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같은 시각, 화신 길드 본거지.
“후우~ 하루 종일 사냥해서 2퍼센트… 이게 게임인가? 진짜 그냥 레벨 업 포기하고 싶어지네요.”
“선두 경쟁이 치열한 건 알지만… 레이드 하향 안 하나?”
“현존 최고 콘텐츠고 스토리 중심인데 하겠어? 적어도 다음 콘텐츠 개방 전까진 버티겠지.”
“망할 ‘가르간트 요새’! 아직도 퍼클 안 나왔다면서요?”
“이제 나온 지 2주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진짜 컷 엄청 세게 해 놨더라.”
오늘도 하루 종일 사냥과 던전 파밍을 마치고 돌아온 화신 길드의 길드원들은 서로 대화를 나누면서 안에 들어왔다.
그러고는 각자 개인 룸으로 가서 아이템들을 정리했다.
[메시지]“음…….”
포트리스 또한 사냥을 마치고 돌아와 아이템과 금화 정리를 하면서 감시를 맡긴 ‘데블즈 윙’ 길드의 오남봉이 보내온 메시지를 살펴보는 중이었다.
“젠장, 하루 감시 비용이 무려 50금화. 제길… 제길! 제길!”
비용이 나가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는 포트리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접속 제한 시간을 비롯해서 여러 한계로 사람을 쓸 수밖에 없었다.
“하… 금화 시세가 이렇게 뒤집히지만 않았어도…….”
쾅!
최근 일본 길드들의 공격적 금화 매입.
그것에 따라 바로 위에 있는 중국 서버나 다름없는 자렌 왕국의 중국 길드들도 금화를 긁어모아서 인게임 요소에 투자를 하느라 시장에 풀린 금화들이 급속도로 소모되었다.
이로 인해 시세가 역변하고, 50금화는 이제 현찰 시세로 50만 원이라는 거액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런 제길! 이대로 나가면 진짜 돈이 문제겠는데…….”
그래도 포트리스는 나름 선두급 길드의 장이며, 탱커 클래스라서 상대적으로 금화를 비축하기 좋았다.
하지만 이렇게 소모해서는 언젠가 비축분이 바닥날 게 분명했다.
‘내가 아무 득템을 하지 않았다고 가정할 때, 하루에 버는 금화가 얼마지? 보자. 젠장… 수리비까지 생각하면 이거 무조건 적자다.’
이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지만, 이대로 최소 한 달을 소모한다면 못해도 1,500금화.
그래도 금화가 계속 다시 시장에 돌면 시세가 변할지 모르지만, 일단 현찰로 치면 1,500만 원이다.
문제는 이 일이 한 달로 끝난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미니멈미니, 그년도 상당한 독종이니…….’
레이드 전략 전술 회의에 사냥, 너튜브 편집까지.
심지어 데미지는 세지만 패턴이 단순해 재미는 더럽게 없는 ‘업화의 마법사’의 사냥이었다.
재미를 위해 하는 게임에 재미가 결여되어 있는데, 그걸 기꺼이 하다니…….
미니멈미니미니는 그런 독종이었기에 하루 이틀에 끝날 리 없었다.
“그렇다고 이 일을 여기서 접자고 할 수도 없고… 제엔장!”
돈이 후달려서 그냥 발 빼자니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거기에 동원했던 길드원들에게도 체면이 서지 않는다.
‘안 그래도 레이드 실패로 인해서 눈치가 장난 아닌데 말이지.’
화신 길드의 장이지만 화신 길드의 전원이 무슨 군대처럼 그를 따르는 건 아니다.
길드 일에 관심이 없이 그냥 유령 부원처럼 자기 일 하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같이 레이드나 콘텐츠를 하면서도 자신의 정책이나 방향성에 반대하는 놈들도 있었다.
“재수 없으면 길드장 자리가 위험한데… 크윽!”
두통이 지끈지끈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인 포트리스.
정말 미칠 노릇이었다.
발을 빼자니 자존심과 길드장으로서의 입장이 문제고, 그러지 않고 놔두자니 자신의 기분이 풀리지 않는다.
