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37
237화.
“‘크라켄의 신전’은 무슨 얼어 죽을 크라켄의 신전이야! 크아아앙! 정신 안 차릴래? 메리 왕국 가야지!”
“끄앙.”
“그, 그… 거시기, 같이 레이드 뛰었다가 가도…….”
“으르르르릉!”
늑대 인간 아바타의 장점, 으르렁거리면 자동으로 붉은 안광이 나오면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난다는 것. 덕분에 맹수 같은 모습이 되자 찬성과 붉은수염이반은 순간 놀랐다.
“크릉! 아무튼 허튼소리, 허튼짓 말고! 메리 왕국에 상륙할 장소나 생각하기. 아니, 내가 지정해야겠네. 보자, 그 PVP 길드에 보고할 거까지 생각하면… 여기 ‘델라웨이(Delaway)’에서 내리면 되겠군요.”
“어, 거기는 ‘헬즈 브로(HELLS BRO)’ 길… 아니, 갱단이 있는 곳입니다. 역시나 무법자 플레이하는 놈들의 영역이라 조심하셔야…….”
“크릉, 이놈의 메리 왕국은 멀쩡한 게 없어요?”
바닷가의 영지나 마을을 짚으면서 내려갈 곳을 모색했지만 죄다 ‘갱단’이라고 간판 달고 있는 길드들이 무법자 플레이를 하면서 세력 다툼하는 곳들뿐이었다.
“크르르르릉! 진짜 미국 놈들 제정신인가? 이 정도라고?”
“직접 안 가 보면 현실을 알기 힘들죠. 껄껄. 저는 그래도 ‘비전’ 항해술 배우면서 이 대륙을 한 바퀴 돌아봐서 여기저기 본 경험이 있기에…….”
‘이 해적 유저들, 생각보다 유능하네?’
“사실 플레이어블 바다는 그리 크게 고생 안 했습니다만, 진짜 제국 쪽 바다가 엄청 지랄이었죠. 우리 유저들은 일반적인 목재로 된 배를 타는데, 제국 해군들은 무슨 1차 세계 대전에 나올 법한 장갑함을 타고서 다니는데… 어우! 아무튼 다시 속도 올려야 하니 잠시 키 좀 잡고 오겠습니다.”
자신의 무용담을 열심히 설파하던 붉은수염이반은 급히 키를 잡으러 올라갔다.
“뭔가 저분, 생각 이상으로 대단한 사람이었네요.”
“크릉, 그러게. 해적 콘셉트 유저로 그냥 매도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어. 네가 한 게 맞는 것 같다.”
“네? 제가 뭘 했는데요?”
‘하아~ 이 천연 녀석…….’
찬성이 수월하게 그의 용서를 받아 줌으로써 관계가 유하게 개선되었음을 말하는 거지만, 그는 천성인 건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런 면이 대단하다고 느끼면서 미니멈실버는 어쨌든 상륙할 곳을 정하기로 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어딜 가든 갱단 천국이니까, 결국 내려서 싸울 수밖에 없겠네. 조용히 통과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음, 그러면 저희가 해안가에서 화력 지원이라도 해 드리는 건 어떨는지요? 미리 모든 포를 장전해 두고 쏴서 시선을 끌고, 그사이에 상륙하시면 좀 더 쉽게 침투하실 수 있을 겁니다.”
“크릉, 그거 엄청 좋은 생각이네요.”
아이템 거래에다가 같이 연회도 즐기고 나자 어느 정도 친근감이 솟은 건지 기꺼이 상륙을 도와주겠다고 하는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였다.
그렇게 가면서 어느덧 연회도 끝나고, 찬성 일행이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와 상륙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찬성은 뭘 하고 있었냐면…….
“보자, 이 책은…….”
[미확인 서적]???
[시스템-‘패시브-고고학 지식’으로 ‘감정’ 중입니다…….]“음, ‘고고학 지식(4성)’으로도 꽤 걸리네. 으음…….”
[시스템-‘미확인 서적’의 감정을 완료했습니다.] [시스템-‘(일반)시시한 라면 조리법은 여기서 끝이다!’를 입수했습니다.] [(일반)시시한 라면 조리법은 여기서 끝이다!]분류:서적
옵션:사용 시 ‘전문 기술:요리’의 숙련도 경험치를 소량 상승시켜 줍니다.
“시끄러워! 내가 진정한 라면 조리법을 보여 주겠다! 트리플 식스의 스프 투하!”
