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도저히 외부인에겐 이야기할 수 없는… 아니, 솔직히 말해서 가신들이나 중신은 물론 가솔들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사실이네.”
“예?”
“그나마 자네들은… 직접 각종 자료들을 구해서 이 진실을 파헤치는 데 도움을 주었기에 말하고자 하는 거네만…….”
덜컹!
앱솔 공작이 말을 하려는 순간,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완전 무장한 ‘라이오넬 가드’ 하나가 다급하게 들어왔다.
“크, 큰일 났습니다, 공작님!”
“대체 무슨 일인데 이리 소란인 것이냐?”
“레오나 아가씨께서 아무런 기별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지금 수색을 해 보고 있지만, 적어도 영지나 저택 내엔 없는 걸로 사료됩니다.”
“뭐라고?”
앱솔 공작이 놀라서 외침과 동시에 찬성도 깜짝 놀라 라이오넬 가드를 한 번 보고 옆에 있는 전국건강협회를 쳐다보는데…….
“저는 묵비권을 행사할 겁니다.”
‘투구까지 썼어!’
“지금부터 저를 NPC 라이오넬 가드라 생각하십시오.”
전국건강협회는 투구를 써서 얼굴을 가리고는 부동자세로 마네킹인 양 서 있었다.
절대 알려 주지 않겠다는 의사 표현이리라. 결국 찬성은 앱솔 공작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찬성 자네, 최근 레오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녔던 것 같은데, 자네가 우리 레오나의 수색을 맡아 주지 않겠나?”
“예? 아, 예! 기꺼이 받들겠습니다!”
“고맙네. 영 예감이 좋지 않은 일이니… 신속하게 움직여 주게.”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레오나 앱솔(4-1) 실종된 그녀]난데없는 레오나 앱솔의 실종 소식. 공작은 최근 그녀와 행동을 같이했었던 당신에게 수색을 맡기기로 한다.
조건:레오나 앱솔을 찾아라.
“난데없이 수색이라니… 난감하네요. 하지만 지금 실종된 이유와 나에게 맡긴 것을 생각해 보면… 일단 나와 가 본 곳을 수색하라는 뜻!”
‘오… 역시 게임에 대해서만 익숙지 않으신 거지, 통찰력은 있으시군. 그나저나… 인터넷에서 공략을 안 찾으시는 것에서 대견함이 보이는군요.’
전국건강협회는 혼자서 추리를 하는 찬성을 보면서 흐뭇해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유저라면 이런 부분을 만나면 일단 인터넷을 열어서 공략을 찾아보는 성향이 많은데… 스스로 플레이한다는 건 그만큼 게임에 몰입했다는 증거이리라.
“그럼 먼저… ‘도쿄 특구’부터!”
‘도쿄 특구? 그런 데도 가셨었나? 억! 개빨라! 으음… 여기선 이제 실버 님에게 바통 터치해야겠군.’
쌩! 하고 달려 나가는 찬성의 속도는 라이오넬 가드로서는 따라잡을 수 없었기에 그는 곧바로 찬성의 기동성을 따라갈 수 있는 미니멈실버에게 연락을 넣었다.
[채팅방(5)] [전국건강협회:에~ 찬성 님 지금 퀘스트 받아서 포탈 룸으로 가고 있을 겁니다. 행선지는 아마 도쿄 특구. 본래 명칭 ‘다칼’ 영지였던 곳으로 향할 것 같습니다.] [미니멈실버:ㅇㅋ. 먼저 포탈 룸으로 향할게요.]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보듯 찬성의 행동을 중계하고 추적하는 파티원들이었다.
왜 이렇게까지 하느냐면 아무것도 모르는 뉴비 찬성이 드디어 핵심 시나리오의 중요한 파트에 돌입했고, 그 리액션을 좀 더 실감 나게 보기 위함이었다.