‘저 X년, 그 검성 놈이랑 분명 앞으로 더 승승장구할 건데… 그러면 그럴수록 나는! 나는!’
돈은 돈대로 쓰고, 자존심은 뭉개질 대로 뭉개지는 미래.
그런 미래가 머릿속에 떠오르자 포트리스는 그런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쩌지? 어떻게 하지? 돈은 돈대로 빡센데.’
그는 조심스럽게 인터페이스를 여기저기 열고 닫으면서 무언가 수단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한 인터페이스 창이 포트리스의 눈에 들어왔다.
[길드 자금] [*길드 사무실 유지 및 시설 건축과 변경에 사용됩니다.] [모금 진행 중-1,624금화 58은화 30동화]“…그러고 보니 이런 게 있었지.”
‘길드 자금’.
말 그대로 길드 운용을 위한 자금이다.
길드 사무실 구입, 건축 같은 공적인 일에 쓰라고 만들어 준 시스템으로 쉽게 말하면 법인 통장 같은 것이었다.
이 자금은 길드원들의 모금을 받거나 길드 레벨을 올려 스킬을 찍으면 자동으로 사냥, 퀘스트 시 얻는 금화의 아주 적은 퍼센티지만큼을 추가로 적립해 쌓이는 돈이었다.
이 적립 시스템으로 손해 보는 느낌 없이 열심히 플레이만 해도 길드를 키워 나갈 수 있게 해 주는 D.E사의 배려였다.
다만 이 시스템 때문에 브루탈 길드 케이스처럼 길드에서는 온갖 사람들을 다 끌어모으려고 난리 치는 일도 있었다.
“…꿀꺽.”
엄연히 그는 길드장으로서 이 자금의 사용 권한을 가지고 있다.
본래 이 금화는 이번에 길드 사무실 내부를 증축해서 길드원들의 개인 거점이 될 방을 더 늘리기 위해서 모으고 있는 자금이었다.
“으으음…….”
그러나 지금.
포트리스는 그 인터페이스 창을 보며 강렬한 유혹에 휩싸이는 중이었다.
머리로는 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까짓것 자신이 쓰고 채워 넣으면 된다는 생각이 문득 든 것이다.
결국.
그는 해선 안 될 짓을 저지르고 말았다.
***
다음 날, 새벽 5시경.
“하나, 둘, 셋, 넷… 후아! 역시! 새벽에 나오길 잘했어! 산속에 있을 땐 자주 이랬는데! 아! 맛있다! 운동 맛있다!”
아직 해도 제대로 뜨지 않은 새벽.
찬성은 기어이 약수터로 와서 홀로 운동하는 중이었다.
신선한 공기와 함께하는 운동에 만족감에 빠진 찬성은 약 1시간 반 운동하고 사람들이 올라올 즈음 내려갈 수 있었다.
‘사람이 적어서 좋네. 일찍 올라오는 다른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뭐, 이 정도는…….’
아침 6시 반쯤 되자 슬슬 올라가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들 휠체어를 타고 내려가는 찬성의 모습을 슥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 역시 이상하게 여기는 건 운동하는 모습이었나? 하긴 다리도 없는데, 운동하는 게 기묘해 보이긴 하겠지. 읏챠.’
그렇게 산을 내려온 찬성은 곧바로 아파트로 돌아와서 땀에 젖은 몸을 씻고 나왔다.
그러자 그제야 눈을 뜬 잠옷 차림의 삼촌이 모습을 드러냈다.
“아, 삼촌,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어, 그래. 아침 일찍 어디 갔다 왔니?”
“예. 운동 다녀왔어요.”
“오오! 혼자 밖에 나갈 정도일 줄이야. 아무튼 만난 김에 잘됐다. 몇 개만 좀 묻자. 잠깐 커피 좀. 아~ 너도 한 잔 타 주랴?”
“아뇨. 전 괜찮습니다. 아침 식사는요?”
