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13
213화.
D.E사 사장실.
민희가 보낸 메일은 곧바로 찬성이라는 유저에 관한 모든 일을 직통으로 관리하는 사장에게 전해졌다.
“드디어 왔군. 이쪽은 이미 그럴 줄 알고 준비하고 있었지만 말이야.”
민희가 보낸 어설픈 간 보기 메일을 본 순간부터 사장은 이미 그녀가 승낙할 것이라는 예상을 했기에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었다.
“판이 아주 재미있어지겠어. 그렇지. 인생이란 자극이 있어야 제맛이지. 어디… 세상이 그 아이를 어떻게 대할지 기대되는군.”
사전에 준비를 다 해 놓았기에 가능한 한 빨리 그를 세상에 보여 주고 싶었던 사장은 미소를 지으면서 한시라도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 자신의 PC를 조작해 직접 운영진 권한으로 연결했다.
[귓말][D.E 공식 운영진 D:미니멈실버 님이신지요. 메일을 확인하고 곧바로 연락드렸습니다. 지금 대화 가능하신지요?] [귓말][미니멈실버:아, 예. 가능합니다. 조금 졸리긴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하니까요.]그렇게 사장은 미니멈실버와 대화하여 가장 빠른 일정을 잡은 뒤, 곧장 사내 팀에 이벤트 공지를 올리도록 지시를 내렸다.
***
그리고 1시간쯤 뒤, D.E사 공식 홈페이지에 새로운 공지가 올라왔다.
문구 아래로 찬성 검가에 올라온 영상들에서 따온 스크린 샷들이 나열되었다.
물론 스크린 샷에는 각각 인용한 영상의 출처가 깍듯이 붙어 있었다.
그 글 아래로 어두운 배경에 검을 허리에 차고 포즈를 잡고 있는 찬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찬성 본인이 봤다면 ‘내가 저런 포즈를 취했던가?’ 싶을 만큼 멋들어진 자세였지만, 가상현실 게임도 만드는 시대에 이 정도 편집 기능을 못 쓸 이유가 없었다.
***
인게임, 검의 사원.
게임에 들어가자마자 ‘검의 사원’으로 가서 평판을 위한 ‘편지’ 일일 퀘스트를 하던 찬성은 민희의 채팅을 받았다.
[찬성:너무 급한 거 아니에요? 벌써 공지까지 떴네요. 세상에, 빨라라…….] [미니멈실버:다 결정하고서 그런 말을 하는 거니?] [찬성:다시 생각해 보니 좀 그렇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근손실보험:뭐, 저희도 일정상 문제없었으니 말이죠. 게다가 뭔가 다른 걸 바쁘게 하는 편이 정신 건강에도 좋고…….]찬성과 미니멈실버를 제외한 인원들은 차라리 찬성이 바쁘게 뭐라도 하는 것으로 시나리오 후유증을 극복하길 바랐는지 다들 미니멈실버가 급작스럽게 내일 방송에 나가자고 하는 것에 동의하였다.
[전국건강협회:어차피 지금 시기가 최적이니까요. 복학하기 전이니…….] [살덩이는나약하다:어디 가는 것만 아니면 저도 문제없죠.] [근손실보험:출연료도 나오는 거면 알바비도 될 거고, 빨리 하고 빨리 받는 게 최고니까요.] [미니멈실버:그리고 유일 아이템 공개를 빵! 하고 터뜨리려면 딱 내일이 최적이라서 말이지. 후후후. ^^]이모티콘까지 써서 올린 그녀의 채팅에 찬성의 머릿속에선 사악하게 웃는 그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무튼 짜 맞춘 것 같은 파티원들의 의견에 찬성은 더 이상 뭐라고 말할 게 없었다.
[찬성:근데 방송에서 뭐 한대요?] [미니멈실버:그냥 그 사람들이 시키는 거 네가 전력으로 보여 주면 돼.] [근손실보험:그렇죠. 다들 그저 찬성 님의 검술이 보고 싶을 뿐인 거지, 뭔가 대단한 수사적 능력을 기대하는 게 아닐 겁니다.]“흐으음… 그러면 문제는 없겠지. 그보다 지금 문제는… 일퀘 다 하면 뭐 하지? 던전들은 금방 끝날 건데…….”
파티원들과 같이하는 던전 돌기는 ‘(유일)반지-알기에바’가 없을 때도 약 2시간 정도면 끝낼 정도로 수월했다.
반복하여 돌면 돌수록 기량이 높은 찬성이 더 익숙해지니 갈수록 빨라졌고, 이젠 ‘유일’ 아이템까지 있으니 더 빨라질 것이다.
“으으음… 뭐 하지? 사이드 퀘스트 하라곤 하지만… 어디에 뭐부터 하러 가야 할지 난감하네. 일단 세이온 주변을 돌아다녀야 하나?”
[귓말][살덩이는나약하다:찬성 님, 저기, 혹시 시간 있으신가요?]“어? 살덩이 님이 갑자기 귓말을?”
살덩이는나약하다의 갑작스러운 귓말. 멀쩡히 채팅방에 다 같이 있는데 귓말을 왜 한 건가 싶었던 찬성은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일단 그녀와 대화하기로 하고는 조심스럽게 귓말로 답변했다.
***
그 무렵, 인터넷의 모든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 관련 커뮤니티 게시판은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검성 클래스 게시판]암만 히든 클래스라도 특유의 ‘검술’ 컨트롤 문제로 사용자의 역량에 따라 성능이 극명하게 갈리는 ‘검성’ 클래스라서 한국에서는 하는 사람만 하는 클래스지만 중국, 일본에서는 절정의 인기를 가져서 그들 커뮤니티에서 문제가 될 정도…….
