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쿠룩! 흐읍! 읏챠!”
“어어? 캐치… 감사합니다. 근데 착지할 수 있던 것 같은데…….”
“쿠룩, 찬성 님이 낙법한다고 해도 시스템상 그 높이에서 그대로 떨어지면 낙사 데미지로 죽습니다요. 쿠룩.”
땅에 떨어지기 직전 낙법하려는 찬성을 근손실보험이 잽싸게 달려와서 잡고는 땅을 구르면서 착지시켜 주었다.
그의 말대로 아까 정도의 높이라면 시스템상으로 ‘즉사’ 판정이 나는 게 정상이었다.
“아무튼 잡았어요!”
“쿠룩, 나이스 샷입니다.”
‘빙결사’ 주코프(보스 몬스터)가 죽음과 동시에 눈보라는 사그라졌고, 다시 태양이 뜬 맑은 하늘로 돌아왔다.
“죽여 주마! 백자악! 나 보리스가 널 상대해 주겠다!”
하지만 아직 보스 릴레이는 끝나지 않았다.
눈보라가 끝나자마자 갑옷으로 무장한 거대한 흑마가 진영을 뚫고 난입하여 백작에게 달려간 것이다.
“크하하하하하! 비켜라! 비켜! 공은 나의 것이다!”
“피하십시오! 백작님! 으악!”
[Lv.44 장군 보리스 챠저(보스 몬스터)]클래스:제국 기사
생명력:100퍼센트
보유 스킬:폭주 돌진
탈것:생체 개조된 중갑 흑마 ‘흑운’
구구구구!
‘장군 보리스 챠저’의 정보를 확인하면서 그가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는 찬성과 근손실보험. 중갑으로 무장한 군마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오고 가며 충돌했고, 말 위에 탄 보리스 챠저가 도끼질을 하며 자르엔 백작의 병사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와우…….”
“쿠룩, 저거 한 방이라도 백작에게 부딪치면 바로 사망일 겁니다. 쿠룩. 게다가 멈추지 않고 계속 왔다 갔다 하는 타입이죠. 쿠룩.”
“성가시네요.”
“쿠룩,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마치 지시를 바라는 듯한 근손실보험의 말. 찬성은 아까 전 ‘살덩이는나약하다’에게 했듯이 그에게도 지시를 내렸다.
“저거 잠깐 멈춰 주실 수 있겠어요?”
“쿠룩, 최대한 노력해 보죠. 쿠룩.”
말은 자신감 없는 말투였지만 근손실보험은 마치 이 대사를 듣고 싶었다는 듯 입가를 씰룩이면서 어깨를 풀며 앞으로 나아갔다.
‘음, 바로 이 시추에이션. 이게 로망이지.’
RPG 게임에서 역할극의 즐거움 중 가장 큰 것은 바로 자신이 맡은 역할이 최고의 활약을 보일 수 있는 상황을 얻는 것이다.
어릴 적부터 그는 늘 조연이자 전투력 측정기 취급을 당하지만 그래도 ‘대지 속성, 파워 타입’ 캐릭터를 좋아했었고, 지금도 좋아했다.
‘음, 사나이다운 파워풀한 힘과 견고한 대지를 상징. 파워 인플레에 밀리는 취급을 당하지만 그래도 근래엔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
너무 뻔한 클리셰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다 보니 근래엔 파워 타입 대지 속성이면서도 강한 캐릭터도 나오는 추세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 든든함과 강함을 동경하는 근손실보험이 가장 좋아하는 상황은 바로…….
“감히 내 앞을 가로막겠다고?”
‘주역을 위해 그 힘과 견고함으로 위험을 무릅쓸 때지.’
‘장군 보리스 챠저’가 선회하고 돌아오는 길 앞에 선 그는 자세를 굳건히 잡고, ‘근력 상승 포션’과 근력 버프 스크롤, 거기에 함성까지 모든 스킬을 동원하여 힘을 끌어 올렸다.
