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그리고 같은 시각, 방송을 무사히 마친 찬성 일행은 ‘운영자 E-07’에게 보상을 받은 뒤 각자 플레이를 하려고 했는데…….
“아니, 우리 방송이라며. 이거 완전 묻어 버리는 거 아니야?”
“쿠룩, 이 타이밍에 밸패 노트네.”
“우리 완전 들러리였네?”
“쿠룩, 그런 느낌인데?”
뒤이어 올라오는 ‘클래스 밸런스 패치 노트’ 및 각종 소식에 깜짝 놀라면서 반응했다.
그들도 게이머였기에 당연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고, 빠르게 인터페이스 창을 열어서 패치 노트를 찾아보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으갸갸갸갸, 제발 라이오넬 가드 너프만 없어라! 히든 클래스 여론이 너무 안 좋던데!”
“쿠룩, 야투맨 버프 좀……! 근력 좀 더 시너지 나게 올려 줘!”
“어라? 다들 왜 저러시는 거예요? 밸런스 노트?”
파티원들의 반응에 찬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침착한 상태인 미니멈실버와 살덩이는나약하다를 바라보며 물었다.
물론 두 사람도 겉으로는 침착해 보여도 아주 동요를 감출 순 없는 듯 살짝 떨고 있었지만 친절하게 찬성에게 설명해 주었다.
“지지직… 말 그대로 이 게임 내의 각 클래스가 가진 성능과 스킬을 변경한다는 것을 알려 주는 노트예요. 그래서 다들 저렇게 반응하는 거고요. 지지직…….”
“결국 완벽한 밸런스라는 건 없고, 주기적으로 변화 및 신경 써 주는 게 없으면 게임이 정체되고 유저들이 지루함 혹은 피로감을 느끼게 되니까 주기적으로 하는 게임사의 연례행사지. 근데 이번엔 타이밍이 이상하긴 하네.”
“지지직… 그렇죠? 보통은 그냥 공지만 올리거나 아니면 따로 소식을 알려 주곤 하는데, 방송 뒤에 내보내는 게 평소와 다르긴 했죠.”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한 건지는 물론 훤히 보이지만 말이지.”
미니멈실버는 찬성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D.E사’가 이런 행동을 한 목적. 당연히 앞의 방송에서 커다란 임팩트를 주었던 찬성의 존재를 한 번 더 가리기 위한 술수였던 것이다.
“하긴 그대로 뒀으면 틀림없이 ‘검성의 경지랑 비검 사용을 조정 안 할 거냐아아아!’라는 여론이 있었겠지.”
수십 명이 치열한 경쟁과 다툼, 그리고 협력 끝에 쓰러뜨리도록 만들어 놓은 필드 레이드 보스를 파티원들의 협력이 있었다곤 해도 더 낮은 레벨에 쓰러뜨린 압도적인 힘.
그 기저엔 ‘검’으로 막기만 하면 물리 피해 데미지를 0으로 줄여 버릴 수 있는 ‘패시브-검성의 경지’ 스킬이 있어서 버틸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또 하나는 ‘비검’을 기반으로 한 ‘스킬’ 레벨의 검술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대부분의 유저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질투할 것들이었다.
‘하지만 그걸 대규모 밸런스 패치로 무시하고 지나가게 만들었다는 건…….’
역시 ‘D.E사’도 이대론 아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의미였고, 어떻게 해서든 ‘검성의 경지’를 변경하고 싶지 않다는 의도라는 걸 알아챈 그녀였다.
‘그 증거로…….’
[히든 클래스-검성(劍星)]-변경 없음-
개발진 코멘트-“해당 클래스는 아직 좀 더 다각적인 자료 수집과 검토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왜냐하면 해당 클래스를 플레이하는 모든 플레이어들이 ‘검성’의 매력과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을 사랑하기에 어느 한 유저만을 대상으로 조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대충 공식 입장… 코멘트도 남겼네. 이전에 했던 말의 반복이지만… 이 대박 보석을 그대로 두고 싶다는 거겠지.’
“아싸아아아아아아아아! 라이오넬 가드 상향이네. 기본 데미지 감소 붙었고, 스킬 쿨 줄었다아아아아아아!”
“쿠룩, 나도 시너지 버프량 올랐네. 쿠룩.”
“지지직… 치유량이 15퍼센트나 상향? 엄청 상향받았네요. 하긴 원래부터 신관들 중에서 약체였으니… 지지직… 상향받을 만하네요.”
심지어 ‘검성’을 건드리지 않는 것도 모자라서 서비스인지 파티원들의 클래스들도 모두 ‘상향’받았다.
원래 다들 하자가 있는 편인 클래스라서 중하위에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로 상향이 집중되면 ‘D.E사’가 특별히 신경 써 준다는 생각을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자. ‘브롤러’는… 어?’
-일부 덫 설치가 제약됩니다.
