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땅바닥에 또르르 구르던 주사위들은 서서히 멈추었고, 각 색깔의 주인들이 자신의 주사위 값을 말했다.
“보자. 제 거 빨간색… 1이군요. 흠… 다행이야.”
“쿠룩, 녹색… 3. 나도 다행이군. 쿠룩.”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은 낮은 수가 나오자 오히려 기뻐했다.
전국건강협회는 이미 ‘라이오넬 가드’ 전직권까지 얻었으니 이 이상 받으면 부담감으로 눌려 죽을 지경이었고, 근손실보험도 낮은 축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지지직… 제 거 노란색은 2.”
“제 거 파란색은 5. 마지막 누님 게…….”
“크릉… 6이네?”
미니멈실버의 하얀 주사위가 6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의 승리. 순간 당황했지만 그녀는 자신이 정한 조건이고, 다들 납득했으니 군말 없이 ‘(전설)랜드 드레이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시스템-(전설)랜드 드레이크 ‘초전(初戰)’을 입수했습니다.]“축하드립니다. 쿠룩.”
“지지직… ㅊㅋㅊㅋ.”
“뭐, 브롤러 클래스가 전투력이 미묘했으니 나름 적절한 선택지이기도 하네요.”
“그릉… 그… 정말 내가 이걸 받아도 될는지……. 사실 찬성이 네가 잡은 거나 마찬가지 아니니?”
“아까도 말했지만 계획이랑 서포트는 누님이 해 준 거고, 여기 5명이 도전하는 게 아니었으면 저도 ‘성장’ 못했을 거니까… 충분히 자격 있어요.”
찬성이 다시금 그녀의 당위성에 대해 말하자 미니멈실버는 다시 한번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순수한 칭찬. 그리고 트라이하면서 자신이 괜한 짓을 했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의심이 있었는데… 찬성의 위로는 그녀가 옳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 그래. 그러면 제가 받도록 하죠. 킁킁! 개인 퀘스트 하는 게 편해지겠네요.”
“자자, 얼른 아이템 분배하고 귀환하죠. 퀘스트도 완료했으니…….”
“300마리 미리 잡길 잘했네요.”
그렇게 긴장감 넘치는 ‘전설’ 등급 탈것 분배가 끝나자 다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남은 아이템들을 분배하기 시작하는데…….
전설급의 임팩트가 상당히 컸지만, 금화 3,200개도 만만치 않은 대박이었다.
5명이서 나누면 한 명당 640개. 현재 급격히 변동되어 버린 금화 시세로 따지면 약 640만 원의 가치가 있는 셈이다.
본래 필드 레이드 보스라서 보통은 수십 명이 나눠 먹어야 하는 건데, 그걸 소수 인원이 잡아서 먹어 버리니 그야말로 엄청난 이익인 셈이었다.
“쿠룩, 무도복은 찬성 님 먼저 드십시오. 저는 권갑 챙기면 되네요.”
“단검은 실버 님, 지팡이는 살덩이 님이 먹고 거래 불가 희귀 템은 그냥 팔아 치우고 남은 건… 장신구랑 반지인데, 거래 가능이군.”
“크릉, 둘 다 미묘한 옵션이니 그냥 팔고 배분하는 게 나을 거예요. 장신구 자리는 2개뿐이니… 제가 처리할게요.”
‘거래 가능’으로 나온 장신구는 옵션이 특출나지 않았기에 그대로 미니멈실버가 가져가서 판 다음 재분배하기로 합의했다.
“자, 얼른 귀환하죠. 그리고… 시간도 많이 지났으니 밥 먹고 쉬었다가 다시 하는 게 어떨는지요?”
“쿠룩, 동감합니다. 정비 한번 하죠.”
“네. 저도 이번엔 꽤 힘들었어서… 그래야 할 것 같아요. 하하.”
꽤 피로감이 높은 레이드였는지 다들 휴식을 원했고, 반대하는 이가 없어서 ‘수도-세우르’로 귀환한 뒤, 다들 접속을 종료하고 휴식하기로 했다.
찬성도 모두와 마찬가지로 귀환하자마자 게임을 종료하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의식이 사라졌다가 다시 깼을 때 찬성에게 들려온 건 거센 기계가 뿜어내는 바람 소리였다.
슈우우우우우우우!
“음? 바람이… 찬데? 어우! 이게 뭐야?”
