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시스템-‘유일:검신(劍神)’의 단서 3. ‘심상의 비전’을 얻었습니다.]“어?”
전혀 생각지 못한 단서가 해금된 것에 찬성은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은 ‘비전’을 찾으러 온 건데, 어째서 이게 나온 건지 의아했다.
“으음, 하긴 길은 결국 하나로 합쳐져 있구나. 흐으음… 만류귀종. 맞는 말이지.”
‘비전’을 찾는 길이 결국 ‘유일-검신’으로 향하는 길.
찬성은 게임사의 배분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면서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산을 내려갔다.
‘아무래도 다른 ‘비전’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것 같아.’
‘비전’에 대한 감을 확실하게 잡은 찬성은 우선 자신이 생각하고 예상한 것이 맞는지 먼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여기도 오랜만이네. 레오나와 만났던 곳이지.”
그래서 그는 앱솔 공작가 산하 노예 관리소 영지에 도착해 일하고 있는 ‘검성 대도세’에게로 갔다.
메인 시나리오도 클리어했고, 앱솔 공작가의 가신이면서 평판도 잘 쌓았기에 다른 NPC들에겐 일절 방해받지 않고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자네와는 더 이상 볼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네만? 아니면 누굴 면회하러 왔나? 그렇다면 면회 시간은 이미 지났네, 사원의 후계자.”
“사원의 후계자가 된 거, 용케 알아보셨네요.”
“썩어도 나도 검성인지라, 알아보는 거지. 아무튼 무슨 용건이지?”
간수복 차림의 대도세는 찬성을 보자마자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찬성은 그런 태도에 상관 않고 질문을 던졌다.
“그게, ‘비전’에 대해서 물으려고 왔습니다.”
“내 ‘비전’을 훔쳐 갔으면 끝난 거지, 뭘 더 묻는단 말인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서입니다.”
한 치의 흔들림 없이 당당히 말하는 찬성의 태도에 대도세는 한숨을 푸욱 쉬면서 대답했다.
“하아~ 정말이지 뻔뻔함의 극치구먼. 하긴 그런 면이 있으니 검(劍)에 미치는 거겠지. 진짜 검을 쥔 놈들은 다 제정신이 아니야.”
“부정할 수가 없긴 하네요. 하하하.”
“부정을 좀 하게나. 아무튼 용건이나 빨리 말하게.”
“그 비전 2식 ‘펼쳐지는 성운’ 말이죠. 대도세 님이 만드신 거잖습니까?”
“그렇지.”
“어떤 심상을 표현한 건지 예상한 걸 이야기해 드려도 될까요? 정답인지 오답인지만 판별해 주시면 됩니다.”
“말해 보게.”
“‘그때 이런 게 있었으면 하는 후회를 표현한 검’ 아닙니까?”
“…예리하군.”
정답인 것을 인정하는 대답을 하긴 했지만 대도세의 표정은 아픈 상처를 건드린 양 살짝 일그러졌다.
“가족을 위해서 검의 길을 버렸다곤 하지만 대도세 님은 그런 ‘비전 2식’을 만들었습니다. 검의 길을 버리기 전인지 후인지 만든 시점은 예상이 가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그때 비전 2식 ‘펼쳐지는 성운’이 있었으면 하는 사건이 있었을 거라는 거죠.”
“검성이 아니라, 왕국 수사관이 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군. 그래, 맞네. 다 맞아. 사람은 후회가 상처가 되고, 그때 있었으면 하는 걸 간절히 원하게 되지.”
“역시…….”
“내가 수련하던 시절, 내가 지내던 검의 사원은 제국 놈에게 반항했다는 이유로 공격받았네. 놈들은 완전히 우릴 죽일 생각으로 준비해서 왔었지. 내로라하는 검성들이라곤 해도 하늘을 메울 정도로 화살과 마법 포격이 쏟아지니 살기가 힘들더군.”
‘은근히 게임적 스펙과도 잘 연결시켜 놨네.’
“그날의 광경을 난 아직도 잊지 못하네. 새빨갛게 하늘을 메운 화살과 화염과 유황의 세례 속에 스승과 사제들이 죽어 나가던 모습을 말이야.”
덧붙이는 내용에 의해서 비전 2식 ‘펼쳐지는 성운’이 방어적이게 된 이유가 딱 설명이 됐다.
