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1
21화.
‘온다!’
‘그래!’
그것이 무슨 신호인지 아는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은 움직임을 멈추고 물러나서 대비를 했다.
당연히 그 이유를 모르는 찬성은 그저 ‘뭐 하려는 거지?’ 하며 물러나려다가 일전에 고블린 챔피언이 쓰러졌을 때 딜하던 것을 떠올리고 다시 전진했다.
‘이게 그… 무력화인가? 지금 딜하면 되는 건가? 어라? 근데 저분들, 왜 뒤에…….’
[시스템-‘대왕 쥐’가 ‘맹수의 포효’를 사용합니다.]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에?’
찬성이 위화감을 느끼던 찰나! 대왕 쥐가 포효하기 시작했다.
시스템 창과 함께 귀를 찌르는 포효에 찬성은 시야가 흔들리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느새 귀를 막고 있는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의 모습을 발견했다.
‘마, 말 안 한 게 이거구나! 으으윽! 소리로 공격이라니!’
아무리 찬성의 능력이 뛰어나도 광범위하게 음파로 공격하는 이 패턴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눈앞이 흔들리는 느낌으로 시야가 불확실해지는 가운데 찬성의 눈앞엔 새로운 시스템 창이 또 나타났다.
[시스템-당신은 ‘상태 이상:혼란’에 걸렸습니다. 지속 시간 15초.]‘이게 혼란인가? 윽, 본래 나라면 이 정도로 흔들리지 않을 텐데… 망할 게임!’
검술을 수련하면서 온갖 고난과 역경을 맛보고 균형 감각도 올려놨기에 이 정도로 혼란에 걸릴 건 아니었지만, 이것은 엄연히 게임. 그 룰과 법칙은 절대적이었다.
“아, 저건 어쩔 수 없이 걸리는군.”
“쿠룩. 우리처럼 미리 귀를 막거나 귀마개를 장비하면… 쿠룩. 피할 수 있는 패턴이지만 말이야. 쿠룩.”
“자, 그럼 어떻게 구를지 볼까?”
“쿠룩. 이게 꿀잼이지.”
뉴비가 대견하게 잘 싸우는 것도 볼만했지만, 역시 고인물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뉴비가 고통받는 장면이었다.
그래서 예능형 게임 스트리머들이 실력파보다 더 인기를 끄는 게 아니겠는가?
타인의 비극이나 고난만큼 재미있는 게 없었기에 둘은 찬성이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기대하며 지켜봤다.
‘혼란? 아, 아무튼 이대로 있으면 안… 어? 이게 뭐야?’
포효를 마친 대왕 쥐는 다시금 미친 듯이 찬성에게 돌진해 오고 있었다.
찬성은 다시 검을 들고 얼른 몸을 돌린 다음 싸우려고 하다가 놀랐는데, 몸이 자신이 움직이려 하는 것과 반대로 움직였기 때문이다.
왼손을 들어 올리려고 하니 오른손이 내려가고, 뒤로 가려고 하니 몸이 앞으로 향했다.
‘이, 이게 뭐야? 이게 혼란이라고? 그냥 행동 못하는 게 혼란 아니야?’
찌이이익!
“컥!”
[시스템-‘대왕 쥐’의 공격으로 19의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Lv.9 찬성]생명력:9/41 스태미나:28/31
좌우 반전, 상하 반전 패턴. 그것에 놀란 사이 대왕 쥐의 돌진에 그대로 직격당한 찬성은 땅을 구르면서 날아갔고, 생명력이 다시 소모된 것을 눈치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맞은 것을 보자 대왕 쥐의 주의를 전국건강협회가 다시 끌어 준 것이었다.
“자자, 이리 와라. 옆구리 노려!”
“쿠룩! 알았다.”
‘으으으… 반대로. 반대로. 반대로. 반대로.’
아직도 혼란 상태인 찬성은 천천히 몸을 반대로 움직여 일어서기 시작했다.
놀라운 것도 놀라웠지만, 조금 생각하니 이런 체험은 현실에선 절대 할 수 없는 거였다. 그 순간 그는 무언가 퍼뜩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일반 상태에선 절대 못하는 거야. 이거 의외로 재미있겠는데? 좌수, 우수 다 쓸 수 있게 수련은 했지만 말이야.’
“어라? 아직 디버프 안 빠졌는데… 무리 안 하셔도?”
“저거 언제 한 번 더 쓰나요?”
“예? 아~ 적당히 잘 버티고 있으면? 하지만 이제 금방 죽을 것 같아요. 저희가 그동안 잡고 있었으니 말이죠.”
“한 번 더 보게 해 주세요.”
‘오… 학습 태도 좋고~’
‘이것이 뉴비의 참된 자세! 그렇지. 습득이라는 건 직접 해 봐야 하는 법이지!’
두 사람은 근성이 넘치는 찬성을 보면서 감동,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왕 쥐에게서 물러났다.
그리고 셋은 공격을 피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대왕 쥐는 다시 귀를 찢을 것 같은 포효를 내뱉었다.
찌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익!
“자, 이제 귀를… 어?”