오한을 느낀 찬성은 캡슐의 문이 열리자마자 양팔로 뛰쳐나가듯 빠져나갔고, 곧바로 몸 상태를 확인했다.
그의 전신은 마치 현실에서 ‘비검’을 사용한 것처럼 뜨거웠고, 땀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캡슐 안에서 들리던 바람 소리는 쿨러로, 아마 찬성의 몸에서 이상 신호를 발견해서 기계가 작동하고 있던 것이리라.
“이거… 왜지? 실제 몸으로 펼친 것도 아닌데… 음… 게다가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찬성은 머리를 긁적이며 이걸 누구랑 상담해야 할지 난감해하며, 자신이 흘린 땀에 자동으로 ‘청소 모드’로 돌아가는 캡슐 ‘팬텀 드라이브-2’를 바라보았다.
***
D.E사, 사장실.
그리고 찬성 일행이 ‘필드 레이드 보스-펠릭스켈 대장군’을 눕힌 순간, 그 소식은 곧바로 회사 A.I 관리 시스템을 통해 알려졌고, 대응팀은 곧장 자료를 가지고 사장실로 향했다.
보통 사안이라면 이런 일은 해당 부서 선에서 처리되어야 했지만, ‘유저:찬성’ 건은 특별 취급으로 그에 한해서는 이제 사장 본인이 직접 관리하기로 했던 것이다.
“으음… 5인이서 필드 레이드 클리어? 심지어 사람들이 가지 않는 ‘제국군 비밀 군사 요새 필드’를?”
“예. 이때까지는 그래도… 인간의 한계 영역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 하면서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건 절대 아닙니다.”
“저 유저들, 너튜브 운영도 하는 만큼 알려지게 되면 파급도 커질 겁니다.”
“심지어 ‘전설급 탈것’ 랜드 드레이크까지 드롭해서 먹은 만큼… 타고 돌아다니면 파급은 더욱…….”
“우선은 전투 로그부터 자세히 보지.”
침착하게 말하는 사장의 모습에 몰려온 직원들은 일단 진정하고 그가 조작하는 화면을 같이 시청했다.
대형 화면에는 여러 갈래의 카메라 시점으로 찬성과 파티원들의 동선과 맵의 동향이 한 번에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찬성의 파티원들이 행한 전략을 그대로 보게 되었다.
찬성이 홀로 레이드 보스 몬스터를 집무실 내부에서 상대하고 파티원들은 입구에서 몬스터들을 견제, 미니멈실버가 홀로 뛰어다니면서 몬스터들을 몰이하여 내부로 들어가지 않게 하는 전략…….
“방법은 뭐, 고전 MMORPG에도 나올 법한 심플한 방법이군. 하지만 문제는 역시 저 전투력인가?”
“엄연히 레이드 보스인데, 사실상 일대일로 잡아 버린 겁니다. 저 ‘검성’이…….”
“음, 하지만 아무리 ‘검성의 경지’가 있다고 해도 ‘필드 레이드 보스-펠릭스켈 대장군’은 광역 공격과 타고 있는 랜드 드레이크가 마법 공격을 가지고 있는데…….”
“그건 보시면 압니다.”
영상을 돌려서 찬성의 일대일 전투를 바라보는 사장과 직원들. 벽과 천장을 넘나들며 실내에서 ‘랜드 드레이크’를 탄 ‘펠릭스켈 대장군’을 농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벽 타기랑 천장 뛰기, 대체 저걸 어떻게 하는 건지. 스킬로 만들어 둬서 스태미나를 사용하게 해야 했는데…….”
“흐음… 유저 개인 기량이니까. 하지만 그걸로도 납득이 전부 안 되는데… 계속 보세나.”
그리고 공략 영상을 계속 보는 사장과 직원들. 주욱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 드디어 찬성이 자신의 몸으로 ‘더블 슬래시’를 구현한 타이밍이 다가왔다.
“뭐야? 저거?”
“아니, 저게 말이 되나?”
“무, 무슨 저런 게?”
“오오…….”
찬성이 ‘더블 슬래시’를 사용한 순간을 보며 직원들은 모두 경악했고, 심각한 얼굴로 이 사태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고 있었지만 사장은 오히려 미소를 지으면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놀랄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저, 저건 또 뭐야?”
“하다 하다 이젠 아주…….”
“아이고… 머리야.”
“오… 그러니까 ‘더블 슬래시’를 검술에 응용해서 ‘비검-사성절’을 실었다는 건가? 하핫! 아주 기가 막히는군!”
