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어떻게 하지?’
처음 예상했던 강렬한 빛을 쐬는 건 오히려 회복하는 것도 모자라서 레벨 업까지 시켜 버리는 역효과가 나온 상황. 찬성과 살덩이는나약하다는 고민 끝에…….
“반대로 가 보죠.”
“어떻게요?”
“횃불 끄고, 빛을 내는 스킬 하나도 쓰지 말고 하기!”
꽤나 설득력 있는 찬성의 말. 지금까지 사용하던 스킬이나 기술을 맞았을 때 회복도 하고 레벨 업까지 한 걸 보면 반대로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다.
“아, 안 보이면 어떻게 상대하는 건지.”
“안 보여도 아주 안 보이는 게 아니에요. 저 안광들을 보면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고, 게다가 저는 안 보여도 싸울 수 있어요.”
“아, 알겠어요.”
당당하게 말하는 찬성.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곧바로 횃불을 껐다.
그러자 두 사람에겐 끝없는 어둠만이 비춰지고, ‘고대의 악마-카쿠카캌’의 안광만이 어둠 속에 남았다.
[카쿠카캌… 크카카카카… 카카키컼캬카카카카!]놈은 무어라 말하기 시작했지만 하나 확실한 건 일단 이게 정답이라는 것 같은 뉘앙스라는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건 아니었는데,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새까만 어둠 속에서 적을 상대하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심플하면서도 플레이어들이 가장 싫어하는 타입이네.’
다른 것도 아니고, 시야를 묶어 버리는 기믹. 심플하게 난이도를 올리기 좋았지만 플레이어의 자유도를 제약하는 기믹이라서 대부분 싫어하는 타입의 제약이었다.
‘그리고 나는 더더욱 싫고…….’
거기에 살덩이는나약하다의 경우, 눈을 잃고 난 뒤부터는 기계의 도움을 받는다곤 해도 현실에서도 깜깜한 암흑투성이인데 유일한 안식처인 이곳에서까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속이 거북해지기 시작했다.
“흡! 살덩이 님! 이거 이제 회복 안 하기 시작했어요!”
“다, 다행이네요.”
그래도 다행히 여기엔 공식 치트키인 찬성이 있다.
어둠 속에서도 마치 보이는 것처럼 검을 휘두르면서 ‘고대의 악마-카쿠카캌’을 밀어붙이고 체력을 깎아 나갔다.
‘이대로 깨지겠네. 치유도 빛이 나서 못 드리지만 포션도 있고, 찬성 님 딜량이라면…….’
[Lv.45 고대의 악마-카쿠카캌] [생명력:50.2퍼센트] [크카카카카크키케카!]“어어? 이, 이거 뭐야!”
찬성의 힘에 의해서 무난하게 클리어되겠다고 생각한 순간, 갑자기 당황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덩이는나약하다는 급히 파티창으로 그의 상태를 살피는데…….
[Lv.39 찬성]생명력:441/589
상태 이상:구속(지속 시간 20초)
‘구속? 이 상황에서 추가 기믹까지 있다고?’
[쿠카쿠카카카카카!]‘이 정도면 작정하고 유저를 괴롭히려고 만든 곳이네.’
해제 주문이 있긴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이펙트’ 빛이 보이게 된다.
그러면 또다시 놈은 생명력을 100퍼센트로 회복할 테니, 여기서는 주문을 쓰지 않고 상대해야만 한다.
[크케케케케!]“도망치세요! 저 풀릴 때까지만 버티면……!”
깜깜한 어둠 속, 파티원을 구속하고 붉은 안광들을 번뜩이며 다가오는 짐승 같은 악마. 본능적인 두려움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짜 싫어! D.E사 개발자들!’
빠아악!
[코켁!] [Lv.45 고대의 악마-카쿠카캌] [생명력:48.8퍼센트]둔탁한 소리와 함께 ‘고대의 악마-카쿠카캌’의 생명력이 소모되며 땅바닥에 나뒹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가뜩이나 안 보이는데! 여기서도 안 보이게 만들면 어쩌라는 거야! 그래, 실명은 눈을 직접 공격하는 효과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어. 근데 이건 뭐야. 빛을 받으면 생명력이 차오르는 몬스터? 장난해?”
[코케에에엑!]빠악! 빠악! 퍽!
사람은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을 마주하거나 스트레스의 한계치를 넘어서면 이성적 제어가 풀리고, 평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된다.