물리 공격인 화살은 ‘검성의 경지’로 막는다고 쳐도 마법 공격은 원래 검성이라면 무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나는 무력함에 후회가 밀려들었지만 결국 할 수 있는 건 ‘검’을 휘두르는 것뿐이었고, 그러다가 얻은 비전일세. 무력함에 대한 아픔과 후회를 위로하고자 만들어 낸 부산물이 비전이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아뇨. 저야말로 아픈 상처를 건드려서 정말 실례했습니다.”
“할 거 다 해 놓고는 새삼. 아무튼 대답이 되었으면 나는 이만 실례하지. 보고서를 쓰고 나서 얼른 퇴근해야 하거든.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네.”
“예.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 대도세는 찬성을 떠나 퇴근 준비를 시작했다.
동시에 ‘비전’에 대한 답을 찾은 찬성은 진심을 담아 허리를 깊게 숙이며 예를 표한 뒤, 이제 본격적으로 ‘비전 3식’을 찾자고 생각하면서…….
“후우우… 이번 건 나도 좀 쓰리네.”
레오나의 모습이 아른거리는 걸 느낀 찬성은 대도세의 ‘비전’을 똑같이 이해하며, 그때의 상상을 하며 본격적으로 ‘비전 3식’을 찾기 위해 움직였다.
***
같은 시각, D.E사.
사쿠라마치 길드의 그란 왕국 수도-세우르 영지전의 승리.
그 이후 벌어진 ‘언어 통제’ 후속 조치로 인해서 현재 비상 화상 회의를 열고자 사장에게 건의했지만…….
“어? 그냥 내버려 둬. 좋네. 위기감도 생기고, 사람들 막 절박해질 거고 말이지. 게다가 이런 거 좋잖아. 거대 악역.”
“…제정신이십니까? 사장님. 아무리 그래도 이건 그냥 놔둘 사태가 아닙니다. 게다가 일본 놈들이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고…….”
“음? 그야 뻔하지. 하는 놈들에게 일뽕과 더불어 ‘정복’의 맛을 가르치려는 거잖아. 겁나 알기 쉬운데, 이런 걸 고민하냐?”
사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시시한 산수 풀이를 하는 것처럼 일본 기업들의 목적과 속셈을 말하기 시작했다.
“물론 표면적인 명분으로는 가상 세계를 시장으로서 인식하고 가치도 생각해서 투자를 한 것이라곤 하지. 하나 그 투자가 좀 과해. 인게임 화폐 구매까진 그렇다고 할 수 있는데, 이걸 보게나.”
탁타타탁!
사장이 키보드를 조작하자 대형 모니터의 화면이 바뀌었다.
그리고 현재 일본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가상현실 게임 캡슐 판매 마케팅 화면들이 여럿 나왔다.
“이, 이게 다 뭡니까? 아니, 캡슐들을 무슨 저렇게까지 세일을 한다고?”
“보자. 세일 겹치고 겹치면 거의 40퍼센트 할인인데… 저 정도면 손해 보고 파는 거 아닙니까?”
“그래. 완전히 손해 보는 장사지. 우리도 놀랄 정도로 말이야. 물론 일본에 있는 게임사라든가 보급 회사들은 보급률을 늘려서 시장 저변을 넓힌다는 거지만… 그래도 저 정도로 마케팅하는 건 너무 수지가 안 맞지.”
“그러니 그 밑에 다른 목표가 깔려 있다는 거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 목표는 아까 말했다시피 ‘정복’의 맛을 보게 하는 거지. 가상 세계를 대상으로 말이야.”
심지어 기업의 후원 덕분에 게임의 규칙밖에 없고, 법이 없는 세계에서 압도적인 힘으로 세계를 유린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거기다 그 대상이 한때 식민 지배를 했었던 동아시아인들이라면? 실제로 정복까지 해서 가상 세계 안에 일본의 지명까지 붙인다면?
“군국주의 부활이라도 노리는 겁니까?”
“대충 비슷해. 고기도 씹어 본 사람이 잘 먹는 법. 자위대 한번 군대로 만들어 보려고 오만 짓을 다 하는데도 결국 실패의 연속이지 않나? 주변국의 반대도 많지만, 결국 일본 내에서 여론이 통과가 안 되니 말이야.”
“그, 그렇죠.”
“그래서 여기서 ‘피 맛’을 보여 주는 거지. 자, 봐라. 전쟁이 얼마나 즐겁냐? 저기 조센징들을 짓밟는 쾌감, 좋지 않냐? 듣도 보도 못한 판타지 왕국이 일본으로 바뀌어 가는 장면, 얼마나 멋지냐?”
심지어 사회에서 대부분의 인간들은 남에게 짓밟히거나 지배당하는 입장이다.
