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36
236화.
그들이 난감한 상황에 있을 때, 찬성은 즐겁게 노는 해적들의 연회에 어울리는 신선한 즐거움을 느끼면서 계속 들이미는 술잔에 난감해하고 있었다.
“자자, 쭉 들이켜십시오. 하하하핫!”
“어, 저 술은 먹어 본 적이 없는데…….”
“네에? 아니, 이 게임 성인 게임인데, 술을 못해 봤다고요?”
“예. 살면서 단 한 번도 취할 정도론 마셔 본 적이 없네요.”
원래부터 심신의 단련과 수련에 힘써 온 몸이기도 하고, 특별한 행사나 스승님과 어울릴 때만 두어 잔 마시는 게 전부였지, 취할 정도로는 한 번도 마셔 본 적이 없는 찬성이었다.
“오, 그것참 흥미가 솟네요. 후후후.”
“쿠룩, 이런 재미있는 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죠. 쿠룩쿠룩.”
“요호호! 신선한 술 뉴비!”
“아, 아니… 저, 저기…….”
“여기서는 마음껏 취해도 간에 한 개도 무리 안 가니까 얼마든지 드십쇼! 크하하하하핫!”
찬성은 난감한 기색을 표했지만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까지 해적들과 합세해서 찬성의 잔에다가 술을 가득 채워 가져다주고는 부추기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네.’
현실이었으면 건강 이슈로라도 거절했으련만 가상현실 속이다 보니 얼마든지 마시는 것에 문제가 없었기에 찬성은 이것도 경험이라 생각하고 잔을 집어 입에 들이부었다.
“꿀꺽… 꿀꺽… 꿀꺽… 크으으으으으으으으으! 푸하아!”
“오오! 시원하다! 원샷 구우우우웃!”
“흐하하하하! 화끈하죠? 우리 ‘전문 기술:양조사’ 배운 애가 성심을 다해서 만든 거라니까요. 현실에선 알중이라 치료받는 놈이! 여기선 술의 장인이라니. 크하하하핫!”
“그거… 그냥 웃을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은데…….”
“여기선 상관없잖습니까! 요호호호! 자! 술 한 통 더!”
신나게 떠들면서 술 자랑을 하는 해적들. 선을 아슬아슬 넘어서는 이야기까지 나오는 걸 보니 다들 취기에 정신이 나가기 시작한 듯 보였다.
“어…….”
그리고 잔뜩 마신 찬성도 슬슬 취기가 올라온 건지 눈이 살짝 풀리기 시작하는데…….
“과연 찬성 님의 주사는 어떤 것일지… 기대되지 않습니까? 두 분?”
“지지직… 0110111001101111011010010111001101100101… 지지직…….”
“크, 크릉! 소, 솔직히 궁금하긴 해요. 바, 밖에서는 술은 입에도 안 댈 애라서…….”
“쿠룩,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찬성 님은 술에 취하면 강아지처럼 앵기는 타입일까~ 아니면 활달해져서 사람이 달라지는 타입일까~ 그냥 자는 타입일까~ 귀여워질까? 생각하고 계시죠?”
찬성에게 술을 먹일 때 말리지 않던 두 사람을 자극하는 전국건강협회와 근손실보험. 그 말에 미니멈실버와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실제로 그런 마음이 있었기에 고개를 돌리며 둘러댈 수밖에 없었다.
“…어…….”
스릉!
어떤 귀여운 반응이 나올까, 기대하면서 지켜보는데…….
찬성은 취한 얼굴로 갑자기 허리에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
“아, 아니, 거기서 갑자기 검을?”
“지지직… 마, 말려야!”
“자, 잠시만요!”
“…….”
검을 뽑은 찬성은 취해서 멍한 상태였지만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사람이 많은 것을 알고 벌떡 일어나서 갑판 쪽으로 걸어갔다.
“안전에 대한 유의는 본능적으로 지키나 보네요.”
“쿠룩, 하긴 현실에선 잘못하면 살상이 일어나니까…….”
“지지직… 애초에 현실에서 술 먹을 땐 검을 안 들고 다니지 않을까요?”
“…….”
취한 찬성에 대해 떠드는 사이, 홀로 갑판에 가서 좌우를 한 번 더 둘러본 찬성은 그대로 자세를 잡고는 갑자기 검무를 추기 시작했다.
