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사저… 아직도 문자를 편지처럼 생각하고 이렇게 적은 건가?’
안부 인사와 근황을 묻는 것까지 모두 존대어로 딱딱하게 적어 놓는 고풍스러운 방식.
양 사저 특유의 문자 방식이었다.
찬성은 익숙한 그것을 보며 계속해서 문자를 읽어 내려갔다.
‘아… 두 사람, 국적에 따라 스타팅 포인트가 다른 걸 모르고 있었구나.’
아무래도 두 사람 모두 게임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건 예전의 자신과 같다는 걸 깨달은 찬성이었다.
“오, 친구 등록 얼른 해야겠다. 잠깐만… 아사쿠라는 어떻게 게임을 한 거지? 일본은 성인 연령이 다른가?”
양 사저는 자신보다 연상이기에 문제없지만 아사쿠라 사제는 자신보다 연하라서 갓 성인이 된 자신이라면 몰라도 이 게임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 인터넷에 검색을 해 보았다.
“아… 일본은 2022년부터 민법상 만 18세부터 성인으로 바뀌었구나. 국가별로 성년이 다르니. 뭐, 그런 거였군. 아무튼 추가해야지.”
[시스템-‘天衣無縫(Lv.5 전사)’ 님이 친구로 등록되었습니다.] [시스템-‘浅倉(Lv.4 전사)’ 님이 친구로 등록되었습니다.]“오… 양 사저다운 닉네임.”
천의무봉(天衣無縫), 섬세한 여성적 완전무결을 의미하는 고사성어. 양 사저다운 닉네임에 속으로 감탄하며 넘어갔지만…….
“반면 아사쿠라는 나랑 같네.”
‘浅倉’는 일본어로 읽으면 아사쿠라였기에 찬성처럼 그냥 자신의 이름으로 닉네임을 지은 케이스였다.
아무튼 두 사람의 닉네임을 친구 등록하고 곧바로 귓말을 해 보는 찬성이었다.
[귓말][찬성:양 사저?] [귓말][天衣無縫:찬성 사제가 맞으시군요. 문자를 봐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지금 바로 등록을 할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시길 바랍니다.] [귓말][찬성:예. 그런데 사저, 이거 평온한 대화를 주고받는 메신저니까 그냥 평범하게 말해도 돼요.] [귓말][天衣無縫:그래? 하나 글로써 의사를 전달하는 것은 언제나 최대한 예의를 차리고, 누가 언제 어디서 이것을 보아도 흠결을 잡을 곳이 없어야 하는 게 아닐는지.] [귓말][찬성:그냥 말하는 걸 글로 옮길 뿐, 서신을 보내는 게 아니니 편하게 대화하세요, 사저.] [귓말][天衣無縫:그럴게.]“…나를 보는 우리 파티원들의 기분이 이런 거려나?”
여태까지야 자신을 포함해서 ‘파성검각’의 식구들 모두 이상한 사람들이라서 특별히 이상한 점을 못 느꼈지만,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를 하면서 파티원들과 부대껴 본 탓에 자신이 상식이 부족하다는 걸 깨달은 그였다.
[귓말][찬성:아무튼 그 ‘자렌 왕국’ 스타팅에 걸리셨다는 거죠?] [귓말][天衣無縫:응. 그래서 그란 왕국으로는 바로 못 갈 것 같아. 아사쿠라 사제는 바로 그란 왕국인데 말이지. 일단 진행하고 난 뒤 나중에 그란 왕국으로 넘어가면 이야기할게.] [귓말][찬성:예. 아, 그 전직이라든가 클래스 선택은 어떻게 하실 건지…….] [귓말][天衣無縫:그게 뭔데?]“…이게 내 업보구나.”
‘행한 것은 그대로 돌아오게 되리라.’라는 걸 절실히 느낀 찬성은 이젠 자신이 사저에게 게임에 대해 알려 줘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고 클래스 체인지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귓말][天衣無縫:그렇구나. 전혀 몰랐어.] [귓말][찬성:모를 만하죠. 아무튼 그래서 제가 검성 전직을 어떻게 했냐면 말이죠.] [귓말][天衣無縫:그거부터는 내가 스스로 할게. 사제와 같은 길을 가 봐야 지금처럼 등만 보게 될 것 같아서 말이지.]“아하하…….”
대사형이자, 스승을 제외하고 ‘파성검각’ 최고의 검사로서 모두의 존경을 받는 찬성이지만 다른 의미로는 모두가 넘어야 할, 그리고 넘어서고 싶은 벽이기도 했다.
[귓말][찬성:아무튼 나중에 물어볼 게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전 아사쿠라 사제에게 연락해 볼게요.] [귓말][天衣無縫:응. 그럴게, 사제.]그렇게 양 사저와의 이야기를 마친 찬성은 이번엔 아사쿠라 사제에게 귓말을 넣어서 연락을 해 보았다.
