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가, 간직? 꺄으으으……!’
두근두근!
귓말을 보고 내용을 확인한 순간, ‘살덩이는나약하다’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후우~ 내가 직접 찍지 못해서 잘못 찍혔을까 걱정했는데… 잘 찍힌 것 같아서 다행이야. 게임 안에서 사진을 봐도… 현실을 본 지 너무 오래되었고 또…….’
기껏 비싸게 주문한 옷은 그 가격에 맞지 않는 퀄리티였고, 같이 온 가발은 사이즈가 안 맞아서 착용도 못했고, 사진을 찍어 준 가정부 아주머니 또한 전문가가 아니었고, 또 외모에서 중요한 눈 부분을 손으로 가렸기에 여러모로 이상하고 어설픈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음, 다른 평가를… 바라기엔 무리겠지. 그래도 간직해 주신다니… 좋네. 아주머니는 뭔가 신났지만 그래도…….’
만족감을 느끼며 그녀는 연금술 일일 퀘스트를 계속 진행하던 중 문득 떠오른 사실을 깨닫고는 이내 찬성에게 채팅방으로 그것을 전했다.
[살덩이는나약하다:근데 찬성 님, 슬슬 전문 기술 하셔야 할 때 아닌가요?]“전문 기술?”
[살덩이는나약하다:생산 혹은 제작 등등, 각종 콘텐츠에 들어가는 아이템들을 유저들이 직접 만들고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의미합니다. 유저별로 한 개씩 익힐 수 있고, 거기에도 보너스 및 퀘스트 시나리오와 아이템 개방 조건 등등… MMORPG 게임의 플레이어들에게 주어진 생활계 콘텐츠 중 하나이지요.]“아하…….”
[살덩이는나약하다:그리고 유저들에게 즐기게 할 수 있고, 각각 전투에 용이한 ‘보너스’ 때문에 하도록 은근히 강요가 되니까요.]“보너스… 안 할 수가 없겠네요. 어디 보자.”
설득력 있는 말에 곧바로 인터페이스를 열어서 검색해 보는 찬성. ‘전문 기술’은 매우 다양했고, 또 한 번 그의 눈을 휘둥그레지게 만들었다.
“엄청 많네. 아, 하긴 온갖 거 다 구현되어 있으니 많아야겠지.”
흔히 알려진 대장장이, 연금술, 마법 부여, 스크롤 제작 같은 기술도 있는가 하면 일반적인 판타지 온라인 게임에서 보기 힘든 기술도 있었다.
‘…‘기계 공학’도 있네? 살덩이 님이 좋아하실 것 같은데… ‘항해술’? 이런 것도 있어? 그 외에도 엄청 많네? ‘기마술’ 같은 것도 있고… 헤에…….’
단순한 생산, 채집에 국한되지 않고 기묘한 기술들이 많은 것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특징이었다.
하나 한국 플레이어들 대부분은 실리적인 부분을 중시해서 대부분 경제적인 수요가 많거나 가장 직관적으로 자신의 ‘전투력’을 높여 주고 시너지가 나는 정형화된 전문 기술들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았지만…….
“‘고고학’?”
나팔 소리가 섞인 흥겨운 BGM이 찬성의 머릿속에 울리는 동시에 그는 생뚱맞은 ‘고고학’이라는 것을 보며 눈을 빛냈다.
‘고고학’. 현실과 게임, 미디어 믹스 같은 곳에서 다루어지는 간극이 가장 큰 학문으로 현실에서는 유적지가 발견되면 거기서 삽질과 호미질을 하여 유물들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게 끝이지만, 미디어나 게임 같은 데서는 막 오지를 탐험하거나 보물을 찾아내는 모험을 하는 이미지가 씌워져 있는 학문이었고…….
“고고학!”
찬성도 그쪽 이미지로 알고 있기에 번뜩였고, 기왕 하는 거라면 재미있는 게 좋은지라 곧바로 인터페이스를 눌러서 지도로 ‘세이온’에 있는 ‘고고학회 건물’을 찾아 그리로 들어갔다.
‘오, 엘프다. 설정이 설정이라 그런가 엘프들이 많네.’
“손님?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그게, ‘고고학’을 배우고 싶어서 왔습니다만…….”