[살덩이는나약하다:어라? 의외로 수안 영지로 안 가네요?] [근손실보험:아마 같이 다녔던 순서대로 찾아보는 것 같습니다. 그게 찬성 님 스타일이겠죠.] [미니멈실버:쉿, 이제 도쿄 특구 왔어요.]파티원들이 찬성의 행동을 분석하는 가운데, 찬성은 ‘도쿄 특구’를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서 진심으로 레오나 앱솔을 찾았다.
“없어. 식당에도, 무기점에도 없고… 어디에 있는 거지? 추적 스킬이라도 있다면……! ‘질주’! 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화려하게 롤로 말린 금발인 만큼 특색이 강해서 보이기만 하면 쉽게 찾으리라 믿는 찬성. 하나 ‘도쿄 특구’ 전체를 돌아다녀도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여긴 아닌가? 그러면! 이첸성? 아니면 수안 영지? 어디부터… 일단! 수안 영지부터 가자!”
[채팅방(5)] [근손실보험:좀 더 일찍 깨달으라고!] [전국건강협회:뉴비 아니면 이 정도로 몰입하기 힘들지.] [미니멈실버:설마 30분이나 영지 전체를 돌아다니며 찾아 헤맬 줄이야.] [살덩이는나약하다:원래 집중력이나 그런 게 강하신 분이라 다른 생각을 못하신 것 같아요.]그러는 찬성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며 반응하는 파티원들은 조언이라도 할까 고민했지만, 역시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오직 이 순간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경험을 절대 깰 수 없었다.
현재 그는 완전히 이 스토리에 몰입함으로 인해서 현실의 윤찬성이 아니라, ‘검성 찬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가자! 흑우왕!”
흐구우우우우!
어찌나 다급한지, 가장 빠르지만 너무 눈에 띄어서 사용을 자제하게 된 ‘탈것-흑우왕’을 가차 없이 꺼내어 달리는 찬성. 다시 포탈 룸으로 가서 이번엔 수안 영지를 향해 움직이면서 생각을 계속했다.
“분명 마지막 퀘스트까진 아무 문제 없었어. 수안 영지에서 세금을 횡령하는 운송선을 침몰시키고 돌아왔을 때만 해도 하하호호 웃었는데…….”
대체 뭐가 문제일까?
대체 어떤 문제가 숨어 있는 걸까?
찬성은 천천히 다시 처음부터 검토하기 시작했다.
레오나 앱솔의 입장을 최대한 되새기면서… 그녀가 했던 이야기들을 되새기면서…….
‘저는 말이죠. 이 혼란의 시대가 끝나는 걸 보는 게 꿈이에요.’
‘…꿈. 맞아. 그런 이야기도 했었지.’
순간 수안 영지에서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무튼 찬성은 이번엔 수안 영지에 도착한 다음 ‘흑우왕’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계속해서 레오나 앱솔을 찾아다녔다.
‘무작정 돌아다니기만 해선 안 돼. 그녀가 어딜 갈 건지 생각을 해야 해. 지금까지의 시나리오와 퀘스트 내용들을 생각하자. 생각하자…….’
30분간 ‘도쿄 특구’를 무작정 돌아다니면서 조금 머리가 식은 건지 이번엔 좀 더 깊게 생각하면서 수안 영지를 돌아다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퀘스트 내용으로 봐서는 퀘스트 했던 곳을 돌아보라는 건 맞아.’
앱솔 공작이 자신에게 맡긴 것부터가 일단 자신이 레오나 앱솔과 갔던 곳을 훑으라는 의미를 내포한 것이다.
‘왜 좀 더 빨리 이걸 떠올리지 못했지?’
그만큼 감정적으로 게임에 몰입했다는 거였지만, 찬성은 지금은 이럴 시간도 아깝다고 생각하고 일단 해야 할 일로 정신을 돌렸다.
‘그러니 여기저기 돌 필요 없는 것 같아.’
결론은 이 수안 영지에서는 식당과 부둣가, 그녀와 갔던 곳들만 체크하면 되는 것이었다.
‘…다 돌았는데, 없어. NPC들에게 묻기까지 했는데!’
