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보상은 걱정할 거 없어. 크릉, 봐.”
[시스템-‘용병단장 쿠샥’이 ‘설득’에 성공한 ‘미니멈실버’에게 선물을 보냅니다.] [시스템-해당 보상 아이템은 던전 보스 드롭 아이템 규칙을 따릅니다.] [시스템-‘산적 두목 퐁식’이 ‘설득’에 성공한 ‘미니멈실버’에게 선물을 보냅니다.] [시스템-해당 보상 아이템은 던전 보스 드롭 아이템 규칙을 따릅니다.]이어서 시스템 메시지가 뜨면서 보상 아이템에 대한 우려 또한 종식시키면서 ‘설득’ 한 번으로 보스 몬스터 둘을 처치한 것이 완료된 걸 보여 주는 그녀였다.
“크릉, 때론 칼보다 붓이 강할 때가 있는 법. 칼은 두 사람을 하나로 줄이지만, 붓은 두 사람이 같이 손잡게 하나니…….”
“멋져요.”
방금 전 설득을 하려고 추하게 엎드려서 꼬리까지 흔들던 형세와는 완전 반대로 그녀는 머리 쪽의 은빛 털을 머리카락 쓸어 넘기듯이 넘기며 멋들어진 말과 함께 폼을 잡는다.
“쿠룩, 실버 님도 역시 활약에 대한 욕구가 있으신 분이었군.”
“사람은 누구나 인정 욕구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지. 아무튼 나올 보스 다 잡았으니 슬슬 이 퀘스트도 마무리되겠군.”
아직도 사방에서 전투가 일어나고 있었지만, 찬성을 제외한 이들은 퀘스트의 흐름을 알고 있기에 보스 몬스터가 다 쓰러지고 퀘스트가 끝나 가는 걸 알고 있었다.
“백작의 생명력만 관리하면 되겠죠. 아, 왔네요.”
구구구구구!
전국건강협회가 가리키는 먼 곳에서 거대한 먼지구름이 일어나더니 서서히 가까워져 왔다.
“저건? 아니! 사, 사자의 깃발! 앱솔 공작가라고?”
‘그럼 어디겠어.’
황금빛으로 사자 문양이 그려진 깃발, 앱솔 공작가를 상징하는 문장과 함께 선두의 기마병 대군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빠른 속도로 진군해 오고 있었다.
또한 그 뒤로 상당한 숫자의 병사들이 함께 달려왔고, 한창 싸우던 적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 아니, 앱솔 공작가의 군대가 어째서 여기에?”
“시간을 너무 끈 건가? 이렇게 되면 작전은 실패다. 전원 후퇴하라!”
“도, 도망쳐어어!”
“돈 벌러 왔지, 죽고 싶진 않다고!”
앱솔 공작가의 군대가 지원 왔다는 걸 알자 판세가 뒤집혔고, 이대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걸 안 제국군은 더 이상 희생을 낼 수 없기에 도주, 당연히 따라온 용병과 산적들도 목숨이 아깝기에 모두 도주하기 시작했다.
“백작님, 앱솔 공작이 구하러 온 덕에 적들이 도주하기 시작합니다.”
“그것참… 다행이라 해야 할지 아닐지 모르겠군. 후우우~”
자르엔 백작은 안도하면서도 그에게 도움을 받았다는 것에 벌써부터 정치적인 압력이 들어오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럼에도 목숨을 건진 건 건진 것이었으니 일단 다행으로 여기면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앱솔 공작의 부대를 지휘하는 자를 바라보았다.
“저건… 음?”
‘어? 레오나다.’
찬성에게 매우 낯익은 얼굴, 레오나 앱솔. 지금은 관리소장의 위치에서 내려오고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해서 스스로 갑옷과 공작가 혈족으로서의 권리를 여럿 내려놓은 상태였지만, 그래도 앱솔 공작의 여동생이라는 ‘격’은 유지되고 있기에 자르엔 백작을 대우하기 위해 그녀가 온 것이었다.
“앱솔 공작의 여동생이자 ‘라이오넬 가드’인 레오나 앱솔이라고 합니다, 백작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음… 다행이라고 해 주니 고맙군. 그나저나 레오나 앱솔이라고 한다면, 명성을 듣기론 황금 갑옷을 입고 있다고 했는데…….”
“너무도 급한 소식이 들려온지라 일반 갑주를 착용하고 나왔습니다. 예의가 부족한 것에 대해선 사죄드리겠습니다.”
