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그란 왕국 수도-교토 특구.
화신 길드, 길드 거점.
“공성전 승리를 축하하며! 위하여! 다들! 성과급 입금된 거 확인하셨죠?”
“예! 확인했습니다.”
“길마님의 선견지명 오집니다.”
“크으으! 이게 다 얼마야?”
“오지구연, 지리구연. 크으으으!”
포트리스에겐 이 게임을 하면서 오늘이 역대 최고로 기분이 좋은 날이었다.
사쿠라마치 길드의 ‘수도-세우르’ 공성전 대승리에 큰 기여를 한 이들 화신 길드는 두둑한 보수를 받은 것은 물론 사쿠라마치 길드의 하청으로 일하게끔 연장 계약이 된 것이었다.
“근데 이거 정말 괜찮은 겁니까? 길마님. 우리, 인터넷에선 개쌍욕 먹고 있던데…….”
“당연히 친일파니 뭐니 소리 듣는 거야 시작할 때부터 감내할 생각이었고, 보수가 짭짤하잖아. 공성 한 방에 중고차 한 대씩 뽑았으면 수지맞는 장사 아니야?”
“뭐, 세금 문제로 머리 아플 정도로 이득을 봤으니…….”
“게다가 지금 금화 가격도 더 비싸졌죠. 뽕국이네도 미친 듯이 금화 모으고 있던데요?”
‘뽕국이네’는 ‘KOREA 길드’를 지칭하는 단어로 길드 마스터인 ‘국뽕’을 비웃는 뉘앙스의 말이었다.
아무튼 공식 인터뷰에서 공약한 만큼 ‘국뽕’은 미친 듯이 금화를 구매하고 길드원들 레벨을 올리고, 또 다른 길드 사람들까지 싹 끌어모으면서 ‘수도-세우르’, 아니 ‘교토 특구’를 탈환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근데 결국 후발 주자라서 따라잡는 것도 힘들고, 더 문제는 우리 같은 놈들이 있다는 거지.”
“적보다 무서운 건 정보를 유출하는 내부의 적이니까요.”
“이미 네임드 정보는 싹 다 넘겼고, 저 사쿠라마치 길드로 넘어간 네임드도 많으니까요.”
‘네임드’, 50레벨 이상의 일반 유저들보다 강한 힘을 가진 유저. 전쟁 규모라서 숫자가 짱일 수도 있지만 NPC 병력을 동원하거나 함으로써 숫자의 이점만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으면 일당십 혹은 일당백의 힘으로 전황을 좌우할 수 있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는 유저들이었다.
“게다가 우리 포트리스 길마님도 네임드죠.”
“하하하핫! 당연하지.”
‘아무튼 일이 잘 풀려서 다행이군. 후후후.’
포트리스는 술잔을 기울이면서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이번 공성전의 승리로 이전에 했던 횡령 건은 완전히 묻혀 버렸고, 자신의 입지는 더욱 올라갔다.
게다가 길드 내에서 자신을 거역하거나 아니꼽게 생각하는 놈들을 싹 내보내 버린 상태여서 완벽하게 지배하에 두게 된 것이다.
“커뮤니티 반응은 어때?”
“난리죠. 이거 보세요.”
“아주 개판이죠. 사분오열입니다. 물론 우리처럼 제대로 꿀 빤 놈들은 다 알아서 눈치 보며 몸 사릴 뿐이죠.”
“멍청한 놈 몇몇은 사쿠라마치 길드로 이제라도 코인 타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더군요. 그놈들이 어그로 다 끌어 줘서 다행이죠.”
“으음, 그렇지. 아무튼 한동안 공성전 2주가 되어서 열풍이 지속될 거니… 그란 왕국 통일까지 꿀 잘 빨아 봅시다. 다 끝나면 여기서 먹는 게 아니라, 어디 호텔에 직접 모여서 잔을 나누죠. 하하핫! 위하여!”
쨍!
환호하면서 다시 잔을 드높이는 포트리스와 화신 길드원들이었다.
그리고 술자리의 구석, 여전히 화신 길드의 유령 길드원인 ‘용철’은 맥주를 홀짝이면서 이 모든 광경을 촬영하고 있었다.
***
“설마 내가 게임을 위해서 이렇게 머리 싸매고 있을 줄은 몰랐어.”
비전 3식을 찾기 위해 찬성은 우선 그 심상(心狀)을 읽고 깨닫고, 그 조건에 맞는 장소를 찾으러 일단 게임을 나와 휴대폰을 조작하며 무언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지도랑… 보자. 여기랑, 여기랑…….”
