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32
232화.
“크릉, 육로가 안 되면 해로로 가면 되는 법. 바닷길을 이용하는 거지. 알다시피 배도 이용할 수 있잖아.”
“맞아. 그게 있었지. 하도 육로랑 포탈만 쓰다 보니 그걸 까먹고 있었네.”
“해로… 아하!”
거대한 빵 덩어리 형태 같은 대륙의 모양. 그란 왕국은 남쪽에 바다를 맞대고 있고, 그곳을 통해 남쪽 해안을 빙 돌아서 메리 왕국의 동쪽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일단 육로보다는 훨씬 안전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요. 문제는 비용인데…….”
“비용이요?”
“쿠룩, 해로를 이용한다고 해도 플레이 타임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배를 구해서 항해해야 하는 게 문제죠.”
“아!”
“지지직… 게다가 배만 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전문 기술-항해술’을 배우거나 혹은 항해술을 가진 NPC도 고용해야 하죠. 지지직…….”
“헉!”
생각 이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것에 찬성은 깜짝 놀라 기겁했다.
배를 직접 구입해야 하는 것도 모자라서 항해사까지. 하지만 계산이 거기서 끝나면 좋으련만…….
“바다엔 그리고 해적단, 몬스터도 있어서 전투 준비도 해야 하죠.”
“으음… 그러면 역시 지금은 못 가겠네요.”
어쩔 수 없다는 듯 포기하려는 찬성이었지만 미니멈실버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면서 당당히 말했다.
“까짓것 가 보자!”
“네?”
“RPG 게임에서! 크릉! 맨날 남들이랑 똑같은 길만 다녔는데, 새로운 길로 모험 한번 해 볼 때도 됐잖아! 그러니 가자! 크릉! 어차피 너로 너튜브 먹고살 건데! 이 누님이 밀어줄게!”
화끈하게 말하는 미니멈실버의 당찬 모습에 찬성은 눈을 빛내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지, 진짜요?”
“그래. 대신 나중에 내 부탁 하나만 들어줘라. 크릉!”
“예! 얼마든지요!”
상남자처럼 화끈하게 질러 버린 미니멈실버의 승낙에 찬성은 기뻐하면서 그녀와 손을 맞잡고 붕붕 흔들었다.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살덩이는나약하다’가 두 사람의 손을 맞잡으면서 끼어들었다.
“지지직… 저도 도와드릴게요. 덕분에 저도 ‘비전’ 스킬 배웠으니 찬성 님 믿고 가 봐야죠. 지지직…….”
“아, 예! 감사합니다.”
찬성은 자신을 돕는 일에 합류한 ‘살덩이는나약하다’에게도 천진한 미소를 지으면서 꾸벅 인사를 해 주었다.
표정을 알 수 없는 SF풍 아바타에서 미묘한 노이즈가 나왔지만, 그녀가 부끄러워하며 만족하는 것을 찬성을 제외한 다른 이들은 모두 눈치챌 수 있었다.
‘아따~ 진짜 아바타 시스템 잘 만든 것 같다야~ 원래라믄 저기서 여자들 눈빛 교환 살벌했을 깅데~ 아따~’
‘쿠룩? 갑자기 웬 사투리냐?’
‘내 나름 이 공기를 견디기 위한 방어 기제라고 해야 할까? 내~ 무습다~’
‘쿠룩, 확실히 지금 저거 사냥감을 두고 경쟁하는 맹수들의 눈빛이네.’
미니멈실버와 살덩이는나약하다의 뒤로 각각 얻었던 ‘랜드 드레이크-초전’과 ‘강철 신의 사도-타우’의 형상이 포효하는 것 같은 착각을 받는 두 사람이었다.
“…크릉…….”
“…지지직…….”
그 사이에서 해맑게 웃고 있는 찬성은 역시 그 공기를 파악 못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죄 많은 남자란 말인가?
“크흠! 크흠!”
“아, 저기!”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는 이 긴장 상태를 그대로 둘 수 없기에 슬쩍 손을 내밀면서 끼어들었다.
“쿠, 쿠룩… 이, 이렇게 되면 저희도 참여 안 할 수가 없지요. 쿠룩쿠룩쿠룩!”
“워, 원래부터 참여할 거였으면서! 하하하! 자! 가죠. 어차피 왕궁 가서 퀘스트 갱신은 해야 하니까 얼른 움직입시다.”
“예!”
간신히 어색한 긴장감을 해소했지만, 미니멈실버와 살덩이는나약하다 사이에 여전히 존재하던 미묘한 공기는 이동하면서 이내 사라졌다.
***
교토 특구.
그란 왕국 왕궁 작전 본부.
점령 이후, 사쿠라마치 길드가 미리 준비라도 한 건지 도시 여기저기가 빠르게 리모델링되기 시작한 수도의 거리를 지나, 왕궁으로 들어가서 ‘작전 본부’에 도착한 찬성 일행이었다.
