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시스템-‘시바사키 특구’에 도착하였습니다.]“어라? 여기도……?”
분명 늘 오던 포탈을 통해서 ‘이첸성’으로 왔는데, 이미 개발 중인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 완전히 ‘영지’를 일본 길드에 넘기고 완벽하게 일본 길드로 재탄생한 것이었다.
“어우… 간판도 죄다 일본어네. 세상에… 게다가 ‘시바사키’는 뭐야?”
‘사쿠라마치 길드’의 선포대로 간판 언어들이 다 일본어로 바뀐 것도 바뀐 것이지만, 갑자기 지명도 ‘시바사키 특구’로 바뀐 것이 놀라웠다.
“한국 유저들 스타팅 포인트인데… 일부러 저런 이름으로 한 건가?”
‘시바사키’. 일본의 역 이름이라든가 일상적으로 쓰는 단어에서 따온 말이긴 했지만, 한국인이 보기에는 뉘앙스가 누가 봐도 ‘시X 새키’였다.
그런 단어를 한국 유저 스타팅 지역 이름으로 바꿨다는 건 대놓고 한국인들을 조롱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 누구든지 눈치채리라.
‘애당초 일본어 간판만 해도 상당히 엿 먹이는 짓인데…….’
“이게 무슨 짓이래? 왜 일본어가 나와?”
“아니, 은행이랑 경매장 인터페이스 왜 이래? 무슨 일 있었어요?”
“이거 게임 오류임?”
‘공성전에 관심 없는 사람들도 꽤 많네.’
지나가면서 다른 유저들의 이야기를 듣던 찬성은 단 하루 만에 변해 버린 상황을 보면서 ‘영지전’이 얼마나 대단하고 중요한 건지 새삼 깨달았다.
‘후우~ 아무튼 일단 레벨 업이랑 해야지. 아직 50레벨도 아니라서 뭘 할 수도 없으니 말이야.’
그는 아직도 43레벨. 50레벨 이상, 쟁쟁한 유저들의 판에 끼기엔 레벨이 많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시바사키 특구’를 나가서 ‘검의 사원’에 도착한 찬성은 ‘꺼져 가는 검성’ NPC에게 일일 퀘스트를 받고자 다가갔다.
“오, 왔군. ‘사원의 후계자’, 내 뒤를 이어 이곳을 수호할 검. 무슨 일로 왔는가?”
‘아, 맞다. 평판 3단계 찍으니까 호칭이 변했었지.’
[소속:검의 사원] [우호도 3단계 보너스:‘검’ 계열 무기로 공격 시 데미지 30퍼센트 증가(적용 중)]보너스 효과도 중요하긴 했지만, 그동안 열심히 일일 퀘스트를 한 만큼 이런 호칭과 대우 같은 면에서도 바뀌는 걸로 고생한 플레이어들에게 만족감을 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일을 하러 온 건가? ‘사원의 후계자’.”
“예. 늘 하던 일들을 하러 왔습니다. 정진은 계속되어야 하니까요.”
“허허, 훌륭한 태도일세. 아무튼 사원의 후계자인 자네에게 미안하지만 부탁할 일을 주도록 하지.”
[일일 퀘스트 목록] [현재 받을 수 있는 일일 퀘스트는 세 가지입니다.] [편지 전달(레벨 제한 없음)] [물자 구매 부탁(레벨 제한 없음)] [???-검의 길은 끝이 없나니]‘어? 못 보던 퀘스트가 있네? 3단계 전용인가?’
여태껏 받은 퀘스트 라인이 아닌 새로운 퀘스트가 발견된 것에 찬성은 놀라워하며 그 퀘스트를 곧바로 받았다.
[시스템-퀘스트를 수락하셨습니다.] [???-검의 길은 끝이 없나니]당신은 검성(劍星)으로서 ‘검의 사원’ 후계자의 자리까지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검(劍)의 길은 이걸로 끝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살아 있는 한 당신은 계속 한계에 도전하며, 새로운 길을 닦아야 합니다.