그런 다음 커뮤니티와 사이트를 뒤져서 게임 내에서 밝혀진 부분만 제공된 ‘대륙 지도’를 찾아내 둘러보면서 노트 한 권을 옆에 두고 열심히 메모하며 위치를 기록했다.
“음… 가라쿠르산 4,211미터, 오르테가산 5,131미터, 그리고… 으으음…….”
그는 그란 왕국은 물론 플레이어블 국가 모두 체크리스트에 넣고 대륙의 산이라는 산은 모조리 헤집으면서 확인하고 있었다.
“대륙이 생각보다 넓네. 하긴 포탈로 다니다 보니 이게 거리 감각이 달라져 버렸네. 가려면 엄청 걸리겠는걸? 보자, 가장 동쪽에 있는… 메리 왕국의 휘트니산인가?”
일단 목표로 하는 위치를 찾긴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가기가 너무 힘든 곳이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로는 ‘비전 3식’을 가진 ‘검성’이 있는 곳은 동쪽 끝에서 가장 높은 산이었다.
“내 생각으론 여기 같은데… 어떻게 가지? 으으음…….”
그란 왕국을 벗어나서 동쪽 국경을 넘어서 가야 하는 곳. 그란 왕국에 있는 동쪽 산을 생각하긴 했지만 그 산들은 대부분 높이가 낮은 곳뿐이었다.
‘찬란하게 빛나는 항성, 그것은 곧… ‘태양’. 그것과 인연이 있는 ‘검성’이라면 필시 이 대륙에서 가장 높은 동쪽에 있을 거야.’
그곳의 위치를 짐작하고 찾아냈지만 갈 수 있는지의 문제가 있었다.
“타 왕국으로 가는 방법이 있던가? 물어봐야지. 마침 시간도 딱 되었네.”
오늘부터 다시 ‘메인 시나리오 진행’을 하기로 약속한 만큼 모여서 이야기하면 될 거라고 생각한 찬성이었다.
그 뒤 오후 시각, 찬성은 곧바로 파티원들과 ‘앱솔 공작가’에서 만나 ‘새로운 메인 시나리오’를 진행하게 되었다.
“음, 마침 잘 왔네. 자네들에게 부탁할 일이 있네.”
‘오늘은 꽃무늬 팬티.’
오랜만에 보는 나체에 팬티 한 장 차림인 앱솔 공작의 패션. 그는 찬성 일행을 보자마자 반기면서 곧바로 퀘스트를 건넸다.
[퀘스트 발견!] [퀘스트:제국을 막아라]자르엔 백작과의 화합은 이루어졌고, 드디어 본격적으로 제국의 수작을 막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앱솔 공작은 당신들에게 설명을 하려 한다.
조건:앱솔 공작의 설명 듣기
“그날 협의 이후, 많은 것을 준비했네. 하지만 여전히 일손은 부족하지. 여기 이 서찰을 받게. 내 추천서일세. 왕궁에 있는 ‘작전 본부’로 가면 자네가 투입될 작전 지역에 보내 줄 걸세.”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작전 본부로…….]아무래도 왕궁의 작전 본부로 가야 할 것 같다.
조건:‘수도-교토 특구’에 있는 왕궁의 작전 본부로 향하기
“…수도 이름 바뀐 거 진짜 소름 돋네요.”
“그런 거 적용되라는 게 게임이죠. 쿠룩.”
“아무튼 가죠.”
찬성은 곧바로 일행과 함께 ‘수도-교토 특구’로 향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니멈실버에게 말을 걸어서 원래 전하려 했던 말을 전했다.
“맞다. 누님, 다른 왕국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크릉? 갑자기 어딜 가려고? 무슨 퀘스트라도 생겼니?”
“그… 동쪽에 있는 메리 왕국이요. ‘비전 퀘스트’에 대한 거 알아보려고 하는데…….”
“메리 왕국? 아, 미국 서버 지역이네. 비전 퀘스트? 발견이라도 한 거니?”
“아뇨. 그냥… 그러니까… 어…….”
은하검법 3식에 담긴 심상(心狀)을 읽었다고 말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찬성.
하지만 이 사람들이 과연 자신의 설명을 이해하고 알아들을지에 대해선 전혀 생각지 못했다.
아니, 까놓고 말해서 자신이 예측만 한 거지, 논리적인 근거나 단서는 단 하나도 없는 그냥 직감인데…….