대부분은 패닉에 빠져서 무기력해지는 경우가 많지만 역으로 그 두려움과 스트레스를 분노로 돌려서 강제로 해방시키는 케이스도 있는데,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딱 이 경우였다.
‘어라? 뭔지 모르지만 잘 싸우는 것 같은데…….’
[쿠칵! 커커컥! 커카카칵!]“그래! 덤벼! 덤비라고! 강철 신 종파의 물딜 버프가 맨날 남들 보조하라고만 주는 줄 알아? 나도 쓸 수 있어! 그리고 빛만 차단하면 되는 거지? ‘철벽 전개’, ‘철벽 전개’!”
쿠궁!
땅에서 솟아오른 강철의 벽. 그것을 2개 사용해서 정면과 측면을 막고,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스스로 모서리 쪽으로 간 다음 강철의 벽이 허물어지기 전에 주문을 시전했다.
“‘강철의 화신(1성)’!”
[액티브-강철의 화신(Avatar of Iron)(1성)]강철 신의 축복을 깃들게 하여 당신을 잠시 동안 그 화신으로 임명합니다. 모든 물리 데미지와 물리 방어력, 위협 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지속 시간 15초, 쿨 타임 15분.
“기운 센 천하장사, 무쇠로 만든 화신.”
빛을 잠시 차단하고 자신에게 버프를 건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물약, 스크롤을 쓴 다음 눈앞에 달려오는 ‘고대의 악마-카쿠카캌’을 향해서 직접 달려가며 지팡이를 휘둘렀다.
“죽어! 이거 축성 무기야! 맞으면 평타라도 뼈까지 시릴 거다!”
[코킥! 코카칵!]‘어어, 뭔지 모르겠지만 이 깜깜한 데서 잘 싸우시네. 게다가…….’
[시스템-‘고대의 악마-카쿠카캌’의 공격으로 ‘살덩이는나약하다’ 님이 11의 데미지(감소됨)를 입었습니다.] [시스템-‘고대의 악마-카쿠카캌’의 공격으로 ‘살덩이는나약하다’ 님이 8의 데미지(감소됨)를 입었습니다.]찬성에겐 거의 40~50데미지가 들어오던 평타가 그녀에겐 한 자릿수 데미지만 들어갔다.
‘왜지? 나는 검으로 막아도 데미지가 많이 들어오는데?’
‘고대의 악마-카쿠카캌’의 공격은 순수 암흑 속성 마법 데미지. ‘암흑 속성 저항’과 ‘대악마’ 데미지 감소가 아예 기본으로 붙어 있는 ‘신관’ 클래스에 아이템 수준도 좋아서 압도적인 방어 효율이 나오는 것이었지만… 아직 배움이 부족한 찬성은 의아해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어두운데도 엄청 잘 싸우시네. 나는 수련을 한 건데, 살덩이 님도 뭔가 수련을 한 건가?’
그녀의 움직임과 공격하는 기색을 읽은 찬성.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각에서 정보를 많이 얻기 때문에 그것이 차단되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는 ‘어둠’에 단련된 것처럼 익숙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 풀렸다. 아무튼 마무리하러 가야지.’
“진짜 싫어! 싫어!”
어느덧 찬성에게 걸린 ‘구속’은 지속 시간이 지나 풀렸지만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아직도 폭주 중. 찬성도 전투에 가세하게 되었고, 결국 ‘고대의 악마-카쿠카캌’은…….
[Lv.45 고대의 악마-카쿠카캌] [생명력:0퍼센트] [크켁…….]두 사람의 공격 끝에 드디어 체력이 0퍼센트를 가리키게 되고, 어둠 속에서 단말마를 남기고 붉은 안광은 모두 사라졌다.
“하아… 하아… 진짜! 진짜아!”
“어라?”
펑! 펑!
그와 동시에 내부의 불이 켜지면서 서서히 시야가 확보되었다.
갑자기 강렬한 빛의 자극이 오자 적응이 되지 않는 듯 둘은 눈을 감고 괴로워했고, 잠시 후 시야가 돌아오는데…….
“이건?”
“와우…….”
[매우 훌륭하도다. 단둘이서 봉인했던 악마를 물리칠 줄이야. 그대들은 지금 온 세상을 구했노라.]노이즈 없이 웅장한 목소리와 함께 보이는 ‘강철 신의 사도-타우(T)’의 모습은 두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트리케라톱스!”