물론 그 전에 먼저 그 길로 향한 자들이 깔아 놓은 길을 따라잡는 일이 먼저이지만요.
조건:
은하검법 비전 1식 익히기(완료)
은하검법 비전 2식 익히기(완료)
은하검법 비전 3식 익히기 0/1
은하검법 비전 4식 익히기 0/1
은하검법 비전 5식 익히기 0/1
‘…비전들을 모두 익혀야 하는 거구나. 오의까지 있네. 근데 나 아직 4식도 못 익혔는데…….’
43레벨인 지금 아직도 ‘은하검법 3식-항성’까지밖에 익히지 못했는데, 은하검법 4식, 5식은 또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어디 단서 같은 게 있으려나? 우선 검색을…….”
곧바로 인터페이스를 열고 검성 게시판으로 들어가서 ‘비전’의 단서들을 찾아보았지만…….
‘없네. 어, 있는 건 오직 1식뿐. 심지어 2식도… 아, 이거 나잖아? 그렇구나. 내가 최초 발견자였구나. 일본이나 중국 커뮤엔 없으려나?’
한국 커뮤니티에도 있는 건 오직 일일 퀘스트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1식 비전뿐. 2식은 심지어 자신이 제보자였다.
“아, 이거 내 너튜브 링크되어 있네. 이상하네. 중국이나 일본의 유저풀을 생각하면 쉽게 찾을 것 같았는데…….”
한국에선 대세가 아니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엄연히 대세 클래스인데, 정보가 왜 안 나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찬성이었다.
‘음… 중국 쪽의 여론을 물어보는 거라면 역시 사저인가?’
[접속 중] [Lv.18 ‘마검사’ 天衣無縫/현재 위치:장안 영지]‘분명 누님도 나랑 똑같이 ‘검의 사원’에서 ‘저 너머의 길’을 클리어하셔서 전직 자유를 받으셨는데…….’
양 사저 또한 찬성보다는 아래라고 할지라도 ‘파성검각’의 ‘비검’을 전수받은 검사. 똑같이 ‘검의 사원’에 있는 ‘검성 NPC’와의 대련을 끝까지 버티고 자유롭게 선택해서 전직할 수 있는 상태였었다.
‘그럼 기왕이면 히든을 고르시지, 왜 하필 마검사일까? 헉! 이거 누님이 나한테 하던 말 아닌가?’
양 사저의 정보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에 소름이 끼치는 찬성.
그래, 이 말. 분명 자신이 예전에 민희 누님에게 들었던 말을 지금 그녀에게 하고 있는 스스로에게 놀라는 그였다.
‘음, 이제 나도 완벽한 게이머가 되었다는 건가? 끄으응… 하지만 마검사(魔劍士)는 ‘검성’보다도 여론이 안 좋던데…….’
검성은 그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선 난이도가 더럽게 어려울 뿐, 스킬 성능이나 스테이터스 성장도 좋아서 파일럿만 잘 만나면 지금의 찬성처럼 포텐셜이 무궁무진한 클래스였다.
하지만 마검사는 다르다.
특별할 게 없는 일반적인 3차 클래스. 마법과 검술의 하이브리드인 탓에 양쪽 다 애매하게 디자인된 클래스였다.
‘마법이랑 검술 다 세면 다 그거 하지! 누가 안 하겠어! 게다가 스테이터스 성장률도 3차 클래스인데 레벨당 ‘힘:6, 민첩:5, 지력:5, 건강:6, 마력 적응:5, 행운:10’이라는 어중간하고 이상한 스탯이고!’
즉, 이도 저도 아닌 클래스의 결정체. 검성은 그래도 소수 민족이라도 존재한다면 이건 아예 희소종을 넘어서 멸종 위기종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그래서 3차 클래스들 중 약캐 라인, 심지어 전직권도 3차 클래스임에도 고작 30만 원 정도 선에서 거래되는 암울한 클래스였는데…….
‘응? 그냥 마법이랑 검술 다 할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니야? 사제?’
“끄아앙! 사저어어!”
기억하기만 해도 각혈이 올라올 것 같은…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의 업보이기에 찬성은 견딜 수밖에 없었다.