“그… 그러니까 3식을 보고 제가 심상(心狀)을 읽었거든요. 그래서, 그러니까… 거, 거기에 ‘비전’이 있을 것 같아서요.”
그래도 열심히 정직하게 설명해 보는 찬성이었다.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니, 근데 정직하게 말을 해도 이상해!’
물론 설득력은 전혀 없었다.
이게 자신이 느끼는 기준에서나 심상이니 뭐니 하는 거지, 일반인들이 이 말을 알아듣는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쿠룩… 이게 보통 사람이라면 ‘그게 뭔데, X덕아.’가 나올 상황이지만…….”
“지지직… 찬성 님 말이니 설득력이 있죠. 지지직…….”
“찬성 님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 뜰 수도 있죠.”
‘이게 이렇게 설득이 된다고?’
말이라는 것은 논리와 이치도 중요하지만 누가 하느냐도 중요하다.
그동안 치트키급 활약을 보이며 비상식의 저변을 마음껏 보여 주었던 찬성이 하는 말은 논리와 정보가 전혀 없어도 설득력을 가지는 것이다.
“메리 왕국이라. 가려면 고생 좀 하겠는데요? 여기서 거리부터가 먼데…….”
“크릉, 일단 그란 왕국 떠나면 무조건 땅으로 걸어가야 하니까 말이죠.”
물론 그것뿐만 아니라 그동안 같이 파티 플레이를 하며 끈끈해진 유대 덕분도 있었기에 찬성의 의견을 적극 수용해서 생각해 주기 시작했다.
“‘흑우왕’의 속도라면 포탈 룸 같은 거 안 쓰고, 보자… 쭉 동쪽으로 가야 하니까…….”
“찬성 님, 메리 왕국 정확히 어디로 가야 합니까?”
“휘트니산요.”
“쿠룩, 거기가… 동쪽 완전 끝인데? 가려면 더럽게 오래 걸리겠는데. 편도로 가려면, 보자… 쿠룩. 비행 탈것 같은 게 없으면, 아니 있어도 그냥 가는 건 무리입니다. 메리 왕국은 지금…….”
“거긴 완전 서부 개척, 무법자의 시대입니다. 아메리칸 똘게이들이 중세가 아니라 서부 개척 시대로 만들어 놨어요.”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말의 아귀가 너무 안 맞아서 이해가 안 가는 찬성은 고개를 갸웃했고, 파티원들은 친절하게 자신들의 인터페이스 창을 열어 ‘메리 왕국’의 현실을 설명해 주었다.
『끼얏호! 가자! 하하!』
『자유도 진짜 최고구만!』
『쏴라! 모조리 약탈해!』
“우와, 영화 같네요.”
“영화가 아니라, 지금 ‘메리 왕국’의 현실입니다.”
분명 기반은 중세 판타지 RPG 게임인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인데, 인터페이스 화면에 보이는 것은 서부극을 옮겨 놓은 것 같은 풍경. 카우보이 패션을 입은 수많은 유저들이 총을 쏘면서 싸우고 다니는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와우…….”
“메리 왕국도 초기엔 일반 중세 RPG 게임처럼 플레이하는 유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나라들처럼 흥행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알다시피 길드에 기업이 끼기 시작해서 통제되는 거, 여기까진 이제 다른 나라들의 흐름과 같은데…….”
“쿠룩, 여기서 미국인… 답다고 해야 하나? 미국인스러운 정신이 발동됩니다.”
‘이곳에서까지 우리의 자유를 빼앗지 마라! 이곳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공간! 우리는 보다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바대로 살 거다! FUUUUUUUUUUUUCK!’
탕!
한 유저의 총성을 시작으로 난리판이 벌어졌고, 그 행위가 너무나 ‘Badass’하게 비쳐졌는지 그 행위를 따라 하기 시작한 유저들에 의해서…….
“지금처럼 되었습니다. 아무튼 메리 왕국은 그냥 가기엔 시간도 시간이고, 너무나 위험 부담이 큽니다. 찬성 님이 아무리 강해도 무리입니다.”
“쿠룩, 적어도 50레벨은 찍고서 가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한 번 갔다가 죽으면 앱솔 공작가로 돌아오시잖습니까?”
“하아~ 어쩔 수 없네요. 빨리 50레벨을 찍고 가야!”
“크릉? 아니, 방법이 있긴 해.”
방법이 있다는 미니멈실버의 말에 파티원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모였고, 일행의 시선이 모이자 그녀는 곧바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