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
2화.
“아, 그리고 이제야 이야기하는 건 웃기지만, 당분간 너는 우리 집에서 맡기로 했다. 산속에 있던 도장은 이미… 너 자고 있을 때 정리된 것 같더라. 근데 좀 매정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 적어도 본인이 직접 정리하게 하지 말이야.”
퇴원 수속을 마치고 돌아온 삼촌은 찬성과 함께 짐을 정리하며 말했다.
“아뇨. 어차피 이 상태로는 가 봐야 더 괴롭기만 하니… 그걸 아셨던 거겠죠.”
“그래? 아무튼 거기 있던 네 짐들은 일단 우리 집으로 보내 달라고 했고, 이미 보관해 두고 있단다.”
“예. 후우우…….”
대답하면서도 양다리 쪽의 허전함은 아직도 어색한 건지, 찬성의 한숨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앞으로 평생 다리 없이 살아갈 거라 생각하니 막막하기도 하고, 삼촌이 과연 무엇을 준비했을지에 대한 기대, 혹시 실망하게 되면 그 뒤엔 어떻게 할지 등등… 많은 생각이 그의 머릿속을 오가고 있었다.
***
“자, 여기가 우리 집이다. 어서 들어오렴. 일부러 네가 들어오기 편하도록 휠체어 길도 해 놨단다.”
“…….”
병원에 있을 때부터 이미 삼촌이 맡아 주기로 정한 건지 미리 이런저런 배려를 해 둔 상태여서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자각하고 싶지 않은 현실이 더 강하게 와닿아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은 찬성이었다.
“여기가 이제 네 방이고, 이건 네게 주는 선물이지. 최신형 가상현실 전용 캡슐. 돈이 있어도 못 구한다는 한정판 ‘팬텀 드라이브-2’. 기존의 양산형 캡슐 기기보다 초고성능, 신체 스캐닝 속도 및 가동 능력은 물론 사용자의 육체 관리 기능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었고…….”
“십자가만 있으면 영락없이… 관인데요?”
“검은색으로 하지 말 걸 그랬나?”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깔끔한 유광 블랙에 우아한 곡선 몸체, 곳곳에 라이트가 들어온 첨단 기기 같은 모습을 한 ‘팬텀 드라이브-2’ 캡슐을 놓고 들어오는 이런 태클이라니…….
웃지 못할 태클이 연속으로 들어옴에도 삼촌은 꿋꿋이 이 최신 기기에 대한 절찬을 이어 나갔다.
“아무튼! 크흠! 들으려면 좀 끝까지 듣고 반응하렴! 이 최신 기종의 가장 좋은 점이 뭔지 아느냐? 바로 자동 세척 기능이 있다는 거다!”
“…자동 세척 기능이요? 그러니까 즉, 마려우면 시원하게 싸라는 건가요? 아, 그게 아니라. 제가 이러니까 급할 경우 싸도 괜찮다는 거군요.”
“뭐, 직접적으로 말하면 그렇지. 아무튼… 자자, 거두절미하고 얼른 들어가 보려무나.”
찬성은 삼촌의 인도로 팬텀 드라이브 안으로 들어갔다.
누운 느낌은 생각 이상으로 안락했다.
[팬텀 드라이브-2 가동. 링크를 시작합니다.]‘…뭔가 TV에서 본 영화 같네. 어어어어어?’
링크를 시작한다는 말과 동시에 마치 스위치가 꺼졌다 켜지는 것처럼 찬성의 의식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회복했다.
방금 전까지의 평범한 아파트 방은 온데간데없고, 지금 그의 눈에 보이는 것은 아주 새하얗고 끝없는 공간 내부.
신기한 마음에 자신의 모습을 살펴보는데, 유령처럼 흐릿하게 둥둥 떠 있는 상태였다.
“으아아아! 뭐야… 이거? 으아아!”
[신체 정보 스캔 중 기초 아바타 생성. 결손된 신체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초기 접속자 설정을 불러옵니다. 계정을 생성하시겠습니까?] [가상현실에 접속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기 설정 및 튜토리얼을 보시겠습니까?] [오늘의 추천 게임 및 어플리케이션 홍보!]스마트폰도 어려워할 정도로 IT와 거리가 멀고, 검술밖에 모르던 찬성에겐 눈앞에 떠 있는 이 수많은 안내창들은 현란하고 정신없는 것들이었다.
“…이게 다 뭐냐고! 알아보기 쉽게 말해 줘!”
하지만 이내 침착함을 되찾고, 차근차근 하나씩 살펴보았다.
“우선 먼저 나온 게… 결손된 신체라고 했던가? 아……?”
가뜩이나 유령처럼 반투명한 상태였는데, 다리 부분은 아예 그 반투명한 형상도 나타나지 않은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이내 이 말뜻을 이해하고 안내창에 뜬 메시지들 중 ‘임시 신체를 생성합니다.’에 손을 댔다.
[신체 정보와 체형에 맞춰 결손된 신체를 생성합니다. 앞으로 ‘아바타’는 해당 계정의 기본 설정이 되며 변경하고 싶으실 경우 ‘설정’ 메뉴를 이용하시면 됩니다.]“오… 섰다!”
메시지와 동시에 찬성은 자신의 몸에 색이 완전히 들어가며 두 다리로 땅에 서게 된 것을 깨달았다.
“음…….”