“…이런 것만 나오네. 흐으음… 그래도 고고학 숙련도 경험치는 오르니까 나쁘진 않네.”
미니멈실버의 수완으로 해적들에게 사들인 골동품과 서적들을 해석하면서 열심히 경험치 막노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파티원들을 구경하는데…….
“오늘 남은 플레이 타임 계산을 잘해서 후퇴 시간도 잡으려면…….”
“쿠룩, 속도를 좀 더 올려야겠군요. 쿠룩.”
“우리도 접속 종료할 위치를 잘 골라야 하고, 시차 생각도 해서 접속 시간을…….”
갱단과 마적단이 설치는 무법 지대인 메리 왕국에 상륙하기 위해 면밀한 계획을 짜는 찬성의 일행. 그런 모습을 보니 자신이 너무 충동적으로 메리 왕국에 가자고 했나 싶어진 찬성이었다.
“휘트니산에 ‘비전’이 있을지 모르는데, 괜한 짓을 했나?”
“지지직… 아뇨. 찬성 님 덕분에 진짜 ‘모험’이랄 만한 경험을 하고 있는걸요. 지지직… 맨날 같은 퀘스트 라인, 던전 경험치랑 숙련도만 올리는 것도 지루하던 차였고요. 이런 날도 있어야죠. 지지직…….”
한창 상륙에 대해 떠드는 이들에게서 빠져나와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찬성의 옆에 나란히 앉았다.
‘음?’
여전히 아바타는 외양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는 신관복에 SF 스타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타입이고, 목소리에는 노이즈가 껴 있었지만 기이하게도 찬성의 눈엔 그녀의 모습에서 이전에 본 사진이 떠오르고 있었다.
‘뭐지? 어, 늘 보던 건데, 갑자기 왜 이게 떠오르는 거지?’
“지지직… 그보다 뭐 좀 건지셨나요? 계속 감정 돌리시던데… 지지직…….”
“하나도 안 떴어요. 죄다 별거 없는 책들뿐이네요. 아, 이상한 책도 있었어요. 보자, ‘(일반)마님은 왜 찰스에게 바게트를 주었는가?’, ‘(일반)우리 아가씨가 굵은 소시지를 좋아하는 이유’ 같은 이상한 책들만…….”
“지지직… 명확하게 꽝이지만 그래도 보면서 피식 웃게 만들려는 수작이죠. 웃기기라도 하면 그래도 불쾌감이 덜해지니까요. 지지직…….”
이런 게임사의 수작에 익숙한 듯 살덩이는나약하다는 태연하게 말했다.
찬성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하는데,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하지 못하는 눈빛이었다.
‘일단 급하게 하지 말고… 차분하게.’
“이번엔… ‘(일반)가정집 요리 100선’이네요. 이상한 거 진짜 많네. 보자, 다음 책…….”
“지지직… 찬성 님, 저기…….”
[지정 델라웨이 포인트에 거의 다 와 갑니다! 검성님! 일행분들과 내릴 준비하시길 바랍니다!]뿌우우우우!
힘겹게 말을 꺼내려는 순간, 붉은수염이반의 항해술과 목적지를 메리 왕국 동부가 아니라 남부로 잡은 덕분에 어느새 목적지인 ‘델라웨이 영지’에 거의 도착해 버렸다.
“역시 빠르네요. 내려갈 준비하죠. 오늘 플레이 타임도 거의 다 썼네.”
“지지직… 예, 예에.”
결국 하고 싶은 말은 하지도 못하고, 살덩이는나약하다는 아쉬운 표정으로 일어났다.
바다를 가르던 배는 서서히 육지 쪽에 가까이 다가가기 시작했고, 속도를 올릴 필요가 없어서인지 키는 부선장인 피범벅칼날요한이 잡고 붉은수염이반이 내려왔다.
“일단 저기 작은 배에 타시고, 먼저 내려가십시오. 그다음에 저희가 포격을 해서 공세를 가하면 ‘델라웨이 영지’를 지배하는 ‘헬즈 브로(HELLS BRO)’ 길드 놈들이 화내면서 나올 겁니다. 그때 조심스럽게 들어가시면 됩니다.”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그 PVP 길드에 말하는 건…….”