바닷가를 돌고, 혹시나 다른 키워드라도 얻을까 주변 NPC들에게까지 대화를 시도하는 찬성이었지만, 전혀 소득이 없었다.
‘그럼 결국 남은 건…….’
‘이첸성’. 한국 유저들의 스타팅 도시, 그리고 둘이서 100명의 자르엔 하운드와 싸워 이긴 곳이 찬성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가자!”
그대로 ‘흑우왕’의 기수를 돌려 포탈 룸으로 향하는 찬성이었다.
***
이첸성, 보륀 촌락 인근 숲.
‘여기쯤일 텐데…….’
그렇게 달려서 찬성은 레오나 앱솔과 등을 맞대고 싸우던 장소 근처에 도달했다.
고작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게임이라서 그런 격전이 벌어졌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 평범한 숲. 전투했던 공터 한가운데에 누군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저 반짝거리는 화려한 금발. 레오나 아가씨다! 근데 뭐라는 거지?’
드디어 레오나 앱솔을 발견한 찬성은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가까이 다가가는데, 그녀의 상태가 이상했다.
“미안… 합니다.”
‘사과?’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어? 어?’
그녀는 땅에 주저앉은 채로 울먹이면서 계속해서 땅을 파서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작은 흙더미. 둥글고 예쁘게 빚은 작은 흙더미였다.
레오나 앱솔은 울먹이면서 어린아이가 장난으로 만들 법한 그런 흙더미를 계속 사죄의 말을 하며 만들고… 또 만들고 있었다.
‘지금 무덤… 을 만드는 건가?’
울적한 분위기, 그리고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알고 있는 찬성의 머리에선 저 흙더미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자연스럽게 연상이 되어 버렸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미안… 미안합니… 흐흑…….”
“레오나 아가씨!”
더 이상 볼 수만은 없었던 찬성은 그녀의 이름을 불렀고, 그녀는 흠칫하며 고개를 돌리더니 찬성을 발견하곤 벌떡 일어나서는 달려와 품에 안겨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차… 찬성 님? 으… 흐아아아아앙! 으아아아아아아!”
“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우리가… 우리가… 잘못되었어요. 우리가… 우리가… 잘못… 잘못된 일을… 으아아아아아아아!”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 레오나 앱솔. 찬성은 너무나 갑작스러운 모습에 당황하며 그녀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듣고자 했다.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레오나 아가씨. 사정을 설명해 주세요.”
“훌쩍… 훌쩍… 스읍! 하아… 하아… 하아아…….”
찬성의 말에 그녀는 일단 눈물을 참고, 심호흡을 하며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러길 약 2~3분. 한결 침착해진 그녀는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이첸성에서 가져간 자료랑 수안 영지에서 배를 터뜨리고 도망칠 때, 강가로 흘러들어 온 몇 개의 밀수 장부를 더 입수해서… 검토를 했어요.”
“아, 예. 그러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어요. 자르엔 백작가가… 벌이는 충격적인 일을… 그 어떤 일보다 믿기 힘든 일을… 그들이 하고 있더군요.”
“대체 어떤 일을?”
“자르엔 백작가와 그 휘하의 자르엔 하운드, 자르엔 울프 모두… 믿기 힘드시겠지만… 믿기… 힘드시겠지만… 사람들을… 구하고 있었어요.”
“…네?”
그 말을 듣는 순간, 찬성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망치로 머리를 세게 두드린 것 같은 충격. 여태껏 적, 악당, 악역으로 인식한 자르엔 백작가가 사실은 사람들을 구한다는 반전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예? 그런… 그럴 수가! 어떻게 그런 일이? 어… 아니… 아니, 어떻게 그게 이렇게 되는 건데요? 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되는 건데요? 아니! 아니! 무슨 이야기가 이래요! 대체…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가뜩이나 진지하게 몰입하고 있는데 이 정도 충격이 큰 반전이 나타났으니, 찬성은 격양된 반응과 함께 혼란스러워하는 감정을 거세게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