“나는 나가서 먹을 거라. 나중에 민희 일어나면 챙겨 먹으렴. 으으음~ 향기가 오늘도 좋군.”
삼촌은 태연히 커피를 타서 한 잔 마시고는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래, 게임은 어떠니? 보아하니 잘 즐기고 있는 것 같다만? 뭐, 별일은 없니?”
“아뇨. 딱히요.”
“그래. 게임으로 뭐 별일이 있겠냐만……. 아, 맞다. 너튜브 같이하더라? 네가 동의한 거 맞지?”
“뭐, 반대할 이유는 없으니까요. 또 나름 재미있기도 하고요.”
“으음~ 아무리 봐도 민희한테 끌려다니는 것 같은데. 지나치거나 네가 아니다 싶으면 확! 말해. 정 말하기 어려우면 나한테 전화를 하고 말이야.”
“아~ 괜찮아요. 게다가 저 게임 완전 초보라서 누님 덕을 많이 보고 있는 판국인데요. 하하하.”
“너튜브 구독자라든가 시청 시간 보니 수익 신청했을 것 같은데. 그 부분도 내가 잘 이야기해 두마. 안 그러면 너희 집안에 내가 면목이 없어지니…….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나? 출근해야지! 그, 그럼 잘 부탁한다!”
“예. 조심해서 다녀오세요.”
“그래!”
삼촌과의 일상 대화 후, 찬성은 아침 식사를 혼자 한 뒤 다시 게임에 접속했다.
‘보자. 오늘은 파티원들 다 오후에 모일 것 같으니까… 음?’
“오호호홋, 드디어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사옵니다, 찬성 님.”
“레오나 아가씨? 무슨 일로?”
접속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레오나 앱솔.
오늘은 아직 공무 중인 건지 제대로 정리된 금발 롤빵 머리에 황금 갑옷 차림이었다.
그녀는 찬성을 보자 반가움을 한껏 드러냈다.
“긴히 부탁드릴 일이 있어서 제가 먼저 찾아왔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전에 가져온 자르엔 백작가의 자료들을 어느 정도 분석했는데, 놈들이 왕국의 세수를 빼돌리는 장소를 찾아냈습니다.”
“오오!”
“감히 세금을 빼돌리다니! 악귀 나찰보다 더한! 아무튼 자료로 알아냈지만 보다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우리 가문에서 다른 귀족들과 함께 자르엔 백작을 압박할 수 있습니다.”
“그런가요?”
“예. 자르엔 백작가의 규모도 규모고, 따르는 귀족 세력이 많으니 말이죠. 어정쩡한 의혹 제기는 안 하느니만 못할 뿐입니다.”
서로 규모가 크고, 왕국을 양분하는 가문이다 보니 이런 사건들 가지고는 정치적으로 실각시키기가 매우 힘든 상태였다.
“자칫 잘못 자극하면 왕국이 내전에 휘말릴 수 있는 일이라서… 그렇게 되면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서 제국이 침략할지도 모르고요.”
‘시나리오가 상당히 복잡하네.’
국경에서 도발해 오는 사악한 제국.
거기에 내부도 일치단결하지 못하고 정치적으로 분열된 상태인데…….
이런 부정부패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러나 이 사태를 그냥 둘 수는 없습니다. 어쨌든 세금을 착복하는 것은 막아야 해서. 찬성 님, 자르엔 백작가의 밀수 창고를 공략한 당신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퀘스트 등장!] [퀘스트:레오나 앱솔(3-1) 새 나가는 세금을 구하라!]이전 레오나 앱솔과 함께 획득한 자르엔 백작가의 자료를 통해서 그들이 저지르는 세금 횡령 범죄의 현장을 알아냈다. 레오나 앱솔이 그 현장을 덮쳐서 막아 달라고 부탁한다.
조건:레오나 앱솔의 부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시오.
1.승낙한다.
2.거절한다.
‘거절할 이유가 없지. 퀘스트 난이도도 높아 보이고… 가자!’
찬성은 1도 고민하지 않고 1을 눌렀고, 그러자 레오나 앱솔은 곧바로 반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