“트리케라톱스… 네요.”
학명 ‘세 개의 뿔이 달린 얼굴’, 중생대 백악기에 살던 공룡 트리케라톱스.
얼굴을 두르고 있는 프릴과 멋지게 뻗어 있는 3개의 뿔의 존재감으로 인해서 초식 공룡 중 인지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슈퍼스타 공룡으로 ‘강철 신의 사도-타우(T)’는 그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심지어…….
“메카… 네요.”
“예. 메카 트리케라톱스.”
“…개멋지다.”
[덕분에 나도 드디어 고대의 업무에서 해방되었구나.]쿠웅… 쿠웅…….
강철의 거체를 한 트리케라톱스는 눈을 빛내면서 거대한 상자를 나와 찬성과 살덩이는나약하다의 앞에 섰고, 그 웅장한 자태에 찬성의 눈은 더욱 반짝거리고 있었다.
[정말 고맙다, 용감한 자들이여. 훌륭한 일을 하였노라. 보답을 하지 않을 수 없구나.] [퀘스트 완료!] [퀘스트 보상]경험치(8퍼센트), 은화 55개, 동화 30개
(희귀)어둠을 가두는 징표
‘음, 생각보다 보상이 소소하네.’
‘강철 신의 사도-타우(T)’의 말에 따라 두 사람에게 각각 퀘스트 완료 메시지와 함께 보상이 주어졌는데, 역시 초고난이도급은 아니어서 그런지 소소하긴 했다.
‘음, 하긴 쉬움에서 시작한 거니…….’
[그리고 강철 신의 사제여, 어둠 속에서 끝까지 싸우던 모습에 감명받았다. 그대만 허락한다면 나는 다시 강철 신의 믿음을 위해 그대와 함께 싸우고 싶다.]“무, 물론입니다. 그, 그렇지만 잊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들어줄 리 없지만 아무튼 ‘강철 신의 사도–타우(T)’의 말에 승낙하자마자 새로운 메시지가 그녀의 눈앞에 나타났다.
[시스템-‘소환:강철 신의 사도-타우(T)(비전)’을 습득하셨습니다.] [액티브-소환:강철 신의 사도-타우(T)(비전)]고대부터 대지를 수호해 온 강철 신의 사도를 소환합니다. 소환된 ‘강철 신의 사도-타우(T)’는 등장하여 40밀리미터 쌍열 기관포 2정, 105밀리미터 레일건 3정, 융해포 1정, 플라즈마 미사일 102발을 15초간 지속 사격 후 사라집니다. 공격 데미지는 물리, 폭발 데미지는 마법으로 계산됩니다. 쿨 타임 10분.
“내가 왜 이런 모습을 해야 하느냐면 강철 신께서 이래야 인기가 좋다고 하셨느니라. 필멸자들의 취향은 알다가도 모르겠더군.”
일반 보상이 나빴지만, 강철 신의 사제에게는 반대로 최고의 보상이었다.
‘비전 스킬’.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것으로 얻을 수 있는 특수한 스킬로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었던 것이다.
“찬성 님! 이거이거! 이거 보세요. 저 비전 스킬 얻었어요!”
“오… 축하요. 퀘스트 보상이 뭔가 심심했다 생각했는데… 비전이라면 만족할 만하네요.”
“근데 정작 퀘스트를 구해다 준 찬성 님은 아무것도 못 얻은 게… 안타깝네요. 그나저나 ‘고고학’도 참 직관적이지 못한 게… 자칫해서 저한테 안 오셨으면 제가 ‘비전’ 스킬을 못 얻을 뻔했네요.”
“뭐, 그러니 비전인 거겠죠. 그나저나… 어둠 속에서 상당히 잘 싸우시던데, 혹시 수련 같은 거라도 하셨나요?”
“네? 그건…….”
즐거워하던 차, 갑작스럽게 훅 들어오는 찬성의 질문.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순간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건…….”
어둠 속에서 익숙한 것? 그야 당연한 거 아닌가? 게임에서 나갔을 때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면 그녀가 상시 맞이하고 있는 세상이다.
‘다리가…….’
어찌할까 고민하던 그녀의 머릿속에 과거 멍한 얼굴로 자신의 다리를 바라보던 찬성의 얼굴이 떠올랐고, 그녀는 마음을 다잡고 용기를 내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