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34
234화.
“항복?”
“옙! 항복!”
“항복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앞에 엎드려 항복한 두 사람을 보며 찬성은 일단은 경계를 늦추지 않은 채로 채팅방을 열어서 파티원들에게 연락을 넣었다.
[채팅방(5)] [찬성:누님, 얘네 항복했는데요?] [미니멈실버:항복이 어디 있어? 우리 그 배 빼앗아야 하는데! 그냥 전멸시켜! 메리 왕국 안 갈 거야? 게다가 우리를 선제공격한 해적들이잖아!] [찬성:그래도 항복하고 엎드린 상대를 베는 건 좀…….]배가 필요하다곤 했고, 상대가 먼저 공격해 오는 것을 기다려서 전투를 했다곤 하지만 그래도 엄연히 검사로서 항복한 상대를 베는 건 찜찜한 찬성이었다.
“그… 저희 메리 왕국으로 가야 하는데 배가 부서져서 그런데… 순순히 이 배를 넘겨주시면 안 될까요?”
“아, 아니, 이 배는 우리 길드가 피땀 흘려서 만든 건데… 그나저나 메리 왕국? 거기엔 무슨 일로 가십니까?”
‘어, 이거 어떻게 하지?’
찬성은 잠시 고민했다.
아까도 파티원들과 이야기했지만 자신은 무언가 ‘확정’적인 정보를 가지고 메리 왕국의 휘트니산을 가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직감과 검술에 대한 ‘심상’만을 가지고 가는 거라서 다들 고민했던 게 사실이다.
오랫동안 같이 파티를 해 온 이들에게도 받아들여지기 힘들었는데, 그걸 지금 생판 남, 심지어 싸우기까지 한 적에게 말한다고 저들이 이해할 것인가?
“그러니까… 모험입니다!”
“모험?”
“……?”
‘이걸로밖에 말할 게 없어!’
결국 파티원이 했었던 말을 빌려서 둘러대는 수밖에 없는 찬성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받아들이는 입장인 ‘붉은수염이반’과 ‘피범벅칼날요한’은 놀라면서 조심스럽게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데…….
‘지금 이거 수상한 냄새가 나지?’
‘그렇죠. 무언가 감추고 있는 게 확실하죠. 그렇지 않고서야 멀쩡한 그란 왕국 놔두고, 갑자기 이런 때 바다를 돌아서 메리 왕국에 갈 일이 있겠어요?’
‘심지어 저 유명한 ‘검성’ 네임드 유저가 직접 가려고 하는 거면 뭔지는 몰라도 뭔가 있는 게 확실해.’
‘공식 방송까지 나온 네임드, 남들 안 가는 필드 레이드 보스까지 단독 격파하고 여기저기 다니는 거 보면 뭔가 큰 떡밥을 건진 게 분명해요.’
뉴비라는 점을 공식 방송에서 밝히지 않은 건 아니지만 공식에서 나온 찬성의 행보는 그야말로 후발 플레이어들 중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불가능에 가까움’ 던전 연이어 격파, 5인 파티로 필드 레이드 보스 격파 등등… 일반적인 플레이어로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보여 준 존재인 만큼 그들이 아무 이유 없이 ‘메리 왕국’으로 갈 거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저, 저기, 그러면 저희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네? 진짜요?”
“전 엄연히 ‘패시브-항해술(비전)’을 개방한 놈입니다. 어중간하게 ‘항해술’을 전문 기술로 배우거나 해적 계열 클래스를 한 놈보다 30퍼센트 이상 빠르죠. 그 속도는 그 작은 배에 계셨을 때 보셨을 겁니다.”
‘아… 그러고 보니 엄청 빠르긴 했지.’
이 집채만 한 큰 배가 엄청난 속도로 바다를 가르고 와서 자신들을 들이받았던 사실을 떠올리는 찬성이었다.
“보자, 메리 왕국의 휘트니산이라고 하셨죠? 그러면… 제가 포션이랑 버프 다 빨고, ‘항해술’을 전력으로 돌려서 이 배를 몰면 직접 모시는 거보다 3배는 빠르게 메리 왕국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붉은색이라는 이름을 단 이상 3배는 빨라야죠. 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은 제안 같은데…….’