“쿠룩?”
“…….”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귀를 막고는 찬성이 귀를 막는 것을 확인하려는데, 그는 귀를 막고 있지 않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건지 의아해할 때, 찬성은 그대로 포효를 맞고서 또 한 번 ‘상태 이상:혼란’에 걸렸다.
상하좌우가 반대로 움직이는 상황.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 설마?”
“쿠룩?”
“후우우우…….”
차분하게 호흡을 내뱉으며 움직이던 찬성은 그대로 검을 들고서 자신에게 달려오는 대왕 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돌진하는 대왕 쥐를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고, 꼬리 또한 고개를 숙여서 피했다.
그다음 검으로 자비 없이 꼬리 아래, 생물의 급소가 되는 부분에 정확하게 직격으로 찔러 넣으면서 외쳤다.
“강하게 찌르기!”
찌이이이이익!
[시스템-당신은 ‘강하게 찌르기’로 대왕 쥐에게 28의 데미지(급소 데미지 추가)를 입혔습니다.] [시스템-대왕 쥐가 죽었습니다.] [시스템-‘업적:쥐를 잡자, 찍찍찍(조건:대왕 쥐의 소굴 클리어)’을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업적:뒷걸음치다가 쥐 잡기(조건:던전 적정 레벨에 혼란 상태에서 대왕 쥐 처치)’를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레벨 업! 10레벨이 되었습니다.]쿠우우웅!
찬성이 찌른 것이 막타였던 듯, 대왕 쥐는 그대로 힘없이 쿵 하고 쓰러졌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창에 여러 메시지들이 올라오면서 업적까지 달성된 것을 확인했다.
“음… 뭔가 부족해. 한 번 더 와야겠어. 이거 꽤 좋은 수련이 될 것 같은…….”
“저기, 찬성 님, 몹 잡았는데… 뭐 하세요? 대단하신 건 알겠지만… 저기요?”
“쿠룩. 오… 찬성 님, 레벨 10이 됐습니다. 쿠룩! 이제 전직할 수 있습니다! 쿠룩!”
드디어 바라던 전직을 할 수 있는 10레벨이 되었지만, 찬성은 몸이 반대로 작동하는 감각 속에서 움직이던 것을 떠올리느라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는 무엇에 한눈팔려 있는지 모를 그의 정신을 깨우기 위해서 옆으로 가서 계속해서 승리하고 얻은 것에 대해 말해 줬다.
“찬성 님, 업적도 달성했어요! 이거 우리도 업적 달성했다? ‘업적:뒷걸음치다가 쥐 잡기’ 말이야.”
“쿠룩. 이거 파티원이 하면 되는 거구나. 쿠룩.”
“하긴 파티로 뭉쳐서 하라고 만든 업적 같으니까……. 조건에 적정 레벨이 달려 있어서 나중에 고레벨 찍고 와서는 못하니 파티로 협력해서 해야겠지.”
“쿠룩쿠룩. 공략에서 언급한 건 들었는데… 쿠룩쿠룩. 진짜로 할 줄은 몰랐네. 쿠룩. 우리 3인으로는 절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쿠룩. 아무튼 개쩐다, 진짜…….”
그저 귀만 막으면 피할 수 있는 패턴인데, 그것을 스스로의 재능으로 극복하기 위해 한 번 더 맞은 찬성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둘이었다.
압도적인 레벨로 찍어 누르는 게 아닌 이상 보통은 5인이 합을 맞추고 파티도 잘 짜서 해야 하는 업적을 전사, 전사, 무투가라는 유동성 하나도 없는 조합으로 해냈으니 기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이거! 업적 보상 있는 거다! 야! 우편함 봐!”
“쿠룩! 오! 진짜다! 찬성 님! 이거 칭호 보상 있습니다! 쿠룩!”
“칭호 보상이요? 그러니까 우편함… 우편함.”
[우편함(1)] [‘업적:뒷걸음치다가 쥐 잡기’의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보상:랜덤 박스×11]“랜덤… 박스? 이거 캐시 템 아니에요?”
“쿠룩, 일종의 맛보기 같은 겁니다. 모바일 게임에서 흔히 나오는 상술의 일종이죠. 쿠룩. 사료를 뿌리면서 이제… 도박에 맛을 들이게 하는, 쿠룩. 겁니다. 뭐, 좋아하는 사람은 사료라고 하는 거지만요. 쿠룩.”
“더불어 생색도 내기 좋은 아이템이죠. 대부분 쓰레기만 나오는 거지만, ‘운이 좋으면’ 엄청 좋은 것도 나오거든요. 전설 아이템이나 히든이나 레어 클래스 전직권 같은 건 팔면 가격이 수천만 원에서 억대까지도 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런 보상이니까… 보통은 굳이 안 깨려고 하죠.”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난 뒤, 두 사람은 동시에 업적 보상으로 나온 랜덤 박스 11개를 까기 시작했다.
찬성도 인벤토리 UI에 나와 있는 별 모양으로 장식된 랜덤 박스를 열어 봤다.