다리털도 없고, 자신의 것이라기엔 약간 위화감이 있었지만 확실히 그곳엔 다리가 있었다.
지금 자신은 두 발로 서 있는 것이다.
“오오오…….”
큰 감동이 몰려왔다.
믿겨지지 않아서 이리저리 뛰어 보았지만, 조금의 위화감도 느껴지지 않자 요즘 기술에 대한 감탄이 연달아 나왔다.
“삼촌이 괜한 말을 한 게 아니구나… 응?”
찬성은 나가는 대로 삼촌에게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른 설정들을 보려는데, 새로운 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시스템-기기 외부에서 통신이 들어왔습니다. 들으시겠습니까?]“기기 외부? 아… 삼촌인가? 이걸 누르면…….”
[오, 받았구나. 어떠냐? 지금 어디까지 했어?]휙… 휘익! 척!
“이제 막 아바타 생성했어요. 다리가 있는 건… 확실히 좋네요. 위화감도 없고……. 기술이라는 게 정말 대단하긴 하네요.”
[하하, 그렇지? 하지만 이제 시작이지. 일단 계정 생성부터 해. 그다음엔 추천 게임으로 가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Another World Archive)’를 설치하고, 그다음에 아이디랑 말해 주고…….]“아, 예. 삼촌.”
실제로 체험하니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안 그는 다음 창을 열어서 차근차근 과정을 하나씩 진행하기 시작했다.
“계정 생성했고, 게임은 설치 중이고… 그리고 그다음엔… 튜토리얼인가?”
[삼촌 지금 들어갈 거니까, 친구 추가 메시지 들어가면 받으렴.]“예? 들어간다니요? 어딜 들어와요? 이 기기 안에요? 이거 1인용 아니에요?”
[…네가 산에서 수련만 하던 애라서 세간의 문화에 무지한 건 대강 알고 있었지만, 이건 심하지 않니? 당연히 나도 내 기기가 있지! 이놈아, 기다려!]“아 씨, 산에서 수련만 한 건 맞지만 너무하시네. 끄으응… 뭐든 처음이 있는 법인데 말이야.”
새로운 분야로 첫걸음을 내디딘 건데, 핀잔을 받자 투덜거리면서 잠시 기다리니 이야기한 대로 삼촌의 친구 추가 메시지가 왔다.
[Dust379:삼촌이다. 지금 바로 내 ‘계정 로비’로 초대할 거니까 받아.]‘뭔지 모르겠지만 ‘예.’를 누르면 되겠지. 게다가 왜 부르는 건지도 이해가 안 가지만…….’
[Dust379 님이 ‘계정 로비’로 당신을 초대했습니다.]초대해서 뭘 하려는 건지 모르지만 일단 찬성은 삼촌의 초대를 받았다.
그러자 아무것도 없이 새하얗고 살풍경한 방에서 단숨에 SF풍의 멋진 기지 같은 곳으로 주변이 바뀌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깜짝 놀란 찬성은 그대로 주저앉았다.
“이, 이건 또 뭐예요, 삼촌?”
“뭐긴… 아니다. 설명해 줘야겠군. 이건 말이지… 블라블라… 이렇게 중간에 머물다가 들어가는 ‘로비’ 개념이 생겨난 거다. 컴퓨터를 켜면 보통 나오는 윈X우 같은 개념이지.”
“어어… 그러니까 말이죠.”
친절하게 설명해 주는 삼촌이었지만, 찬성은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를 잘 못하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 너도 요새 애들이니 스마트폰을 더 써서 PC조차도 익숙하지 않구나.”
“…저는 애초에 스마트폰도 잘 안 쓰긴 하지만요.”
“그러니 더더욱 자세히 설명해 줘야겠지만… 나도 내일부턴 출근이라서 시간 제약이 있으니 중요한 것부터 알려 주마. 설치 끝나기 전에 말이지.”
“아, 예.”
찬성의 답이 끝나자마자 삼촌은 본격적인 어플리케이션 사용법과 기기 문제 시 대처법 등등… 가상현실 기기와 이 안에서 쓸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사용법과 조언들을 해 주기 시작했다.
“자, 여기까지다. 질문 있나?”
“음, 저기, 그러면 삼촌, 생각해 보니… 그럼 굳이 그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라는 게임을 하지 않고 제 계정으로 마련된 로비를 꾸며서 거기서 검을 휘둘러도 되지 않을까요?”
“과연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것들 다 그저 장식 레벨에 지나지 않아. 자, 보렴.”
삼촌은 방 안에 마련된 탁자에 있는 컵을 들어 힘껏 던졌지만, 깨지는 소리는커녕 마치 원래 없던 것처럼 흐릿하게 사라질 뿐이었다.
잠시 후 그 컵은 본래 있던 삼촌의 옆에 다시 나타났다.
“아……? 하?”
“반면 ‘게임’들은 다르지. 그 안에서 추구하는 것에 따라 모든 역량을 발휘하면 그것을 구현할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말이야. 이제 거의 설치가 끝날 시간 같으니 나머지는 직접 체험해 보렴. 하하하핫!”
삼촌의 말이 끝나자마자 귀신처럼 ‘설치 완료’ 메시지가 찬성의 눈앞에 떴다.
그는 주저 없이 게임 실행 버튼을 눌렀고, 기기를 실행할 때처럼 다시 눈앞이 새하얗게 변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