“흐으읍! 용맹한 선조여, 나에게 힘을 주소서! ‘산의 태세’!”
‘액티브-산의 태세’. 이번에 레벨 업 하면서 막 배운 새로운 스킬. 태산을 형상화한 자세에서 발현되는 스킬로 그가 꼭 써 볼 기회를 얻고 싶었던 스킬이다.
[액티브-산의 태세(1성)]‘산’을 형상화한 자세를 취하여 그 힘을 끌어낸다. 사용자는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저지 불가 판정’과 ‘근력’과 ‘건강’ 스테이터스가 3배로 상승한다. 지속 시간 15초, 쿨 타임 15분.
“산은 산이로다. 그리고 나도 산이로다.”
‘보스가 가진 ‘폭주 돌진’도 ‘저지 불가’일 가능성이 큰데, 어떻게 될지 궁금하군!’
눈앞에 거의 다가온 ‘장군 보리스 챠저’를 보면서 근손실보험은 같은 ‘저지 불가’ 타입 스킬끼리 충돌하면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해소할 찬스라고 생각하며 기다린다.
“감히 내 ‘흑운’을 막겠다고!”
“쿠룩! 해봐야 아는 거지!”
쿠우우웅!
큰 충격에 사방에 먼지가 일렁이면서 땅이 울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우우오오오오!”
푸르르륵! 히이이이히히힝!
생체 개조된 중갑 흑마 ‘흑운’이 울음소리를 내며 근손실보험을 밀쳐 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근손실보험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춘 채로 머리를 꽉 붙들고 버텨 내고 있었다.
‘과연, 우선 쌍방이 대치한 다음 ‘근력’으로 결정되는 건가?’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만 자신은 전혀 움직이지 않는 상황. 반대로 ‘장군 보리스 챠저’가 타고 있는 말 ‘흑운’은 앞으로 나아가려고 해도 못 나아가고 계속 발만 구르고 있었다.
“어, 어떻게… 내 ‘흑운’이 힘에서 밀리다니!”
‘그야 늘 이 순간만을 바라보며! 모든 걸 올인했으니 말이지. 하지만 지속 시간이 고작 15초… 하나!’
“질주!”
그 15초면 이 ‘장군 보리스 챠저’를 쓰러뜨리기에 너무나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가 멈추자마자 이미 찬성은 ‘질주’로 빠르게 다가와서 말의 옆구리 쪽으로 뛰어올라 말과 장군을 동시에 베며 화려하게 검무를 피워 냈다.
“어떻게… 이런 일이…….”
[Lv.44 장군 보리스 챠저(보스 몬스터)] [생명력:0퍼센트]중무장한 만큼 다소 튼튼한 타입의 보스 몬스터였지만 10초나 자유롭게 주어지는 딜링 타임.
심지어 말과 말에 탄 본체가 같이 데미지를 받는 시스템이다 보니 찬성의 막강한 데미지 딜링이 빛이 바랠 일도 없이 순식간에 쓰러져 버렸다.
“휴우우~ 덕분에 깔끔하게 잡았네요.”
“쿠룩, 보통 보스들이 이렇게 공략만 먹히면 잘 잡을 수 있죠. 쿠룩, 공략 찾는 재미도 괜찮죠. 슬슬 찬성 님도 이제 하셔야 할 때가 된 것 같아서 말이죠.”
자신들의 의도를 찬성이 깨달은 것 같자 슬쩍 해답을 줘서 확인시켜 주는 근손실보험이었다.
“예. 뭔지 알 것 같아요.”
“쿠룩, 저희는 게임 후발 주자라서 이때까지는 앞에 마련된 공략들을 보면서 대응하고 준비할 수 있었지만, 서서히 따라잡아 가면서 앞에는 미지의 영역들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쿠룩.”
“오오…….”
“그때부터는 이제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하니 찬성 님도 슬슬 ‘공략’에 대한 훈련을 해 나가야 하는 거죠.”