그러자 찬성의 눈앞에 새로운 창이 하나 더 뜨더니 폭죽이 터지면서 온갖 화려한 효과들이 나타났다.
“이거 뭐예요? 막 번쩍여요!”
랜덤 박스를 깔 때 나오는 화려한 이펙트에 놀란 찬성은 호들갑을 떨면서 두 사람에게 물었지만, 둘은 이런 랜덤 박스 같은 가챠 상품을 이미 수없이 질러 보았기에 태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거 별거 아닙니다. 그냥 이펙트예요. 침착하셔도 돼요.”
랜덤 박스에 대해서 온갖 폄하 및 투덜거림을 내뱉기는 했어도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 둘 다 결국 자신의 랜덤 박스를 여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상자들이 화려한 이펙트를 뿌리면서 열리지만 나오는 것은 죄다 쓰레기 잡템들뿐이었고, 11개의 박스는 금방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쿠룩, 음, 망했군. 죄다 잡템이네. 희귀도 안 나와. 쿠룩.”
“대체 ‘D.E’사는 왜 이딴 아이템을 넣어 둔 거야?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정도면 이런 거 안 넣어도 돈을 갈고리로 긁어모을 텐데 말이야.”
“가진 놈이 더 원한다는 말이 있으니까……. 쿠룩. 음… 끝났군. 쿠룩. 감자, 당근, 양파 같은 기본 식재료고… 가장 비싼 건 ‘(희귀)암소의 넓적다리’인가? 쿠룩. 이거 요리 스킬로 조리해서 먹으면 맛있다더라. 그나마 팔면 좀 나오겠네.”
전국건강협회는 청소년의 상체만 한 잘린 소의 넓적다리를 인벤토리에서 꺼내서 그대로 보여 주었다.
‘희귀’라고 붙을 만한 아이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판매하면 포션이랑 모닥불 정도의 값어치는 할 아이템이기에 그는 적당히 만족했다.
반면 인상을 찌푸린 근손실보험은 작은 못을 보여 주며 투덜거렸다.
“쿠룩. 난 뭔지 아냐? 이거다. ‘(일반)녹슨 못’. 나머진 메마른 모래, 조약돌 같은 거지. 쿠룩쿠룩. 어이가 없네. 진짜… 이런데도 여기에 수천만, 수억씩 쓰는 놈은 제정신이 아닌 거 아니냐?”
“도박이 콘텐츠인 스트리머들도 있고, 일반적으로 전직이나 획득이 어려운 히든 클래스 전직권이나 영웅, 전설 장비 같은 거 먹고 시작하려는 놈들도 있으니까……. 차라리 나처럼 이렇게 룩딸이나 하지.”
“쿠룩. 너도 제정신이 아니다. 쿠룩.”
“시꺼. 그나저나 찬성 님은 뭐 나오셨나요?”
“저기… ‘3차 클래스 데몬베인(Daemonbane) 즉시 전직권’이라고 나왔는데요? 이거 좋은 건가요?”
콰과가가강!
그 순간 천둥이 치는 것 같은 충격이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의 뒤에 몰아쳤다.
이들도 나름대로 랜덤 박스 좀 지른 친구들인데… 단 한 번도 득템이라고 할 만한 아이템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생뉴비인 찬성이, 심지어 무과금으로 업적에서 나온 랜덤 박스로 득템을 해 버리니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3차 클래스 전직권! 세상에, 대박! 나온 거 처음 본다!”
“쿠, 쿠룩! 어, 어디, 진짜입니까? 세상에… 쿠룩!”
“네. 여기… 이렇게 보여 주면 되나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한 두 사람 앞에 찬성은 인벤토리에서 ‘3차 클래스-데몬베인(Daemonbane)’의 전직권을 보여 주었다.
1레벨부터 곧바로 3차 전직 클래스인 ‘데몬베인’이 될 수 있는 전직권으로, 경매장 거래 혹은 현금 거래가 가능한 엄청난 아이템이었다. 거기다 3차 전직의 성장 계수를 받으면서 싸울 수 있기에 압도적으로 게임할 수 있다.
초심자의 행운이라고 해야 할까? 뉴비의 행운에 두 사람은 충격이 가신 뒤 부러움이 몰려왔다.
“세상에… 대박.”
“쿠룩. 부럽다. 쿠룩. 뭐, 데몬베인 자체가 그리 압도적으로 좋은 전직도 아니고, 쿠룩… 시세가 아주 비싸진 않지만요. 쿠룩.”
“얀마, 그래도 저거 백만 원은 넘어. 그러니까 지금 시세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는 현재 게임 서비스 초기였기에 갖가지 아이템 시세가 상당히 높은 축에 속했다.
그런 상황에서 상당히 값어치가 나가는 아이템을 뽑았으니 부러운 시선이 가는 건 자연스러웠다.
사실 말이 백만 원이지, 그냥 공돈이 생긴 거라 배가 아플 터였다.
“음, 이거 팔아서 나누죠.”
“네?”
“쿠룩?”
“생각해 보니 이 던전엔 어차피 저 혼자 못 왔을 거고, 두 분이 아니었다면 업적도 못했을 건데… 그저 운이 좋아서 뽑은 걸 저만 독차지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맙소사.”
