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한바탕 시장에서 실컷 먹으면서 돌아다닌 찬성과 레오나 앱솔.
그들은 강가가 보이는 어느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와 홍차를 한잔하며 한숨 쉬기로 한다.
“후우우~ 간만에 과식을 한 건지 움직이기 힘드네요.”
‘오…….’
시장에서 온갖 먹을거리를 들고 다닐 때는 활발하고 평범한 소녀처럼 보이더니, 분위기 좋은 카페로 들어와서 우아하게 앉으니 영락없는 아가씨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순식간에 변하는 레오나 앱솔의 모습에 찬성은 장소와 분위기의 중요성을 느꼈다.
“집 안에선 맛볼 수 없는 새로운 맛들이 가득해서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솔직히 너무 잘 드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그… 엄연히 공작가의 영애이셔서 이미지는 완전히 ‘이런 서민 음식이 제 입맛에 맞을 것 같나요? 갖다 버리세요!’ 할 것 같았거든요.”
“뭐, 귀족의 그런 이미지에 대해선 부정할 수 없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전 엄연히 ‘라이오넬 가드’예요. 고되고 힘든 정규 군사 훈련을 받은 사람이라고요.”
“아, 정말 죄송합니다. 가벼운 이야기로 다룰 게 아니었는데,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무, 물론 제가 그만큼 고귀하고, 우아하게 보인다는 거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이, 이해해 드리겠사와요. 후훗.”
찬성이 스스로의 말을 반성하며 침울해하자, 레오나 앱솔은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니라는 걸 강조하려는 건지 애써 찬성을 변호해 주었다.
“그러면 다행입니다만, 그런데 저기… 저희, 엄연히 정찰하러 온 거 아닌지요?”
“아! 그랬죠. 호호홋… 물론 기억하고 있었지요. 예. 저, 정찰 이미 잘하고 있었사옵니다.”
“그냥 관광한 게 아니라요?”
“다, 당연히 아니지요. 후훗, 엄연히 일하기 전에 먼저 배를 채운 것이옵니다. 다 계획이 있어요.”
“그러면 다행입니다만…….”
찬성의 시선으론 아무리 봐도 그냥 둘이 같이 돌아다니면서 먹고 즐긴 것밖에 없는데, 계획이 있다고 하니 뭐라 할 말이 없었다.
‘퀘스트도 레오나 앱솔이랑 같이 다니기뿐이라서 그냥 따라왔는데… 뭔가 키워드 같은 걸 말해야 하는 건가?’
“이미 오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어떻게 해야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단순히 정치적인 공작이나 고발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태. 그렇다고 방치해 두면 계속해서 왕국에 들어갈 세금이 사리사욕에 새어 나가게 되고, 국력은 그만큼 깎이겠지요.”
“그러면 사실상 저희 선에선 할 수 있는 게 없는 거 아닙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우선 오늘은 정찰만 하고자 했습니다만… 일단 이 흐름을 그냥 둘 수 없다고 생각해서 방법을 고안했습니다.”
“오오…….”
“바로 우리가 세금을 터는 겁니다!”
“…….”
우아한 포즈로 당당히 외치는 레오나 앱솔의 말에 찬성은 순간 굳어 버리고 말았다.
“지금… 그러니까 저희가 범죄를 저지르자는 겁니까?”
“예! 역발상이죠. 지금 사태로는 정치적으로도 주목할 수도 없으니까! 더 큰불을 일으켜서 왕국의 시선을 모으는 겁니다.”
“어어… 과연.”
원리는 납득이 가는 찬성이었다.
현실에서도 경찰이나 법원, 기업에서 귀찮거나 부담이 있어서 미루는 일도 언론에 기사 한번 나는 순간 빠르게 움직이는 일이 다반사 아닌가?
그녀의 말대로 아예 세금이 털려 버릴 정도의 큰 사건이 일어나면 왕국 사람들은 물론 귀족들의 시선이 몰릴 터였다.
그러면 자르엔 백작가에서 벌이는 세금 빼돌리기는 당분간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훔치는 건 저희 둘로는 힘들 텐데 말이죠. 일단 배를 훔치는 일인데, 두 명으론 무리인지라.”
“그러면 아예 세금을 운송하는 배를 한 척 정도 침몰시켜 버리는 방법도 괜찮겠네요.”
“오오, 그거 괜찮아 보이네요.”
