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14
214화.
그가 새롭게 선택한 클래스는 바로 ‘용병’. 무기 사용이 자유롭고 다재다능하며, 전투 버프를 주는 클래스로서 보통 플레이어들은 데리고 다닐 수 있는 NPC가 한 명뿐이지만 용병은 그 숫자가 한 명 더 늘어나는 메리트가 있었기에 ‘데블즈 윙’에 들어가기 위해서 기꺼이 전직권을 사서 변환한 것이었다.
“…반드시 봐야겠군. 이 망할 자식! 드디어 뒤를 잡을 수 있겠어.”
그동안 떨어진 레벨을 회복하면서 ‘데블즈 윙’ 길드에 들어와 있던 그는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래서 찬성의 너튜브도 구독하고, 계속해서 행적을 쫓았지만 민희가 조치를 잘해 둔 덕에 영 뒤를 잡을 수 없던 와중에 공식 방송으로 드디어 행방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뒤를 잡아서 쫓아야 조질 타이밍이라도 재니까 말이지. 크크크… 특히나 이 길드는…….’
PK 전문 길드인 ‘데블즈 윙’. 과거엔 중견급 PVP 길드였지만 이제는 길드장부터 시작해서 50레벨 이상급 유저가 많아진, 요즘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길드다.
‘보다 큰 명성을 원하는 길드장인 ‘악귀(惡鬼)’가 있지. 그러니 놈에 대한 정보를 주면 알아서 놈을 처리하고자 하시겠지. 이름난 놈을 처치하면 명성이 오르니 말이야. 흐흐흐.’
‘데블즈 윙’의 길드장 악귀(惡鬼). 현재 레벨은 54, 클래스는 수라(修羅). 무투가 계열의 히든 클래스이며 야만의몽둥이가 생각한 대로 ‘명성’을 목표로 게임을 하는 자였다.
‘내 목표는 오직 악(惡)의 명성으로 군림하는 것. 모든 유저들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를 떠올릴 때마다! 악귀(惡鬼)와 ‘데블즈 윙’ 길드의 이름을 들으면 두려워했던 기억을 남기고 싶다!’
이런 목표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서 ‘데블즈 윙’ 길드를 설립, PVP 고수들을 불러 모았으며 그들과 직접 겨루어서 서열을 확립하여 길드의 절대적 카리스마로 군림하고 있었다.
특히나 온갖 비열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이 ‘데블즈 윙’ 길드의 PVP 유저들을 전투 위주의 ‘무투가’ 계열 클래스로 찍어 눌러 버릴 정도면 프로급 PVP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이 ‘요새전’에서 ‘그랜드마스터’ 계급도 찍었고 실제로 프로 제의도 받았었지만, ‘…프로게이머가 되면 이미지 관리해야 해서 싫다.’라고 단칼에 거절하고 오늘도 악명을 쌓아 나가는 중이다.
‘게다가 ‘데블즈 윙’에는 악귀만 있는 것도 아닌 정예화된 PVP 길드. 타깃이 되면 살아남는 건 불가능하지! 흐흐흐.’
그렇게 ‘야만의몽둥이’는 찬성이 게임을 접어 버릴 미래를 상상하며, 내일이 오길 기대하면서 떨어진 레벨을 올리기 위해 움직였다.
***
그리고 방송 소식에 여러 반응들이 오가면서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세계를 뒤흔드는 가운데, 그 소식의 주인공인 찬성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느냐면…….
“여기 봐라! 붉은 무늬 장수풍뎅이! 잡았다!”
“와아아아!”
“굉장해! 단명종 형아!”
“…단명종이면 형이 아니지 않나?”
“그럼 뭐라고 불러?”
“일단 인간이라고 불러야겠지?”
유치원생에서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엘프 소년, 소녀들과 함께 산에서 뛰어놀면서 곤충 채집을 하느라 바빴다.
현재 레벨이 모자라서 ‘1.5부 메인 시나리오’를 진행할 수 없어 ‘사이드 퀘스트’로 레벨 업을 하는 중이었다.
그래서 그는 지금 ‘세이온’ 외곽 숲 공원에 있는 ‘고아원’으로 와서 전쟁과 노예사냥으로 고향 숲을 잃은 엘프 아이들을 돌보는 퀘스트를 받아서 하고 있었다.
“와! 인간 형, 멋있다!”
세이온 내부에는 다양한 사이드 퀘스트들이 존재했지만 찬성이 여기에 온 이유는 일단 ‘엘프’ 이종족에 대해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고아원에선 어떤 퀘스트를 줄까 궁금해서였는데, 아이들이랑 놀아 주는 퀘스트여서 상당히 즐거웠다.
‘산에서 사제들이랑 놀던 게 생각나네.’
어제 산에 다녀온 기억도 있고 해서 퀘스트 내용을 들은 찬성은 곧바로 승낙을 했고, 열심히 퀘스트를 진행하는 중이었다.
