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22
222화.
“보자. 위치가 북쪽에 있는 ‘도쿄 특구’ 쪽에 가깝네요. 그럼 여기 세이온에서는 바로 포탈 타고 가면 될 것 같아요.”
“예. 그쪽으로 가죠.”
두 사람은 곧바로 포탈 룸을 통해서 이동, ‘도쿄 특구’에 도달했다.
본래 이름은 ‘다칼 영지’이지만 이곳을 지배하게 된 ‘THE JAPAN 길드’가 영지 이름을 ‘도쿄 특구’로 바꿔 버리고 거리 자체를 일본풍으로 꾸며 버린 장소였다.
“와, 진짜 일본에 온 것 같아요.”
“예. 저도 처음엔 놀랐어요.”
THE JAPAN 길드의 개발은 멈추지 않는 건지, 예전에 보았을 때보다도 한층 더 현대적으로 바뀐 ‘도쿄 특구’의 모습이었다.
영지 전체를 갈아엎을 정도면 엄청난 양의 ‘금화’가 들어갔을 건데, 이런 도시가 하나만이 아닌 일본 길드가 들어가 있는 영지마다 이렇게 만든다고 하면 과연 금화 시세가 요동칠 만하다고 생각하는 두 사람이었다.
“근데 보면 볼수록 진짜 일본 도시 같네요.”
“그러게요.”
“최근 일본 유저 길드들이 영지를 꾸미고 한다고 많이 들은 것 같아요.”
간판도 현대적인 게 많이 늘어나고 있고, 일단 게임 내에서 꾸밀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계속 현대풍으로 꾸미다 보니 변하지 않는 고유 건물들이랑 섞여서 1900년대의 근현대 도시 같은 모습이었다.
“아무튼 저희는 저희 목적지로 가야 해서… 보자. 남서쪽의 ‘오사카 영지’, 여기도 일본 지명으로 바꿔 놨네요.”
“여길 진짜 일본으로 바꿀 생각인가?”
“그럴 수도… 어머?”
밖으로 나가는 길을 따라가던 두 사람은 앞길이 막히고 좌우로 나뉜 길 앞에 놓인 이상한 간판을 발견했다.
“일본어?”
“간판까지 일본어로 해 놨네요. 일본인이라면 왼쪽으로 가시오?”
“그렇게 되어 있네요. 근데 일본어 아세요?”
“예, 그… 사제 중에 일본인도 있어서…….”
찬성은 아사쿠라 사제를 떠올리며 잠시 어떻게 할지 고민을 했다.
‘일본인이라면 왼쪽으로 가라.’고 하는 이 간판의 의미. 대체 뭘까? 고민하던 찬성은 그녀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음… 오른쪽으로 갈까요? 저희는 일본인이 아니니…….”
“아뇨. 저는 왼쪽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느낌이 안 좋아요. 일부러 이런 걸 마련해 놓은 게 뭔가 덫 같은 느낌이라.”
“음, 그러면 왼쪽으로 가죠.”
뭔가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살덩이는나약하다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찬성은 그녀를 따라 왼쪽으로 돌아서 향했다.
“그리고 지금부터 나갈 때까지 귓말로 주고받기로 해요.”
“예.”
왜 이렇게 해야 하는지 찬성은 아직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녀의 뜻에 따라 두 사람은 조용히 왼쪽으로 향하면서 ‘도쿄 특구’를 나가고자 했다.
그러던 중 찬성은 자신을 바라보는 것 같은 시선을 여럿 느꼈다.
‘시선들……?’
[귓말][살덩이는나약하다:돌아보지 마요. 그냥 앞만 봐요. 자연스럽게…….] [귓말][찬성:네.]시선들이 너무나 신경 쓰였지만 그래도 그녀의 말대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찬성은 주변을 둘러보고 싶은 충동을 참고서 그녀와 ‘도쿄 특구’ 영지를 빠져나왔다.
“후우우… 시선들이 너무 많이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검에 손이 가 버렸네요.”
그 갈림길 이후, 영지를 나올 때까지 수상한 시선이 계속 느껴져서 검 손잡이에 손을 얹고서야 마음이 안정됐던 찬성이었다.
“아직 안심하긴 일러요. 좀 더 멀리까지 가죠.”
