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자네들에게 계속 부탁하게 되어서 미안하지만 이것을… 자르엔 백작가에 전해 주게.”
“편지… 입니까?”
“그래. 자르엔 백작가로 향하는 것이지.”
[퀘스트:화합을 향하여(4)]당신이 피어오른 불 중 가장 큰 것을 껐기에 드디어 본격적인 회담 준비에 나설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앱솔 공작은 당신들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임무를 맡긴다.
그 도착지는 놀랍게도 바로… 자르엔 백작가였다.
조건:자르엔 백작에게 앱솔 공작의 편지를 전달 0/1
“저희가… 그분에게 편지를요? 저희, 가뜩이나 원래 자르엔 백작님에게서 의뢰를 받았다가 배신을 때린 격이고, 거기에 자르엔 백작가의 재산과 사람을 엄청나게 갈아 버렸는데, 되겠습니까? 저만 해도 라이오넬 가드이고 말입니다.”
전국건강협회가 슬쩍 스토리 관련 맹점을 먼저 처리할 생각인 듯 역으로 질문했다.
그러자 앱솔 공작은 그것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리한 지적이군.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자네들에게 부탁하고 싶은 걸세. 알다시피 우리가 회담을 하려 한다는 사실은 이미 제국군도 알고 있네. 시시각각으로 방해받고 있지.”
“아…….”
“그런 만큼 실력 있는 자에게 편지를 맡겨야 하는 게 첫 번째 이유고, 두 번째 이유는… 내 나름 자르엔 백작의 진의를 시험해 보기 위해서지.”
“시험……?”
“그래. 자신을 배신한 것도 모자라서 각종 시설들을 파괴하고 주요 부하들을 죽인 자네들이 가져온 내 편지를 받고도… 그자가 사적인 감정을 다 제쳐 두고 진심으로 왕국을 위할 수 있을지 말이야. 그럼 그것을 확인하러 다녀와 보게.”
칙…….
자신이 말하고도 씁쓸한 건지 입에 새로운 시가를 물고 불을 붙이는 앱솔 공작이었다.
스토리까지 다 들은 찬성 일행은 이제 다시 자르엔 백작가로 향하고자 하지만…….
“크릉,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각자 해산합시다.”
“네? 왜요?”
“쿠룩, 플레이 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앞서 공작이 말했다시피 제국군이 화합을 방해한다고 했죠? 쿠룩, 이제부터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지독한… ‘제국군’과의 전투 파트가 시작됩니다.”
“지지직… 하지만 우리 오늘의 남은 플레이 타임이 얼마 없죠. 딱 1시간 남짓이네요. 지지직…….”
‘제국군 비밀 군사 요새’에 침투하는 시간, 300마리 잡는 시간에다가 가장 힘들었던 ‘필드 레이드 보스’ 트라이 시간까지, 오늘 플레이 타임을 대부분 사용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음, 그러네요. 그러고 보니 저도 ‘검의 사원’ 일퀘랑도 하나도 안 했으니…….”
“쿠룩, 그럼 다음 퀘스트는 내일 하기로 하죠.”
“근데 이럴 거면 채팅방으로 미리 일정을 이야기하는 게 나았지 않나요?”
“지지직… 그, 다 같이 모험했으니 보상도 같이 받는 것도 중요하죠. 지지직…….”
결국 게임이 사람에게 남기는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체험. 다른 수단으로 사용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본질은 즐거움과 추억, 체험을 얻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다 같이 힘내서 클리어하고 퀘스트를 깼는데, 보상은 개별적으로 배급받듯이 받는 것보다 이렇게 모여서 함께 받는 게 기쁨도 공유하고 더 좋은 일이었다.
“음, 그것도 그렇긴 하네요.”
“지지직… 그렇죠. 지지직…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게 좋은 거죠.”
“자, 그러면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쿠룩, 오늘 퀘 보상 개꿀이지 않냐? 쿠룩쿠룩.”