“흠, 수고했다, 단명종 모험가. 생각보다 제법이군. 자식을 기른 경험이 있나?”
퀘스트를 완료하기 위해 고아원으로 돌아온 찬성을 맞이한 NPC는 ‘폭포 물살’이라는 남성 엘프로 긴 연녹색 머리를 마구잡이로 기르고 등에 나무로 된 창을 멘 미남이었다.
“아뇨. 그냥 산에서 사제들이랑 지내다 보니 말이죠.”
“아아, 과연 ‘검성’. 듣자 하니 산속 깊은 곳에 있는 ‘검의 사원’이라는 곳에서 수련을 하는 자들이었다고… 들은 적이 있군. 아무튼 보상일세.”
[퀘스트 완료!] [퀘스트 보상]소량의 경험치(1.7퍼센트), 금화 1개, 소량의 앱솔 공작가 평판, 소량의 ‘엘프의 숲’ 평판
퀘스트 난이도가 낮기 때문에 경험치 보상은 많지 않았지만, 찬성은 오늘 느긋하게 세이온을 돌아다니면서 퀘스트를 하고자 한 것이었다.
“이런 소소한 퀘스트도 좋네. 다음엔 뭘 할까? 음…….”
[채팅방(5)] [전국건강협회:찬성 님, 그나저나 내일 방송 나간다는데 뭐 준비 안 한답니까?] [찬성:어, 누님 주무시니 저녁에 던전 돌 때 하면 될 거라고 생각해서요. 게다가 결국 그 방송에서 할 건, ‘검’을 휘두르는 걸 테니…….] [근손실보험:그, 인터뷰라든가 할 텐데 말이죠.] [찬성:아!]“어, 그렇네요?”
[살덩이는나약하다:그… ‘비검’이라든가? 찬성 님 문파에 대한 건 어느 정도 비밀로 해야 하지 않나요?] [찬성:아, 맞다.] [근손실보험:…….] [전국건강협회:…….] [살덩이는나약하다:…….]어처구니없는 찬성의 대답에 파티원들은 일제히 굳어 버렸다.
지금 고정 파티원들은 워낙 편안하게 서로를 대하고, 민희가 너튜브 운영에 있어서 보안을 잘 지켜 줘서 편하게 지내다 보니 기본을 잊어버린 찬성이었다.
[찬성:내일 갑자기 걱정되네요.] [근손실보험:뭐, 이제라도 알게 되셨으니 다행이죠.] [찬성:후우~ 누님 깨어나면 물어봐야겠어요.]그렇게 ‘세이온’의 여러 사이드 퀘스트들을 가볍게 하며 몇 시간 정도 적절히 보내고, 플레이 타임을 조절해서 오후가 되어 미니멈실버가 깨어난 타이밍에 같이 들어왔다.
[미니멈실버:방가요. 아~ 푹 잤네, 푹 잤어.] [찬성:얍, 재접입니다.] [근손실보험:그럼 우선 ‘던전-베른카 제국군 실험실’ 밀러 가죠.] [미니멈실버:넵. 바로 갑니다.]레이드 파밍을 위해서 일과가 된 일반 던전들부터 일괄적으로 모여서 밀기 시작했다.
물론 말이 모여서 민다는 거지 사실상…….
“은하검법 비전 1식-‘타오르는 샛별’!”
찬성의 무쌍. 레벨이 더 낮았을 때도 원킬이 나던 던전 몬스터들이었는데 유일 아이템으로 위력, 범위, 옵션이 모두 20퍼센트나 상승해 버린 지금은 압도적으로 쓸어버려서 약 2시간 만에 일반 던전 4개와 밀수 창고를 깡그리 밀 수 있었다.
“이제 울프독은 20초 컷이네.”
“쿠룩, ‘유일’ 템이 좋긴 좋아. 말로만 20퍼지, 저게 데미지만 오르는 게 아니라 모든 효과가 오르는 거니까 말이야.”
“지지직… 그렇죠. 아무튼 찬성 님, 수고요.”
“네, 수고하셨습니다.”
‘유일’ 아이템의 힘으로 한층 더 강해진 찬성의 역량에 던전들은 쭉쭉 시원하게 밀렸다.
이제는 파티의 지원이 필요 없을 정도. 찬성이 버프를 받고 미는 사이, 파티원들은 내일 있을 방송에 대해서 논의하기 시작했다.
“근데 정말 급박하게 잡혔네요. 원래 이런 거 하면 사전 미팅 같은 거라도 해야 할 텐데…….”
“크릉, 어차피 거기서 원하는 건 그럴싸한 인터뷰 같은 게 아닐 거예요.”
“쿠룩? 그럼 뭐 하려고 방송하는 겁니까?”
“지지직… 일종의 여론 확인일까요?”
끄덕.
살덩이는나약하다의 예리한 지적에 미니멈실버는 고개를 끄덕였다.