“예, 그럴게요.”
수많은 유저들이 오가는 가운데 둘은 ‘탈것’을 타고 조심스럽게 ‘도쿄 특구’를 빠르게 이탈했고, 몇 분 정도 갔을 때쯤부터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말하기 시작했다.
“저희 조용히 나오길 정말 잘한 것 같아요.”
“예? 그래요?”
“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일본 커뮤니티랑 사이트들에 들어가 보니 ‘THE JAPAN 길드’를 비롯해서 일본계 영지 길드에서… ‘일본 유저’를 제외한 유저들에 대한 출입 금지 및 무차별 살인을 선포했네요. 일본 유저가 아닌 게 밝혀지는 즉시 죽인다고…….”
“네? 아니, 대체 왜 그런대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가상현실 게임의 원동력은 ‘현실에서 하지 못하는 걸 한다.’이니까요. 게다가 아시겠지만 여기선 엄청난 돈도 굴러다니니…….”
특유의 리얼리티로 현실감 넘치는 세계, 그 매력으로 현실 못지않게 돈이 오가는 거대한 시장.
이 두 가지 이유가 맞물려서 일본 기업이 눈독을 들이고, 투자해서 기업형 길드들을 설립.
인게임 재화 시세를 뒤흔들 정도의 거대한 투자를 하여 영지를 튼튼히 만들고, 내정을 올려서 준비를 한 다음 서서히 타국 유저를 배척하면서 감정을 쌓아 나가서 전쟁의 불씨를 만들기 시작하는 시점이었다.
“다음 공성전은 딱 2주 뒤니까… 슬슬 불을 지피기 시작하는 거네요.”
“그런 생각이 있을 줄이야.”
“심지어 다음 공성전 끝나면… 이제 2주당 한 번씩 공성전이 열리죠. 그러면 그야말로 대전쟁의 시대죠.”
“세상에나…….”
“보니까 그래서 지금 몇몇 커뮤니티에서는 ‘공성전 2회는 이걸 위해서냐?’, ‘이거 D.E사 사장이 일본에서 돈 먹은 거 맞다!’ 등등… 난리 법석이 계속 벌어지고, 역시 한국 커뮤에도 금세 퍼 온 글이 하나둘 올라오네요.”
살덩이는나약하다는 계속해서 인터페이스들을 돌리고 돌려 사태를 살피고는 찬성에게 허둥대며 설명을 해 나가지만…….
‘음, 세상엔 별별 방법으로 게임을 즐기는 사람도 있구나. 기업이라면 뭐,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나서는 게 당연하니…….’
하지만 찬성에겐 역시 그렇게 깊게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사람들이 이 가상현실 세계에서 다들 하고 싶은 걸 할 뿐이고, 그로 인한 충돌이 일어나는 건 마치 자연의 순환처럼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슬슬 저희 퀘스트 지역에 도착한 것 같네요.”
“예. 그렇네요. 아무튼 일본 국적 유저들의 길드가 지배하는 영지를 보면 조심하세요.”
“옙.”
떠들면서 달려온 끝에 어느덧 퀘스트 지역에 도달, 지금 이 화제는 일단 결론을 내고, 미니 맵을 보면서 맵을 밝히고 산을 올라가자 목적지의 이름이 드러난다.
“이번엔 폐광? ‘부르카넨 폐광’이라고 되어 있네요.”
“이런 곳 한 번쯤은 들어가 보고 싶었어요.”
“하하하…….”
야생 동물 몬스터들을 몇 처치하고, 산을 오른 끝에 도착한 부르카넨 폐광은 꽤 으스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Lv.38 허름한 해골 병사]“해골이 걸어 다녀?”
“언데드 몬스터. 그러고 보니 게임하면서 찬성 님은 처음 보죠?”
“어? 어쩌다 보니 그렇네요?”
스산한 기운을 내뿜는 언데드 몬스터. RPG 게임의 단골 몬스터지만 찬성은 처음 보는 존재였다.
대부분 인간끼리 벌이는 제국의 음모나 귀족의 내전 쪽을 시나리오로 파고들다 보니 이런 몬스터를 만날 일이 거의 없었던 그에겐 신선한 존재였다.
