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35
235화.
“…사실 강철 신이 신관들 중에 1티어 종파인 게 아닐까?”
“쿠룩, 나 지금 전직권 사서 클래스 체인지하고 싶어졌어.”
“크릉, 이게 비전이지. 와아아…….”
파티원들도 모두 ‘강철 신의 사도-타우(T)’의 화력 쇼에 감탄했다.
그렇게 배 한 대가 순식간에 침몰해 버렸고, 다른 2대의 해적선은 가라앉는 그 배에 진로가 막혀서 돌아와야 해서 속도가 떨어졌다.
“이때다! 빨리 튀자! ‘긴급 수리’ 돌리고, 장전하는 거 멈추고 다 노로 가!”
“예! 우리 법사한테 ‘윈드 포스’ 마법도 쓰라고 했습니다.”
“좋아!”
‘붉은 수염호’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고, 속도를 올려서 NPC 해적선들을 따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동안 질주를 하던 배는 NPC 해적선들을 완전히 따돌렸고, 그제야 선장인 붉은수염이반은 안도하면서 키를 놓고 땅에 드러누웠다.
“휴우~ 겨우겨우 따돌렸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인원이 줄었다는 걸 깜빡하는 바람에 진짜…….”
“그러게 말이야. 그나저나 야, 아까 그 메카 공룡 나오는 스킬 그거 뭐냐? 본 적 있는 거냐?”
“본 적 없습니다. 보니까 대충 ‘강철 신’의 사제 같은데… 진짜 미친 것 같은데요?”
위기에서 벗어나 진정이 되니 자연스럽게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원들은 방금 전 화려하게 나타났다가 사라진 메카 공룡에 대해 떠들면서 찬성 일행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지지직… 제가 너무 화려하게 설친 걸까요? 지지직…….”
“쿠룩, 그런 걸 진짜로 보니 놀랄 만하죠, 쿠룩. 받은 걸 알고 있던 우리도 실제로 보니 놀라웠는데…….”
“역시 ‘비전’ 스킬인가? 찬성 님이 찾으러 다닐 만한데… 문제는 대부분의 ‘비전’이 공개가 안 되어 있고, 공개되어도 빡센 것들뿐이라는 거죠.”
다들 그렇게 충격적인 ‘살덩이는나약하다’의 스킬에 대해 떠들게 되는데, 자연스럽게 흥미를 가진 몇몇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 유저들이 다가왔다.
“저기, 그 ‘비전’ 스킬 어떻게 익히신 거예요? 신관님처럼 보이시는데, 저도 신관 클래스거든요.”
“지지직… 저는 ‘강철 신 종파’라서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은데… 지지직…….”
“강철 신 종파라. 음… 전향할까? 하지만 소속 제약 문제가 심각해서… 으으으… 지금 하고 있는 ‘크라켄 종파’는 소속 제약 문제가 하나도 없거든요.”
종파는 달라도 다들 ‘신관’ 클래스라는 동질감 덕분인지 먼저 다가와서 ‘살덩이는나약하다’에게 말을 거는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의 신관 유저들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싸웠는데…….”
“쿠룩, 같이 NPC 해적과 싸운 것도 있지만… 사람은 역시 득이 될 것 같은 쪽으로 움직이기 쉬우니 말이죠. 쿠룩.”
“아하…….”
“게다가 저기 선장 양반도 딱히 제지를 안 하는 걸 보니… 문제는 없어 보이네요.”
선장이자 길드장인 붉은수염이반은 항해 키를 잡고서 배를 모는 데 집중하고 있었고, 부길드장인 피범벅칼날요한은 그런 길드원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딱히 제지는 하지 않았다.
“아, 혹시 뭔가 사거나 파실 거 없습니까? 내륙 유저분들 만나기가 쉬운 게 아니라서요.”
“쿠룩? 경매장 이용 안 하십니까?”
“하고 싶긴 한데… ‘해적’ 유저들이라 중립 영지나 무법 도시 같은 곳을 가야 하는데, 왕국 남부에서 주로 노는 우리는 갈 일이 없으니까요. 게다가 남부엔 외부 유저분들이 어지간하면 오지 않으니…….”
그리고 하나둘 대화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니 이것저것 물어보는 건 물론이고 아주 작은 거래장이 열리게 되었다.
“크릉, 어디 보자. 비늘이랑 해초, 어류의 뼈, 고래의 뼈 같은 게 엄청 많네요?”
“우리야 바다 쪽에서 사니까 아주 남아돌죠.”
“지지직… 연금술 재료! 지지직… 기름도 혹시 있나요?”
“기름도 많습니다! 아, 그보다 전문 기술이 연금술? 그럼 재료랑 레시피 드릴 테니까 포션 좀 제조해 주십쇼. 사 먹자니 경매장 이용에 제약이 있고, 풀때기 구하기가 더럽게 어려워서…….”
