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몇 시간 뒤, 오전 7시.
찬성은 어제 수면을 밤 12시에 취했기에 수면 시간을 맞추기 위해 7시에 일어나서 아침 운동 및 식사를 하려고 하는데, 아직도 깨어 있는 민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누님, 아직도 안 자고 있었어요? 오늘 던전 어떻게 도시게요?”
“아니~ 오랜만에 다 같이 플레이하러 가는 거니까 시간에 맞추려고 좀 일찍 잤어. 물론 다른 사람들이 시간이 맞을지는 모르지만…….”
“아하!”
“아마 다들 ‘세이온’에 있는 앱솔 공작가 저택으로 모일 거야. 하지만 지금은 너무 이르니까… 밥 먹고 9시에 하도록 하자.”
“예!”
그렇게 아침 식사 및 운동을 한 뒤 찬성과 민희는 곧바로 접속, 모이는 포인트는 찬성이 앱솔 공작가에서 얻은 거점이었다.
[채팅방(5)] [찬성:그, 왜 하필 제 거점에서 모이자는 거예요?] [미니멈실버:네 거점에 있는 시설들… 파티원은 쓸 수 있거든. 간 김에 난 독약 좀 만들려고…….] [전국건강협회:저는 수리 도구랑 대장장이 숙련…….] [근손실보험:이럴 때 가 봐야죠. 하하핫. 라이오넬 가드인 건강이랑 만나서 가면 되니…….] [살덩이는나약하다:저도 한번 가 볼래요!]‘음, 하긴 건강 님 말고 다른 사람들은 못 와 봤으니…….’
찬성은 방 안을 둘러보면서 혹시 다음 퀘스트를 줄 레오나 앱솔이 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품었지만 역시 오지 않았다.
‘방에라도 있으려나?’
거점이 바로 레오나 앱솔의 옆방이니 그곳에 있을까 해서 직접 찾아가 보았지만…….
“레오나 아가씨는 지금 업무로 외출 중이십니다. 다음에 다시 오십시오.”
‘음… 시간이 좀 있어야 하는 퀘스트인가 보다.’
입구를 지키는 ‘라이오넬 가드’들에게서 부재중이라는 말을 들은 찬성은 결국 채팅창을 보면서 파티원들이 모이길 기다렸다.
“찬성 님~ 저희 왔습니다.”
“와, 진짜 이게 뭐야? 거점이 아니라 이건… 쿠룩!”
“지지직… 연금술 기구들에다가 약초밭도 있네요. 지지직…….”
“포션도 리필되네. 크르릉…….”
친구네 자취방에 들른 것처럼 다들 들어와서는 찬성의 거점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들 찬성의 거점에 있는 작업대들을 사용하면서 퀘스트 준비에 들어가는데, 가장 먼저 용광로와 대장장이 작업대를 사용하던 전국건강협회가 찬성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찬성 님은 전문 기술 안 하십니까? 이제 슬슬 하셔야 할 건데요.”
“전문 기술이요?”
“네. 각종 생산 및 제작을 하는 기술들입니다. 플레이어당 한 개씩 배울 수 있죠.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보조를 받곤 합니다.”
“아하…….”
“여태까지는 게임 자체에 대해서 배우는 게 막막해서 챙기지 않았지만, 슬슬 챙기셔야 할 것 같아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전문 기술. 보통 온라인 RPG 게임에는 오직 생산에만 전념하는 클래스가 없으며, 소재를 모아서 제작하고 만드는 것도 게임의 즐거움이었기에 각 플레이어들에게 배울 수 있게 해서 직접 만들고 유저들끼리 교류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다.
“음… 전문 기술이라. 안 배우면 나쁜 게 있나요?”
“배우는 게 좋긴 하죠. 저만 해도 이렇게 수리 키트를 직접 만들어 사용해서 자금 절약도 되고, 패시브 스킬도 하나 받거든요.”
“패시브 스킬! 아! 그거면 이득이네요. 나중에 시간 나면 꼭 배울게요.”
“크르릉~ 준비 끝났으면 얼른 가죠.”
각자 준비를 마친 뒤, 찬성 일행은 곧바로 앱솔 공작의 집무실로 향했다.
“오… 드디어 왔는가?”
앱솔 공작은 여전히 담배를 입에 물고서 팬티 한 장 차림으로 일하는 모습이었는데, 찬성 일행이 들어오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응했다.
“좋아. 그 정도라면 이 임무를 맡기에 적합해 보이는군.”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사자의 가문, 앱솔 공작가!(5)]앱솔 공작은 당신들이 충분한 자격을 갖춘 거라 생각하고 본격적인 임무를 주기로 한다.
조건:앱솔 공작의 이야기를 듣기
“좋아. 제대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우린 자르엔 백작가가 벌이는 각종 음모들을 막아 내려고 애쓰는 중일세. 그중 하나가… 음? 아! 자네는? 레오나랑 요새 여기저기서 일하던 그 친구로군.”
“예? 아! 예. 맞습니다.”
