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81
181화.
[채팅방(5)] [전국건강협회:크으으으… 찬플릭스 오진다. 초순수 뉴비의 필터 없는 날것 반응! 크으으으! 주모! 여기 한 잔 더!] [근손실보험:쿠룩! 우마이! 우마이! 우마이! 우마스기루! 우마이! 쿠룩!] [살덩이는나약하다:지지직… 아, 진짜 다들 이거만 기다렸죠. 지지직…….] [전국건강협회:앱솔 공작의 노예 수용소 반전에 대응되는 자르엔 백작가 반전 포인트!]“크르르… 결국 이렇게 되나.”
그리고 조심스럽게 뒤를 따라온 미니멈실버는 그 모습을 방송 설정으로 파티원끼리 공유하며 중계하고 있었다.
인생에 단 한 번밖에 겪을 수 없는 반전 스토리의 리액션. 심지어 순수종 핵뉴비의 반응이라면 다들 신이 날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대놓고 티를 내긴 했는데… 그런 건 이제 익숙한 사람들이나 알지, 쟤는 좀…….”
여러 게임이나 영화, 만화로 스토리를 많이 겪고, 또 먼저 표면적으로는 노예 수용소를 운영하지만 실제론 그 노예 수용소를 보호소로 쓰는 앱솔 공작가의 속사정을 알게 되면 ‘아! 자르엔 백작가에도 속사정이 있겠구나.’ 하고 쉽게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왜 자르엔이… 아니, 어떻게…….”
심지어 떡밥도 그동안 잔뜩 뿌려서 개발사에서 ‘여기 복선 있습니다. 주의하세요.’라고 거의 경고를 준 수준이지만, 그걸 깨닫기엔 찬성은 너무 순수했다.
“…아니, 아… 아니. 그러면, 그럼… 아니…….”
충격에서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찬성. 충격을 받는 와중에도 레오나 앱솔이 해 준 이야기로 알게 된 자르엔 백작가의 진실이 요약된 시스템 창이 눈앞에 떠 있었다.
[자르엔 백작의 진실]왕실파의 파벌이지만 자르엔 백작은 그 누구보다도 왕실과 왕국을 혐오하는 자입니다.
내외로 혼란한 상황에서 지지부진한 왕실의 국정 운영, 왕국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귀족들의 꼬락서니. 하지만 그 순간에도 백성들은 고통받고 죽어 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던 그는 비록 어긋난 수단과 방법이라고 할지라도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하겠노라고 선언하며 뜻을 같이하는 귀족들과 함께 ‘자르엔 하운드’와 ‘자르엔 울프’를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주 활동은 각종 수탈과 제국의 공격에 고통받는 변방을 돕는 일로, 각종 인체 실험을 하는 제국 요새 토벌, 수탈을 일삼는 귀족 척살, 빈민가 구제, 수탈로 인해 식량 사태가 악화된 지역을 구하는 일입니다.
[자르엔 하운드의 임무]수도의 자르엔 하운드는 왕국의 국정 소식과 귀족들의 근황 첩보 수집을 맡습니다
수안 영지의 자르엔 하운드는 어차피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는 왕국의 세금을 횡령하여 지원이 필요한 곳에 전달합니다.
이첸 영지의 자르엔 하운드는 제국의 침략을 감시하고, 피해를 입는 백성들을 구하는 일을 맡습니다.
그들의 손길만으로 모든 왕국의 변방을 커버하기엔 모자라지만, 그래도 그들은 평화로운 세계가 오길 바라며 오늘도 어둠 속에서 뛰어다닙니다.
“저희… 이제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죠? 저희는 아무것도 모르고… 무고한 사람을… 아니, 오히려 좋은 일을 하던 사람을 해치고 말았… 찬성 님?”
“너무… 너무나 충격적이라서… 말이… 잘 안 나오네요. 하… 하하. 어떻게 이런 일이…….”
털썩…….
내막을 모두 이해하자 찬성도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게 되고, 몰려오는 반전의 충격을 결국 다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무릎을 꿇어 버렸다.
“으… 흐… 으으윽… 끄으으윽!”
“우리… 대체 뭘 한 걸까요? 찬성 님. 우리가… 휘두른 검과… 방패는… 이러기 위한 게 아니었는데… 아니었는데… 흐아아아아아앙!”