[세부 리스트는 클릭하면 열립니다.]-일부 상태 이상 스킬이 변경됩니다.
[세부 리스트는 클릭하면 열립니다.]-전체 스킬 데미지가 약 20퍼센트가량 상승할 예정입니다.
[세부 리스트는 클릭하면 열립니다.]개발진 코멘트-“해당 클래스는 살아남기 위해선 온갖 수단을 다 쓰는 불량배라는 콘셉트로 기획되었지만 그 콘셉트 때문에 너무나 많은 데미지를 깎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특정 상황, 특정 파티에서만 사용되어 일반 유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아 해당 클래스를 플레이하는 유저분들이 게임을 하는 데 힘들어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종 데미지 스킬들을 상향시켜 본궤도에 오르게 하면서 콘셉트에 맞는 것들을 제외한 스킬들을 하향 혹은 삭제하여 균형을 맞추고자 합니다.”
“…는 다 상향은 아니네. 내 건 너프잖아아아아악! 꺄오오오오오오!”
검성인 찬성을 감춰 준 것에 대해 감사해하면서도 겸사겸사 파티원들의 클래스 버프에 반가운 처지였는데, 갑자기 혼자만 너프당한 것에 절규를 하는 미니멈실버였다.
“크르르릉! 이거 그거지? 그거지! 카드 게임에서 들어 본 적 있어. 히트 상품이 되는 SSR 등급 카드는 너프하기 두려우니까 그 카드의 덱에 들어가는 다른 낮은 레어 등급의 공용 카드를 너프하는 방식! 딱 그거네! 키아아아아악! 나한테 왜 이래?”
“누님 왜 저러시는 걸까요?”
“딱 봐도 패치 노트에 너프라 그런 거겠네요. 기이하지만 의외로 정상입니다. 대체 뭘 당했기에…….”
“쿠룩, 아주 정상적인 행동입니다. 어디 보자. 어떻게 되었기에, 브롤러가…….”
“지지직… 사과가 땅을 향해 떨어지는 것처럼 정상적인 행동이죠. 지지직…….”
게이머에게 있어 클래스는 자신의 분신. 그것이 너프당한 것은 뼈와 살이 깎인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까지 하기엔 과장이 심하지만, 그래도 자신의 것을 빼앗긴 듯한 느낌 정도는 받는 게 사실이었다.
“아아… 대충 어떤 기분일지 알 것 같네요. 당연한 것처럼 가지고 있던 것을 하루아침에 빼앗기는 기분은 이미…….”
그리고 뉘앙스가 어떤 건지 자신의 경험에 빗대어 빠르게 이해한 찬성이었다.
병원에서 눈을 뜨자 허전했던 다리의 느낌, 그리고 실제로 다리를 잃은 것을 자각했을 때의 충격, 세상이 무너지는 걸 넘어서 ‘죽음’을 느낀 것 같은 충격의 기억들이 플래시백 되었다.
“…윽!”
깊은 절망과 너무나 큰 충격이었던 기억을 끄집어 올린 탓인지 찬성은 순간 자신이 다리가 없다는 사실을 크게 자각하고는 그대로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주저앉아 버렸다.
“와, 브롤러 이거 진짜 저격이네요.”
“쿠룩, 찬성 님 저격은 못하지만 우리 파티가 아니꼽긴 했나 보네.”
“그렇죠? 진짜 그렇게밖에 안 보이죠?”
“지지직… 찬성… 님? 지지직… 저기, 괜찮으세요?”
다른 파티원들은 ‘브롤러 클래스’ 너프안을 보면서 뜨거운 토의를 하느라 그것을 눈치 못 챘지만, 유일하게 찬성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던 살덩이는나약하다만이 그의 변화를 눈치채고는 심상치 않다는 듯 다가왔고…….
“내 다리…….”
멍한 눈으로 자신의 다리 쪽을 응시하는 찬성. 지금은 게임 속이기에 멀쩡하게 다리가 구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마치 없는 것을 보는 것처럼 텅 비어 있었다.
‘다리?’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일단 찬성을 정신 차리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그의 몸을 흔들어 깨웠다.
“괘, 괜찮으세요? 찬성 님?”
“어… 아, 예. 아… 하아아… 맞아. 여기는… 하아아아아아~”
그녀가 자신을 부르며 흔들어 깨우자 간신히 정신을 차리는 찬성. 그는 주변과 자신의 다리를 번갈아 보면서 간신히 게임 속이라는 걸 자각해 내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인벤토리에서 물을 꺼내 마셨다.
“후우우우…….”
“지지직… 어디 안 좋으시면 오늘은 플레이 그만하시는 것도… 지지직…….”
“아뇨. 그저 다리…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튼 나, 남은 게임 시간 플레이하러 얼른 가죠. 후우~ 나도 아직 수행이 부족하네.”
“지지직…….”