“그럼 이야기를 길게 할 필요가 없지. 자네가 가져왔었던 비밀 자료들을 보강하고 대조해야 하네. 그러니 자르엔 백작가 놈들의 밀수 창고로 가서 ‘밀수 장부 5권’을 가져다주게. ‘밀수 장부’는 아마 그 안의 간부들이 가지고 있을 걸세.”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사자의 가문, 앱솔 공작가!(6)]자르엔 백작가의 밀수 창고로 가서 ‘밀수 장부’를 입수해서 가지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밀수 장부는 아마 간부급들이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조건:밀수 창고 던전에서 밀수 장부 입수 0/5
*해당 파티원 중 한 명의 시나리오 퀘스트로 인해 조건이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조건 완화?”
“쿠룩… 엄청 받았네요. 원래 이 퀘스트, 밀수 장부 30권이나 요구하는데…….”
“30권이요?”
“쿠룩, 네. 참고로 밀수 장부는 네임드가 한 개씩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튼 퀘스트 전개로 인해서 보통은 하루 만에 못 끝내고 또 더 돌아야 하는데… 저희는 찬성 님이 하신 퀘스트 덕분에 조건이 완화된 거죠. 즉, 개꿀입니다.”
“오오… 퀘스트 연동. 와우…….”
이런 식으로 디테일하게 퀘스트 및 유저의 활약이 반영되면 알고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보통 온라인 게임들은 막 왕국을 구했느니, 세상의 위기를 구했느니 해도 시즌이나 지역을 넘어가게 되면 그 활약상이나 명성은 일절 사라지고, ‘환경을 보호해야 하니 가서 쓰레기나 주워 오게, 하찮은 모험가여.’ 해 버리는 게 정상인데 말이다.
“크릉, 그럼 출발하죠.”
“예! 아, 맞다. 누님, 그러고 보니 우리가 가던 그 ‘밀수 창고 던전’에 혹시 ‘울프독 자르엔’이라는 놈 있나요? 검색해 보니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크릉? 어, 있어. 다만 난이도라든가 동선 문제로… 안 가긴 했는데…….”
“그놈부터 족치러 가죠.”
찬성의 눈이 열의로 불타오르고, 파티원들은 찬성의 기이한 반응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보았지만 구태여 입을 열어 물어보진 않았다.
‘한창 몰입 중인 뉴비의 즐거움을 빼앗는 건… 비매너죠. 쿠룩.’
‘암암, 이게 다 추억이 되고 하는 건데…….’
‘지지직… 지금도 가로쉬 님은 살아 계신다! 외치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지지직…….’
‘크릉, 아니… 살덩이 님은 그 밈을 어떻게 아는 겁니까? 나보다 더하시네.’
뉴비에 대한 가벼운 쑥덕거림이 끝나고, 다들 찬성바라기인 만큼 그가 원하는 대로 네임드 루트를 조정했다.
“크릉, 근데 바로 잡진 못할 거야. 걔가 아마 막넴이랑 같은 구획에 있는데… 구석에 있거든.”
“아, 그럼 막넴을 갔다가 가야겠네요.”
“그렇지. 루트를 보면… 딱 다섯 번째에 잡을 수 있겠다.”
찬성 일행은 곧바로 밀수 창고 던전에 들어가서 네임드들을 격파하기 시작, 오늘은 특히 찬성의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은하검법 3식-항성(恒星)!”
[시스템-당신은 ‘은하검법 3식 항성(恒星)’으로 ‘Lv.40 밀수 창고 경비병’에게 1,833의 데미지를 입혔습니다.]“크릉… 대인용 신스킬, 딜이 무지막지하네요.”
“예. 그냥 데미지 포텐셜 숫자 자체가 높은 스킬이라 그런 것 같아요.”
“나도 대인용 스킬 가지고 있지만 저 딜은 안 나오는데 말이지.”
둘 다 같은 딜링을 겸비한 탱커 클래스고, 3차 라인인 ‘라이오넬 가드’도 대인용 스킬을 써도 저 정도는 아니다.
물론 탱킹과 딜링의 밸런스가 다르게 조정되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말이다.
“쿠룩, 찬성 님 딜이 더 오르니 진행 속도가 팍팍 늘어나서 좋군요.”
“지지직… 이제 아이템 파밍만 좀 더 잘되었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지지직…….”
“확실히 중복이 너무 잘 떠서 돌겠다니까… 우린 다 요구 아이템 분산도 잘되어 있는데.”
“크릉… 찬성이 쟤는 검도 바뀌었던데 말이죠.”
요 며칠 계속 이곳 ‘밀수 창고 던전’을 꾸준히 돌았지만 아직 찬성 일행의 아이템 파밍은 이곳을 졸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클리어하는 속도는 숙련됨에 따라 점점 더 빨라지지만, 결국 ‘랜덤’한 방식의 파밍 형태라서 안 나오는 부위는 죽어도 안 나오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아니! 중갑 바지 달라고! 바지이이이이이! 아아아앍앍앙락앍.”
“…어… 오늘도 저러시네요.”
“쿠룩, 의외로 일상입니다, 찬성 님. 여차하면 ‘거래 가능’이나 ‘랜덤 박스’로 드롭된 걸 사면 되긴 하는데…….”