‘뭐, 본인이 좋으면… 다 좋은 거니까… 아무튼 ‘검성’에 대해서 물어봐야 하는데…….’
[귓말][찬성:양 사저, 게임은 잘되어 가나요?] [귓말][天衣無縫:응? 아, 꽤 재미있게 즐기고 있어.]일상적인 안부를 물으면서 찬성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드디어 ‘검성’에 대한 이야기와 정보를 물어보았다.
[귓말][天衣無縫:검성? 음, 인기가 높아서 많은 사람들이 하지만 인식은 별로 안 좋은 클래스야.] [귓말][찬성:네?] [귓말][天衣無縫:그… 찬성 사제가 직접 하고 있어서 알겠지만, 검성(劍星)은 그 능력을 발휘하기가 까다로우니까… 발휘 못하면 스테이터스만 높은 클래스밖에 되지 않는데, 그래서 파티에서 사고 나는 경우가 많아서 인식이 안 좋아졌어.]“아아… 뭔지 알 것 같아요.”
소위 말하는 ‘밥값을 못한다.’라는 상황. 인기는 많지만 그 포텐셜을 못 살려서 인지도가 안 좋아지고, 하는 유저들도 그것을 알면서도 검성을 하기 위해 다른 유저들과 싸우다 보니 파티원이 필요한 고난이도 퀘스트 같은 것을 제대로 못하거나 연구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귓말][天衣無縫:그래서 정보는 일반적인 것 정도뿐. ‘비전’에 대한 건 거의 연구가 못 되었다고 하네. ‘검성’의 능력을 살릴 수 있어야 클리어 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음, 하긴 대놓고 단서를 줬던 비전 1식도 어렵긴 했지.’
‘산적을 닮은 검성’과의 기억을 떠올리는 찬성. 그제야 왜 ‘비전’ 공략이 안 풀린 건지 이해가 됐고, 양 사저와의 대화는 그 뒤로 적당히 정리하고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결국 3식부터는 직접 찾아야 하나? 근데 어디서 단서를 찾지?”
“뭔가 고민이라도 있나?”
퀘스트를 받고 난 뒤, 끙끙대면서 고민하는 그에게 ‘꺼져 가는 검성’이 말을 걸어왔다.
보통 유저들은 그냥 고정된 대화 패턴 같은 거라고 생각하며 무시하곤 했지만, 찬성은 예의 바르게 자세를 잡고 인사하며 응답했다.
“아, 그게… 3식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3식? 아, 항성(恒星) 이야기였군. 갑자기 무슨 생각을?”
“그… ‘비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그런 궁금증이 갑자기 떠오른 거죠.”
대놓고 ‘비전은 어디서 얻나요?’라고 할 순 없던 찬성은 슬쩍 궁금증으로 포장해서 질문을 하였고, ‘꺼져 가는 검성’은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나름 대답을 해 주었다.
“허허헛, ‘비전’이라는 건 뭔가 거창한 걸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진 게 아닐세.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검(劍)’을 은하검법의 초식에 실어서 발현한 것뿐이지.”
“아하아…….”
“그러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게.”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멀어지는 ‘꺼져 가는 검성’. 그 말에 잠시 곰곰이 생각을 하던 찬성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번뜩였다.
‘‘비전’… 좋아하는 검의 발현. 아!’
무언가 길을 찾은 듯한 느낌을 받은 찬성은 빠르게 ‘흑우왕’을 소환해서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하는데…….
“…아! 맞다. 일퀘 안 받았네. 일퀘! 일퀘 주세요!”
새로운 퀘스트에 정신이 팔려서 오늘 일퀘를 받지 않은 것을 떠올리고 가다가 되돌아와서 일퀘를 받았다.
그러곤 찬성은 오늘 딱 맞게 걸린 일일 퀘스트 ‘편지 전달’의 도착지인 산으로 향해 예전에 ‘비전 1식’을 전수해 주었던 ‘산적을 닮은 검성’ 앞에 도달했다.