마찬가지로 게임을 하게 된 경위라든가 가벼운 이야기가 오가고, 그는 이제 같은 ‘그란 왕국’에 있는 유저이니 합류 혹은 도움을 줄까 싶어 말을 건넸지만…….
[귓말][浅倉:아뇨. 저는 저대로 길을 가 볼 생각입니다, 대사형.] [귓말][찬성:그렇구나.] [귓말][浅倉:클래스 전직도 이미 생각해 두었습니다. 같은 ‘검성’으로 간들 저는 대사형을 여기서는 넘을 수 없기 때문에 저만의 길로 갈 겁니다.]“어, 그건 좋긴 한데…….”
[귓말][浅倉:그러니 기다리십시오. 반드시 대사형을 쓰러뜨리러 갈 겁니다.] [귓말][찬성:저기, 아사쿠라 사제, 친구 등록하면 서로 무슨 클래스 하는지 다 보이는데? 전직하거나 업적 해도 보이고…….] [귓말][浅倉:…….] [귓말][찬성:괜찮아. 신경 안 쓸게.] [시스템-‘浅倉’ 님이 당신을 ‘블랙리스트’로 등록했습니다.]“뭐, 이런 것도… 아사쿠라 사제답네. 하하, 부끄럼쟁이 같으니…….”
결국 같은 사문임에도 각자의 길을 가는 사제와 사저들. 게임 속에서라도 자신을 넘고자 하는 모습에 찬성은 그들이 넘어서 만족할 수 있는 산이 되고자 열심히 하기로 다짐하며 캡슐로 들어갔다.
***
그리고 약 2주의 시간이 지났다.
찬성이 게임을 시작한 지 정확히 38일 되는 시점. 이 기간 동안 찬성의 게임 일과는 평온한 나날들이었다.
어떻게 보면 서서히 레벨 업도 정체되고, 같은 던전만 반복해서 돌게 되는 터라 고비가 되는 레벨 업 위기 구간. 찬성처럼 메인 시나리오를 먼저 다 밀어 버렸다면 뉴비는 ‘이제 뭐 함?’ 상태가 되어서 게임을 접어 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구간이었지만…….
“과연, 그 SF틱한 건 모두 ‘고대 마도 제국’의 산물이었나? 흠…….”
‘전문 기술:고고학’을 선택한 덕분에 여기저기 신선한 장소를 다니면서 게임의 설정과 내용을 파악한 찬성은 이 위기 구간을 무사히 넘겨 43레벨에 도달한 상태였다.
현재 다음 시나리오도 개방되어 있지만 파티원 모두의 시간이 맞지 않아서 필수 던전만 밀고, 그동안 밀린 사이드 퀘스트와 전문 기술을 하며 보내는 중이었다.
“후우~ 이제 ‘패시브-고고학 지식(4성)’이에요. 검의 사원 평판도 3단계라서 딜도 더 올랐어요.”
“가뜩이나 빠른 던전 클리어가 더 빨라지겠네요. 쿠룩.”
“이젠 우리 다섯 명이 다 같이 도는 게 낭비 레벨인 것 같은데요. 찬성 님도 찬성 님인데, 살덩이 님도 비전 스킬로 화력이 장난 아니고, 나는 나대로 히든이라서 세고…….”
“지지직… 그런데 실버 님은 심각한 표정으로 뭘 보고 계세요?”
오늘도 화기애애하게 던전을 돈 찬성 일행은 소소하게 대화를 하던 중 미니멈실버가 심각한 얼굴로 무언가를 보는 걸 발견했고,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말을 걸자 다들 모여들었다.
“방송? 오… ‘영지전’. 어디임까?”
“보니까 ‘수도-세우르’네. 화끈하게 싸우는걸?”
“오오… 어디랑 어디가 싸우나요?”
“크릉, ‘사쿠라마치 길드’를 중심으로 한 일본 국적 길드 연합과 원래 ‘수도-세우르’를 먹고 있었던 KOREA 길드가 연합들 다 불러서 싸우고 있는데… 대전쟁이네요.”
화면 안에서는 그란 왕국의 수도를 걸고 싸우는 전쟁이 실시간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방송 중][LIVE On! 그란 왕국 수도 세우르 영지전! KOREA 길드 연합 시점.] [방송 중][지금 심각합니다! 얼른 보셔야 합니다. 수도 세우르에서 일어난 대전투!] [방송 중][현재 공성 중인 사쿠라마치 길드 쪽 시점으로 보자!] [방송 중][간만에 일어난 치열한 세우르 대전! 대박입니다!]…….
…….
…….
