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역시 찬성 님이라면 받아들여 주실 줄 알았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또다시 위험한 일을 부탁하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뇨. 옳은 일은 오히려 반가울 따름이죠.”
“하나 저희 앱솔 가문은 반드시 보답할 겁니다. 아! 그런데 이 방, 마음에 드시는지요?”
그녀의 말에 찬성은 방을 다시 둘러보면서 잠시 생각했다.
자신의 취향이랑은 어긋나 있는 방이지만 그래도 성의라는 게 있었다.
게다가 전국건강협회가 하던 말과 행동을 보면 엄청나게 좋은 것을 받았음이 분명했다.
찬성은 레오나 앱솔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예, 그… 과분할 정도로 너무 좋아서 송구스럽습니다.”
“오호호홋, 별말씀을요. 다른 라이오넬 가드나 가문의 가신, 중신이라는 자들이 행하지 못한 것을 기꺼이 해내신 분인데! 이 정도는 해 드려야지요.”
호쾌하게 웃으면서 만족하는 레오나 앱솔.
찬성은 그녀를 보며 무언가 번뜩 떠올랐다는 듯 질문을 던졌다.
“아, 그런데 말입니다. 이 방의 위치가 아가씨 방 옆인 건 뭔가 따로 의도하신 게 있으신 건지요?”
“…후흡! 크훕!”
“저… 아가씨?”
태연한 얼굴로 하는 찬성의 질문에 레오나 앱솔의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오고 말았다.
찬성은 자신이 해선 안 될 말을 한 건가 고개를 갸웃하는데, 그녀는 이내 표정을 고치고 말을 돌렸다.
“자, 그럼 어서 자르엔 백작가의 음모를 막기 위해 출발하죠! 오호호홋! 저는 먼저 준비를 해야 하니 여기서 만나도록 하죠. 오호호홋!”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레오나 앱솔(3-2) 집합 장소로…….]당신은 레오나 앱솔의 제안을 승낙했고, 그녀는 당신에게 합류할 포인트를 지정해 주고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며 떠났다.
조건:지도에 표시된 위치로 가서 레오나 앱솔과 합류.
“어어, 으음…….”
아무렇지 않게 넘겨 버리곤 자동으로 갱신되는 퀘스트.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다가 문득 파티원들에게 들은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있음을 깨닫고 조용히 중얼거려 보았다.
“…버그인가? 아, 이거 좀 게이머 같았다.”
마치 새로운 외국어 회화를 연습하고 실전에 써먹게 되어 뿌듯해하는 학생 같은 표정.
한 걸음 더 게이머에 다가간 것 같아 즐거운 그는 갱신되는 퀘스트의 지도를 확인하고 그곳으로 이동했다.
***
같은 시각, 민희의 방.
“간만에 일찍 자서 그런가. 끄으으응~ 컨디션이 좋네.”
포트리스에 대한 견제 덕분에 당분간 영상 제작에 여유 시간이 생긴 민희.
덕분에 그녀는 어제 평소보다 일찍 잠들어서 일찍 기상했다.
“보자. 너튜브 채널 댓글, 구독자 숫자는 역시 추가 영상이 없으니 잠시 정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서는 온갖 사건이 다 터지니까 말이지.”
찬성의 이슈는 공식 방송에서 해명도 했기에 진화되는 건 한층 더 빨랐다.
또 상대적으로 더 큰 사건이 일어나면 기존의 사건은 쉽게 묻히는 것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주요 화제는 ‘일본 길드와 중국 길드의 대규모 게임 머니 구매로 인한 시세 변동 현상’인가? 흐으음… 일본 기업이 게임 내부에 투자? 세상에나~ 한물간 메타버스 드립을 노리는 건가? 참 내~”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는 ‘어나더 월드 아키이브’의 현황들을 체크했다.
게임이 서비스된 지 어느새 3개월하고 보름.
서비스 때부터 여러 폭풍을 불러온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흥행은 순조로웠다.
“세상에, 게임 내의 경제 사건을 공중파에서 분석하는 걸 보게 될 줄이야. 냠.”
토스트를 입에 넣으면서 TV의 공중파 방송과 게임 커뮤니티 뉴스를 동시에 체크하던 그녀는 듣도 보도 못한 주제에 기막혀했다.
“어차피 현실과는 다를 텐데 말이지. 아니면 수상한 작전인가? 한때 난리 났던 가상 화폐 흥행처럼 만들려는 건가?”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며 뉴스를 보는 민희.
고심하며 머리를 굴리지만 쉽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빠한테 물어볼까? 답을 쉽게 알려 줄 것 같은데.’
이런 어려운 문제에 대한 고민에 빠질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아빠에게 물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인상을 쓰며 참았다.
“아니지. 안 돼, 민희야. 고난과 역경은 스스로 돌파해야지. 그래야 성장하지. 후우우우~”
스스로를 다잡으며, 그녀는 지금은 출근하고 없는 아빠의 방을 바라보았다.