“크하핫! 오, 자네 왔는가? 검성, 아니 이젠 사원의 후계자라고 불러야 하나? 크하하핫!”
‘3단계 찍고 여기는 처음 왔는데…….’
“크하하핫! 자네 소문이 어찌나 빠르던지 말이야. 여기저기서 오가는 다른 검객들과 저 산 아래에서 이야기도 듣고 대충 그렇게 해서 먼저 알아냈다네.”
“아하! 그렇군요. 아… 그리고 여기, 편지 받으세요.”
“오, 고맙네.”
그에게 편지를 줘서 우선 일일 퀘스트부터 해결한 찬성은 곧바로 ‘산적을 닮은 검성’에게 ‘비전 퀘스트’의 좀 더 자세한 단서를 찾기 위해 조심스럽게 질문을 했다.
“저기, 그… 전에 주신 비전 1식 ‘타오르는 샛별’에 대해서 몇 가지 여쭈어볼 게 있는데, 물어봐도 될는지요?”
“음? 하하하핫! 뭐든 물어보게~ 같은 검의 길을 걷는 검성들 아닌가?”
“그, ‘비전’을 깨달으신 분의 생각이 갑자기 궁금해서요. 어떤 마음과 경지를 꿈꾸고, 그 검을 깨달으셨는지.”
“크하하핫, 심상에 대한 건가? 으음… 어렵군. 물론 알려 주기 어려운 건 아니지만 맨입에 해 주기는… 아니지. 나와 같은 ‘사원의 후계자’가 된 친구인데, 알려 줘도 문제없겠지.”
[퀘스트 발견!] [시스템-퀘스트가 발견되었으나 당신은 ‘검의 사원’ 평판 3단계를 갖추고 있기에 자동으로 통과됩니다.]‘오오… 소속 3단계! 소속 3단계 효과 끝내준다!’
간만에 또 플레이어의 만족감이 올라가는 부분에 찬성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매일매일 와서 꼬박꼬박 해야 하는 일일 퀘스트를 완료해서 우호도를 올린 보람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럼 알려 주겠네. 비전 1식 ‘타오르는 샛별’의 이야기를 말이지.”
“오오… 어어?”
그 순간, 한낮이었던 찬성의 눈앞이 새까맣게 변함과 동시에 주변의 풍경이 갑자기 어두운 상공으로 순식간에 변했다.
실제로는 그냥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지만, 인게임에서는 보다 실감 나는 체감과 이야기의 전달을 위해서 직접 보고 느낄 수 있게 하는 체감형 시네마틱이었다.
“언제 적… 선조분의 이야기인지는 나도 자세히는 모르겠네. 그저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스승님에게 들은 거고, 그 스승님도 스승님의 스승님에게 들은 거니 말이야. 아무튼 그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동시에 ‘산적을 닮은 검성’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오면서 하늘에 있는 찬성의 몸은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하며, 땅 위에 회색빛 무복을 걸치고 마구 헝클어지고 제멋대로 길러진 머리칼을 한 사람의 모습을 보게 된다.
‘…와, 영화도 앞으로 이렇게 보게 되려나? 장난 아니겠다.’
[언제, 어딘가에 한 검성(劍星)이 있었다.] [정점과 더 높은 경지를 갈망하던 수많은 별 같은 검성(劍星)들 중 하나인 그는 수십 년 수련에도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었다.] [“경험이 좀 더 필요한 걸까?”] [산속에서 수십 년간 수련을 해도 답을 찾지 못한 그는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세계를 떠돌기 시작했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고, 때론 바다를 건너면서 그는 세계를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검으로 악인, 악마, 몬스터를 처리하며 협행을 했지만 여전히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지 못했다.]이야기의 전개에 따라 찬성의 앞에 놓인 풍경과 장면은 하나하나 변하면서 짧게 그 ‘검성’의 활약이 보였다.
[“뭐가 부족한 거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더욱 가혹한 여정에 몸을 실었다.] [사막, 지하 동굴, 황야, 마계… 살아 돌아온 것 자체가 다행일 모든 여정을 하며 검을 휘둘렀다.]뜨거운 사막의 열풍, 지하 동굴의 스산함, 황야의 메마름, 불과 유황 냄새 가득한 마계의 모습… 가혹한 풍경 또한 그대로 찬성에게 전해져 몰입도는 더더욱 올라갔다.