찬성은 레오나 앱솔의 아이디어에 찬동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대로 현 상황에서 자르엔 백작의 세금 횡령을 막으려면 이 수단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건 명백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레오나 앱솔(3-4) 세금 운송선을 폭파하자.]현 상황에서 최선의 수를 고민한 결과, 세금 운송선을 폭파시켜 왕가와 다른 귀족들의 시선이 모이게 해서 횡령을 막는 방법을 떠올렸다. 그럼 즉시 실행 준비를 하자.
조건:세금 운송선을 폭파시킬 폭발물 구하기 0/1
폭발물을 구하고 레오나 앱솔과 합류 0/1
수안 영지에 정박해 있는 세금 운송선 한 척을 완전히 침몰시키기 0/1
“그러면 바로 움직이죠. 곧바로 침투해서 내 힘으로… 아, 정체를 들키지 않아야 하니 폭약부터 구해야겠네요.”
‘힘으로 침몰시킬 수 있다는 게 참… 하하.’
판타지의 강력한 NPC 캐릭터에 대한 면은 은근 놓치기 쉬운데, 잘 살리는 D.E사였다.
“그러면 모험가이신 찬성 님은 폭약을 구해 주세요.”
“제가요?”
“저는 너무 눈에 띄는 외양이라서 그런 물건을 구하려고 하면 난리가 나니 부탁드려요.”
자신의 돌돌 말려 있는 금색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만지작대는 레오나 앱솔.
확실히 너무 눈에 띄는 외모를 가진 유명인이다 보니 은밀하게 뭘 구하기 힘들 것이다.
“우리 가문에서 구하려고 해도 말이죠. 제가 멋대로 행동한 게 오라버니 귀에 들어가면 좋지도 않고…….”
“하긴. 예, 알겠습니다. 제가 구해 오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아, 여기 계산은 제가 하고 갈 테니 마저 드시고 움직여 주세요.”
그렇게 한발 먼저 나가는 레오나 앱솔.
찬성은 폭탄을 어떻게 구할까? 잠시 생각을 하다가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 채팅방을 열었다.
[채팅방(5)] [찬성:저기… 퀘스트에서 ‘폭약’을 구해 오라고 하는데, 이거 어디서 구하면 되나요?] [전국건강협회:폭약이라면 ‘전문 기술-연금술’로 만들거나 ‘광산’에 가서 구매할 수 있을 겁니다.] [근손실보험:하지만 보통은 그냥 경매장에서 사면 됩니다.] [살덩이는나약하다:제, 제가 만들어 드릴게요! 저 연금이에요! 폭약! 잠시만요. 재료 사서 비비면 끝나요.]“오!”
[살덩이는나약하다:끝! 보자. 수안 영지? 지금 바로 배송 갈게요.]“아니, 우편으로 보내시지 배달까지 해 주실 필요는 없는데…….”
[미니멈실버:찬성아, 지금도 레오나 앱솔 시나리오지?] [찬성:네. 이 레오나 아가씨 루트… 재미있는 전투도 많아서 즐거워요.] [전국건강협회:그게 재미있는 겁니까? 미친 거지. 와, 진짜… 나도 해 봤는데, 그 100명을 어떻게 잡습니까? 도망치는 것도 힘든 레벨이더구만.] [근손실보험:그래서 어떻게 됨?] [전국건강협회:어떻게 되긴. 최대한 노력했지만 결국 난 레오나 앱솔이랑 거기서 사망했지. 그러곤 퀘스트는 앱솔 공작에게 보고하고 보상받는 걸로 끝남. 이거 리트도 안 되는 거더라.]같은 퀘스트 라인을 시도했던 전국건강협회의 말에 소름 돋는 진실을 알자 깜짝 놀라는 찬성이었다.
“실패하면 그걸로 끝인 거야?”
[찬성:시, 실패하면 끝인가요?] [근손실보험:뭐, 그런 퀘스트도 있는 법이죠.] [전국건강협회:근데 보통은 없는 게 맞는데, 대체 보상을 뭘 주려고 그러는 건지 이해는 안 갑니다만.] [미니멈실버:어쩌면 그냥 대충 넘어갈 비밀 시나리오 같은 걸지도 모르죠.] [살덩이는나약하다:어라? 실버 님, 평소 같으면 너튜브 각이라면서 신나 하셨을 분이… 오늘은 묘하게 고요하네요.]‘살덩이는나약하다’의 날카로운 지적.