“지도를 보면 저 안인 것 같은데 가 봐야겠네요. 일반 몬스터인 것 같으니… 빠르게 정리할게요.”
“찬성 님, 잠깐…….”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말을 하기도 전에 찬성은 검을 뽑고 ‘질주’로 달려 나가서 바로 앞에 있는 해골 병사에게 검을 휘둘렀다.
‘걔네들 참격 데미지 저항이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언데드 중 해골 병사 타입은 기본적으로 ‘참격 데미지’에 저항이 높은 타입. 은제 무기나 신성 인챈트, 혹은 성수를 발라서 딜하는 게 정석이지만…….
“네?”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제 기우였네요. 하긴 찬성 님 스펙이 스펙인지라 괜한 말을…….”
해골 병사들은 마치 추수할 때 베이는 벼들처럼 순식간에 모조리 쓰러졌기에 살덩이는나약하다는 하던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그래. 상성이니 뭐니 한 것도 급이 되어야 하는 말이지. 일반 퀘스트 레벨에서는 그런 걸 따지기엔 체급이 너무 크지, 가 아니라… 맞다. 저 저항은 ‘검성의 경지’에 뚫리지. 괜한 말을 할 뻔했네.’
‘모든 데미지 감소’가 아니라, 참격 저항은 ‘참격의 물리 피해 감소’인 만큼 ‘검성의 경지’가 뚫을 수 있는 타입의 방어력이었다.
‘흑, 실버 님처럼 딱딱 지적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하마터면 실수할 뻔했네.’
“저기, 입구 정리 다 했으니 들어가죠. 퀘스트는 안에서 하는 것 같으니…….”
“아, 예!”
잘못된 정보를 말할 뻔했다는 것에 침울한 그녀를 깨우고, 둘은 본격적으로 부르카넨 폐광 내부로 들어갔다.
“횃불 제가 들게요. 찬성 님은 바로 검 뽑고 싸우셔야 하니… 아, 그리고 다음부터는 버프 받고 움직이세요.”
“아, 예. 부탁합니다.”
횃불을 켜고, 정비한 둘은 본격적으로 폐광 탐사를 시작했다.
오래된 폐광 내부는 매우 어두울뿐더러, 스산한 공기를 비롯해서 부서진 채광 도구라든가 해골과 썩은 시체들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어 마치 놀이공원의 공포 어트랙션 같은 느낌이었다.
“이거 혼자 왔으면 엄청 무서웠겠는데요?”
“그, 그러게 말이죠.”
“아니면 아예 다른 분들도 불러서 올 걸 그랬나요?”
“아, 아뇨! 일반 퀘스트인데 부를 거까진 없죠.”
말은 이렇게 했지만 본심은 기껏 단둘이 다니게 되었는데 여기서 다른 사람들이 방해하게 둘 수 없다는 그녀의 요망이 담긴 발언이었다.
파삭!
그렇게 둘은 계속해서 미니 맵의 도착점을 쫓아서 폐광 내부로 나아갔다.
몬스터들은 ‘해골 병사’들이 대부분이었고, 그 외엔 ‘광부 좀비’ 같은 언데드 몬스터들뿐 특이한 건 없었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여기서 어떻게 가야 할까요?”
미니 맵에 표시된 퀘스트 위치까지 왔지만 특이한 건 보이지 않는 폐광 내부였다.
“일단 여기 땅을 파 볼까요?”
“너무 단순한 방법인 것 같은데… 주변에 다른 단서가 있을 수도 있어요.”
“어, 뭔가 있는데요?”
텅!
무작정 삽을 꺼내서 땅을 파는 찬성을 말리려던 살덩이는나약하다. 그러나 찬성이 몇 삽 뜨기 시작하자 금속과 금속이 부딪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렸고, 흙을 걷어 내고 횃불로 비추자 그곳엔…….
“뭔가 적혀 있는 철창문이네요. 이게 뭐지?”
“아래로… 있을 줄이야.”
알 수 없는 문자가 가득 적혀 있는 금속으로 된 튼튼한 문이 있었다.
흙을 걷어 내고 글자를 자세히 바라보는 두 사람이지만…….