“아닐세. 그저 명성대로의 모습이 아니라 의외라서 그렇지, 목숨을 구한 마당에 무슨 불평을 하겠나?”
“지금부터 저희가 영지까지 안전히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앱솔 공작 군대의 호위를 받으면서 자르엔 백작 일행은 서서히 나아갔다.
‘아… 너무 멀다. 게다가 이쪽을 못 봤나 봐. 뭐, 일하는 중이니 어쩔 수 없겠지.’
그녀는 현재 지휘관으로 일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 못 본 건지 아니면 보고도 모른 척한 건지 모르지만, 현재 업무로 바빠 보였기에 찬성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일행에게로 돌아갔다.
“근데 보스 뭐 나왔어요?”
“다 헛방요. 그나마 짤짤이는 벌었네요. ‘2차 클래스-용병 즉시 전직권’ 하나 떴어요.”
“쿠룩, 가끔 2차 클래스에서 노선을 변경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으니… 수요는 꽤 있어서 괜찮습니다. 쿠룩, 게다가 용병은 전사계 중에서 3차 클래스가 가능한 게 가장 많아서 인기도 나름 괜찮고요.”
다들 노멀 난이도 보스들이라서 그런지 ‘희귀 난이도’ 정도의 아이템밖에 드롭하지 않아서 그리 큰 득템은 없는 상황. 영웅급으로 빵빵하게 파밍이 된 찬성 일행에겐 다 필요 없는 것이었다.
“쿠룩, 이제 ‘세이온’까지 느긋하게 가면 됩니다. 쿠룩.”
“이럴 땐 너튜브를 봐야지.”
“크릉, 저는 연동으로 미리미리 편집점 잘라 놓으려고요. 진짜 인게임에서 바깥 작업 동시에 할 수 있으니… 옛날엔 보안이니 뭐니 때문에 전혀 안 되었는데, 진짜 세상 좋아졌다니까요.”
다들 각자 할 일을 하며 조용히 탈것을 탄 채로 조종하며 나아가는 동안, 찬성은 ‘탈것-흑우왕’ 위에서 저 멀리 앞에 보이는 레오나 앱솔을 죽 바라볼 뿐이었고…….
“음…….”
“…쿠룩.”
“지지직…….”
파티원들은 각자 일을 하는 척하며 그런 찬성의 모습을 안타깝게 볼 뿐이었다.
그리고 약 30분 정도 행군했을까? 우선 앱솔 공작가의 영향 아래에 있는 가장 가까운 영지에 도착하여 성 내부에 입성, 그곳 귀족의 저택까지 안전하게 도착했다.
“이곳에 앱솔 공작이 있나?”
“예. 안전상의 문제로 친히 군을 이끌고 나오시진 못하셨지만, 그래도 회담은 빨리 만나서 하는 게 좋기에 이곳까지 오셨습니다. 라이오넬 가드들이 지키고 있습니다.”
“흠… 그 정도로 회담을 원했다니 그거 반가운 소리군.”
“특별실로 모시겠습니다. 아, 백작님 호위분들도 따라와 주십시오.”
상호 간의 신뢰를 위해 자르엔 울프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저택을 올라가고자 하는 백작이었는데, 그는 올라가려다가 잠깐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찬성 일행을 바라보았다.
“아, 맞아. 저 친구들도 같이 가도록 하지. 이 회담을 주선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우리 양측을 다 경험해 보았으니 나름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들어 줄 것 같아서 말이야.”
“아, 그건 사전에 협의된 건 아니지만… 일단 공작님께 여쭤보고 오겠습니다.”
엄연히 게임을 하는 주역은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그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넣은 부분. 결국 허가가 나서 찬성 일행도 저택으로 올라가 회담장에 참여할 수 있었다.
“어서 오시게. 왕궁에서 본 이후로 오랜만이군, 자르엔 백작.”
“예. 저도 오랜만에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공작님.”
“자, 일단 앉게. 그리고 저 친구들 자리는 저기에 마련했네.”
도착하자 서로 형식적인 인사를 주고받았고, 곧바로 마련된 자리에 앉자 본격적으로 회담이 시작되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초대장을 보낸 앱솔 공작이었다.
“그동안 우린 서로를 크게 오해하고 있었네. 서로… 자신 외의 다른 인간은 이 왕국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생각한다고 여기고 있었지.”