“아니, 영웅 등급 아이템이 나오는 여길 코 파면서 돌 수 있는 파티인데! 뭣 하러! 영웅 등급 아이템을 직접 사냐?”
오늘도 원하는 것을 얻고 싶지만 드롭 테이블에 고통받는 전국건강협회. 하지만 그것이 ‘랜덤’ 시스템이 도입된 게임의 숙명이었다.
“지지직… 이제 4명 잡는 건 순식간이네요… 지지직… 아, 밑에 길이네요.”
“자, 드디어 도착. 저기가 울프독 자르엔의 은신처야. 진짜… 더럽게 머네. 왜 안 오는지 알겠지? 크릉!”
우여곡절 끝에 던전을 탐험하길 약 2시간. 찬성 일행은 ‘밀수 창고’의 가장 깊은 장소에 있는 ‘밀수 창고-지하 부두’에 도달했다.
기존 밀수 창고 영역에서 한 층 더 밑으로 내려가면 존재하는 장소로, 아래로는 강물이 흐르고 수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었고, 밖에서 들어오는 빛으로 조명은 풍부했다.
그리고 지하에 있는 부두 옆에는 항구들처럼 각종 창고들이 있어서 물건들이 실시간으로 옮겨져서 쌓이고 있는 모습이, 이 던전의 이름이 ‘밀수 창고’라는 걸 그대로 대변하고 있었다.
“확실히 지하라는 점만 빼면 창고의 양식이나 모양이 수안 영지에서 본 그대로네요.”
“그렇… 지. 울프독 자르엔은 저기 가장 큰 운송선에 타고 있긴 한데… 우리가 다가가면 자동으로 반응해서 나올 거야.”
“얼른 가죠.”
평소의 찬성답지 않게 비장한 표정으로 그는 먼저 지하로 내려갔다.
그러자 지하에서는 선원들과 인부들이 종을 울리면서 침입자가 나타난 것을 사방에 알렸고, 곧바로 찬성 일행을 향해 몰려오기 시작했다.
“침입자다! 침입자!”
“어쩐지 위쪽이 조용하다 했더니만!”
“어서 자르엔 하운드님들에게 알려!”
“먼저 들어가서 쓸고 있을게요. ‘질주’.”
“아, 예! 그러세요.”
울프독 자르엔을 처리하기 위해 의욕을 불태우는 찬성은 먼저 ‘질주’를 쓰고 달려가서 인부와 경비병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비검-사성절! 비검-오성화! 은하검범 비전 2식-펼쳐지는 성운(星雲)!”
“…찬성 님, 그… 울프독 자르엔이랑 무슨 일 있었습니까? 완전 열정 넘치시네.”
“크릉, 그게 있긴 있는데… 설명하자면 좀 길어요.”
혼자 들어가서 치유도 안 받고 무쌍을 벌이는 찬성. 이 정도면 진짜로 ‘울프독 자르엔’에게 돈이라도 떼먹힌 것인가 싶을 만큼 감정을 담아서 열의를 다하고 있었다.
“쿠룩, 레오나 앱솔 루트에 뭔가 있는 건가? 상상 이상으로 열중하시는데?”
“원래 처음 발 디디면 깊게 빠지는 거니… 게다가 찬성 님, 근래에 사이드 퀘스트는 그거만 한 걸 봐도 확실히 그렇지?”
“크릉, 그게 정답이긴 해요. 근데… 이야기가 기니까 일단 오늘 플레이 다 하고 설명해 드릴게요.”
“정리 다 했어요!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어느새 먼저 돌입했던 찬성이 부두를 싹 정리해 버린 상황. 열의가 넘쳐서인지 비검과 새로 얻은 스킬을 아끼지 않고 사용하니 순식간에 정리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이제 저 배 위로 가면 되는 거죠?”
“크릉, 잠깐만 기다리면 될 거야. 저기 봐. 오네.”
울프독 자르엔이 있다고 한 정박된 배 위에서 하나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이 지하는 바깥 강과 연결되어 있어서 햇빛이 들어오기에 조명이 충분했고, 찬성은 일전에 보았던 것보다 자세히 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타났구나!’
“흠, 여기까지 찾아올 줄이야. 정말 의외군요. 아무튼 만나서 반갑습니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여러분… 저는 자르엔 울프 소속이자, 수안 영지 지부장을 맡고 있고 이번엔 운송 업무를 맡은… 울프독 자르엔입니… 어라? 당신은?”
나타난 울프독 자르엔은 예전에 찬성을 처음 봤을 때처럼 정중한 말투로 자신을 소개하는데, 찬성을 보곤 깜짝 놀라는 액션을 취한다.
이전에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퀘스트 시나리오의 연동 덕에 울프독 자르엔은 찬성을 알아본 것이었다.
“그래, 나다. 울프독 자르엔, 이전의 굴욕을 갚으러 왔다.”
이 순간을 기다려 온 찬성은 스위치가 들어간 듯 주변에 파티원들이 있는 것도 잊어버린 채 검을 뽑아 들고 그를 죽일 듯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뛰어나갈 것처럼 자세를 낮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