원래 여정은 3일이지만 정말로 이들이 순수하게 자신들을 위해 항해해 줘서 3배의 속도로 가면 무려 하루 만에 ‘메리 왕국’에 도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시간의 가치가 높은 게임인 만큼 매력적인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역시 문제는 이들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것.
“일단 전투를 중지시키세요. 그리고 절 포함한 우리 파티원들과 수가 같게, 그쪽의 딱 세 사람만 더 이 배 위로 올라오게 해서 이야기를 들어 보죠. 만약 조금이라도 허튼짓을 하면 이야기는 그 순간 끝입니다.”
하나 너무 매력적인 제안이었기에 찬성은 일단은 파티원들과 이야기해 보고 결정할 수 있고, 안전하면서 대화의 여지도 남길 수 있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 그러면 그쪽 분들한테도 전투 중지를 내려 주시면…….”
“예, 그러겠습니다.”
찬성과 ‘붉은수염이반’의 합의가 성립되고, 양측은 즉시 전투를 멈추었다.
그리고 찬성의 파티원들과 ‘붉은수염이반’이 부른 세 사람이 배 위로 올라와서 서로 마주 보게 되었다.
“크릉? 뭐지?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저 사람들이 왜 말을 들어? 너 무슨 짓 했니?”
찬성의 파티원들은 물속에서 싸우다가 갑자기 전투가 중지되자 모두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배 위로 올라왔다.
“그렇죠. 대체 무슨 꿍꿍이가?”
“쿠룩, 그냥 속 편하게 전멸시키는 게 나았는데…….”
“지지직… 사정이 있겠죠.”
통상적으로 봤을 때 유저끼리 이렇게 분쟁이 나면 중간에 전투가 중지될 이유가 하나도 없는데… 전투가 중지되고, 협의를 해야 한다고 하니 다들 올라와서 찬성에게 사정을 물은 것이다.
“그게 어떻게 된 거냐면…….”
찬성은 곧 파티원들에게 설명을 했고, 그제야 그들은 저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가 무슨 착각을 한 건지 눈치챌 수 있었다.
“찬성 님이 ‘모험’이라고 둘러대신 걸, 쟤네는 우리가 뭔가 ‘비전’이나 ‘히든 피스’ 같은 걸 찾으러 가는 걸로 오해했나 보네요.”
“쿠룩, 근데 그렇게 오해할 만한 게… 솔직히 우리나 찬성 님이 저렇게 순진하고 맹하고 착한 핵뉴비인 걸 알지, 밖에서 보면 미지의 공포를 내제한 괴물 ‘검성’이니까요.”
“지지직… 맞죠. 지지직…….”
“크릉, 아무튼 저 ‘붉은수염이반’의 말대로 오늘 플레이 타임 안에 가면 그것만큼 이득이 없죠. 근데 쟤네 플레이 타임, 충분하답니까?”
“여차하면 12시 넘겨서 연장 타임 이용하면 된대요. 그리고 돌아가는 건 ‘귀환 주문서’로 가면 되니 문제없죠.”
그렇게 찬성 일행은 그들의 착각을 이용하기로 했고,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의 길드장이자 선장인 붉은수염이반도 길드원들과 면밀히 대화를 나누는데…….
“근데 놈들이 뭘 찾으러 가는지 정확히 모르는데, 자기들만 먹는 ‘비전 스킬’이면 어떻게 하려고요?”
“멍청아, 비전 스킬이면 저렇게 클래스 가지각색으로 5명이 몰려가겠냐? 한 명만 따로 가고 말지. 분명 아이템 혹은 특수 전직, 히든 스킬 같은 숨겨진 퀘스트를 하러 가는 거겠지.”
“아, 하긴 파티가 필요해도 ‘비전’이면 그냥 가서 미국 애들 고용해서 파티 하면 그만이니…….”
“어차피 이대로 싸워 봐야 우리만 피 볼 뿐이고… 저 새끼들 전투력 다 돌았어요. 바다 안에서 싸우는데, 우리가 이기질 못했어요.”
바닷속에서의 싸움에 큰 메리트를 가져서 자신 있던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원들이었지만 아이템을 탄탄히 무장하고, 대비도 잘하고, 각자 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찬성 일행을 쓰러뜨리지 못한 것이다.