급히 정신을 차린 찬성은 벌떡 일어나서 도리질을 하며 기합을 넣고는 먼저 앞으로 나아갔다.
‘분명… 아까 다리라고 했었지? 심지어 두 번이나.’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앞서가는 찬성을 보면서 아까 전 그의 모습을 떠올리며 추측하기 시작했다.
조금 맹하지만 항상 밝고 투지 높은 찬성이 보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모습은 꽤 충격적이었다.
‘…다리… 마치 있어야 할 게 없는 것처럼 보던 눈. 가상현실…….’
슬픔은 나누면 절반이 된다고 하지만, 가슴속에 슬픈 기억을 담아 둔 사람에겐 나눠 받은 슬픔은 그저 아슬아슬하게 담아 두었던 슬픈 기억을 흘러넘치게 한다.
‘설마?’
그리고 자식을 잃은 부모가 똑같이 자식을 잃은 이를 보면 자신의 경험과 체험을 떠올리면서 그 행동을 이해하고 알아보기 쉬운 것처럼…….
‘안 보여. 앞이 안 보여요. 나… 나 왜 안 보이는 거예요? 네? 어머님? 아버님?’
육신의 한 곳을 잃은 이는 마찬가지로 육신의 한 곳을 잃은 자를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었다.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놀란 표정으로 찬성을 바라보았지만, 다행히도 그녀가 착용하고 있는 SF 기계 가면 스타일의 아바타 덕분에 파티원들 모두 그녀의 이변을 알아채지 못했다.
***
Lv.50+ 중립 지역 ‘노 아너(No Honor)’, 데블즈 윙 길드 본거지.
그란 왕국에서 북동쪽으로 올라가면 대산맥의 지하 통로를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언더 시티-노 아너(No Honor)’. 이곳은 무법의 도시, 오로지 힘이 법인 도시로서 3개의 길드가 각자 세력을 차지함으로써 대립 구도를 조성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최근 상위권으로 올라간 PVP 전문 길드인 ‘데블즈 윙’. 악(惡) 성향, 척살 의뢰를 받아서 일하는 길드로서 어느덧 인원수 400명에 이르는 거대 길드로 성장했다.
“으아아아! 의적 너프라니! 이게 무슨 소리야!”
“얏호! 블러디클로는 버프네? 갓! D.E사!”
“우와… 개발진 코멘트로 대놓고 PVP로 너무 설쳤다고 시비를 거네?”
“어? 근데 우린 버프인데?”
사방이 철창으로 가득 찬 거대한 감옥 같은 스타일로 이루어진 ‘데블즈 윙’ 길드의 본거지에서는 마찬가지로 방송 뒤에 나타난 밸런스 패치 노트에 대한 의견으로 시끌벅적했다.
“그래서 어, 어떻습니까? 악귀 형님. 소문의 ‘검성’을 영상으로 보니… 제, 제 말대로 아닙니까?”
밸런스 패치 노트에 경악하는 길드원들의 위에 철창으로 만들어진 옥좌에 앉은 남자를 향해서 말을 거는 사내. 그는 바로 예전 찬성에게 역습을 당해 영지를 잃었던 ‘야만의몽둥이’였다.
“…….”
악귀(惡鬼)라 불린 자는 말없이 철창으로 이루어진 옥좌에 앉아 있었는데, 근육질의 건장한 체구에 곳곳이 찢어진 검은 도복을 입고 산발이 된 머리칼에 제대로 깎지 않은 수염 때문인지 야성미가 넘쳐흐르는 모습이었다.
그는 패치 노트가 나왔음에도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인터페이스 창으로 찬성이 ‘필드 레이드 보스’를 공략하는 것을 보면서 계속해서 손을 꼼지락거리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인터페이스 창에 가려서 잘 안 보이는데, 뭐 하고 계신 거지? 저건… 뜨개질?’
영상에 집중하느라 대답을 안 하는 거면 몰라도 뭔가를 하고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한 ‘야만의몽둥이’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돌려 그의 상태를 보는데, 덩치랑 외모,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손으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전문 기술’이다. 오늘 재봉사 길드 일일 퀘스트가 ‘하트 무늬가 들어간 핑크빛 스웨터’ 2벌을 짜 오는 거라서… 짜야 하니 말이지.”
인게임 플레이 타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그는 영상을 보는 시간에도 이렇게 ‘전문 기술’ 숙련도를 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그렇죠. 전문 기술… 중요하죠. 예, 매우 중요하죠. 근데 그… 검성에 대한 감상은 어떠신지요?”
“굳이 말해야 하나?”
뜨개질하는 손을 멈추지 않은 채 그는 인터페이스 화면 속 찬성을 보면서 피식 웃으며 말했고, 그 의미를 깨달은 ‘야만의몽둥이’는 그의 당당한 자신감에 주먹을 불끈 쥐며 드디어 복수할 수 있게 됐다고 속으로 환호했다.
“저건 내 적수가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