“지지직… 저건 일성점(一星點), 그다음은 이성락(二星落), 삼성연(三星連)… 사성절(四星切)… 지지직…….”
“취해서 본능이 강해져도 검을 휘두른다라……. 진짜 차원이 다르네.”
“어엉? 손님 양반들, 저거 뭠까? 갑자기 칼춤 추고 있네. 크하하핫!”
“오오… 뭐야, 저거? 칼이 눈에 안 보이는데? 슈파파파팟! 하고 빛나기만 하고… 하하핫!”
처음에 고요하게 시작하던 검무는 하나둘 ‘비검’이 쏟아지면서 점점 단계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동안 찬성의 검을 봐 온 파티원들은 그 검의 정체를 쉽게 눈치챌 수 있었지만, 견식이 짧은 해적들은 그저 보이지 않는 검무로 느껴질 뿐이었다.
“…….”
“지금 건 오성화(五星花)고… 그러면… 자, 잠깐, 이다음은…….”
“지지직… 머, 멈추게 해야지 않나요?”
“크앙! 기계! 기계 터진… 아니! 튕길 거야!”
현재 펼칠 수 있는 한계인 오성화를 넘어서 그다음 ‘비검’으로 넘어가려고 하자 깜짝 놀란 찬성의 파티원들은 달려가서 그를 말렸다.
“으에……?”
“스톱! 스톱! 찬성 님, 스톱! 오성 다음 거 쓸 수 있는진 모르지만 기계가! 기계가 터져요! 여기 현실 아님!”
“리미터 걸어 놨지만… 크릉! 여기서 로그아웃되면 못 건져!”
간신히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기 전에 찬성의 파티원들이 다 달라붙어서 그를 말리는 데 성공한다.
특히 미니멈실버는 산에서 기계를 날려 먹었던 찬성과 스승의 광경을 떠올리면서 술김에 현존 기기로 구현할 수 없는 검술까지 쓰려는 건 반드시 막아야만 했다.
“‘팬텀 드라이브-2’! 이게 얼마짜린데! 내가 얼마나 웨이팅해서 산 건데! 멈춰!”
“…쟤네 뭐 한다냐?”
“길드원 간의 우애가 좋아서 부럽네. 거의 가족인데?”
“크으… 가조쿠! 이게 진짜 가조쿠인가!”
“찐가족도 저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찬성 일행은 캡슐 기계의 안전을 위해서 그를 제지한 거지만, 그 모습이 훈훈하게 보여서인지 붉은 수염 해적단은 소소하게 감동하는 기묘한 풍경이 연출되었다.
“지지직… 볼 거 다 봤으니 깨워야겠네요. 자, 찬성 님, 이거 드세요. 지지직…….”
“으에… 우우움…….”
‘아, 이건 좀 득 보는 것 같네요.’
숙취와 취기를 해소하는 물약의 뚜껑을 열어서 찬성의 입에 물려 주는데, 순순히 받아먹는 모습이 은근히 기분이 좋은 살덩이는나약하다였다.
“푸하! 어… 어어, 아! 이거 약 뭐예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드네요?”
“지지직… 평범하게 취기 해소하는 약이에요. 지지직…….”
한바탕 난리가 끝나고, 정신을 차린 찬성과 일행은 다시 연회 자리로 돌아가서 웃고 떠들면서 어울리는데…….
“저, 저희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아이고! 우리가 미쳤지. 진짜! 미쳤어!”
갑자기 붉은수염이반과 피범벅칼날요한이 찬성 일행 앞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서 사죄하기 시작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사죄 쇼에 찬성 일행은 물론 같이 먹고 마시던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원들까지 어리둥절해하며 그것을 지켜보았다.
“크릉? 대체 무슨 죄를 지으셨다는 거죠?”
“그게, 무슨 일이냐면…….”
‘붉은수염이반’은 몰래 찬성 일행의 뒤통수를 칠 계획을 세우고 ‘데블즈 윙’ 길드를 비롯한 PVP 길드에 정보를 팔았다는 사실을 순순히 고백했다.