“그건 걱정 마라. 우리끼리 못 이기면 더 센 놈을 호출하면 된다. 저 ‘검성’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 PVP 길드 하나 없겠나?”
“여, 역시 길마님!”
“선장님이라고 해라!”
“하하하…….”
거기에 합리적 추론까지 더해서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는 찬성 일행을 메리 왕국까지 데려다주기로 했다.
“그래. 갚아 줄 건 갚아 줘야지. 아무튼 일단 ‘메리 왕국’으로 가자. 그다음에 PVP 길드에 살며시 정보랑 다 넘기고! 그 뭐더라? 휘트니산? 거기로 가서 뒤통수쳐서 놈들이 노리는 걸 먹자고. 낄낄낄.”
“예, 그럽시다, 선장님. 그럼 가서 악수하고 정리하세요.”
양측 회의와 결론이 마무리되자, 대표 격인 찬성과 ‘붉은수염이반’이 나와서 악수를 하고 합의를 마친 뒤, 곧바로 항해 준비에 들어갔다.
“헤헤, 어디 보자. 가시는 곳이 ‘휘트니산’이라고 하셨죠?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헤헤. 자! 뱃머리를 돌려라! 출항이다!”
끼이이익!
선장 ‘붉은수염이반’의 명령 아래, ‘붉은 수염호’는 선수를 돌리고 곧바로 바다를 가르며 빠른 속도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 이 속도 뭐예… 으읍!”
찬성은 대형 전투함의 것이라곤 믿을 수 없는 속도감에 깜짝 놀라서 경탄하려는데, 파티원들이 일제히 몰려와서 그의 입을 막았다.
“쉬이이잇! 스톱! 지금 저 사람들은 널 최강 무적 개간지 네임드 검성님으로 생각하고 있을 텐데, 그렇게 푼수처럼 굴다간 산통 다 깰지도 모른다고!”
“네? 그, 그럼 어떻게 해요?”
“산에서 하던 것처럼 대사형의 품위를 유지해.”
“아, 그렇게요?”
“그래.”
고고하면서도 인자하며 무게감 있는 대사형 모드를 원하는 미니멈실버의 말에 찬성은 빠르게 이해하고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무게감 있고, 남이 쉽게 보지 않는… 그런 걸 원하는 거죠?”
“그래, 정확해. 지금 상황은 알다시피… 불안정하니까. 틈을 보이면 안 좋지.”
“알았어요.”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와 지금은 합의하긴 했지만 언제 배신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기에 찬성은 그녀의 말대로 분위기에 맞춰 무게를 잡고 조용히 있기로 한다.
‘항해… 순조롭네.’
“좌현에 암초! 피하십시오!”
“오케이! 내가 누군데!”
그 뒤로도 항해는 매우 순조로웠다.
바다에 이골이 난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원들은 능숙하게 배를 조종하여 바다 쪽의 장애물들을 피하면서 전혀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고 계속 전진했다.
‘진짜로 오늘 안에 도착한다는 게 허풍이 아니었구나…….’
“전방에 NPC 해적선 무리를 발견했습니다, 선장님!”
“이런! 하필이면 거기서 리젠이! 거기 검성님! 잠시 이리로 빨리 와 주십시오.”
갑작스러운 부름, 그리고 동시에 들려오는 NPC 해적선의 발견이라는 말에 찬성은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면서 ‘붉은수염이반’에게 향했다.
“무슨 일입니까?”
“그게, 부하들의 보고를 들으신 대로 전방에 몬스터 격인 NPC 해적선이 나타났습니다. 가능한 한 저걸 피해서 가고 싶은데… 그러면 이제 해류의 흐름이라든가, 다른 NPC 해적의 리젠이라든가 하는 문제가 꼬여서… 결국 함선 전투를 진행하고 가야 할 것 같은데,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
“그게… 아까 전에 한 전투로 인해서 저희 배의 함대원이 절반가량 죽어서 귀환이 되는 바람에 ‘함선 전투’의 주력인 대포를 운용할 인원이 부족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일단 최대한 도망치면서 싸우긴 할 거지만 그래도 여차하면 ‘도선 백병전’ 같은 게 벌어질 수 있으니 준비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예, 그러죠.”