해적 콘셉트 플레이를 하다 보니 여러모로 악명이 쌓이는 바람에 일반적인 플레이에 제약이 있는 만큼 찬성 일행이 가진 전문 기술이나 소지한 물품들로 거래할 것들이 엄청 많았다.
‘이런 분위기도 좋네. 사람 간의 교류라든가, 거래하는 거라든가…….’
“킁! 찬성아, 잠깐 이리 좀 와 볼래?”
“예? 왜요?”
“너 ‘전문 기술:고고학’이잖아. 여기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 분들이 파밍한 온갖 ‘미확인 고서’랑 ‘미확인 골동품’ 같은 거 다 판다고 하니까…….”
“예! 제가 다 구입할게요!”
찬성이 ‘전문 기술:고고학’을 하는 것을 알기에 미니멈실버는 해적들과 거래하면서 자연스럽게 찬성에게 그들이 파밍한 아이템들을 구매하도록 연결해 주었다.
“우리 길드엔 어차피 ‘전문 기술:고고학’이 없어서 계륵이었죠. 배우는 것도 배우는 건데, 숙련도를 올리려면 막 대륙 내부의 영지들이나 발굴 현장을 돌아다녀야 해서 다 필요 없는 물건이거든요. 보자, 여기… ‘미확인 고서’ 3,521권, 귀금속 같은 게 없는 각종 ‘미확인 골동품’ 893개입니다.”
“전부 다 감정하려면 한참 걸리겠네요.”
“아무튼 싸게 드릴 테니 다 가져가 주십쇼. 어차피 대부분 부캐에다 편지로 보내서 경매장으로 직행시키던 물건인데… 고고학 하는 분이 있다면 수수료 안 낼 수 있으니 좋죠.”
그렇게 찬성에게도 딱 거래할 물건들이 생겨서 그는 이 거래장에 합류하여 아이템 거래에 나서게 되었다.
아무리 개별 가격이 싸다곤 해도 서적 3,500권에 미확인 골동품 900개가량은 엄청난 양이라서 그냥 구매하기에는 살짝 가격이 부담스러웠지만 전혀 문제없었다.
“크릉, 자자!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 아니야. 35, 40레벨급 ‘영웅’ 등급 거래 가능한 방어구와 무기, 장신구! 다 있습니다.”
그들이 사는 것보다 더 높은 액수의 팔 아이템이 넘쳐 나는 게 찬성 일행의 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돌기만 해도 어렵고 피곤한 ‘불가능에 가까움’ 등급 던전을 레벨 업도 할 겸 밥 먹듯이 돈 덕분에 판매를 맡은 미니멈실버가 경매장에 올릴 수 있는 한계치보다 더 많이 득템을 하게 되었고, 판매 속도가 못 따라올 정도로 파밍한 장비 아이템들이 쌓여 가던 찬성의 파티였다.
‘와, 다들 눈 돌아가는 거 봐.’
‘쿠룩, 아이템 수준 차이가 나는 건 알고 있었으니…….’
‘지지직… 저희 파티의 아이템 수준이 비정상이죠. 보통은 영웅 등급 아이템 풀 세팅은 레이드나 최정상급 핵과금 유저들이나 하는 건데…….’
‘이 양반들도 바다의 레이드나 던전을 독점한다지만 클래스 편중 때문에 효율적으로 고난이도 던전을 돌긴 힘들지.’
해적 콘셉트라는 양날의 검 때문에 파티 구성에 하자가 많을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그들의 아이템 등급 수준이 정체된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서 수요가 넘치는 걸 알게 된 미니멈실버는 경매장에 올리기 위해 창고에 쌓아 두었던 거래 가능한 각종 아이템들을 본격적으로 링크해서 보여 주기 시작했고,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원들은 모조리 눈이 뒤집혀서 달려왔다.
“영웅 등급이야! 우와아아아! ‘(영웅)자르엔의 인장이 새겨진 단검’! 나 이거 엄청 갖고 싶었는데! 워너비 아이템이었는데 여기서 만나네!”
“영웅 등급이 몇 개야. 우와아아아… 무슨 백화점이세요?”
“나 20레벨 때 얻은 영웅 등급 검 지금까지 쓰고 있었는데, 드디어 바꾸네. 흑흑…….”
“자, 잠깐만, 나도 볼래!”
영웅 등급 아이템 링크들을 보게 되자, 먼저 다가와서 이야기하던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원들뿐만 아니라 여러 곳에서 일하던 길드원들은 물론…….
“얀마! 비켜! 이런 건 선장인 나부터 거래해야지! 호, 혹시 권총이나 머스킷 40레벨 영웅 등급 있습니까?”
“길마님은 가서 배 운전이나 하십쇼!”
“요한에게 맡겨 놨어! 자기 것도 사 오라더라.”