“문자… 뭐라고 적혀 있는 걸까요? ‘고고학’으로 알 수 없나요? 일단 저는 읽혀지지가 않네요. 분명 저와 관련됐다면 제가 읽을 수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잠시만요. 감정 돌려 볼게요. 이게 되려나…….”
[시스템-‘감정(1성)’을 사용합니다.] [“쓰여 있는 단어가 무슨 말인지 읽을 수 없지만 일단 통일 제국 시절의 문자와 유사해 보인다.”]“정보가 나오네요! ‘통일 제국’ 시기의 유적이라고 하나 봐요!”
“내용을 모르면 의미가 없다고 보는데… 게다가 통일 제국이라는 건 또 뭔가요?”
무언가 정보가 나왔지만 게임의 역사나 설정을 깊게 파지 않는 이상 아무런 의미 없는 정보였다.
“…역시 고고학 지식 숙련도를 더 올리고 왔어야 했나요?”
“아마 그런 것 같네요. 근데 그 퀘스트 아이템, 분명 ‘쉬움’ 임무에서 얻지 않았나요? 왜 이렇게 어려운 거지?”
문을 앞에 두고 고민하는 두 사람. 그러던 중 뒤에서 갑자기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Lv.38 허름한 해골 병사]“뭐야? 언제 나타난 거지?”
“리, 리젠된 것 같네요.”
“아, 그 자리에 나타나는 거구나. 진짜 놀랐네. 처리하고 올게요.”
이 광산은 일반 필드였기에 몬스터들은 죽으면 리젠이 되는 곳이었다.
갑자기 나타나서 깜짝 놀란 찬성이 가서 처리하는 사이, 살덩이는나약하다도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금속 문짝 위에 올려놓았던 발을 떼는데…….
덜컹.
문짝이 무게에 의해서 내려갔다가 다시 살짝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고, 횃불 아래로 그 문짝의 틈새가 살짝 눈에 띄자 그녀는 눈을 찌푸리면서 그곳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설마? 읍! 무거… 워!”
덜컹! 쿵!
손으로 잡고 들어 올려 보았지만 무거워서 더는 열 수 없었기에 그대로 떨어뜨리는 그녀. 그래도 이 문에 대해선 확실히 알아냈다.
“아, 이거… 열려 있는 거네요.”
“그러게요. 저희 대체 뭘 한 걸까요. 그냥 열면 되는 걸……. 세상에, 맙소사.”
“하하하… 생각해 보면 ‘쉬움’ 난이도 임무로 받은 퀘스트인데, 뭔가 복잡한 퍼즐이 있을 것 같진 않죠.”
“다, 다른 분들이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이, 이거 저희 둘만의 비밀로 하죠.”
“네!”
둘 다 서로 바보짓을 한 느낌이 들어서인지 어색하게 웃으며 이 일을 비밀로 가지고 가기로 한다.
‘어? 이거 의외로 득 본 거 아닌가?’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조금 부끄럽긴 했지만 생각을 달리해 보니 이득을 보았다는 계산이 나와 미소 지으며 손을 살짝 움켜쥐었다.
“읏챠, 보자. 음… 계단? 내려가 볼까요?”
그리고 찬성의 힘으로 개방된 금속 문 밑에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존재했다.
“네. 그러죠. 게다가 결국 이거 쉬움 난이도 퀘스트니까 별거 없을 거예요.”
그 아래는 까마득한 어둠뿐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이런 게 모험이라 생각하며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지하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우와아아… 옛날부터 이런 지하 던전 같은 곳에 한 번쯤 와 보고 싶었어요.”
어두컴컴하고 공기가 갑갑한 느낌이었지만 지금 새로운 곳을 모험하는 이 즐거움을 이겨 낼 순 없었다.
둘은 약 20분간, 조용히 계단을 내려와서 바닥에 도착했다.
“바닥인데… 깜깜해서 아예 안 보이네요.”
“어디 멀리까지 빛을 비출 만한 스킬이… 아! 저기 빛이!”
두 사람은 먼 곳에서 붉은빛이 번쩍이는 것을 발견했고, 즉시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도달하자마자 횃불의 빛과 함께 두 사람의 앞에 보인 것은 높이 10미터가량 되는 검은 금속으로 된 상자였고, 상자 한가운데에서는 붉은빛이 계속 점멸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