이 전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냐면, 지금 이 ‘수도-세우르 영지전’ 관련 방송을 하는 스트리머만 수백 명이었다.
심지어 마치 진짜 전쟁이 벌어진 것처럼 인터넷 뉴스로 실시간 현황이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올라오고 있었다.
“와, 이게 진짜 전쟁인가요? 와아아…….”
“우리가 하던 ‘영지전’은 그냥 소꿉놀이죠.”
“쿠룩, 양군이 동원한 NPC에다가 유저 숫자까지 합쳐서 양측 전투 병력 추정 약 12만 정도네요. 쿠룩.”
12만. 말로만 듣던 10만 대군이 일제히 동원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와아아아…….”
특히 공중 시점에서 바라보는 뷰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드넓은 전쟁터에서 NPC 군대와 유저들이 각자 오가면서 벌이는 격전. 그냥 전투만 해도 장관일 건데…….
“각종 마법에 소환수까지 오만 게 다 나오니… 와아아…….”
“눈이 아플 정도죠. NPC들까지 오만 걸 다 하는데, 이제 RPG 게임인 만큼 눈에 띄는 에이스들이 있는 법이죠.”
“에이스?”
“쿠룩, 두각을 보이는 일당십에서 일당백을 하는 특별한 유저 같은 거죠. 네, 찬성 님 같은 유저들 말입니다.”
물론 찬성처럼 이상한(?) 짓을 하는 유저를 말하는 건 아니고, 그들은 모두 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서 제공하는 룰을 고수하는 유저들이었다.
“일단 콘텐츠는 50레벨 기준이지만 그 이상으로 레벨도 올릴 수 있고, 이제 영웅급 위로 ‘전설급’과 ‘신화급’ 아이템, ‘비전 스킬’… 그리고 단 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급’. 클래스도 히든도 있지만 ‘유일 클래스’도 존재하고…….”
기본적으로 유저들이 주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아이템 레벨 단계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남들보다 더, 남들보다 더더 강해지고 싶어 하는 자들을 위한 요소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는 것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였다.
“지지직…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 나는 특별하다.’를 증명하는 건 모든 사람의 소망이니까요.”
“그나마 현질로 뭘 할 수 있는 건 없어서 다행이지. 운, 실력, 지혜… 등등 어쨌든 인게임 요소로 결정되니까.”
“쿠룩, 물론 게임 내의 경제 시스템에 엮인 이상 주로 돈 많으신 분들이 우위를 점하곤 하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도 아무것도 없이 히든이나 유일을 찾아낸 유저들이 기회를 얻어서 올라온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예를 들면?”
“저기 보이는군요. Lv.58 ‘유일 클래스-악마왕’ 유저, 스트리머이자 ‘데몬 엠파이어 길드’의 길드 마스터 ‘큐티엔젤민쯰’.”
“……?”
“오오… ‘대악마:메피스토펠레스’ 소환인가? 역시 유일 클래스 악마왕, ‘큐티엔젤민쯰’야.”
“……?”
“지지직… 유일 클래스의 힘을 제대로 보여 주네요. ‘큐티엔젤민쯰’… 지지직… ‘데모닉 인페르노’, 제대로 들어갔어요.”
“……?”
찬성은 오랜만에 맛보는 충격에 눈을 크게 뜨면서 진중한 표정을 한 파티원들과 인터페이스의 방송 화면에 나오는 전쟁터의 장면을 보며 다시금 닉네임을 되새겼다.
“저게 ‘큐티엔젤민쯰’……?”
인터페이스 화면에서 거대한 날개를 펼친 악마를 소환해서 붉은 번개와 빔을 뿌리고 있는 남성 흑마법사. 찬성은 실시간으로 나오고 있는 그 방송을 열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는데…….
『다 죽인다! 다 죽어! 쪽발이 놈들아아아!』
“남자… 아닌가요?”
범상치 않아 보이는 붉은 무늬가 들어간 검은 로브에 지팡이를 들고서 악마를 소환하고 주문을 시전하는 그 흑마법사는 외모는 자신 또래 정도 되어 보였고, 뒤로 묶은 포니테일이라든가 얼굴은 곱상한 인상이긴 했지만 어깨 골격과 방송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그가 완벽한 남성이라는 걸 나타내고 있었다.
“쿠룩. 네, 남자죠.”
“근데 왜… ‘큐티엔젤민쯰’인 거죠? 심지어 방송… 닉네임도 ‘큐티엔젤민쯰’…….”
뭔가 여성이 할 것 같은 닉네임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며 찬성은 다소 충격을 받은 얼굴로 파티원들에게 질문을 하였고, ‘근손실보험’은 그가 받은 충격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친절히 설명을 해 주었다.
“쿠룩, 여기엔 특수한 사정이 있습니다. 쿠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