“보자. 찬성이는… 아, 게임 중이구나.”
[채팅방(5)] [미니멈실버:찬성아, 뭐 해?] [찬성:일어나셨어요? 아! 저 레오나 앱솔 퀘스트 해요. 아침 먹었고, 삼촌은 나가셨어요.]‘그렇군. 그나저나 레오나 앱솔 퀘스트라. 그거 결말이 어떻게 되더라? 으으음… 궁금하네.’
민희는 고개를 갸웃하면서 찬성이 지금 착착 시나리오를 밟아 가는 레오나 앱솔에 관한 퀘스트를 떠올렸다.
‘검색이나 해 볼까?’
일단 이곳 한국 서버 기준인 ‘그란 왕국’에서는 자르엔 백작 루트가 대세라서 레오나 앱솔에 관한 정보는 잘 없었다.
하지만 외국 유저들 기준에서 유사한 시나리오와 포지션이 있기 때문에 대략적인 퀘스트 진행도를 알 수 있었다.
‘보자. 자렌 왕국 쪽이라면 인구도 많으니까 분명히… 아, 있다, 있어. 하여간 중국 애들, 무슨 정보를 죄다 지들 말로만 공유하고 있어. 하다못해 영어로 하든가. 참 나.’
중국어로 검색을 이리저리 돌려 보면서 찾아 헤매는 민희.
그녀는 찬성이 받은 경험치 및 보상 아이템을 단서로 세밀하게 조정한 결과, 금방 레오나 앱솔과 유사한 라인의 퀘스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 역시 있네. 사실 스포일러는 별로 좋지 않지만 얘가 뭘 얻을지랑 그런 걸 봐 놔야 앞으로 계산이 되니까. 그리고 그것보다도 중요한 게 있는데…….”
스크롤을 내리면서 주르륵, 공략과 내용을 읽는 그녀였다.
“음… 역시 난이도가 만만치 않네. ‘불가능에 가까움’급 던전 관련 퀘스트라서 그런가? 본래 2 대 100으로 싸우는 그 루트는 같이 도망치는 루트밖에 없네. 하긴 그게 가능한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
오직 찬성이니까 가능한 전투.
설사 레벨을 더 올리고 이 퀘스트를 받아서 간다고 해도 레오나 앱솔을 살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근데 D.E사도 참 무섭다니까. 이거 클리어 거의 못할 것 같다는 거 알면서도 넣어 둔 거잖아. 진짜 소름. 뭐, 이게 게임사지.”
어떤 게임 회사의 ‘보스 몬스터-다크 매지션’은 압도적으로 높은 클리어 허들을 만들어 두곤 클리어해도 클리어로 넘어가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사태도 있는데, D.E사는 그야말로 선녀 같은 운영이었다.
‘아무튼 결말이랑 보상이 어떤 건지… 으음… 으으으음… 오오, 보상은 확실히 좋네. 오오, 오오오! 이건?’
스크롤을 내리던 그녀는 보상과 내용을 확인했다.
찬성이라면 아마 거기에 나온 것 이상을 얻을 것이 분명했기에 열심히 감탄하던 중, 결말 부분에 나온 것을 보고 눈동자가 떨리기 시작했다.
***
‘드디어 도착인가? 여기가 도착지 맞지? 설마 수안 영지엔 포탈이 없을 줄이야.’
[퀘스트:레오나 앱솔(3-3) 두 번째 모험!]세금을 구하는 일은 왕국을 넘어서 백성을 구하는 일.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당신은 그녀의 부탁을 승낙했다.
조건:레오나 앱솔과 합류한 뒤, 그녀의 지시를 따르시오.
“드디어 도착했네요. 저기 보세요.”
레오나 앱솔이 말했다.
찬성은 퀘스트 창의 목적을 다시금 확인한 뒤, 그녀가 가리키는 장소를 바라보았다.
그란 왕국, 수안 영지.
왕국 수도인 ‘세우르’에서 강을 따라 내려가면 남쪽에 위치한 수안 영지는 설정상 왕국 남부의 세금을 한 번에 모아서 배로 실어 나르는 역할을 하는 곳이었다.
이 영지의 주인은 수안 백작.
자르엔 백작과 막역지우(莫逆之友)로 제국과의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고, 가문 간의 혼약으로 이어진 혈맹이었다.
“일단 위치부터가 부정을 저지르기 딱 좋은 곳이군요. 역시 그럴 것 같았어요.”
수안 영지에 도착한 레오나 앱솔과 찬성. 오자마자 그녀는 설명을 시작했지만.
“와아아.”
찬성은 또 새롭게 펼쳐진 신선한 풍경에 눈을 빛내면서 그것을 감상하기 바빴다.
수안 영지는 강을 끼고서 수도로 물류를 운송하곤 하지만 바다 쪽으로도 나갈 수 있었다.