“쿠, 쿠룩?”
보통 사람이라면 그냥 감사하다고 말하고 끝낼 상황이었지만 찬성은 과감하게 나누겠다고 이야기해 버렸다.
그로서는 생짜 초보 뉴비인 자신에게 이렇게 잘 대해 주면서 10레벨까지 맞추자고 해 준 두 사람이 고맙기도 했고, 그는 지금 게임으로 요양 온 셈이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해서 돈을 버는 것에 그리 큰 집착을 하기보다는 내면의 평화를 원했다.
“그러니 팔아서 나눠 드릴게요.”
“33만 원… 쿠룩. 아니, 수수료 빼면… 쿠, 쿠룩!”
“그러면 그 돈으로 뭐, 뭐 사지?”
“저기, 보스 몬스터 뭐 나왔는지 봐도 되나요?”
“아, 맞다. 봐야지.”
“쿠룩. 이래서 랜덤 박스가 위험하군. 쿠룩.”
찬성의 통 큰 자비에 순간 정신이 나갔던 둘은 그의 질문에 정신을 차리고 보스 몬스터였던 대왕 쥐의 시신으로 다가갔다.
보스 몬스터답게 아이템이 떨어져 있었는데, 은은한 푸른빛과 함께 희귀급이 하나 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오… 이건 ‘(희귀)쥐 학살자’… 검이군요.”
[(희귀)쥐 학살자]데미지:1~8
옵션:민첩+2
‘쥐’ 타입 몬스터에게 기본 2배 데미지
부위:한 손 검
“검?”
“쿠룩, 검 좋아하시나 보네.”
검이라는 말에 눈을 반짝이며 다가오는 찬성.
전국건강협회가 띄워 준 시스템 창으로 보이는 옵션보다는 검의 형태와 모양부터 살펴보았다.
‘쥐 학살자’는 검이라기보단 마치 쥐의 꼬리를 연상시키는 꼬챙이 같은 외양으로, 송곳이라고 해야 더 알맞을 것 같은 이 검을 찬성은 턱에 손을 대고 감상하듯 바라보았다.
“으음… 이건 도대체 휘두르는 맛이 하나도 없을 것 같고, 조금도 날이 안 서 있는데… 왜 검이지? 으으으음…….”
“저기, 찬성 님, 그건 게임사에서 정하는 거라.”
“…쿠룩. 이분 이상한 데서 깐깐하시네. 쿠룩. 아무튼 저희 중 ‘검’을 쓰는 건 찬성 님뿐이니 찬성 님 가지세요. 너도 이의 없지?”
“암! 없지! 어차피 내 창이 더 좋기도 하고… 더구나 난 창병으로 갈 거라.”
엄연히 같은 전사 클래스인 전국건강협회도 있긴 했지만 그는 적극적으로 찬성에게 양보했다.
찬성에게 배분도 받는 것이지만, 어차피 그는 ‘클래스:로열 가드’로 가기 위한 과정인 ‘클래스:창병’으로 전직할 거라서 굳이 검이 필요 없었다.
“감사합니다. 근데 이거 저만 받는 것 같아서 죄송하네요.”
“뭐, 그런 날도 있는 거죠.”
“쿠룩. 어차피 ‘전직권’ 배분을 해 주시는 마당에 이거 하나쯤이야 의미 없습니다. 쿠룩. 아무튼 돌아가죠. 다 같이 10레벨이 되었으니 이제 우리도 클래스 전직을 해야지요. 쿠룩!”
드디어 된 10레벨, 전직의 시간. RPG 게이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순간을 손가락에 꼽는다면 바로 이 순간이리라.
찬성 또한 드디어 소드맨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눈을 빛냈고, 셋은 같이 던전을 나가면서 이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쿠룩, 그러고 보니 찬성 님이 뭘로 전직할지 안 물어봤네요. 쿠룩. 뭐, 찬성 님 정도 자질이면 뭘 해도 되겠지만. 쿠룩…….”
“일단 검을 쓰실 거면 용병이나 광전사이려나? 가디언도 좋지만 그건 방패를 껴야 하니…….”
“소드맨이요.”
“…….”
“…쿠룩.”
찬성의 말에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의 움직임이 굳었다.
그래, 사전에 철저히 조사해서 이 게임에 입문한 둘은 고인물과 마찬가지로 소드맨이 얼마나 구린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으으음… 어어어… 이걸 뭐라고 해야 하지?”
“쿠룩… 으으음…….”
둘은 전망 없고 힘든 직업을 선택하려는 자식을 설득하려고 하는 부모인 양 무슨 말을 꺼낼지 고민했다.
물론 그가 재능이 있는 건 알지만… 아니, 재능이 있기에 그래도 성능적으로 좋은 클래스를 추천하고 싶은 건 당연한 것이었다.
거창한 히든이나 유일급은 아니어도 특정 영역에서 자기 역할급 이상의 수행이 좋은 클래스는 훨씬 더 많았는데, 그걸로 하면 되지 굳이 힘든 길을 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쿠룩… 이거 어떻게 하지?”
