소로 향하기 위해 달려갔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되려나. 음… 보자. 남은 시간이 얼마 없으니 나도 주변에 있는 사이드 퀘스트들 찾아서 최대한 레벨 업 해야지.”
레벨 업에 대한 의욕을 다지며 찬성은 앱솔 공작가 저택에서 가장 흔한 사이드 퀘스트부터 해치우러 방을 나갔다.
저택에서 여러 퀘스트를 주는 NPC들을 찾아 돌아다니다가 한 집사가 주는 것을 보고 퀘스트를 요청했다.
그런데,
“그… 정말 하시려고요? 검성님은 엄연히 우리 가문의 가신님이신데… 이러면 곤란하십니다.”
“그냥 주세요.”
“아, 아니, 안 되는데… 정말 이 일을 하시려고요?”
짧은 갈색 머리칼의 젊은 청년 집사 NPC는 곤란한 표정으로 찬성이 퀘스트를 받으려는 것을 말리고 있었다.
“네. ‘일일 퀘스트:공작가 화장실 청소’는 제가 맡겠습니다.”
“아니… 이, 이런 천한 일은 저희 같은 사용인이나 노예 혹은 하찮은 모험가들이나 하는 거지, 검성님 같으신 분이 할 일이 아닙니다.”
“제발요. 제발! 화장실 청소를 하게 해 주세요. 오늘 플레이 타임 얼마 안 남았단 말이에요. 저 화장실 청소 엄청 잘해요!”
“제, 제발 이러지 마십시오, 검성님! 다, 당신은 가문의 가신! 이런 일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하셔야 합니다!”
“정말 하고 싶습니다! 제발! 화장실 청소 좀 시켜 주세요. 오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단 말이에요.”
젊은 집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서 ‘화장실 청소’를 시켜 달라고 하는 찬성의 절규.
아무리 경험치와 평판을 얻기 위한 퀘스트라지만 너무나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있는 곳으로 다른 유저들이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점이리라.
***
민희의 방.
오늘 플레이 타임을 먼저 다 소모한 민희는 게임에서 나오자마자 클라우드에 있는 찬성의 영상부터 확인했다.
각종 업적에 보상을 산더미처럼 받은 만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얘는 게임하는 게 늘 쇼킹하니 또 무슨 일을 저지른 건지. 어디 보자. 일단 오늘 같이 파티한 건 넘기고 넘기고…….”
시간대를 체크해서 넘겨서 찬성이 레오나 앱솔과 만난 부분부터 체크를 시작했다.
“이게 그 말하던 100 대 2 전투인가 보네. 아니, 보통은 이런 상황을 만나면 도망친다고… 딱 보니 이 상황을 완전 즐기고 있는 거군. 하지만 이건 쓸 수 있겠어.”
레오나 앱솔을 지키면서 벌이는 전투의 퀄리티가 상당히 높았기에 좋은 영상감이었다.
‘우선은 이다음을 봐야지.’
일단 메모를 해 둔 다음 그녀는 전투 장면을 넘기고, 영상을 쭉 진행시켰다.
그다음 나온 장면은 바로 찬성과 레오나 앱솔이 강가에서 이야기하다가 서로 애틋하게 붙어 있는 장면이었다.
“어머나, 어머나~ 세상에~”
찬성이 스스로 보지 못한 표정이 그대로 민희의 눈에 들어왔다.
부끄러움과 당혹감.
게임 속에서 레오나 앱솔의 체온과 대화를 하며 느끼는 감정이 영상으로 그대로 흘러나온 것을 본 민희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이내 깊게 생각을 하면서 그것을 계속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