[“아직이야.”] [그럼에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을 해결하기 위해 그는 가혹한 여정에 계속 몸을 실었고, 드디어 세상의 끝이라고 하는 북쪽 끝으로 향했다.]휘이이이이이이!
내레이션과 동시에 거센 눈보라와 급격히 몰려오는 냉기가 한파를 간접 체험하게 했다.
[“후우… 후우…….”]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것도 힘든 여정. 그는 대체 무엇을 보기 위해서, 무엇을 느끼기 위해서 왔을까? 참아 온 후회가 드디어 터져 나가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이 모든 고행은 그저 검(劍)의 길을 찾기 위해서였는데, 얻은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고통과 괴로움뿐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검을 뽑아 눈보라 속에서 휘두르기 시작했다.] [샛별, 성운, 항성… 은하검법의 진수들이 그의 검에서 빛났지만 눈보라를 이겨 낼 순 없었다.] [“하아… 하아…….”] [결국 체력을 소진해 눈 속에서 쓰러진 그는 찬 공기가 폐부를 찢는 고통을 느끼면서 눈보라로 어두운 하늘을 보며 자신의 검(劍)은 결국 여기서 끝났구나, 생각하며 절망한다.] [“이렇게 깜깜하게 인생이 끝나게 되는군.”] [울분을 터뜨리고, 기력이 빠져 서서히 눈이 감기던 그는 마지막까지 손에 쥐고 있던 검을 놓으려고 하였다.] [자신의 길은 끝이라고, 다음, 다른 검성이 자신이 못 간 길을 나아가 달라고 마음속으로 말하면서 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는데…….]그 순간, 눈보라가 서서히 그쳐 가기 시작했다.
쌓여 가던 눈도, 거센 바람도 모두 멈췄다.
죽는 것도 쉽게 하지 못하는구나, 생각하던 ‘검성’의 눈이 떠짐과 동시에 허공에서 그것을 보던 찬성의 몸이 땅으로 떨어져 ‘검성’의 옆에 그대로 누우면서 그도 같이 보게 된다.
[“오오오…….”]“와아아…….”
동시에 검성의 눈에 하늘에 펼쳐진 오로라가 들어왔고, 경탄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와 마치 합주를 하는 것 같았다.
은은한 녹빛과 보랏빛이 섞여서 ‘별’들을 감싸며 빛나는 아름다운 오로라.
[그 장엄한 아름다움은 가혹한 여정으로 메말랐던 ‘검성’의 마음에 깊은 감동을 가져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는 깨달았습니다. 본래 밤하늘에 빛나던 별들의 일부는 오로라에 가려져 그 빛을 잃었지만, 일부는 그 오로라의 찬란함을 머금은 채 빛난다는 것을. 오로라의 찬란함에 지지 않고 빛나는 그 모습에서 검성은 자신의 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거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려던 검성은 다시 한번 의지로 육체에 생명을 불러일으킵니다. 검을 쥔 손에 힘을 주고, 두 다리로 일어나서 다시 한번 오로라를 바라봅니다. 그 뒤에서 빛나는 별들도 바라보면서 그는 방금 마음에 생긴 풍경을 검으로 펼칩니다.] [비전-타오르는 샛별]대지가 화염에 물들지만 그 화염 속에서 검광은 샛별처럼 빛난다.
오로라 속에서도 빛나는 별들처럼.
‘우와아아아아아!’
[그렇게 자신의 길을 찾은 그 검성은 몸을 돌려 극지를 벗어났고, 다시 산으로 돌아가 수행을 이어 나갔습니다.]“…까지라네.”
“와아아아… 와아아아!”
짝짝짝.
결말과 함께 순식간에 풍경은 다시 산속으로 바뀌었고, 찬성은 짧은 감동적인 영화를 본 것처럼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찬성의 앞에 새로운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