“으으으음… 아니다. 해도 될 것 같다.”
“쿠룩? 아니, 왜?”
하나 갑자기 전국건강협회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2차 클래스인 소드맨은 똥클이지만… 3차엔 꽤 괜찮은 클래스들로 변해.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탱과 딜을 70 대 70으로 가져가지만, 3차 클래스에서 다시 100 대 70 혹은 70 대 100 이런 느낌이지. 블레이드 마스터, 임페리얼 나이트, 템플러 등등… 3차까지 가면 그래도 밥값은 해.”
소드맨은 어디까지나 2차 클래스. 3차 클래스라는 또 한 번의 성장이 남아 있기 때문에 그의 말대로 굳이 올라가도 3차 클래스까지 가면 된다는 이야기였다.
하나 근손실보험의 의견은 달랐다.
“쿠룩. 어차피 3차 가면 자기 분야에서 130, 140, 150 하는 놈들 천지잖아. 쿠룩.”
“그렇긴 하지. 하지만 애초에 우리가 효율 따지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잖아?”
“쿠룩, 으으음… 그렇지.”
초기 스테이터스에 힘 30 찍고 극힘 트리 타기 위해서 전직 루트 세팅한 놈 하나, 건강 30을 찍고 극건강 트리 타기 위해서 전직 루트 세팅한 놈 하나.
일반적으로 주력 스테이터스에 투자하는 건 정석이지만, 그래도 장비 착용 조건에 맞추거나 스킬 사용을 위한 스태미나 및 마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융통성 있게 찍는 게 정석이었다.
이 두 사람도 정상적인 육성과는 거리가 먼 변태들이었기에 그 둘은 찬성의 소드맨을 지지해 주기로 했다.
“결론… 뭐, 나쁘진 않다고 봅니다.”
“…그게 그렇게 길게 이야기할 거였나요?”
“쿠룩! MMORPG 게임에서는 클래스 인식이 망겜이긴 하니까요. 고려를 많이 해야겠죠.”
‘누님이랑 같은 소리를 하네.’
그만큼 게이머들이라면 부정할 수 없는 공통적인 의견이라는 뜻이었다.
클래스에 편차가 있다면 인식에 따른 차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 MMORPG 게임의 숙명이었다.
하지만 찬성은 그래도 소드맨을 고집했고, 그들은 지하 수로를 나오자마자 곧바로 전직 퀘스트를 하기 위해서 흩어지기로 했는데,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 전에 이 전직권은… 어디서 팔아야 하죠?”
“도시 경매장에 가야 합니다. 뭐, 같이 가죠.”
“굳이 같이 갈 거까지는 없을 것 같은데요? 시간 빼앗는 것 같고…….”
“쿠룩, 아뇨. 혼자 가면 머리 아프실 겁니다. 쿠룩. 가 보면 압니다.”
“네?”
경매장에 가는 건 처음이지만 찬성은 그래도 상점 UI 비슷하게 검색을 한 다음 시세에 맞게 아이템 등록을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따라온다고 하니 거부할 이유는 없어서 동행했다.
그리하여 지도를 열어서 도시 상업 구역을 지나 경매장 영역으로 향하자, 그는 두 사람이 말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각종 아이템, 아바타 삽니다아아아아아아!”
“제가 가장 비싸게 사 드립니다아아아아아!”
“자자, 뭐 팔러 오셨나요? 그럼 저희에게 파세요!”
“랜덤 박스 쓰레기 템들 다 처분해 드립니다아아아아아!”
상점 쪽과 다르게 경매장 앞은 사람들로 더욱 붐비고 있었는데, 심지어 각종 유저와 파티 모집 UI로 인해 아주 혼란스러웠다.
특히 여러 유저들이 계속 시끄럽게 떠들면서 사고판다는 이야기를 반복하는 걸 듣고 있자니 머리가 아팠다.
현실에서도 산에서만 수련 생활하던 찬성에겐 충격이 컸는지, 그는 마치 부모 뒤에 숨는 아이처럼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 뒤로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봤다.
“쿠룩쿠룩. 이래서 같이 오자고 한 겁니다. 쿠룩. 멋모르고 왔다가 감언이설에 속아서… 쿠룩. 괜히 호갱처럼 당할 수 있거든요. 쿠룩.”
“일단 저기서 떠드는 말, 죄다 거짓말이라는 것만 인식하세요. 놈들의 목표는 ‘경매장 수수료 아껴 볼까?’ 하면서 거래하는 초보 유저들. 하지만 사실 경매장 가서 확인해 보면 수수료를 제하고도 훨씬 비싸거나 터무니없이 싸게 사들이는 거죠. 어느 온라인 게임을 가든 일상입니다.”
“그, 그런 거 범죄 아닌가요? 제재 안 하나요? 아! 여기 게임 속이지?”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싶은 찬성은 급히 주워 담으려 했지만, 순진한 뉴비의 반응에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는 또 한 번 미소 지으면서 그 반응을 즐겼다.