전투가 벌어진다는 것에 찬성은 파티원들의 곁에 가서 그대로 설명해 주었고, 배는 그사이에 NPC 해적선들과의 전투 거리에 도달하게 되었다.
“우현으로 튼다! 미리 장전해 둔 포들부터 방포하라!”
“옙! 선장님!”
“방포하라!”
‘방포하라, 저거 분명 임진왜란 드라마 같은 데서 들었던 것 같은데… 해적 콘셉트 플레이어들이라곤 해도 결국 한국인이라는 건가? 음?’
미묘한 동질감을 느끼면서 찬성은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의 함대전을 지켜보았다.
쾅! 쾅! 콰르르르릉!
바다를 가르면서 배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포들의 사격. 적 NPC 해적의 함선들도 계속 쏘고, 사격이 명중하면서 배가 흔들리고 연기와 불꽃이 사방으로 튀는 게 보였다.
“재장전! 빨리 쏴! 왜 이렇게 느려!”
“손이 너무 부족하다고! 길마님! 빨리 튀라고요!”
“나도 튀고 싶어! 근데 젠장! 하필이면 돛이랑 배수펌프에 맞아 가지고! 제기라알! 제압 사격은 안 되나?”
“무리입니다! 손이 부족해요! ‘장전술’ 잘하는 애들이 다 죽어 버려서!”
쾅! 쾅! 꽈르르르릉! 쾅! 쾅!
찬성 일행과의 전투로 죽은 인원의 공백으로 인해 ‘붉은 수염호’는 본래 발휘할 수 있는 화력을 못 내고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하고 있었다.
“크릉, 상황이 안 좋아 보이네. 나도 같은 해적 클래스니까 화포 장전 도우러 갈게. 너희는 너희대로…….”
“쿠룩, 배라도 붙으면 우리가 도선해서 싸우기라도 하는데…….”
“찬성 님, 진짜로 수상비 못 씁니까?”
“저기, 진짜로 못 쓴다니까요. 어떻게 날아갈 방법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 윽!”
쾅! 콰아앙!
무언가 방안이 없나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배는 계속 흔들리고 포격은 계속해서 날아왔다.
차라리 붙어서 백병전이라도 하면 이제 찬성의 판이겠지만, 상대 NPC 해적단은 배가 무려 3척이라서 하나가 붙는 순간 다른 2척의 포격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어서 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이거 침몰하면 곤란한데… 저 해적선을 빼앗는다고 해도 이 ‘붉은 수염호’만큼 속도가 안 나올 건데…….”
“지지직… 지지직… 드디어 제가 나설 차례인 것 같네요. 지지직…….”
그렇게 위기의 순간,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얼굴에 쓴 바이저 부분을 빛내면서 의기양양하게 지팡이를 들고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그녀는 사람이 없는 아군 갑판 위와 가장 가까운 적을 확인하고 주문을 시전했다.
“지지직… ‘액티브-소환:강철 신의 사도-타우(T)(비전)’.”
주문의 시전과 동시에 바닥에 성스러운 마법진이 생기고, 그곳에 금속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트리케라톱스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 저게 뭐야?”
“메카 트리케라톱스? 누구 스킬이야? 소환수라고?”
[대상 확인, 각 무기 안전장치 해제, 포문 개방, 순서에 따라 일제 발사 개시!]갑자기 갑판에 나타난 수수께끼의 메카 트리케라톱스, ‘강철 신의 사도-타우(T)’는 곧바로 가지고 있는 모든 무기의 사격을 개시했다.
앞발의 어깨 쪽에 붙은 22밀리미터 기관포 4정, 앞쪽 등에 붙은 88밀리미터 레일건 3정, 입에서 쏘는 융해포 1문, 꼬리 끝부분부터 개방되어 드러난 미사일 격납고에서 발사되기 시작하는 102발의 유도 미사일.
“이거 판타지 게임 아니냐고오오오오!”
“선장님, 우리 돌아가면 전직할까요? 맙소사…….”
투콰가가가가가가!
강철의 폭풍을 쏟아 내는 ‘강철 신의 사도-타우(T)’의 화력에 ‘붉은수염이반’과 ‘피범벅칼날요한’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고, NPC 해적선 한 척이 그 화력에 걸레짝이 되더니 침몰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