그렇게 기쁨을 나눈 파티원들은 내일 약속을 잡고서 각자 흩어지게 되고, 찬성도 우선은 ‘검의 사원’으로 갈까 했지만 이내 레오나 앱솔을 보러 가기로 했다.
“음… 레오나, 레오나, 레오나… 음… 말하기가 어렵지만 어떻게든 되겠어.”
가면서 존대를 하지 않기 위한 훈련으로 조용히 중얼거리던 찬성은 레오나 앱솔의 집무실 앞에 도착해 노크를 했다.
“들어오세요.”
안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찬성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자, 오늘도 평범한 회색빛 갑주를 입고서 일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저예요. 그, 레오… 나.”
“아! 찬성 님! 벌써 오셨어요? 소식 들었어요. 이번엔 심지어 제국군 비밀 군사 요새까지 가셨다고…….”
“아, 예! 힘들었지만 그래도 상대할 만한 적수였어요. 하하핫!”
당당한 미소를 띠며 자랑하는 찬성. 레오나는 그런 분위기에 풀어진 것일까? 펜을 잠시 넣어 두고 책상에 엎어지면서 투정을 부렸다.
“아아~ 저도 이런 곳에서 펜대를 굴리기보다는 전장에 나가고 싶었사와요~”
“하하하…….”
“물론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는 일이라서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요. 우으으으… 나는 왜 그때 그런 짓을 해 버렸을까… 하아아아~”
엎어진 채로 한숨을 푸욱 쉬는 레오나 앱솔. 금색 머리카락이 그녀의 숨결에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재미있는 광경이었다.
“그… 혹시 뭔가 도울 게 없을까?”
찬성은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자신이 도울 일을 물어보았지만, 그녀는 그런 질문만으로도 괜찮은 듯 미소로 응대하면서 손을 흔들었다.
“아뇨~ 찬성 님이 도우실 일은 없사와요. 굳이 돕겠다면 그… 이 일과 그리고 자르엔 백작가와의 화해가 성사되면 다시 같이 모험을 했으면 하네요.”
“그거라면 언제든 불러 준다면 가죠.”
“네. 이번엔 정말로… 정말로 의미 있는 일을! 아니더라도 제대로 된 모험을……! 꼭!”
“물론이죠.”
찬성은 레오나의 다짐을 웃으며 받아 주었고, 그 역시도 다음에 언젠가 다시 모험할 거라고 생각하며 레오나와 함께 어디에 갈지를 상상하면서 그녀와 계속해서 즐겁게 담소를 나누었다.
그 앞에 무슨 일이 예정되어 있을지 모른 채…….
***
다음 날, 앱솔 공작가 영지 ‘세이온’.
다음 날이 되자마자 일정에 맞춰서 접속한 찬성 일행은 곧바로 퀘스트를 하기 위해 출발했다.
“…제국군의 기습이라. 기대가 되네요.”
“쿠룩, 뭔가 발언이 사이코 같은 게 묘한…….”
“하하, 이상한 데서 기대를…….”
순수하게 전투를 기대하는 찬성이었는데, 그 발언이 오해를 사기 쉬워서 묘한 파티원들이었다.
루트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세이온에서 포탈을 타고 ‘수도-세우르’에 갔다가 자르엔 백작가의 영지인 ‘울프팩’에 도착하는 거였다.
“오, 여기는…….”
포탈을 나와서 바라본 ‘울프팩’의 풍경은 ‘세이온’과는 다른 신선한 모습이었다.
‘세이온’은 전형적인 중세라고 적고 근세라고 우기는 미디어물이나 로맨스 만화에 나올 법한 화려한 중세 도시 같은 모습이었다면, 이곳 ‘울프팩’은 진짜 중세 역사 다큐멘터리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풍경이었다.
“게다가 곳곳에 보이는 나무랑 강도 흐르고! 와아아… 완전 느낌 있네요!”
