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화합을 향하여(2)-제국군 비밀 군사 요새 토벌]난이도:불가능에 가까움
당신은 왕국의 평화를 위한 가장 어렵고 힘든 임무를 택했다. 하나 걱정 없다. 당신은 누군가 해야 할 일이라면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기에!
조건:제국군 비밀 군사 요새(필드)로 향하라.
“필드라고 쓰여 있네요? 그렇다는 건…….”
“쿠룩, 예. 필드 타입… 퀘스트. 이전에 오크 부락에 갔던 것과 유사한 타입입니다.”
특정 야외 필드 영역에서 벌어지는 퀘스트. 다른 유저들과 마주치거나 이전 오크 사태 때처럼 ‘필드 보스’를 두고 전쟁까지 벌어지는 것이었다.
보통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급 퀘스트 하면 대부분 던전인데, 이번 건 필드이니 특이하긴 했다.
“필드면 그래도 사람들이 무수히 가서 싸울 텐데…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무리 어렵더라도 수많은 유저들이 뭉쳐서 향하면 문제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 찬성은 이번 건 생각 외로 쉬울 것 같았는데…….
“킁, 가 보면 알 거야. 이것도 다 말해 주면 재미없으니 얼른 가자. 아, 그래도 다른 유저들도 오는 곳이니까 아바타 바꿔 두는 거 잊지 말고~”
“예에~”
과연 이번엔 어떤 모험이 기다릴지 기대하면서 찬성은 파티원들과 함께 아바타를 교체해서 입고 퀘스트 장소로 이동했다.
***
후하성, 국경 근방.
퀘스트 지역인 후하 영지는 왕국 북서쪽 끝에 자리한 영지로, 제국과의 국경이 위치한 곳이었다.
“어라? 여기 왕국 변경인데… 사람이 엄청 많네요?”
후하성은 위치가 험준한 산속에 있는 국경의 영지라서 그런지 성도 작은 규모로, 성벽이 없었다면 조금 번영한 시골 마을이라 생각해도 좋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외양에 맞지 않게 오가는 유저의 숫자는 웬만한 대도시 뺨치게 많아서 번성하고 있었는데, 그게 참 이상한 찬성이었다.
“쌉니다, 싸요. 자렌 왕국에서 가져온 장비들 싸게 팝니다.”
“아이템 팔아요. 자렌 왕국에서 가져온 거 바로 팝니다.”
“급처 아이템 삽니다.”
“소모품 팔아요~ 얼른 사 가세요.”
“뭔가 자렌 왕국이라는 말이 많이 들리네요. 아하! 여기… 자렌 왕국과도 국경이구나!”
“정답입니다, 찬성 님.”
지도를 보다가 문득 예전에 들은 정보와 취합해서 깨달음을 얻은 찬성은 이 인구수의 이유를 알게 된다.
월드 동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는 제국에 대항하는 여섯 연합 왕국에 국가별로 유저들을 분산해서 배치시켜 놓았다.
이곳 그란 왕국은 한국, 일본,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유저들이 이용하고 있고, ‘그란 왕국’ 바로 북쪽에 있는 자렌 왕국은 ‘중국 유저’들이 분포되어 있는 국가였다.
“…그래서 국경 지역에 있는 이 영지에서 거래가 활발한가 보네요. 음? 근데 중국 유저들이 와서 경매장을 못 쓰나요?”
“예. 국적도 엄연히 제약이 있습니다. 아, 대신 중립 경매장이 있는데… 찬성 님, 예전에 이용하셨던 ‘상회 연합’ 아시죠? 그건 이용이 가능하지만 보통 이용 안 하고, 중립 경매장은 건물을 따로 건설해야 해서… 사실상 인프라가 없는 셈이죠.”
“쿠룩, 추가로 수수료가 엄청나게 비싸죠. 그래서 여기서 자렌 왕국 유저랑 그란 왕국 유저가 거래를 하는 겁니다.”
“오… 근데 국경을 맞댄 곳은 많은데, 꼭 여기만인 이유가 있나요? 북부 경계는 꽤 넓은 걸로 보이는데요.”