“크흠! 뭐, 자유도의 뒤에 숨겨진 그늘이죠. 밖에선 속는 놈이 바보라고 하고… 그리고 이 도시를 지배하는 브루탈 길드도 이놈들에게 조금씩 세금을 받으니 결국 한통속이죠. 뭐, 반대로 뭐든지 되어 볼 수 있고 할 수 있으니까… 이 게임이 인기가 높은 거지만요.”
“아하…….”
“게임이라지만 어떤 면으로 보면 사회보다 무서운 곳입니다. 아무튼 무시하고 뭔가 사는 척하면서 경매장으로 가죠. 다행히 이 도시는 초보자 지역이라 PK 활성 자체가 불가능이니 무서워할 게 없습니다. 그러니 저 모든 소리나 반응을 무시하고 들어가면 됩니다.”
“네!”
초보 유저가 당하기 쉬운 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셋은 무사히 경매장으로 향했다.
하나 그들은 곧 온라인 게임 자유도가 허락하는 내에서 악질적으로 행동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금방 보게 되었다.
“통… 제?”
“쿠룩, 다른 시설도 아니고 어지간한 경매장에다 통제를 걸 줄이야. 쿠룩! 이게 뭐냐면 쉽게 말해서… 이 도시의 주인인 길드가 쓰지 말라고 공지해 놓은 겁니다. 쿠룩.”
“보통은 던전 입구나 사냥터 같은 곳을 중심으로 하는데… 경매장 앞에다 해 놓다니. 이놈들, 보통 놈들이 아니네.”
의아해하는 찬성과 달리 이게 무엇인지 확실히 아는 두 사람은 인상을 찌푸린 채 경매장 앞을 가로막고 있는 자들을 바라봤다.
각자 입고 있는 것과 아바타는 달라서 일체감은 없었지만 다들 브루탈 길드의 엠블럼이 장비나 갑옷에 새겨져 있었기에 그들이 이 통제를 하는 주역임을 알 수 있었다.
이 도시는 엄연히 초보자 도시라서 PK 불가였기에 이런 식으로 캐릭터를 벽처럼 세워 놓고 통제하는 것이었다.
“통제 중입니다. 돌아가세요.”
그리고 다른 유저가 와도 마치 NPC처럼 한마디만 하고 계속해서 가만히 서 있을 뿐이었다.
PK가 안 되고, 설사 하더라도 이들은 이 도시의 주인인 길드 소속이라서 주변 경비병 NPC들이 상대를 범죄자 취급을 해서 그들만 노릴 것이다.
“어, 왜 저러는 거죠?”
“왜긴요. 다 돈 때문이지. 게임 속도 결국 사회랑 같아서 이권이나 권력을 노리는 놈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저 경매장을 통제하는 이유는 여기 산더미처럼 있는 장사꾼이랑 마을 상점을 이용하게끔 강요하는 거죠.”
“아! 그러고 보니 상점에 갔을 때, 다른 사람들이 상점 아이템 가격이 너무 높다고 했었어요.”
“쿠룩, 그럼 사이즈 딱 나오는군요. 쿠룩쿠룩. 이건 딱 자기들 수익을 위해서 통제하는 거군. 하긴 초보자 도시 주변에 좋은 사냥터도 적고 던전도 드무니까… 쿠룩! 이런 수밖에 없긴 하겠지.”
“어쩌죠? 그럼… 다른 도시의 경매장에 갈 때까진 못 파나요?”
“그래야겠지요. 엉? 야, 뭐 해?”
딱 봐도 저들의 통제가 언제 풀릴지도 모르는 건 물론이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았기에 찬성의 말대로 보통은 더러워서 안 간다는 생각으로 다른 도시의 경매장을 쓰는 게 옳은 일이었다.
동의하는 전국건강협회였지만, 근손실보험은 뭔가 생각이 있는 듯 조심스럽게 경매장 건물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쿠룩쿠룩. 음…….”
그러곤 건물 벽면을 이리저리 만져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뼉을 치며 찬성과 전국건강협회에게 말했다.
“쿠룩. 음, 들어가는 게 가능할 것 같다.”
“어떻게?”
“들어갈 수 있어요?”
“쿠룩, 이거 파괴 가능 오브젝트다. 말이 조금 이상한데… 쿠룩, 그러니까 찬성 님, 게임에서는 건물과 특정 NPC의 파괴를 고의적으로 막아 두는 건 알고 계십니까?”
“파괴를… 막아 둔다고요?”
“쿠룩쿠룩, 예. 튜토리얼을 했던 모험가 길드 건물이 대표적 예시죠. 쿠룩! 만약 그게 없어지면 신규 유저는 아무것도 못할 테니… 무슨 수를 써도 파괴되지 않게끔 설정해 둔 겁니다. 설사 메테오가 떨어져도 부서지지 않게 말이죠.”
“아하!”
쉬운 예시를 들어 설명을 해 준 덕분에 찬성은 금방 이해했다.
그 말대로 파괴 불가 설정이라는 게 존재하는데, 이 경매장의 벽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전국건강협회는 벽을 두드려 보면서 그것을 확인했다.