“찬성 님 취향엔 여기가 더 맞으십니까?”
“네!”
도로는 그래도 석재로 정비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주택들은 목재였으며, 곳곳에 나무가 심어져 있어 친환경 도시 같은 모습이었다.
“크릉, 자르엔 백작은 신흥 귀족이며, 영지도 야생림을 개척해서 세운 곳이라는 설정이야. 덤으로 상당히 근검절약에 힘쓰는 인물이기도 하고… 물론 그래도 곳곳에 보면 석재로 이루어진 건물도 있으니까, 포상으로 주거나 원하면 그렇게 건설도 해.”
“아하…….”
“아무튼 슬슬 긴장해야 할 거야. 엄연히 여기 우리에겐 ‘적대 도시’ 취급이거든.”
[시스템-‘영지:울프팩’은 당신이 참여 중인 앱솔 공작 진영과 적대적인 ‘자르엔 백작’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조심해야 할 겁니다!] [시스템-자르엔 백작가 소속 유저에게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 [시스템-자르엔 백작가 NPC들에게 공격받을 수 있습니다.]“어, 이러면 바로 오면 안 되지 않았나요?”
“쿠룩, 본래 정석은 ‘울프팩’ 근처 영지에서 직접 걸어오는 거지만, 우린 그냥 왔습니다.”
“왜, 왜죠?”
“지지직… 우리에겐 찬성 님이 있으니까요. 거기에… 이 루트가 가장 전투가 많아요. 지지직…….”
상식적으로 볼 때 어딘가 이상한 이유였지만, 찬성에게는 딱 맞는 이유였기에 그는 그냥 납득해 버렸다.
“멈춰라. 처음 보는 얼굴들이군. 이 울프팩엔 무슨 일로 왔지?”
말이 끝나기 무섭게 거구의 경비대장이 경비병들을 이끌고 다가와서 험상궂은 얼굴로 찬성 일행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 그러니까 저희는…….”
“쿠룩, 찬성 님, 스톱. 찬성 님, 그냥 대답하려고 하셨죠? 쿠룩! 여기선 잘해야 합니다.”
“근데 어차피 전투하려고 한 거 아니었어요?”
“쿠룩, 그래도 무작정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시나리오는 풀어 나가면서 해야죠. 쿠룩.”
전투를 자주 할 거라곤 말했지만 그렇다고 보이는 대로 다 싸움을 하고 죽인다는 의미는 절대 아니라고 말하는 근손실보험. 찬성은 그제야 이해를 했다.
“아, 하긴 무작정 싸우면 그냥 무뢰배나 다름없죠. 전투로 풀어 나간다기에 오해를 했네요.”
“근데 이거 누가 대화를 할 겁니까? 저는 라이오넬 가드라서 들키는 순간 도시에 경보음 터집니다. 위장용 아바타라서 지금 체크는 안 되고 있지만요.”
앱솔 공작가의 친위대 격인 ‘라이오넬 가드’ 클래스인 만큼 전국건강협회는 여기서 절대로 나서서는 안 되는 인물. 자칫하면 도시 전체의 경비 NPC와 싸워야 할 판이 되어 버린다.
“크릉, 제가 나설게요.”
미니멈실버는 슬쩍 작은 돈주머니를 꺼내 앞으로 나아가서 경비대장에게 말을 걸었다.
뇌물. 흔히 먹히는 수법으로 ‘브롤러 클래스’에 맞는 대응법이라 할 수 있었다.
“흥!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이따위 푼돈으로 매수하려고 해? 뭣들 하느냐? 이 건방진 놈들을 당장 잡아들여라!”
하나 경비대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돈주머니를 쳐 내 버리고는 그대로 부하들에게 찬성 일행을 구속하라고 지시했다.
“이거 싸워야 하나요?”
“지지직… 아뇨. 싸우면 안 돼요, 찬성 님. 지지직…….”