그러곤 최대한 슬픔을 참으려 하는 찬성이었지만, 결국 눈물을 주룩 흘리며 그대로 레오나를 끌어안고 같이 울기 시작했다.
***
[채팅방(5)] [전국건강협회:어… 리액션이 좋은 걸 원했지만, 이 정도까지 하는 건 바라지 않았는데…….] [근손실보험:그러게. 이게… 아닌데…….] [살덩이는나약하다:이제… 어, 어쩌죠?]분명 좋은 리액션을 바라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까지 진심으로 몰입하는 걸 바란 것은 아닌 파티원들은 진짜로 울고불고하는 찬성을 보며 다들 당황해했다.
[미니멈실버:사실 이럴 것 같은 예감이 들긴 했어요. 산속에서 수련만 하다 내려온 애라 세상 물정에도 어둡고, 너무 순수한지라.]“훌쩍… 그래도 이렇게… 있을 수만은 없어요, 레오나 아가씨. 공작님이 걱정하시기도 하고… 훌쩍…….”
“하지만 견딜 수가 없었어요. 내가… 내가 무고한 사람을 해친 것이… 검과 방패에 맹세했는데… 나는…….”
“그래도 따지고 보면 자르엔 백작가도 감춘 일이고… 또 그들도 각오한 일일 거라. 훌쩍…….”
시간이 지나자 진정한 찬성은 훌쩍거리면서도 레오나 앱솔을 위로하기 위해 애썼다.
그래, 자신들이 잘못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모르고 한 일. 게다가 상대도 이 사실을 끝까지 알리지 않고 무기를 들고 서로 맞서 싸웠으니 명예롭게 보면 될 일이었다.
“…그건 그렇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하지만 그 사람들이 구하려 했던 사람들이… 그 사람들이 지켰던 사람들은……!”
“…네?”
“수안 영지에서 제가 터뜨린 배는 본래… 제국의 습격과 너무 과한 세수로 인해서 살기 어려워진 백성들에게 들어갈 식량과 물자였다고 해요.”
“아, 아니… 예? 뭐라고요? 아… 아니…….”
자르엔 하운드와의 싸움에서 모든 반전은 끝난 줄 알았지만, 더 큰… 고통이 아직 남아 있었다.
수안 영지에서 터뜨린 배. 본래 국세를 횡령하는 자르엔 백작가를 막기 위해서였지만, 내막을 파헤쳐 보니…….
“아…….”
“물론 표면적으로는……! 속였지만, 하지만… 하지만! 나 때문에 사람들이! 사람들이……! 나 때문에… 흐… 나 때문에……!”
제국과의 분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갈 식량과 물자를 강물에 가라앉혔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레오나 앱솔을 죄악감에 사무치게 만든 것. 찬성도 대체 왜 이렇게 되는 건지 암담해하던 찰나, 퀘스트가 갱신되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레오나 앱솔(4-2) 선의는 꼭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자르엔 백작가의 진실과 자신들이 옳다고 행한 일이 어긋난 결과를 불러온 것에 당신과 레오나 앱솔은 괴로워한다. 하나 이대로 주저앉아서 비통해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당신에겐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지 않은가?
선택 조건:
1.레오나 앱솔을 위로하기
2.레오나 앱솔을 위로하기
3.레오나 앱솔을 위로하기
“…….”
마치 확인을 받듯, 떠오르는 새로운 퀘스트 창. 찬성은 울적한 기분 속에서 여전히 침통해 있는 레오나 앱솔과 선택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런 걸 굳이 선택에 넣을 필요는 없을 텐데 말이지.”
연출적 효과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지만, 아무튼 찬성은 당연하다는 듯이 동시에 3개를 같이 눌러 버렸다.
“후우우우…….”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레오나 앱솔(4-3) 속죄]당신은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이 사건. 그녀를 구하고,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는… 책임지고 해야 할 일이 있다.
조건:해야 할 일을 하기
‘해야 할 일이라. 우선은…….’
“찬성… 님?”
“만들던 무덤… 같이 마저 만들죠.”
“아, 예!”
먼저 그녀가 하던 행동을 떠올렸기에 찬성은 같이 땅에 쭈그려 앉아 작은 봉분으로 된 100개의 무덤을 만들어 갔다.