“아, 학회 입문자시군요. 그러면 저쪽 ‘고고학 상담 교수 벨첸’에게 가 보시면 됩니다.”
“예.”
안내 데스크에서 맞이해 준 엘프 직원의 안내를 받아 찬성은 ‘고고학 상담 교수 벨첸’의 앞에 도달했다.
“흐음, 자네가 학회에 입문하고 싶은 자인가? 모험가로 보이는데… 하긴 우리 업무가 모험가와 같이 일을 해야 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말이지.”
수염이 긴 노년의 NPC. 학구적인 외모에 외눈 안경을 쓴 그는 찬성을 보자마자 가입 절차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하…….”
“우리의 목표는 이 대륙 곳곳에 있는 고대의 역사와 유산들을 찾아내는 일일세. 흔히 세간에서는 보물찾기라고 폄하하는 놈들이 많긴 하지만… 크흠! 물론 그런 면 덕분에 모험가를 고용한다거나 국가에서 지원금을 받는 몸이니 어쩔 수 없지. 이상만으론 조직을 굴릴 수 없으니 말이야.”
“아, 예.”
“아무튼 우리 학회에 가입을 하면… 이제 기초적인 탐구 기술과 탐구 과제를 줄 걸세. 그러면서 계속해서 고대의 지식과 역사를 탐구하는 거지. 가입할 생각이 들면 여기 서류에 이름을 적어 주게.”
“예, 알겠습니다.”
애당초 가입하러 온 것이기에 찬성은 지체 없이 서류에 사인을 했고, 그러자 시스템 창이 나타나면서 습득을 알렸다.
[시스템-‘전문 기술:고고학(입문)’을 습득하셨습니다.] [시스템-‘패시브-감정(1성)’을 획득하셨습니다.] [시스템-‘액티브-발굴(1성)’을 획득하셨습니다.] [시스템-‘업적:우효! 싱싱한 대학원생… 아니, 고고학생! 겟또다제(조건:고고학 습득)’를 달성하셨습니다.] [시스템-이제 ‘고고학회’에서 다양한 퀘스트를 받을 수 있습니다.]“축하하네! 흐흐흐… 싱싱한 노예가 하나 더… 흐흐흐…….”
“노예?”
“크흠! 아닐세! 아무튼 곧바로 이 책을 읽게. 이름만 등록했다고 ‘고고학’을 시작할 순 없으니 말이야.”
수상한 반응을 보이던 벨첸은 찬성의 질문을 넘겨 버리고, 곧바로 책상 아래에서 책 한 권을 꺼내어 찬성에게 건넸다.
“…만화로… 배우는?”
“크흠! 입문자를 위해서 특별히 마련한! 우리 고고학회의 역작이지! 자, 다 읽으면 알게 될 걸세.”
‘…오, 진짜로 볼 수 있네. 진짜로 안에를 책으로 만들었네? 하긴 글로 빽빽하게 적어 두면 보기 어려울 테니 말이지. 오…….’
‘D.E사’의 또 다른 세심함을 엿볼 수 있는 부분. 어떻게 보든 가상인 게임 내의 로어나 역사에 대해 유저가 쉽게 익힐 수 있게 이런 장치를 마련해 둔 것이었다.
“흐으음…….”
차락…….
일반 유저들이라면 책을 빠르게 넘겨서 마지막 장으로 가 버리면 단숨에 퀘스트가 클리어되는 걸 알고 있기에 그냥 넘겼겠지만, 성실함의 표본 같은 찬성은 고고학회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 차분히 독서를 하기 시작했다.
‘고대 마도 제국, 분열의 시기, 그다음이 통일 제국인가? 그다음이 지금… 7개의 나라로 분열된 상태인가?’
작중 배경이 되는 베른카 제국과 6개의 왕국이 성립하는 데 기반이 된 역사 이야기를 포함한 이야기들이 만화로 나와 있어 읽기가 쉬워서 금방 빨려 드는 찬성이었다.
‘아무튼 결론은… 그 고대 마도 제국, 통일 제국의 유산을 찾는 게 ‘고고학’의 목표라는 거군. 보물찾기 맞네!’