단순한 전투력이 아닌 공략의 단련, 싸우면서 지혜를 동원해서 답을 찾아 나가는 것이 ‘게이머’로서 해야 할 일들이었다.
“쿠룩, 잘하실 거라 믿습니다. 아무튼… 이다음은…….”
“제국 놈들 말만 뻔지르르하지, 일 하나 제대로 처리 못하는구만!”
클래스:용병
생명력:100퍼센트
보유 스킬:크고 아름다운 총!, 언제 어디서든!
귀신같이 나타나는 다음 보스는 애꾸눈에 가죽 갑옷과 망토를 걸친 ‘용병단장 쿠샥’과…
“한몫 잡아 보려고 왔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군. 낄낄, 백작의 목… 저게 얼마짜리야.”
[Lv.42 산적 두목 퐁식(보스 몬스터)]클래스:브롤러
생명력:100퍼센트
보유 스킬:잔학무도!, 가장 비싼 보물은 바로 내 목숨!
뒤이어 어디서 산적 패션 세트라도 파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형화된 산적의 모습을 한 ‘산적 두목 퐁식’이 동시에 등장해서 백작을 향해 달려가며 자르엔 하운드와 자르엔 울프들을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이번엔 두 놈이 동시에 나타났네요. 일단 막으러 가야… 어?”
“잠깐 스톱. 크릉! 자, 잘 보고 있어 봐.”
이번엔 두 보스가 동시에 나타났고, 찬성은 긴장하면서 달려가려고 했으나 미니멈실버가 먼저 옆을 지나쳐서 앞으로 나아갔다.
“어? 누님이 싸우시게요?”
“싸움엔 무조건 무력만 부딪치는 게 있는 게 아니야.”
‘오…….’
과연 어떻게 해결할지 찬성은 기대하면서 그녀를 지켜보는데…….
“안녕하십니까? 행님! 이, 이런 곳에서 보게 될 줄 몰랐습니다요. 저 은식이라고 합니다. 이런 데서 행님을 보니 음청 반갑습니다요!”
앞으로 당당히 나아간 그녀는 자신의 아바타 모습인 개처럼 땅바닥에 엎드려서 산적 두목 퐁식에게 반갑다는 듯 인사를 하면서 늑대 인간 아바타에 달린 꼬리까지 흔들고 있었다.
‘…저거 흔들리는 거였나? 그보다 어떻게 흔드는 거지?’
“음? 어어? 어! 맞네? 은식이! 네가 왜 여기 있냐?”
‘진짜 아는 사이였어? 어? 같은 브롤러 클래스라서?’
‘브롤러’, 비겁한 수단을 가리지 않는 불량배. 도적 계열 클래스 중 하나로 데미지 딜링을 포기한 대신 다양한 유틸리티를 가지고 있다.
하나 이 정보는 어디까지나 ‘유저’의 시점에서 본 것. 이제 이곳 세계관을 따르는 정보 쪽을 봐야 한다.
브롤러(Brawler). 대도시 곳곳에 있는 슬럼과 시궁창을 전전하며 정보를 팔거나 비열한 수단을 사용하여 각종 일을 하는 자들. 하나 이런 비겁하고 더러운 일을 하는 자들일수록 따로 떨어져서 일하는 것이 아닌 끼리끼리 결속을 하고 조직을 만들어 힘을 합쳐 일하게 되고, 브롤러들 또한 그런 패거리였다.
“그야 일하는 중입죠. 헥헥헥…….”
“하긴 우리가 일을 언제 가려서 했나? 돈 되는 거면 그냥 하고 다녔지, 낄낄. 그래도 식구끼리니까 봐줄 테니, 얼른 도망쳐라.”
“아니요, 퐁식이 행님. 이거 각이 보니까 제국 놈이 이기는 거보다 앱솔 공작이 자르엔 백작이랑 손잡는 게 장래적으로 엄청 이득입니다요.”