“음? 또 모험가들인가? 추천서 주게나. 음, 앱솔 공작가에서 온 친구들이로군. 좋아. 모험가들은 저쪽 창구로 가면 되네. 모험가 길드 방식 그대로 의뢰 형식으로 작전을 받을 수 있도록 해 놓았지.”
“예.”
본부 입구에서 설명해 주는 기사 NPC의 말을 듣고 의뢰를 받기 위해서 게시판 쪽으로 향했다.
게시판은 크게 4개가 있었고, 여기서부터는 이제 본격적으로 50레벨을 향한 레벨 업을 하는 구간이었기에 마치 취업 박람회인 양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와아… 전쟁터 말고 가장 유저들이 많은 것 같네요.”
“그래서 미리 아바타를 바꾸라고 한 거지.”
사람들이 많은 곳임을 미리 알고 있었기에 찬성 일행은 평소 자기 스타일대로 입은 아바타가 아닌 다른 것으로 위장한 채였다.
그리고 네 사람은 일단 4개의 커다란 게시판들로 나뉜 전선에서 ‘남부 전선’ 게시판을 골랐다.
“바다를 통해서 갈 거니 우리는 남부죠.”
“여기가 사람이 제일 적네요. 제일 어려워서 그런가요?”
“쿠룩, 아뇨. 난이도는 대동소이하고, 선택지를 여럿으로 주는데… 그냥 동선이랑 경험치가 구려서 안 와요.”
“크릉, 바다 지역이라는 특성과 맞물린 거지.”
남부 전선의 적들은 대부분 각종 바다 관련 몬스터나 해적으로 위장한 제국 해군, 진짜 해적 등등이 있고, 관련 던전은 섬 같은 곳에 있어서 따로 배를 타고 가거나 바다를 건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교통도 불편하지, 바다에선 싸움도 제약이 크지, 또 귀환해서 정비했다가 다시 가기 귀찮지, 이런 게 맞물려서 인기가 없는 곳이야.”
“쿠룩, ‘수면 보행’ 스킬이나 ‘수중 호흡’ 스킬도 있어야 하고 말이죠. 찬성 님이라면 수상비(水上飛) 정도는 하실 수 있을 테니… 문제없을 겁니다.”
“예? 아뇨. 못해요. 사람이 어떻게 물 위를 걸어요?”
손을 저으면서 부정하는 찬성.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었지만 그동안 비상식의 극치만 보여 준 찬성의 기량에 파티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하며 반박했다.
“그러면 벽이랑 천장을 걷는 건 말이 되는 겁니까?”
“예? 그거야 발을 붙일 곳이 있으니까…….”
“쿠룩, 그러면 보이지도 않는 화살이나 총탄을 쳐 내는 일은요?”
“어? 그건 감으로 잘?”
“지지직… 당연한 말이지만, 그동안 별짓 다 한 찬성 님이 하니까 이상하게 설득력이 떨어지네요. 지지직…….”
한바탕 투덕거리는 걸 끝낸 뒤, 남부 전선 퀘스트를 받고 찬성 일행은 곧바로 이동했다.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퀘스트:남부 전선으로!]각종 바다 괴물, 해적, 제국 해군의 위협을 받는 바다를 지키기 위해 남부 사령부로 가는 걸 선택했다.
조건:‘베산 영지’에 위치한 남부 사령부 도착
‘베산 영지’. 남부 끝에 있는 영지로 대부분의 퀘스트 동선과 떨어져 있고, 남부 전선 퀘스트의 특성 때문에 유저들이 많이 찾지 않는 영지였다.
“음, 그래도 사람들이 좀 있네요. 아~ 바다 냄새 좋다.”
“리얼하네요.”
하지만 아주 사람이 없는 곳은 아니었다.
40레벨대는 물론 50레벨 이후까지 레벨 업 할 사냥터로 디자인되어 있어서 그런 점도 있고…….
“‘해적’ 같은 클래스라든가, ‘항해술’이나 ‘낚시’, ‘요리’를 배운 유저들은 역으로 여기가 개꿀 지역이거든요.”
“크릉, 수요층은 확실히 있는 셈이죠.”
도적 계열의 ‘해적’ 클래스, 전사 계열의 ‘해군’ 클래스, ‘물의 신’ 종파 신관, 물 속성이나 번개 속성 마법사들에겐 좋은 사냥터였고, 추가로 풍부한 해산물을 통해 요리 숙련을 올리려고 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다.
“크릉, 아무튼 온 김에 ‘작전 사령부’에 퀘스트 갱신해 두고, 곧바로 ‘메리 왕국’으로 갈 준비를 시작하자.”
“옙!”
일행은 ‘베산 영지’의 ‘작전 사령부’에서 퀘스트 갱신을 받은 다음, 영지의 부둣가로 내려와서 곧바로 배를 구매하기 위해서 움직였다.
“크릉, 내가 배 협상이랑 NPC 구하고 올 테니까 잠깐 기다리고 있어. 이상한 사람들이랑 시비 일으키지 말고…….”