그 때문인지 강가에 나란히 정박한 배들과 조선소 및 물류 창고들이 많이 보였다.
“크흠! 일단 영지 전체의 구조랑 길에 익숙해지기 위해! 여행객으로 위장해서 돌아다녀 보죠. 수안 영지는 보다시피 수운 거점인 만큼 다양한 상품들도 오가곤 하니까… 여행객으로 가도 문제없을 거예요.”
“오오, 아가씨는 계획이 다 있으시군요.”
“그럼요. 후후훗, 저도 엄연히 라이오넬 가드이자 앱솔 공작가의 일원으로서 교육을 받은 몸이니까요. 그러면 정찰부터 하러 갑시다.”
“예!”
정찰이라니, 가슴이 뛰는 찬성이었다.
이번엔 또 어떤 즐거움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하며 레오나 앱솔과 함께 수안성의 내부로 들어갔다.
그리고 레오나 앱솔과 정찰을 하기 시작하는데…….
“어머어머, 찬성 님, 찬성 님, 이것 좀 보세요. 이거 남쪽 바다에서 잡아 온 거래요. 신선한 생선을 바로 잡아서 양념장에 구운 요리라니~ 으으으음!”
성내로 들어와서 시가지를 걷던 찬성과 레오나 앱솔.
둘은 처음엔 경계심을 잔뜩 품고 긴장한 채로 돌아다녔는데, 도시 내에 있는 시장에서 풍겨 오는 맛있고 낯선 냄새에 레오나 앱솔이 끌려 버리고 말았다.
호기심에 하나둘 먹기 시작하던 그녀.
결국 곧바로 고삐가 풀려 버렸다.
“으으으으음! 마시썽. 이 오징어 튀김이라는 거 엄청 맛있지 않아요? 생긴 건 완전 악마의 생물인데! 밀가루를 입히고 기름에 튀기니까 천상의 맛이에요!”
입술이 번들번들해질 정도로 기름을 묻힌 채 노점에서 만든 오징어 튀김을 한가득 입 안에 넣고 즐기는 레오나 앱솔.
역시 아름다운 외모이기에 이것도 나름 귀여운 그림이었지만, 던전의 라스트 보스이자 앱솔 공작가라고 하는 귀족가의 아가씨라는 걸 생각하니 갭이 엄청 크게 느껴지는 찬성이었다.
‘뭐, 저런 게 더 맛있긴 하지. 내가 몸에 안 좋다고 맨날 말해도 형님들은 무조건 치킨, 치킨, 치킨! 누님들은 내일 살이 쪄도 오늘은 떡볶이 먹고 죽을 거야! 라고…….’
레오나 앱솔의 먹방을 보다가 문득 가족들에 대한 생각이 든 찬성.
수련을 위해 산에 갔어도 주말 같은 때에 가족들과 만나서 놀거나 식사하던 일은 있었다.
‘이렇게 생각이 드니 언제 한번 다 뵈러 가야 하긴 하겠는데…….’
“찬성 님! 찬성 님! 이거 드셔 보셔요! 이것도 엄청 맛있습니다. 어서 드셔 보세요. 여기요.”
“예? 아! 감사합니다.”
생각을 하던 중 레오나 앱솔은 자신이 먹던 튀김 꼬치 중 하나를 내밀고 있었다.
“아… 음, 이거 꽤 낯설지만 맛있네요. 근데 이건 뭔가요?”
그녀가 내민 꼬치를 받아서 먹자 바삭한 튀김옷의 풍미와 함께 단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쫀득한 육질의 식감이 찬성의 입 안에 맴돌았다.
“바다 도마뱀의 새끼라고 하네요! 보세요. 여기 몸체 부분이 보이죠? 내장은 미리 제거한 것 같아요.”
레오나 앱솔은 같은 종류의 꼬치를 들어서 튀김옷을 살짝 들어 내부를 보여 주었다.
그러자 그 안에 기름에 익은 작은 도마뱀의 형태가 버젓이 드러나서 보통 사람이라면 낯선 괴식을 먹은 것에 기겁하면서 놀랄 일이었지만, 찬성도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오오, 이게 도마뱀의 맛. 산에서 먹어 보고 싶어서 잡았는데 스승님이 절대 먹지 말라고 해서 못 먹어 봤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드디어 먹어 보네요. 아, 이거 하나 더 먹어 봐도 될까요?”
“그럼요. 자요!”
[시스템-‘레오나 앱솔’의 호감도가 상승합니다.]싫은 표정이나 놀라는 기색 없는 찬성의 태도 덕인지 호감도가 또 상승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어느새 ‘정찰’이라는 것은 이미 잊어버린 채 둘은 계속 수안 영지의 시장을 쭉 돌아다니는데…….
“…….”
아주 멀리에 있는 첨탑에서 누군가가 망원경으로 둘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는 쪽지를 담은 통을 작은 ‘개’의 목에 걸어서 보내곤 곧바로 어디론가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