지도를 보면 그란 왕국의 북부와 자렌 왕국의 남부는 꽤 넓게 국경을 맞대고 있는 상황인데, 왜 굳이 이 작은 영지에 모여서 거래를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찬성의 질문이 이어진다.
“킁, 그건 지도를 보면서 설명해야 하는데… 알다시피 그란 왕국은 한국, 일본, 동남아 및 대만 유저들이 시작을 하지. 그래서 스타팅도 왕국 내에서 전부 다른데… 자, 일본 유저들이 시작하는 ‘도쿄 특구’ 위치 여기 보이지?”
“왕국 북쪽이네요. 동남아 유저들은 왕국 동쪽이고… 한국은 남쪽이고…….”
“그러면 레벨 업 하고 수도 쪽에 안 오는 시나리오를 타는 일본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왕국 북부를 돌 거고, 길드나 유저풀이 거기에 생성되겠지? 그러면?”
“대부분 길드들의 영지가 왕국 북쪽에… 아!”
왕국 북부에 자리 잡은 것은 일본 유저들, 그리고 자렌 왕국 유저들은 중국 유저들. 대충 국가 간 감정을 생각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상이 가는 찬성이었다.
“아… 사이가 안 좋은 거구나!”
“그래, 정답이야. 거의 국경 폐쇄급으로 대응해서 아예 자렌 왕국 유저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있지. 물론 그건 자렌 왕국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킁.”
반일 감정만큼은 중국도 한국에 지지 않을 정도로 크고, 일본 쪽도 중국을 싫어하긴 마찬가지… 아니, 애초에 한중일 이 아시아 3국은 역사적으로 모두 친한 적이 없을 정도이니 국경이 차단된 게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어떻게 그렇게 잘 통제되는 거죠? 신기하네요. 암만 그래도 게임은… 자유로운 거고, 게다가 나름 국가 간 경매장이 분리되어 있으면 시세 차익이라든가 이득 볼 구석이 많은데…….”
인간이라는 게 어떤 생물인가?
현실에 사법 체계가 있어도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각종 범죄도 거리낌 없이 저지를 수 있다.
그런 것에 비하면 기업을 만들고 계약서를 작성하는 정도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일이다.
어떻게 보면 게임 속의 길드를 기업으로 만든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만큼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가 바라는 ‘또 하나의 세계’라는 이상이 적용되는 것이기도 했다.
“지지직… 그 통제력은 이제 일본 길드가 ‘기업형 길드’로 진화해서 가능해졌어요.”
“기업형 길드?”
“본래 친목으로 뭉치기 시작해서 유저들끼리 어울리는 게 길드지. 그런데… 그게 규모가 커지고 이권이 많이 얽히면서 길드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컨트롤하고, 움직일 수 있게 하다 보니 생긴 길드 형태야.”
기존의 게임 내의 길드는 어디까지나 친목 관계로서 어울리고 이루어지며, 각 길드원 간에는 감정의 골은 생길지언정 강제로 무언가를 시키거나 강요할 수는 없는 관계였다.
“하지만 아예 기업으로 계약서를 주고받으면 이야기가 다르죠. 길드원은 이제 일하면서 적절한 대가를 받고, 길드는 업무를 지시할 수 있고, 아이템 및 이익을 확실히 통제할 수 있게 되죠.”
“아하… 그렇구나.”
“그래서 요새 금화 시세가 대격변을 맞이한 거야. 영지를 다듬고, NPC를 고용한 것도 있지만 결국 게임 내부고, 일본 국적 길드라곤 해도 일본인만 고용해서는 중국 길드에 대적하기 힘드니까…….”
현재 서비스한 지 약 3개월 하고도 보름이 지난 시점. 아직은 순수하게 일본인만으로 고레벨 유저를 모으기엔 숫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한국, 동남아 유저들도 길드로 고용해야 했고, 그들에게 비용을 지불할 때는 역시 인게임 화폐인 금화로 결제하는 게 편리했기에 금화가 더 많이 필요했고, 빨아들이듯 수급해서 시세 격변이 더욱 커진 것이었다.
“와우… 세상에.”