“예~”
미니멈실버가 메리 왕국으로 떠날 준비를 하러 간 사이, 찬성 일행은 바닷가의 경치를 구경하면서 랜덤 박스에서 나온 커피 및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죽였다.
“그나저나 ‘퀘스트:남부 작전 사령부 제국 해적 요새 토벌(불가능에 가까움)’. 이것도 흥미진진하네요. 이건 이제 공략 자료가 없는 퀘스트거든요.”
“지, 진짜요?”
“쿠룩, 만렙이 가까워져 오고, 50레벨+급 고난이도 퀘스트는 공략할 수 있는 인원이 잘 없으니까요.”
“지지직… 다른 건 그래도 그냥 레벨 차이의 힘으로 밀기라도 하니까요.”
40레벨 중반급 퀘스트들은 만렙까지 가는 퀘스트 라인. 하지만 여기 ‘불가능에 가까움’ 등급이라면 사실상 50레벨 유저들도 하기 어려운 초고난이도 퀘스트라는 의미가 된다.
“심지어 배를 구해서 타고 따로 섬으로 들어가야 하니까요. 우린 ‘메리 왕국’으로 가려고 배를 사는 거니까 겸사겸사 하는 거죠.”
“지지직… 거기에 너튜브 콘텐츠도 노리고 말이죠. 지지직…….”
“크릉, 나 왔어. 다들 따라와. 배로 안내해 줄게.”
배를 구했는지 미니멈실버가 일행을 불렀고, 금방 일어나서 그녀가 인도하는 대로 배로 향하는데…….
“배가 너무 작지 않나요?”
“5명 타는데, 이거면 충분하죠.”
“쿠룩, 심지어 이거 우리가 노를 저어야 합니까? 아, 돛이 있긴 한데… 그래도 이걸 타고 그 바다를 건널 수 있을까요?”
작은 사이즈의 돛단배. 5명이 겨우겨우 탈 사이즈였다.
분명 사전에 협의할 때는 배랑 ‘항해술 NPC’를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왜 이런 게 나온 건지 이해가 되지 않던 일행은 미니멈실버를 바라보는데…….
“크릉, 견적 잡아 봤는데, 배랑 NPC 고용비랑 이것저것 다 따져 보니까 거의 천만 원 단위가 넘어가더라고…….”
“예, 그렇죠.”
“근데 우리는 ‘메리 왕국’에 갔다가 돌아올 때는 그냥 죽거나 귀환할 거잖아. 편도 여행비로 쓰기엔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래서?”
“발상을 바꿨지. 내가 전직하는 걸로. 어차피 ‘브롤러’도 패치로 떡락하고, ‘해적 계열’은 전직권이 싸거든. 그래서 지금 내 클래스 바뀐 거 보이지?”
[Lv.43 블랙비어드 커세어 미니멈실버]어느새 해적 계열로 순식간에 클래스가 변경된 미니멈실버였다.
아무리 브롤러 너프가 있다곤 해도 이런 식으로 클래스 변경을 해도 된단 말인가?
“크릉, 해적은 자체 패시브로 ‘항해술’ 숙련도가 높아서 전문 기술로 ‘항해술’ 안 찍어도 되는 장점이 있어요. 바다에서 메리트를 얻어야 하는 클래스라서 다른 전문 기술을 배우는 데 방해받지 않게 디자인되어 있는 거죠.”
“지지직… 그건 이해가 되었어요. 하지만 저런 작은 배를 타고 가다간 유저 해적이든 NPC 해적이든 만나면 순식간에 침몰해 버릴 건데… 지지직…….”
“크릉, 바로 그걸 노리는 겁니다. 예, 작은 배를 타고 다니면 허접처럼 보여서 유저 해적이든 NPC 해적이든 노리겠죠. 하지만 우리 파티의 역량은 다 아시죠?”
“지지직… 그럼 설마? 지지직…….”
파티원들이 예상하는 게 정답이라는 듯 송곳니가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웃는 미니멈실버였다.
그래, 항해술 문제를 클래스 체인지로 해결하고, 배 문제는 이제 작은 배로 다른 해적선을 유인해서 싸워 그들의 배를 빼앗으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크흐흐, 어차피 해적 관련 클래스나 소속이면 유저든 NPC든 죽여도 탈이 없죠. 크흐흐! 빼앗은 배는 제가 운전하면 되고, 우리에겐 천하무적 찬성이도 있고! 크흐흐.”
“우와, 사악하다.”
“누님, 사악해.”
“쿠룩, 누군지 몰라도 덤벼 올 해적에게 묵념을…….”
“지지직… 이 정도면 덤비지 않길 빌어야겠네요.”
늑대 인간 아바타로 사악하게 웃는 그녀를 본 파티원들은 부디 자신들에게 덤비는 불쌍한 해적이 생기질 않길 빌면서 그녀가 산 작은 돛단배에 몸을 싣고 ‘메리 왕국’을 향한 항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