[채팅방(5)] [전국건강협회:…어, 어어어… 이게 왜 이렇게 흘러가냐…….] [근손실보험:이거 진짜 찐텐 몰입이다. 큰일이네.] [살덩이는나약하다:원래 왕국 시나리오는 목적이… 이렇게 서로 몰래 왕국을 위한 일을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앱솔 공작가 루트와 자르엔 백작가 루트가 양립하면서 힘을 합쳐 가는 내용인데… 어우… 어우어우…….]찬성의 상태를 관람하던 파티원들은 너무 심각하게 몰입한 그를 보며 더욱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게임의 시나리오에 몰입하며 즐기는 건 좋지만, 저러다 이제 자칫 잘못하면 감정적 충격을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미니멈실버:이미 받은 것 같지만, 문제가… 이게 끝이 아니라 또 있어요.] [살덩이는나약하다:다른 문제요?] [미니멈실버:알다시피 저 본캐는 50레벨 넘게 키워서 이미 왕국 시나리오 1장을 끝마쳤어요. 그런데 거기서 말이죠…….]미니멈실버는 먼저 키운 캐릭터로 이미 시나리오를 주파했고, 큰 흐름을 알고 있었기에 이 뒤에 일어날 일을 대략 알았는데, 이 뒤의 일이 과연 찬성에게 어떻게 작용할지 조심스럽게 파티원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
역시 혼자보다는 둘이 낫다고, 찬성이 가세하자 100개의 간이 무덤은 약 30여 분 만에 완성됐다.
“정말 미안합니다. 서로를 믿지 않고, 알지 못했고, 감추었다가 저질러진 일이지만… 당신들도 왕국과 백성들을 위해 싸우던 걸 알았습니다. 부디 당신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습니다.”
“…….”
“왕국과 백성들의 평화, 이 몸을 바쳐서라도 반드시 이루어 내겠습니다. 맹세합니다. 명예를 원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싸운 수호자들이여, 편히 주무소서. 제가 맹세를 이루는 것을 지켜봐 주시옵소서.”
결의를 담아 무덤들을 향해 말하는 레오나 앱솔. 기사로서, 귀족으로서, ‘맹세’라는 단어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은 것이었지만, 그것이 아니고서는 그녀는 스스로를 납득할 수 없었다.
“고맙습니다, 찬성 님.”
“아뇨.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설마 자르엔 백작가에 그런 일이 있을 줄은……. 아무튼 저도 레오나 아가씨의 잘못을 도왔던 만큼 끝까지 돕겠습니다.”
양손을 모아 쥐고, 허리까지 숙이며 진심을 담아 예를 표하는 찬성이었다.
그런 찬성을 본 레오나 앱솔은 모아 쥔 양손을 감싸 잡았다.
“감사는 제가 드려야죠. 찬성 님이 와 주시고, 같이 울어 주신 덕분에… 보다 빨리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요.”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던데, 확실히 사실인 것 같네요.”
“그게 뭐예요. 후훗.”
찬성의 말에 피식 웃는 레오나 앱솔. 아까 전까지만 해도 꺼이꺼이 울던 그녀가 웃으니 찬성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서로 마주 보며 웃고 있을 때, 레오나 앱솔이 찬성에게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찬성 님.”
“예.”
“끝까지 도와주신다고 했죠? 제 맹세.”
“물론이죠.”
“그럼 절 레오나라고 편하게 불러 주세요. 같은 맹세를 공유하는 동료로서 지위와 신분의 벽을 두고 싶지 않아요.”
“그것이 뜻이라면 따르겠습니다, 레오나.”
“마, 말투도 바꾸세요! 이름만 편하게 부르면 이상하잖아요!”
우직하게 이야기를 듣지만 존댓말을 하는 건 그대로인 바람에 말이 이상해진 찬성을 지적하는 레오나 앱솔이었다.
“크흠, 그럼 그럴… 게요? 레오나?”
“한 단계 더 내리세요!”
“그럴게. 레오나……?”
“그거면 됐어요, 찬성 님.”
“근데 이러면 저도 레오나 님이라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요?”
“원상 복귀되면 어떻게 해요? 우선은 가면서 익숙해지죠.”
비 온 뒤 땅이 굳는 것처럼, 찬성과 레오나 앱솔의 관계는 고난과 슬픔을 공유하고 난 뒤 더욱 가까워졌다.
띠링!
떠들면서 가는 사이, 찬성의 머리 위로 시스템 창이 뜨면서 퀘스트가 진행됨과 동시에 그녀와의 관계가 또다시 진전됨을 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