수많은 현실의 역사학과 고고학도들이 들으면 절규할 소리를 태연히 하는 찬성. 물론 이건 게임이고 가상현실이기에 문제없었지만 말이다.
[시스템-‘패시브-고고학 지식(1성)’을 획득하셨습니다.]“오, 또 뭔가 생겼다.”
[패시브-고고학 지식(1성)]각종 물건과 오래된 유적, 던전의 출처를 판명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아하, 처음에 다 주는 게 아니라,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스킬을 얻게 했구나. 그러면 이제…….”
일단 다시 ‘고고학 상담 교수 벨첸’에게 돌아가 보는 찬성. 스킬이 생긴 걸 아는 건지 그는 눈을 크게 뜨며 찬성에게 무언가를 내밀었다.
“허어, 드디어 다 읽었나? 그러면 이제 슬슬 기초적인 일들을 할 수 있겠군. 여기 해야 할 일들이 있네.”
1.발굴 현장의 발굴 돕기(쉬움)
2.지도들 맞추기(보통)
3.유적 탐사(어려움)
4.발굴품 운송(매우 어려움)
5.베른카 제국이 가져간 유물 회수(불가능에 가까움)
‘…그래도 고고학이랑 관련된 퀘스트들이네.’
게다가 고난이도 퀘스트까지 마련되어 있는 게 찬성의 마음에 더 쏙 들었다.
‘하지만 늘 어려운 것만 하다 보니 이번엔 쉬운 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 사실상 다른 건 모험가 일이랑 크게 다를 게 없고…….’
난이도 어려움 이상 급의 임무들은 ‘고고학’이랑 크게 관련 없는 일반 모험가의 전투 임무 같았기에 찬성은 이번엔 ‘쉬움’으로 하기로 정했다.
“오, ‘발굴 현장의 발굴 돕기’를 선택했나? 좋아. 현장의 일손은 언제나 위험하니 말이지. 이것도 여러 위치가 있는데… 어디로 가겠나? 보자. 이 세이온 근처에는… 이것들이 있네.”
[도우러 갈 현장을 선택하십시오.] [통일 제국 발굴 현장] [엘프 유적 발굴 현장] [마도 제국 발굴 현장]‘오… 이런 거 좋아. 그러면…….’
세세함이 다른 디테일에 찬성은 고민하다가 ‘엘프 유적 발굴 현장’을 골랐다.
그러고는 곧바로 채비를 하고서 ‘엘프 유적 발굴 현장’으로 향했다.
‘바로바로 움직여야지. 어? 누님이랑 다들 접속했네.’
접속한 파티원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근황 이야기를 하게 됐고, 금방 찬성이 전문 기술로 ‘고고학’을 택한 것을 알게 되었다.
[전국건강협회:아니, 하필 택해도 고고학을…….] [근손실보험:물어보고 하시지. 그거 전투 보너스 1도 없는데…….] [찬성:헉? 진짜요?] [전국건강협회:라기엔… 사실 좀 미지의 전문 기술이긴 하지. 다들 그냥 따분해 보이고, 뭔가 효율도 안 나올 것 같아서…….] [근손실보험:보통 다들 전문 기술 하면 ‘생산계’를 해서 돈 벌 생각을 많이 하니까요.]RPG 게임에서 결국 전문 기술이란 아이템, 물약 같은 걸 제작하거나 소재를 모으는 부류가 인기가 많을 수밖에 없고, 특히 효율적이고 정석적인 플레이를 규정하고 지향하는 한국 유저들은 더더욱 ‘고고학’을 하는 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근손실보험:마이너 오브 마이너를 노리시는 건가…….] [전국건강협회:근데 역으로 찬성 님이 하면 의외로 뭔가 새로운 길이 보일지도? 밥 먹듯이 ‘불가능에 가까움’ 퀘스트들을 해치우시니…….] [찬성:아뇨. 이번엔 그냥 좀… 편하게 하려고 쉬움 받았어요.] [살덩이는나약하다:힐링 같은 걸 노리시나 보네요.]그렇게 ‘고고학’ 전문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여러 개의 포탈과 탈것을 타고 질주하다 보니 어느덧 퀘스트 지역인 ‘엘프 유적 발굴 현장’에 도착했다.