짝! 짝!
어찌나 감탄했는지 사장은 그대로 일어나서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영상 안의 찬성이 보이는 ‘비검-사성절’에 더블 슬래시를 응용해서 2배로 펼쳐 8갈래의 검광으로 딜을 하는 미친 광경. 이게 특별한 게임 스킬이 아니라 누군가가 직접 펼치는 ‘기술’이라는 걸 알면 다들 그런 반응을 보이리라.
“…사장님, 이건… 이건 진짜 아닙니다. 당장 막아야 합니다.”
“아오… 머리야. 일단 ‘검성의 경지’부터 긴급 패치를 하도록 하죠. 저건 진짜 아닙니다.”
“사장니이이임, 바로 작업하겠습니다.”
“아니아니, 다들 왜 그러나? 이렇게 멋진데? 내버려 둬. 무슨 핵을 쓴 것도 아니고, 자기 기량으로 저러는 건데 말이야. 하하핫.”
태연하게 웃는 사장의 태도에 한 직원이 심각한 얼굴로 반발했다.
대체 뭐가 웃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게, 어쩌면 이 게임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태연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리라.
“하지만 다른 유저들 반발이… 이걸 납득하겠습니까? 솔직히 저번 방송은 잘 넘어갔다곤 해도 이건… 이건 도가 지나칩니다. 5인… 아니, 파티원들이 도와줬다고 해도 1인 ‘필드 레이드 보스’ 클리어라니요.”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한 게 아닌 이상에야… 뭐든 해도 되는 게 가상현실이지. 그리고 MMO적으로 봐도… 리X지라이크 같은 데서 지갑에 따라서 ‘용놀이’ 하도록 게임을 만든 것에 비하면 천배 낫지 않나? 후후훗.”
비아냥거리면서 이죽대는 사장. 어지간히 리X지라이크류 게임에 반발심이 큰 것 같았다.
그의 의도는 과금으로 스펙을 무한히 올려서 다른 유저들을 압도하는 겜들이 과거 유행했던 때도 있는데, 그에 비하면 자신의 역량을 ‘가상현실’에서 살려 내서 싸우는 찬성은 역으로 멀쩡한 게 아니냐는 의미였다.
‘…아니, 그래도 회사가 돈을 벌어야지요.’
지극히 당연한 또 다른 의견이 있었지만, 감히 사장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간 큰 직원은 없었다.
심지어 그냥 사장도 아니고, 각종 독점 기술력과 자본으로 이 D.E사를 맨손으로 일으켜 세워 단 10년 만에 게임 업계의 신화가 된 인물이라면 더더욱 입을 열 사람이 없다.
“물론 자네들 의견도 일리가 있어. 그래, 게임이라는 건 공정한 룰 안에서 경쟁해야 재미있다, 라고 말하는 친구들도 있지.”
“예. 여, 역시 그렇죠. 마, 맞는 말씀이십니다.”
“하지만 자유도 역시 우리 게임의 명백한 장점이지. 으음… 정답이 애매한 경우 회사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가 있지.”
“어, 어떤 방법입니까?”
“뭐긴 뭐야. 고객에게 맡기는 거지. 심플하고 알기 쉬운… 방법 아닌가?”
고객에게 맡긴다니, 그게 무슨 뜻일까?
공지 사항에 인민 재판소라도 열어서 영상을 올린 다음 투표라도 할 생각인가?
직원들은 무언가 재미있는 게 떠오른 아이 같은 표정을 하고 있는 자신들의 사장을 바라보며 의아해하는데…….
사장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더니 순식간에 양식과 타이포를 만들어서 별도의 화면으로 직원들에게 보여 주었다.
“…어떤가? 일단 임시로 만들어 봤는데. 네이밍 센스가 올드한 건 이해해 주게. 요즘 친구들~ 센스가 어떤지 몰라서 말이야.”
씨익 웃으면서 자랑하는 사장. 그제야 직원들은 사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깨닫고 명안이라며 감탄했다.
어쭙잖은 방법으로 공개하거나 물어봐야 불똥이 튈 테니, 아예 예능 방송식으로 보여 줘서 여론을 확인해 보고 대처하자는 의견이었다.
거기에 겸사겸사 게임에 대한 광고도 되고, 어떻게 돼도 손해 보지 않는 방안을 내놓은 것에 직원들은 사장의 현안에 감탄하며 즉시 그가 내놓은 방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