“킁, 정확히는 ‘D.E사’도 지금 간을 보고 싶은 거예요. 저 ‘찬성’이라는 존재가 어떤지 제대로 확인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여론은 어떤지, 또한 ‘검성’ 클래스를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생각도 하고 말이죠.”
“게다가 너튜브 채널에 떡하니 올려서 날뛰는 걸 제대로 보여 주고 있으니…….”
“그래도 무지성 너프 안 하는 게 어딥니까? 쿠룩. 까놓고 말해서 ‘패시브-검성의 경지’ 하나 날려 버리면 끝날 일인데 말이죠.”
근손실보험의 말대로 일반적인 게임사라면 그냥 ‘패시브-검성의 경지’ 하나만 너프 때리고, 대충 구색을 맞춘 버프안을 몇 개 줘 버리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했다.
쉽고 빠른 해결 방법을 택하지 않고 이런저런 고려를 해 주고 있는 것만 해도 사실 감사할 지경이었다.
“크릉, 아뇨. ‘D.E사’도 결국 기업. 쟤로 이득 보고 싶은 것뿐이에요. 아시잖아요. 프로 게임이든 스포츠든 프랜차이즈 스타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렇긴 하죠.”
극소수의 스포츠 스타들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기둥이 되어서 유지하는 프로 게임 생태계의 특성은 이제 신기한 일도 아니다.
그만큼 연구가 많이 되어서 지금 찬성이 무지성 너프 같은 걸 먹지 않고, ‘D.E사’가 신중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네임리스’가 지금 딱 그 기둥이긴 한데… 한 명 더 있으면 더 좋죠.”
“지지직… 너무 소수여도 그 사람이 구설수라든가 사고라도 치면 확 무너지니까요.”
“쿠룩, 하긴 ‘D.E사’ 정도면 개념이 충만하다고 봐야… 스포츠화된 MOBA 타입 PVP인 요새전도 밀어주고 있고, 던전 타임 어택 대회도 열려고 하고 있고, ‘영지 공성전’도 인기가 너무 좋아서 한 달에 한 번인 걸 2주에 한 번으로 개선을 검토 중이고… 아무튼 지금까지 이야기한 걸 보면 ‘D.E사’에 대해선 큰 부담을 안 느껴도 되겠군요.”
“관건은 이제 시청자들의 반응이죠.”
‘검성’의 패치 방향을 결정하는 건 ‘D.E사’ 단독이 아니라 시청자… 즉, 대중들의 반응일 것이다.
“그러면 ‘유일’ 아이템 먹은 거 감추는 게 좋을 것 같지 않습니까?”
“지지직… 스타들의 잘난 모습을 보고 좋아하긴 하지만 그게 도가 지나쳐서 너어무~ 잘나 버리면 역으로 시샘과 증오를 하게 돼서 끌어내리고 싶어지니…….”
“쿠룩. 보자, 히든 클래스에다가 외모도 앳된 것 같으면서도 미남이라 좋은 편에 속하고, 게임 피지컬 좋지, 유일 아이템까지 얻었지, 게다가 운동도 열심히 하지.”
“크릉, 뭐지? 저 치트 캐릭터는……? 심지어 성격까지 좋아? 저 해맑은 모습 봐. 신도 자기가 만들곤 이건 좀 했을… 아… 아…….”
‘이건 좀.’ 싶을 정도로 잘난 찬성의 요소를 조목조목 말하다가 문득 현실에서의 그의 모습이 미니멈실버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
무릎 아래로 잘려 나간 양다리. 한때 삶의 의지를 상실할 정도의 요소가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에게 할 소리와 안 할 소리가 있기에 그녀는 생각을 바꾸고 빠르게 말을 돌렸다.
“크, 크릉! 좀 맹하고, 아직 세상사라든가 게임 기준으로 게임을 모른다는 겨, 결점들이 있긴 하죠.”
“지지직……?”
그리고 그런 그녀가 잠깐 움찔거리면서 반응하는 것을 옆에 있던 살덩이는나약하다가 캐치해 낸 건지 지그시 바라보았지만, 다행히 SF스러운 아바타 덕분에 그 시선을 들키지 않았다.
“쿠룩, 게다가 하나에 집중하면 주변을 안 보고 말이죠. 저건 진짜 고쳐야 할 텐데요. 저기 봐요. 우리가 잠깐 이야기하는 사이에 벌써 저 멀리…….”
“찬성 니이임! 우리 데려가요! 그렇게 빨리 가면 우리는 경험치 못 먹어요.”
그리고 눈치 못 챈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에 의해 저 멀리 던전을 파괴 중인 찬성에게 신경이 쏠려서 자연스럽게 찬성을 제외한 파티원들은 급히 이동했다.
‘그러면 내일 방송은 일단 ‘유일’ 아이템에 대해선 숨겨야 하는 게 맞고, 그 뒤의 대처는… 음, 그게 좋겠네.’
파티원들과의 회의 덕분에 대략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을 잡은 그녀는 먼저 달려간 찬성에게 다가가서 내일 방송에서 해야 할 방침에 대해 알려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