리트라이가 불가능한 시나리오의 진행. 너튜브 영상으로 올리기 딱 좋을 거라 평소의 그녀라면 좋아했을 텐데, 확실히 오늘 말이 없는 게 이상할 만했다.
[근손실보험:그러게요. 이만한 영상감도 없을 텐데.] [전국건강협회:ㄹㅇ. 실패하면 끝인 시나리오의 끝을 보는 것만큼 영상 조회 수 나올 만한 게 없을 텐데…….] [미니멈실버:기,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고, 실패했을 때 반동도 크니까! 일부러 컨트롤하고 있는 겁니다.] [살덩이는나약하다:아하!]“뭔가 묘한데…….”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변명이지만, 어딘가 어색하다는 생각이 든 찬성이었다.
하나 달리 떠오르는 것이 없었고,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었기에 찬성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뭔가 다른 생각이 있으시겠지. 으으음…….’
[살덩이는나약하다:찬성 님! 옆에 봐 주세요! 지금 손 흔들면서 다가가는 거 저예요.]“여기요! 여기이이이이!”
“…버, 벌써?”
그리고 어느새 ‘살덩이는나약하다’가 거의 도착해서 찬성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이번 탈것은 웬 ‘기계로 된 말’.
그리고 차림새는 붉은색 바탕에 문양이 새겨진 신관 로브였는데, 얼굴은 마스크와 고글로 가리고 있었다.
“주문하신 물건 도착했습니다!”
“아니, 굳이 이렇게 직접 배달해 주실 필요까진 없는데…….”
“아뇨! 덕분에 큰 은혜를 입었는데! 제가 도와 드려야지요! 개의치 마세요.”
‘목소리… 아, 맞다. 그 평소 입던 아바타가 아니지?’
마스크랑 고글로 얼굴을 가리곤 있어도 이전 아바타처럼 목소리 변조가 없었다.
덕분에 소녀의 목소리가 그대로 들려오는지라 찬성은 왠지 모를 부끄러움을 느꼈다.
[시스템-‘(영웅)특급 폭발 물약’×30을 획득했습니다.]“폭발 물약?”
“예. 병째로 던지면 깨져서 ‘쾅!’ 하고 즉시 폭발해요. 수류탄처럼 쓰는 거예요.”
“아하, 저는 그 불을 붙이거나 설치, 혹은 핀을 뽑아서 던지는 그런 걸 만들어 오시는 줄 알았네요.”
흔히 폭탄 하면 떠오르는 것들을 상상했는데, 의외의 것이 와서 반응하는 찬성이었다.
“아, 그런 타입은 이제 ‘기계 공학’ 쪽으로 가야 배우는 거라서…….”
“그래도 퀘스트 조건엔 맞으니! 괜찮아요. 정말 감사합니다.”
[조건:세금 운송선을 폭파시킬 폭발물 구하기 (완료)]자신이 잘못 가져온 건가 해서 미안해하는 살덩이는나약하다였지만, 찬성은 퀘스트 인터페이스에 뜬 메시지가 바뀐 것을 보며 그녀를 다독였다.
“정말 다행이네요! 아무튼 전 이만 가 볼게요. 레벨 업 계속해야 해서요. 아, 맞다. 오늘 무역 창고 파밍엔 늦지 마세요.”
“예에~ 조심히 가세요.”
“‘탈것-110100001101111011100100111001101100101’. 갈게요! 그, 그……! 다음에도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 부르세요.”
기이히히힝!
이상한 울음소리를 내는 기계 말을 소환한 그녀는 그대로 떠나갔다.
‘으음… 뭔가 여태껏 듣던 목소리랑 달라서 그런가 묘하네.’
떠나는 그녀를 보면서 뭔가 가슴이 간질간질한 기분을 느끼는 찬성.
아무튼 퀘스트 아이템을 받았으니 이제 다음 과정을 진행하기 위해 레오나 앱솔을 찾으러 가야겠다고 생각한 그였는데…….
“음? 뭐지?”
찬성은 어디선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기척을 느끼곤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그러나 다른 유저와 NPC가 너무 많아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을 찾기가 어려웠다.
‘분명 누군가 지켜보고 있었어.’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것이 확실했다.
이에 찬성은 경각심을 높이곤 레오나 앱솔을 찾으러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