“맞네. 왜 안 해 둔 거지? 이것도 중요한 시설일 텐데.”
“쿠룩. 잠시만 기다려 봐.”
“뭘 하려고?”
“쿠룩… 보자. 역시 문제는 이거였군. 쿠룩. 브루탈 길드 놈들, 처음부터 통제하려고 기본 경매장 겉면에다가 건물을 하나 더 씌워 둔 거였어. 봐봐. 본래 경매장은 사면이 입구로 되어 있는 개방형 형태 건물이다.”
UI를 조작해서 스크린 샷을 띄워 주는 근손실보험. 약 3개월 전 이 도시 경매장 건물의 본래 형태는 그가 말한 대로 사면이 개방되고 누구나 오갈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어느샌가 정면의 입구 하나로만 들어갈 수 있게 변형된 것이었는데, 스크린 샷과 지금 건물을 대조해 보니 딱 봐도 겉에 상자를 씌우듯 덮은 것이었다.
“이야~ 이 양아치 새끼들… 아주 제대로 수작을 부렸네.”
“그럼 파괴 가능하면 부수고 들어가면 되나요?”
“쿠룩쿠룩. 하지만 그것도 쉬운 게 아니죠. 뭐, 레벨 업 좀 된 유저라면 모를까, 보통 여기서 시작하는 초보 유저들의 스테이터스로는 파괴하는 게 불가능할 테니까요.”
수작을 부리는 브루탈 길드에서도 쉽게 부술 수 없게끔 만들었을 것이다.
안 그러면 오히려 이 건물을 만드는 데 들어간 ‘인게임 머니’만 아깝고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찬성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근손실보험은 그 모습을 보곤 씨익 웃으며 드디어 본론을 꺼냈다.
“쿠룩쿠룩쿠룩. 제가 말한 건 보통 초보 유저들의 스테이터스면 불가능하다는 거였죠. 쿠룩.”
“네?”
“짜식, 뉴비 앞이라고 폼 잡으려고 아주 쇼를 하네.”
“쿠룩쿠룩쿠룩! 쿠화화화화! 하지만! 스타팅 보너스 스테이터스를 모두 힘에 30! 거기에 10레벨을 찍은 지금 제 힘 스테이터스는 무려 53. 거기다……! 랜덤 박스에서 얻은 ‘(희귀)상급 힘의 비약(일정 시간 힘 +30)’과! ‘스크롤:스트렝스 업(일정 시간 힘 15퍼센트 증가)’, 거기에! 무투가 패시브 스킬인 ‘투지 끌어올리기(1성):힘, 민첩 10퍼센트 증가’까지 하면… 무려 100.4! 쿠루루룩! 이거라면!”
“오오오오오……!”
극한의 힘 세팅! 이 뉴비를 감동시키는 것과 분배금을 위해서 그는 가지고 있는 모든 비장의 카드들을 꺼내어 스테이터스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그는 벽을 툭툭 두드렸다.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본래 입구와 연결되어 있을 얇은 부분의 벽을 발견, 그대로 자세를 잡으면서 찬성에게 작전을 전했다.
“쿠룩, 제가 부수면……! 찬성 님은 입구 쪽을 살펴보다가 사람이 사라지면 바로 들어가서 경매 등록하세요.”
“예? 여기 부순 곳이 아니고요?”
“아니, 굳이 이렇게까지 할 건 없잖아. 그냥 옆 도시 가서 팔면 되는 걸…….”
“쿠룩, 띠껍잖아. 쿠룩쿠룩. 양아치 새끼들 엿 한번 먹여야지. 아, 너는 마치 누가 부순 걸 보고 들어온 척 찬성 님 옆에 서서 시선을 분산시켜. 쿠룩. 누가 봐도 네가 더 비싼 걸 팔 것처럼 보이니까. 쿠룩.”
끄덕.
내심 근손실보험의 말에 동의하는 듯 전국건강협회는 고개를 끄덕였다.
찬성은 어리둥절했지만 그래도 작전을 생각해 준 두 사람의 성의를 생각해서 따르기로 했다.
“그럼 갑니다! 쿠룩! 흐으으으으읍!”
“여기서 안 부서지면 개쪽이다. 키키킥.”
“쿠워어어어! 그래서 비장의 스크롤이랑 포션 쓴 거잖아! 쿠룩! 흠!”
콰아아앙! 후두두둑!
근손실보험의 근력 100.4의 전력이 담긴 펀치가 경매장 건물 벽에 작렬!
벽이 부서지면서 본래 경매장 외부의 문을 담당하던 곳이 드러났다.
찬성은 즉시 그곳으로 들어갔고,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은 즉시 현장에서 도망쳤다.
잠시 후, 벽이 무너지는 소리를 듣고 입구를 통제하던 브루탈 길드원들이 몰려들었다.
“뭐야? 이거?”
“저 새끼들이!”
“저놈들인가? 망할 자식들이! 이미 질주 쓰고 멀리 튀었어!”