그저 가족을 위해 살아가다 보니 울분을 삭이고, 다 그렇게 사는 거라면서 참거나 체념하는 것뿐이다.
“그래서 이세계물, 치트, 그런 것 모두 사람들이 바라는 거지. 그리고 마침 딱 하기 좋은 게임이 있지. 한국 게임이긴 하지만 말이야. 아니, 한국 게임이라서 더 좋을 수밖에 없군.”
일본 게임이면 내부적으로 조작이나 수를 썼다고 이야기가 나올 수도 있고, 정복한들 ‘갈라파고스 일본 겜에서 너희들끼리 노는 게 뭐?’ 이러겠지만…….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처럼 한국 게임이면 오히려 정복할 맛이 나는 동네다.
심지어 세계 구조까지 동아시아 유저를 한곳에 몰아넣어 버리고, 북쪽엔 중국까지 배치해 놔서 대동아 공영권이라며 시답지 않은 소리를 하던 그때의 뽕을 채우기 적절한 상태였다.
“하, 하지만 그런 ‘정복’의 맛을 보여 준다고 해도 결국 현실에서 그들이 군대에 입대하거나 그런 건 아니잖습니까? 물론 여론을 조장해서 ‘자위대’를 군대로 만드는 건 어쩔 수 없다곤 해도…….”
“이보게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전쟁이 뭔지 아나?”
“그, 그런 전쟁이 있습니까? 없다고 봅니다만…….”
“아냐. 있어. 나랑 전혀 상관없는 스포츠 경기 보듯이 보는 게 다른 사람의 전쟁이지. 이 게시물들을 보게.”
또다시 키보드를 조작해서 현대에 벌어진 각종 전쟁에 대한 자료들을 보여 주는 사장이었다.
“가장 좋은 예시는 미국이겠군. 직접 총 들고 전쟁에 나가 있는 군인들보다 30배는 시끄러운 게 국내에 있는 사람들이지. 하지만 민주주의 아래에서 전쟁하자는 여론을 지휘할 수 있는 쪽이고…….”
“아아아…….”
“이제야 이해가 가나 보군. 그래, 결국 다수 세대의 인식만 바꿔 놓을 수 있으면 자위대를 군대로 바꾸고, 정복 여론만 압도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다음은 이제 빌미만 있으면 전쟁 OK지. 여론만 업고 있으면 거역하는 놈들은 비국민으로 만들어 버리면 그만이거든. 하하핫.”
산뜻하게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그것을 듣는 직원들은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고작 게임에다가 그런 짓을?’이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의견이었고, 일본이 이빨을 들이밀기 제일 좋은 나라는 바로 가장 가까운 한국이었기에 그들의 수작이 무서울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부수적으로… 가상현실 세계에 빠져듦으로써 현실 정치에 무관심해지거나 가치 없게 만드는 것도 있는 등등… 여러 가지로 투자할 가치가 있으니까 저렇게 가상현실 세계의 장점들을 이야기하면서 보급률을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는 거지. 퍼 주기 세일을 반복하면서~”
“그럼 뭔가 대책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음? 우리가 대책을 낼 건 아니지. 하하하. 아, 그나저나 밸런스 패치를 좀 더 빨리 이야기 꺼내길 잘했군. 잘못했으면 일본 저격 너프한다느니 뭐니 하는 여론이 나올 뻔했는데 말이야.”
“그러면 저희는…….”
“아무것도 하지 말게. 우리는 심판 같은 거라서 조용히 있어 줘야 하는 법이지. 하하핫.”
“저, 정말 괜찮겠습니까?”
“글쎄~ 아무튼 재미있을 거라곤 보네. 하하하핫. 자, 그럼 다들 가 보게. 내 다 보고 있으니 말이야.”
산뜻하게 웃으면서 올려놓은 창들을 다 끄고는 컴퓨터로 자신의 업무에 복귀하는 사장이었다.
결국 신나게 회의해 놓고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은 채 그냥 돌아가서 일하라고 할 뿐이니, 직원들은 다 어처구니없어하면서 자기들 일터로 돌아가는데…….
‘근데 잠깐만? 저놈들이 저런 기반을 깔 수 있게 된 이유는 엄연히 사장님이 대륙을 저렇게 디자인해서가 아닌가? 그러면!’
한 직원이 자신의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놀라며 고개를 돌려 사장실을 슬쩍 바라보았지만, 사장은 한결같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면서 그저 키보드를 두드릴 뿐이었다.
그것을 본 직원은 뒷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으며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