뇌물을 거절하고 자신들을 구속하려 하자 검을 뽑으려던 찬성을 급히 말리는 살덩이는나약하다였다.
결국 별다른 저항도 못해 보고 NPC 경비병들에게 구속당해 끌려가는 찬성 일행이었다.
“이거 설마 저번처럼 감옥에서 스타트인가요?”
“입 닥치고 따라오지 못해?”
끌려가면서 찬성은 파티원들에게 질문을 하지만, 울프팩 경비대장을 비롯해서 구속한 울프팩의 경비병들이 제대로 말도 못하게 몽둥이질을 하거나 구속한 쇠사슬을 흔들면서 압박을 해 왔다.
‘어라? 감옥으로 안 가?’
그렇게 말없이 끌려가는데… 행선지가 뭔가 묘하다는 것을 깨닫는 찬성이었다.
보통 범죄자를 잡으면 어쨌든 구속을 하려고 감옥 같은 곳으로 갈 텐데, 이 경비대장은 자신들을 성 밖으로 데려가고 있었다.
‘성 밖?’
“좋아. 여기쯤이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처리할 수 있겠지. 흐흐흐… 오늘 아주 운수가 좋군. 복덩이가 굴러들어 오다니 말이야.”
성 밖으로 나간 뒤, 삼림과 맞닿아 있는 성 귀퉁이 지역까지 찬성 일행을 데려온 경비대장은 음습하게 웃으며 이상한 말을 했다.
“처… 리?”
“자, 빨리 줄 세워. 네놈들은 무단 침입으로 즉결 처형에 처할 것이다. 흐흐흐…….”
‘즉결 처형이라고? 우리가 앱솔 공작가 측이란 걸 들킨 건가? 아니지. 오히려 적대 진영 인물이라면 더더욱 잡아서 정보를 얻어야 하니까… 그 ‘자르엔 하운드’라는 자들에게 넘겨야 하지 않나?’
정말 말도 안 되는 판결에 찬성은 의아해하면서도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켰다.
“아!”
설사 자신들이 앱솔 공작가에서 온 걸 알아도 이렇게 급히 처리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자연스럽게 빨리 처리해야 할 이유를 떠올리기 시작한 순간, 그는 상대의 정체를 빠르게 눈치챌 수 있었다.
“제국군의 끄나풀?”
“큭! 눈치 빠른 놈이군. 상관없어! 손발도 못 쓰는 놈이니 빠르게 처리해라.”
‘이, 이게 어떻게 전투로 풀어 나간다는 거야? 구속돼서 싸우지도 못하는데…….’
“네놈들 덕분에 나는 제국에서 큰 포상을 받을 수 있겠어. 흐흐흐흐, 이놈들을 모조리… 컥!”
쐐액!
죽이라는 말을 하려는 순간, 바람 소리와 함께 경비대장의 머리를 화살 하나가 관통하면서 그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계속 바람 소리가 나면서 찬성 일행을 죽이려던 경비병들 모두 알 수 없는 곳에서 날아온 화살을 맞고 모조리 쓰러져 버린다.
‘아하… 이런 거였구나. 공격 방향은 저쪽인가?’
그제야 퀘스트의 전개를 이해한 찬성은 화살이 날아온 방향 쪽에서 서서히 다가오는 인영(人影)을 발견했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의 모습이 완전히 드러났다.
“하여간, 설마 ‘울프팩’에까지 제국의 첩자가 들어와 있을 줄이야. 인적 사항 점검을 제대로 다시 해야겠는걸?”
‘어? 저건? 자르엔 울프?’
혼잣말로 투덜거리는 남성의 외양은 처음 보는 것이었지만, 갖추고 있는 복장과 무장은 영락없는 ‘자르엔 울프’였기에 그가 자르엔 백작가의 최정예 비밀 요원인 ‘자르엔 울프’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