“그래서 국경 대부분은 자렌 왕국 유저 금지 상태가 되었는데… 이곳 후하 영지는 일본 길드가 아니라 한국 길드가 점령한 영지이고, 딱히 길드장이나 길드가 영지 내에서 무언가 강요하거나 하는 시스템이 없어서 자유 무역 시장이 열리게 된 겁니다. 그러니까… 여기 길드 이름이 뭐더라?”
“쿠룩, ‘산타 할아버지는 산을 타시네’ 길드. 길드장 아이디가… ‘심각한등산중독입니다’래.”
“…아이디랑 길드 이름에서 무슨 목적으로 게임을 하는지 다 보이네요.”
“길마 나이가 올해로 79세라고 했던가? 공식에서 인터뷰했던데… ‘나는 죽어도 산에서 죽을 거야아아아!’라고 광기 어린 인터뷰를 하던 게 떠오르네요. 아, 여기 뉴스 링크…….”
링크를 열어 본 찬성은 흰 수염을 길게 기르고 등산복에 배낭을 멘 할아버지가 열변을 토하는 영상을 바라보았다.
『내가 드루이드 클래스를 택한 이유도, 이 후하 영지를 먹은 것도! 오로지 등산 때문이여!』
‘…스승님 생각나네, 하하. 그나저나 저런 연세에도 게임을 하시는구나…….’
스승님보다 나이 들어 보이는 분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게임을 즐기는 것을 보며 찬성은 신기하다는 생각을 했다.
“킁, 그래서 결국 원래 설정으로는 서쪽의 제국의 대산맥과 자렌 왕국의 거대한 산에 끼어 있는 변방 시골 영지라, 이런 등산 덕후 아저씨들이나 자리 잡고 놀던 장소가… 자유 무역의 상징이 되어 버린 거야.”
“참… 세상일이라는 게 기이하네요.”
“그렇지. 크릉… 세상일이 생각하는 대로 풀리지 않는다는 거지.”
“보자. 어느새 말하다 보니 영지도 나왔군요. 자… 그러면 이제 속도 좀 내죠. 빠른 탈것으로 갑시다.”
교육 시간은 끝. 본격적으로 퀘스트 지역으로 향하기 위해서 각자 탈것을 타고 숲길을 질주하기 시작하는 찬성 일행이었다.
“오… 산이 깊어 보이네요. 역시 산행하는 할아버지가 택할 만하네요.”
영지를 나와서는 곧바로 서쪽 산길을 타고 올라가는 찬성 일행. 푸른 산속 자연의 향기와 야생 동물의 울음소리, 곤충의 날갯짓까지 들리는 생생한 자연 체험에 찬성은 눈을 빛내면서 실감한다.
“‘검의 사원’도 산에 있었지만… 이 정도로 실감 나는 자연은 아니었는데 말이죠.”
“진짜 인적이 드물다는 설정에 맞춘 거겠죠. 쿠룩.”
“헤에… 아무튼 기대되네요.”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쿠룩쿠룩.”
그렇게 비밀 요새의 정체가 어떨지 기대되기 시작한 찬성은 파티원들과 함께 계속해서 산을 오르는데…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무언가 기시감이 느껴졌다.
‘어라? 그러고 보니 필드 타입 퀘스트라고 하지 않았나? 게다가… 아까 영지에는 사람이 그렇게 많았는데? 어라라?’
흑우왕에 탄 채로 뒤를 돌아보고, 앞과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찬성. 그러고 보면 그 북적거리던 영지에서 나와 이 산을 올라온 이후로는 자신의 파티원을 제외하고 단 한 명의 플레이어도 만나지 못했던 것 같았다.
‘이상하네. 필드형 퀘스트 지역이라면… 필드 보스도 나올 거고, 귀환 스크롤을 쓴다고 해도 가는 길에 사람이 있어야 할 건데…….’
이전 오크 부족 마을 필드에 대한 기억을 짚어 보면서 ‘필드’라면 사람이 있어야 할 건데… 지금 이대로 가면 마치 던전인 양 아무도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찬성이었다.
그 의문은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해서 퀘스트가 새롭게 갱신되었음에도 풀리지 않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