행여나 아이디가 드러나면 이 주변 도시에서 저 브루탈 길드 놈들 때문에 귀찮아질 수 있으니 재빠르게 인식 범위 밖까지 도망친 것이다.
어차피 목표는 찬성이 경매 등록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젠장! 쫓아가! 저 새끼들 아이디 반드시 확인해야 해! 저 망할 새끼들!”
“내부는 어떻게 합니까?”
“맞아! 여길 뚫었다는 건 들어가려고 했다는 뜻이니 어서 들어간 놈이 있나 바로 확인해!”
[귓말][근손실보험:여기는 잘 도망쳤습니다. 찬성 님은 별다른 아바타로 치장도 안 하고, 아이디도 위화감이 없어서 NPC랑 구별하기 힘드니까 등록한 다음 눈치 보고 잘 도망치시면 됩니다. 경매 등록은 현재 최저가에서 약 5~10퍼센트 정도만 싸게 올리시면 금방 나갈 겁니다.]‘좋아. 근데 이거… 왠지 두근거려서 재미있네.’
그리고 찬성은 NPC에게 말을 걸고 쭈그려 앉아 UI를 조작해서 3차 클래스 전직권-데몬베인을 판매에 올렸다.
이대로면 경매장 안에 찬성 혼자 있기에 브루탈 길드의 길드원에게 들킬 판이었지만, 그런 우려는 금세 불식됐다.
본래 통제하던 입구 쪽으로 다른 유저들도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다! 경매장 이용하자!”
“시X! 통제 언제 풀리나 했네!”
“브루탈 길드원들이 오기 전에 빨리빨리!”
“포션이랑 잔뜩 구매해야지! 무슨 동네에 상인 유저도 못 오게 하고! 아주 개판이야! 개판!”
“이, 이런 개새끼들아! 다 나가! 다 나가아아아!”
우글우글…….
막혀 있던 입구가 열리자 몰려든 다른 플레이어.
그제야 멍청하게 자신들이 입구를 열어 버렸다는 사실을 안 브루탈 길드의 길드원들이 몰려와서 다른 플레이어들에게 나가라고 외쳤다.
그러나 법적 구속이나 강제성도 없으니 다들 몰려와서 경매장 이용을 실컷 하기 시작했다.
아마 이곳을 지키는 브루탈 길드원들은 나중에 길드장이나 간부들에게 크게 혼나리라.
[시스템-근손실보험 님이 당신을 오픈 채팅방에 초대합니다.]‘음? 뭔지 모르지만 일단 받자.’
[채팅방에 입장하셨습니다.] [채팅방 멤버:근손실보험, 전국건강협회, 찬성] [근손실보험:미션 성공하셨나요?] [전국건강협회:여기는 잘 도망쳤습니다! ^^b] [찬성:네! 지금 올리고 나가고 있어요.]3인이 동시에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귓말만으론 부족했기에 인게임 시스템이 제공하는 채팅방을 사용한 근손실보험이었다.
무사히 경매장 등록을 마치고 브루탈 길드 엿 먹이기에 성공해서인지 세 사람은 신나게 떠들면서 어디서 모일지를 논했다.
[근손실보험:모이는 건 전직하고 모이죠. 어차피 흩어져야 했으니 말이죠. 게다가 경매 물건이 낙찰되면 우편으로 날아오니 문제없습니다.] [전국건강협회:저는 ‘창병’ 전직하러 이미 왔습니다. 히히.] [근손실보험:저는 ‘야만의 투사’ 전직입니다. 그린 스킨즈 소속 조건 채웠으니… 드디어!]“그럼 나도… 소드맨 전직하러 가야지.”
찬성은 곧장 모험가 길드로 가서 전사 담당 NPC를 만났다.
사전에 퀘스트를 받았기에 10레벨 조건이 달성되자 퀘스트가 자동으로 갱신되며 진행됐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소드맨의 길(2)]이제 좀 볼만해졌군. 좋아, 알려 주지. ‘검의 길’을 가고 싶은 건가? 그 손에 든 날붙이 하나에 목숨을 건 놈들이 수도 없이 많았지. 아무튼 가고 싶은 건 개인의 의사이니 더 말릴 순 없지만, 되고 싶다면 지도를 줄 테니 소드맨들이 수련하는 ‘검의 사원’에 가 보게.
조건:지도에 표시된 검의 사원으로 가기
‘오… 검의 사원! 이름이 좋아! 바로 가자!’
검의 사원이라는 이름이 특히나 마음에 든 찬성은 곧바로 그곳으로 향하려 했다.
소드맨 전직을 얼른 완료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그의 눈앞에 또 다른 시스템 창과 함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스템-외부 통신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얘, 저녁밥 먹어야지. 차려 놨으니 얼른 나와. 아! 나올 때 동영상 전송하고 나오는 거 잊지 말고!]‘민희 누님? 아… 벌써 이런 시간인가? 아! 내가 점심도 안 먹고 게임에만 열중할 줄이야! 악! 전직하고 싶은데!’
하지만 현실을 소홀히 할 수 없기에 그는 찍어 둔 고블린의 탑 동영상을 전송한 뒤 곧바로 게임을 종료하고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