“저기, 늑대 인간 양반, ‘(영웅)실험체 가죽으로 만든 장갑’, 이거 얼맙니까?”
현실의 명품 매장인 양 인기가 폭발하는 상황. 아이템 교체를 희망하는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원들은 그간 모은 금화와 은화는 물론 각종 재료나 골동품, 서적 아이템까지 줘 가면서 미니멈실버와 거래를 해 나갔다.
‘후후후훗, 현물로 추가해서 받으니까 경매장보다 더 이득이네. 하긴 아쉬운 건 이 해적들이니까…….’
찬성 일행이 파밍한 아이템은 여차하면 결국 ‘경매장’을 이용해서 일반 유저들에게 처분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 ‘붉은 수염 해적단’ 유저들은 무법자 플레이 지향인 만큼 아이템 파밍은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라서 가격을 어느 정도 높게 받아도 문제가 없었지만…….
‘아직 적대감이 없진 않으니, 노골적으로 그럴 순 없지.’
그래서 미니멈실버는 수완을 발휘하는데, 금화나 은화가 아니라 그들이 산더미처럼 쌓아 둔 재료 템과 아까 전 말했던 ‘미확인 고서적’, ‘미확인 골동품’ 같은 물건들로 지불을 대신 받은 것이다.
‘찬성이에게 필요한 물건이고, 우리는 어차피 저 거래 가능 아이템들 파밍은 쉽게 해서 쌓일 정도이니, 이것들 다 얻느라 막노동할 시간을 아낀 셈이지.’
“으헝헝, 드디어 무기 바꿨다아아아아! 두 달 만에 새 무기… 흐헤헤헤… 프랑소와 짜응… 내 사랑…….”
“마리엔느… 우린 이제 죽을 때까지 함께야.”
새로운 아이템으로 바꾼 게 어찌나 감격스러운지 마치 애인처럼 뺨을 비비거나 뽀뽀하면서 애칭을 붙이는 자들도 있을 정도였다.
“좋은 거래 감사드립니다, 크릉!”
“저기, 다음에도 들러 주면 안 됩니까? 우리 파밍을 좀 더 해서 이제 더 어려운 섬이나 바다 던전 같은 걸 가야 하는데…….”
“지금 죽었던 애들도 아이템 사고 싶다고 난리입니다.”
구하기 어려웠던 상위 등급 아이템을 판매해 준 덕분인지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의 찬성 일행에 대한 호감도는 그대로 떡상.
아예 장기 거래를 하고 싶어 하기까지 했다.
그 모습에 애당초 찬성 일행을 배신하려고 각을 잡던 ‘붉은수염이반’과 ‘피범벅칼날요한’은 난감해했다.
‘이거 어쩌죠? 우리가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다 처리해 주면서 구하기 힘든 영웅 등급, 희귀 등급 아이템도 이렇게 많이 팔아 줬는데…….’
가격상으론 손해 본 것 같지만 실리적으로 보면 이들도 손해가 아니었다.
쓸모없고, 겁나게 팔리지 않아서 창고 자리만 잡아먹던 온갖 재료 및 고고학 아이템을 가치로 책정해 줘서 그들 입장에서는 이득으로 보였다.
‘흠흠… 그렇지.’
‘붉은수염이반’도 그들에게서 구매한 ‘(영웅)늑대 문양이 새겨진 권총’을 보며 갈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뒤통수 까자고 한 건 좀 철회하시는 게… 오히려 도와줘서 호감도를 쌓는 게 어떨까요?’
‘근데 이미 ‘데블즈 윙’이랑 PVP 길드 애들한테 메일 보내 버렸는데…….’
하지만 ‘붉은수염이반’은 쭈뼛거리면서 자신이 행한 짓을 고백했다.
아까 전 찬성 일행을 뒤통수치자고 결정했을 때, 이미 ‘데블즈 윙’ 길드원에게 메일을 보내 버린 것이었다.
‘예? 아니, 왜 그렇게 빨리 보냈어요? 좀 가다가 거의 다 도착했을 때 보내면 될 걸!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잖아요!’
‘그, 그게, 그땐 너무 꼴받아서… 저렇게 좋으신 분들인 줄 몰랐단 말이야.’
“건배애애애! 하하하! 우리 술 좀 드셔 봐!”
“야, 조쉬! ‘음악가’ 전문 기술 숙련의 힘을 보여 줘! 흐하하하핫!”
“첫 곡은 역시 ‘Pirates of the Caribbean’이지?”
“쿠룩, 명곡에 가슴이 웅장해지는군요.”
“한스 짐머… 는 음악의 신이지.”
어느새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원들은 멋대로 연회까지 열어 찬성 일행과 술판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난감함이 배가된 선장 붉은수염이반은 어찌해야 할지 몰라 피범벅칼날요한을 바라보았지만, 그 또한 난감한 건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