민희의 조치로 너튜브에 올리는 영상에서 찬성의 얼굴은 최대한 공개되지 않게 해 두었기에 사람들의 궁금증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 나도 궁금해 미칠 지경이야.”
으드득!
그리고 여기 그런 커뮤니티 반응을 보면서 이를 갈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포트리스. 화신 길드의 길드장, 아니 이제는 ‘전(前)’ 화신 길드의 길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였다.
그는 현재 화신 길드를 떠난 상태로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보아 준 길드에 들어와 있었다.
“이봐, 레이드에 가야지. 뭐 하고 있나?”
“아, 잠깐 공지 좀 보느라 말이죠. 지금 갑니다, 이토 씨.”
“실력자로 영입했다곤 해도 결국 타 국적 길드, 거기다 한일 관계를 생각하면 국가 간 감정이 안 좋으니까… 조그마한 틈이라도 보이면 근거 없는 뒷담이 올라올 수 있어.”
“주의하겠습니다.”
그가 일반인들이 모인 ‘화신’ 길드를 떠나서 들어온 길드는 바로 일본 기업의 후원을 받는 ‘사쿠라마치(桜町)’ 길드였다.
왜 굳이 이 길드에 들어왔냐면 그가 들어갈 수 있는 여러 길드, ‘기업 후원’을 받는 길드 중에서 자신과 자신을 따르는 길드원들을 가장 비싸게 사 줄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것이었다.
‘아주 타이밍 좋게 현명한 선택을 했어.’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화신을 떠날 맘을 가지고 여러 길드와 접선했는데, 일본 길드가 자신과 같이 나가자고 한 인원들을 가장 비싸게 고용해 준 것이다.
‘물론 이 사실을 길드원들은 모두 모르지만 말이지.’
다만 현실에서 계약서를 주고받고 사인을 했지, 아직 저쪽 길드로 완전히 넘어간 것은 아닌 상황. 일단 가능한 한 ‘화신 길드’에 남은 것을 이용해 먹기 위한 것이었다.
‘길드 하우스만 해도 비싼 축이니 그냥 두고 갈 수 없지. 가능하면 먹어서 팔아야지.’
그란 왕국 수도에 있는 이 길드 하우스만 해도 그냥 둘 수 없었기에 가능하면 차지해서 팔 생각이었다.
어디에? 당연히 사쿠라마치 길드다.
그들도 그란 왕국 수도에 있는 요충지의 길드 사무실을 안 살 이유가 없었다.
‘그러기 위해서 작업을 하고 있지.’
우선 길드의 간부진들을 모조리 섭외, 길드의 신규 가입을 더 이상 승인하지 않고 내부의 활동을 전부 중단해서 서서히 말려 죽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자기들이 어쩔 거야? 길드 권한 가진 게 나고, 임명된 간부들도 다 내 손아귀에 있어서 돈 나눠 먹고 ‘사쿠라마치 길드’에 길드 건물 팔고 넘어가면 그만이니…….’
길드 시스템이 보장해 주는 기능을 최대한 활용해서 완벽하게 길드를 소유하고, 그다음 이득도 보고 넘어갈 완벽한 계획을 세운 그에게 있어 이제 이 길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이 그란 왕국의 평판 및 지위와 작위를 올려 ‘권력’을 얻거나 하는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데, 서비스 4개월 차에 아직 그런 일이 가능한 유저는 없었다.
‘오히려 일본 길드 연합이 그란 왕국을 먹기 전에 팔아넘길 수 있어서 다행이지. 진짜 이건 운이 나를 따른다고밖에 볼 수 없군.’
그리고 하나 더 ‘사쿠라마치 길드’에 들어와서 알게 된 진실로, ‘기업 후원’을 받는 일본 길드들이 모두 힘을 합쳐서 ‘그란 왕국’을 장악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금화 시세가 역전하는 건 그 뒤에 다 회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였어. 정말 무서운 일본 놈들…….’
현 차세대 가상현실 게임 중 압도적 현실감을 자랑하는 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그란 왕국은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사람들이 접속하여 플레이 중으로 그란 왕국만 해도 동시 접속 인원 숫자가 천만 단위는 가볍게 넘는다.
가상 세계이지만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그곳이 곧 경제권. 그란 왕국만 장악해도 인게임 화폐로 거두어지는 세금과 아이템, 그리고 간판 및 건물에 세울 수 있는 각종 광고 수익 등등… 많은 메리트들이 자리 잡고 있었고, 일본 기업들은 이 점을 먼저 눈치채고 길드들과 협의해서 물밑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렇게 보면 미니 그 X년이 한 행동이 오히려 나에게 행운을 준 셈이군. 후후후… 훗, 아! 슬슬 던전이군. 아무튼 그 검성 놈 면상은 꼭 봐야겠어.’
포트리스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레이드 던전에 입장하며 공식 방송 채널에 알림을 걸어 두고 곧바로 ‘사쿠라마치 길드원’들과 레이드를 돌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 외에도 ‘검성’의 소식에 분개하는 또 한 사람이 있었는데, 바로 몇 주 전 저 ‘검성’으로 인해서 영지 쟁탈에 실패하고 자신의 영지인 ‘이첸성’마저 빼앗기고 길드가 분해된 ‘야만의몽둥이’였다.
“썩을 놈이……! 아주 살판 나셨구만!”
이를 갈면서 인터페이스로 공지를 보는 그 또한 ‘찬성’에게 악의를 품은 적이었고, 그는 지금 아이템과 스킬 세팅… 클래스까지 싹 다 바꿔서 유명한 PK 길드인 ‘데블즈 윙’으로 소속을 변경한 지 오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