“그… 알고 보니 워낙 좋은 거래처… 아, 아니! 좋은 분들이라는 걸 알아서 조용히 수습해 보려고 하긴 했는데, 하지만 이미 알려진 정보는 어쩔 수 없고…….”
“킁, 대충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은 했죠.”
하나 찬성 일행은 어차피 고려하던 사안이라서 그리 크게 놀라진 않았다.
오히려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같은 편인 붉은 수염 해적단의 길드원들이었다.
“하여간 우리 길마 쓰레기네, 쓰레기야. 쓰레기 선장, 뒤통수라니~ 우우~ 그런 사람인 줄 몰랐어.”
“우우우~ 꼬추 떼라. 뒤통수라니. 우우우~ 아이템 거래처 날려 먹네. 우우~”
“닻에 매달아. 따개비 형벌 받게 해 줘야지! 길마 양반~ 이히히히.”
“이 자식들아! 너희들도 길말로 동의했잖아! 채팅 로그 까 볼까?”
졸지에 은혜도 모르는 쓰레기로 몰리게 된 ‘붉은수염이반’은 인터페이스 창을 열면서 한바탕 야단법석을 일으켰고, 길드원들의 야유를 제압한 그는 다시 찬성 일행에게 돌아와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아, 아무튼 이대로 곧바로 메리 왕국의 휘트니산으로 직진하면 적들을 만나게 될 겁니다. 그러니 루트를 수정해야 합니다.”
“크릉, 최단 거리를 포기해야 한다는 거군요.”
“그, 그 점은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간신히 구한 상위 장비 아이템 거래처를 잃어버리면 정말로 길드원들에게 담가질 수 있기 때문에 붉은수염이반은 간절하게 빌었고, 미니멈실버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데…….
“괜찮아요. 원래 3일 일정이었는데, 하루로 줄인 것만 해도 감사하죠.”
“저, 정말 감사합니다.”
“다만 그 PVP 길드에 어디까지 말했는지, 알려 주셔야 할 건 다 알려 주셔야겠네요. 내릴 곳도 바꿔야 하니…….”
“그건 물론, 물론 알려 드리겠습니다.”
찬성이 먼저 나서서 일을 정리해 버렸다.
그래도 무언가 대가를 받으려 했던 미니멈실버는 순간 벙쪄서는 이야기를 끝내 버린 찬성과 붉은수염이반을 바라보았는데, 여기서 갑자기 다시 나서기엔 타이밍이 애매했다.
‘조금 아쉽긴 하지만 상황을 잘 푼 것 같고… 게다가 사람을 따르게 하는 뭔가가 있는 건가?’
인간의 관계라는 건 정답을 찾기가 매우 힘든 게, 같은 방법을 써도 사람에 따라서 같은 효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 이게 전부입니다, 검성님.”
“그러면 차라리 아래에서 먼저 내려서 올라가야겠네요. 그럼 이 위치는 어떨지?”
“아, 거기는 안 됩니다. 거기는 그 미국 놈의 마적단이 터를 잡은 곳이라…….”
가령 미니멈실버가 찬성처럼 너그럽게 나갔어도 저 붉은 수염 해적단들이 저렇게 순순히 따르는 모습을 보였을까?
‘아니지. 나는 먼저 계산기부터 두드리고 보는 성격이라. 여기서 얼마나 뜯어먹을지부터 생각했을 거야.’
물론 그것도 나름 이익이었겠지만 인간관계는 실질적 계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도 있는데, 그녀는 그 부분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다.
‘정말이지, 찬성이 쟤는… 대단하긴 대단해. 하아아~’
그녀는 자신의 내면과 게임 속에서 찬성의 존재감이 날이 갈수록 커짐을 느끼면서 부끄러운 마음을 품고 그를 바라보는데…….
“오오… 그러니까 가는 길에 ‘크라켄의 신전’이라는 숨겨진 필드 레이드 던전이 있다는 거죠? 오오… 거기 가 보고 싶네요.”
‘…쟤가, 쟤가! 내가 못 살아. 갑자기 왜 크라켄의 신전인데! 메리 왕국 가려고 온 거잖아!’
붉은수염이반과 갑자기 또 시작한 바보짓에 올라오던 부끄러움이 한순간에 싹 사라지고, 자신이 챙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그를 말리러 다급히 움직이는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