숲속 한가운데에 있는 유적에서는 여기저기 땅을 파고 나무를 옮기면서 발굴이 한창인 모습이었다.
‘그래, 이거지. 이런 분위기지.’
‘쉬움’ 임무라서 그런 게 아니고, ‘발굴 현장 임무’라는 게 결국 땅을 파고 돌을 옮기는 속칭 ‘노가다’ 같은 일이었기에 선호도가 낮아서 하는 플레이어들도 적었으며 유적도 3개로 갈리니 사람을 보기가 힘들었다.
“멈춰라. 신원을 밝혀라.”
현장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숲에서 갑자기 남성 엘프 한 명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찬성을 향해 활을 겨누면서 신원을 물었다.
“그게… ‘고고학회’에서 왔습니다만?”
“그렇다면 ‘고고학회’에서 받은 물건을 보여라.”
“그게… 이건가요?”
찬성은 인벤토리에서 ‘(일반)만화로 쉽게 원숭이처럼 배우는 대륙 고고학 입문’을 꺼내어 엘프에게 내밀었다.
“음, 협회에서 지급한 진품이 맞는군. 신원 확인이 되었다. 들어가라.”
‘오오… 특수한 조직만이 아는 방식의 신원 구별법. 이것도 꽤 괜찮네?’
별도의 신분증이 아닌, 처음에 스킬을 익히라고 준 ‘책’을 한 번 더 ‘신분증’처럼 사용하는 센스가 상당히 멋지다고 생각하며 그는 탈것에서 내려 현장 내부로 걸어갔다.
“거기! 나무 조심해서 옮기고, 나무의 본래 위치를 표시해라! 엘프에게 있어 나무가 어떤 것인지 모르나?”
‘오오… 멋있어. 이런 거 좋아. 저분이 담당자인가? 근데 여성이네?’
속칭 힘쓰는 현장이지만 그래도 엘프 유적이라서 그런지 현장의 지휘자는 붉은 머리칼의 여성 엘프였는데, 미형의 외관이었지만 얼굴과 피부 곳곳에 흉터가 있어서 험하게 살아온 느낌이었다.
“넌 뭐야?”
“어, 저, 이겁니다.”
완전히 신분증이 된 ‘(일반)만화로 쉽게 원숭이처럼 배우는 대륙 고고학 입문’을 다시 내밀자 해당 엘프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시를 내렸다.
“‘고고학회’의 신삥인가? 좋아. 바로 일에 투입하지. 자, 가서 저기랑 저기에 삽질해라. 아, 내 소개가 늦었군. 나는 란디아다. 이 발굴 현장 책임자이지. 자, 가서 움직여.”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고고학 퀘스트:삽질하자]아무튼 삽질하십시오.
조건:일단 삽질을 하십시오. 충분히 많이 팔 때까지!
‘어… 할까?’
삽을 받자 빠르게 갱신되는 퀘스트. 찬성은 살짝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여태껏 하던 것과 다른 신선한 퀘스트에 군말 없이 삽을 들고 발굴 현장으로 내려갔다.
“삽질인가? 다들 군대 가면 할 거라고 하면서 웃었는데… 하하.”
현실의 그는 이제 절대 못 가는 몸이 되었으니, 씁쓸히 웃으면서 적당히 소장이 지적한 영역의 땅을 파기 시작했다.
‘고고학이 인기 없는 이유도 알 것 같네. 오자마자 삽질을 시키니 말이지.’
다들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의 로망을 실현하러 오는 건데 생산직 전문 기술도 아니면서 대뜸 삽질하는 막노동을 시키니 유저들이 하지 않는 게 이해가 되었지만, 찬성은 이 신선한 분위기를 맛보는 것만 해도 만족스러웠다.
‘검을 휘두르는 것만이 아닌 순수하게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도 나는 이제 여기서밖에 할 수 없으니까. 간만에 땀 빼면서 경건한 마음으로…….’
턱!
그렇게 가상현실에서만 허락된 즐거운 노동의 삽을 뜨려는 순간, 삽 끝에 무언가 단단한 게 걸린 느낌을 받은 찬성이 고개를 갸웃하며 조심스럽게 땅을 파서 밑을 확인하자…….
“상자?”
그곳엔 웬 작은 상자가 하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