“…사실 오해도 아니지요. 객관적으로 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오해할 것처럼 행동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
노예 수용소를 운영하면서 귀족들을 결집해 방탕한 귀족 생활을 하는 겉모습을 보였지만 실생활에서는 옷이 해지는 것도 아까워하며 팬티 바람으로 나체 생활을 하는 짠돌이이자, 그러면서도 왕국의 정치를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앱솔 공작이었다.
왕실파인 척하고, 적과 손잡는다는 오명과 함께 세수를 횡령하는 짓을 하지만 실상은 왕실과 정치의 손이 닿지 않는 백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그 오명을 기꺼이 감수하던 자르엔 백작이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 여러 곳에서 노림받거든.”
“그렇죠. 외눈박이 마을에선 두 눈을 뜬 자가 오히려 돌연변이이니 말입니다.”
악의로 가득 찬 이 세상은 고결한 선인(善人)이 살아가기엔 너무나 힘든 곳이다.
약간의 틈만 있어도 상대를 상처 입히고 잡아먹으려고 하는 세상인데, 선인(善人)은 그에 대해 대항하는 것조차 쉽지 않으며 그런 행동을 하면 그조차 흠결이 된다.
“좋은 일을 하기 너무 힘든 세상이지.”
“그렇죠. 좋은 일을 해도 시기하는 자들이 많으니까요. 그러니 번거로운 짓을 할 수밖에 없지요.”
“후우우,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고…….”
“하아아, 그것을 할 수 있는 게 자기 자신뿐이며, 그것을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을 순 없지요.”
“이 사람! 이렇게 말이 통하는 친구였나! 하하핫!”
“저도 드디어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된 것 같군요.”
다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고독한 길을 걷던 이들에게 있어 이해자를 만나는 것만큼 큰 기쁨은 없을 것이다.
심지어 그 길이 보통 사람에겐 이해가 되지 않을 고되고 힘든 길일 경우엔 특히… 같이 옆에서 걸어 주면서 공감을 해 주기만 해도 말이다.
“하지만 우린 너무 늦게 이곳에서 만나 버렸네. 너무… 많은 잘못을 했어. 너무 많은 실수를 했고… 너무 많은 원한이 쌓여 버렸어.”
“말씀 안 하셨다면 제가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공작님이 해 주시는군요.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그래, 서로 생각과 이상과 이해가 일치하는 것을 알아챘지만 문제는 그것을 알아차리는 게 너무 늦었다는 것이다.
자르엔 가문, 앱솔 가문… 둘은 여태까지 너무나 오래 싸우면서, 서로를 파괴하고 죽이고 원한을 너무 많이 쌓아 왔다.
“당장 우리 가문 내부라든가 여기 나를 호위하는 라이오넬 가드 친구들 중에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반발할 친구들이 산더미겠지.”
“그렇죠. 후우우… 서로 손을 잡고 웃고 미소 짓는다고 동화처럼 모든 원한과 증오와 기억이 사라지진 않으니 말이죠.”
자르엔 백작과 앱솔 공작 모두 이상 앞에 놓인 현실의 벽이 절실히 높은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이 벽들을 어떻게 하면 치울 수 있겠는가?”
현실에 세워진 벽엔 서로 잃은 것, 실수한 것, 희생한 것이 너무나… 너무나 많이 쌓여 있어서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더 안타까운 건 이 벽만 넘으면 서로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포도밭의… 여우 같은 심정이군.”
“그 우화대로라면 결국 우리는 그 미래를 ‘신 포도’ 취급해야 합니다, 공작님.”
“그래야 자기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위로할 수 있으니 말일세. 한 대 피워도 괜찮겠나?”
“피우십시오.”
칙……!
앱솔 공작은 갑갑한 마음에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 다음 한 모금 깊게 빨아들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일이라는 게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이상으로 나아가고자 하면 왜 이렇게 벽은 두껍고 높은 것인가?
인간의 감정, 생각, 원한이라는 건 또 왜 이렇게 잔혹한가?
신은 대체 왜 인간을 만들었으며 그들을 고통받는 세상에 가두고, 선한 자들을 이 지옥 속에 구르게 만든 것일까?
“후우우우…….”
“흐으으음…….”
담배 연기를 뿜는 앱솔 공작도, 자르엔 백작도… 그리고 그것을 보는 찬성 일행까지 이 미칠 것처럼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리는 상황 속에서…….
“그래도 포기해선 안 됩니다, 오라버니.”
창문 사이로 들어온 빛이 금발에 반사되어 방 안에 있는 모든 이들을 비추면서 레오나 앱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