“허어? 그게 뭔 소린고?”
“그, 저기 용병단장분도 모셔 와 주십시오. 한 번에 설명드리겠습니다. 엄청 중요한 일입니다.”
“음… 전쟁 중이라 복잡한데, 일단 네 말을 들어 보자. 식구 말은 무시할 수 없으니…….”
놀랍게도 이 혼란스러운 전쟁의 와중에도 설득을 시도하는 미니멈실버였고, 보스 몬스터인 ‘산적 두목 퐁식’은 그의 말을 듣기 시작하더니 덤으로 같이 나온 보스인 ‘용병단장 쿠샥’까지 불렀다.
“뭐야? 이 산적 놈아, 도망칠 거면 혼자 치라고~”
“그게 얘가 우리 식구인데… 이 판, 접는 게 좋다고 하는데?”
“아니, 이 판을 왜 접어? 너는 산적이지만 나는 용병이야. 신용이 중요하다고!”
“근데 너 그란 왕국 사람이잖아. 제국에 신용 좀 깎이면 어떻다고? 이 일 받았을 때 왕국의 신용 어떻게 할 거냐니까 돈만 많이 주면 그만이라며.”
“어어? 맞네?”
보스 몬스터 둘이서 뭔가 바보 같은 대화를 주고받는 걸 바라보는 찬성.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신기했기에 흥미롭게 계속 지켜보았다.
“크릉, 그래서 아무튼!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 여기서 자르엔 백작이 죽으면 그란 왕국을 지탱하는 양 날개 중 하나가 부러지는 격. 그러면 제국에게 순식간에 무너지고 여섯 국가 연합 밸런스도 무너집니다. 그렇게 되면 제국의 패권이 대륙을 점거하는 거나 마찬가지. 그러면! 우리 장사 줄이 말라 버리게 됩니다.”
“어?”
“어어?”
“잘 생각해 보십시오. 그릉, 우리 같은 왈패 놈들은 치열한 분쟁이 있어야 그 사이에서 이득을 보게 됩니다. 용병단이야 말할 것도 없죠. 전쟁이 일어나야 일거리가 생기지, 안 그러면 몬스터 토벌이나 호위 임무를 해야 하는데 일반 모험가들이랑 밥줄 경쟁해야 하니 일 가격이 또 떨어지겠죠.”
“그렇네?”
“그러네?”
미니멈실버의 찰떡같은 설득에 두 보스 몬스터는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긍정했다.
용병이야 당연히 전쟁판이 벌어져야 가장 큰돈을 버는 직업이고, ‘브롤러’ 같은 도적이나 산적 패거리들도 결국 나라가 분쟁으로 혼란스러워야 뭐라도 털어 먹기 좋은 것이다.
“하긴 제국이 통일해 버리면 좀도둑질밖에 못하지. 정보 장사도 가격이 낮아질 거고… 튀어야겠네. 이건!”
“아직… 집 대출금 갚아야 하는 기간이 20년이나 남았는데… 하마터면 내가 내 스스로 밥줄을 끊을 뻔했군! 당장 철수한다!”
“은식이 친구 아니었으면 실수할 뻔했군. 사례는 내가 나중에 보내 줄 테니, 일단 우리는 튀겠네!”
그렇게 ‘용병단장 쿠샥’과 ‘산적 두목 퐁식’은 즉시 뒤로 돌아서 각자 도망치기 시작했고…….
[시스템-‘설득’에 성공하여 ‘용병단장 쿠샥(보스 몬스터)’이 도주합니다.] [시스템-‘설득’에 성공하여 ‘산적 두목 퐁식(보스 몬스터)’이 도주합니다.]‘…이게 된다고? 근데 이러면 보상은?’
하다 하다 ‘설득’으로 ‘보스 몬스터’를 토벌하는 건 처음 본 찬성은 당황하는 동시에 이렇게 되면 보상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궁금증을 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