“그건 뭐, 저기 양키 놈들이랑 싸우는 사이에 도망가셨다고 입 맞춰 두면 그만입니다. 아, 그리고 저 미니멈실버 님과 친구 추가해 두었으니 나중에 연락하실 거면 그쪽으로 하십시오. 하하핫, 그럼 원하시는 게 뭔지 모르지만 꼭 휘트니산에서 얻으시길 바랍니다.”
“예! 다음에 꼭 다시 뵙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무사하세요.”
“하핫! 땅이라면 몰라도 바다에선 해적은 무적입니다! 물론 검성님에겐 졌지만… 그건 검성님이 천하무적이라서 어쩔 수 없는 거죠! 하하핫! 그럼 저희는 전투 준비할 테니 어서 가십시오.”
우스갯소리를 하며 찬성 일행의 건투와 안녕을 빌어 주는 붉은수염이반.
처음에 만났을 땐 해적으로서 적이었지만 싸움과 아이템 거래 끝에 훈훈한 관계로 헤어지게 되니 기분이 묘한 찬성이었다.
“쿠룩, 이런 게 모험의 참맛이죠. 새로운 인연, 그리고… 어제의 적이 오늘의 아군이 된다는 것. 쿠룩쿠룩.”
“크릉, 근데 그거 결국 찬성이만큼 강하지 않았다면 그냥 농락당하고 끝났을 상황 아닌가요?”
“사내끼리의 감동적인 교감에 찬물이라니요.”
“지지직… 그래도 결과적으로 적을 늘리지 않고, 친분을 쌓은 길드가 생겼으니 좋은 게 아닐는지요. 지지직…….”
다소 논란은 있었지만 그래도 살덩이는나약하다의 말대로 결과는 좋게 흘러간 셈이었다.
그렇게 찬성 일행은 미니멈실버가 노를 젓는 작은 보트를 타고 바다 위에 떴고, 그대로 ‘붉은 수염호’를 떠나보낸 채로 대기했다.
“드디어 시작하네요.”
펑펑! 콰아아앙!
그리고 ‘붉은 수염호’가 앞으로 나아가서 ‘델라웨이 영지’ 항구에 포격을 시작, 요란스러운 종소리와 사람들의 외침이 비상사태를 알리면서 시끌벅적해지기 시작했다.
“지금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요?”
“킁, 아직 조금만 기다려. 해안가 쪽의 사람들이랑 NPC가 들어가야지.”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델라웨이 영지 항구 쪽에서 본격적으로 함선들이 움직이고, ‘붉은 수염호’를 향해서 마법, 포격이 날아와서 거대하게 폭발했다.
“폭발하고, 터지고… 배가 버티려나요?”
“킁, 저래 보여도 저 배, 유저들이 만들 수 있는 배들 중에선 최상급이야. 진짜로 우리가 빼앗았으면 피눈물 흘렸을걸?”
“아, 진짜로 잘 버티는 것 같아요.”
“아무튼 이제 상륙하자. 크릉! 긴장하고!”
화려한 전투가 벌어지는 사이, 미니멈실버가 노를 저어서 배를 바닷가에 상륙시켰다.
그리고 찬성 일행은 각자 탈것들을 소환해서 빠르게 기동하기 시작했다.
찬성의 ‘흑우왕’, 미니멈실버의 ‘랜드 드레이크-초전’, 살덩이는나약하다의 ‘호버 바이크’, 전국건강협회의 ‘갑옷으로 무장한 사자’와 근손실보험의 ‘전투용 군마’, 다섯 사람 모두 가지각색의 탈것을 타고 움직였다.
[시스템-오늘의 플레이 타임이 15분 남았습니다.]“오늘 15분 남았대요!”
“빨리! 더 빨리! 그리고 은밀하고 안전한 곳에서 로그아웃해야 해!”
“쿠룩, 이랴! 이랴! 더 빨리!”
“크릉! 주변에 사람 없는지 확실히 체크! 로그아웃할 자리 잘못 잡으면 하루 동안 열심히 달려온 보람이 없어져요!”
미니멈실버의 말대로 안전한 위치에서 종료하는 게 가장 중요했기에 다들 긴장한 채 최대한 15분을 달렸고, 그들은 곧 ‘델라웨이 영지’에 있는 산기슭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종료하기로 했다.
“강제 종료까지 1분… 여기면 괜찮겠죠?”
“킁, 일단은 주변에서 ‘인간형 추적’으로 걸린 게 없어요. 이만 종료하고, 내일은 미국 시차를 기준으로 사람이 없을 시간에 접속하죠.”
“옙!”
그렇게 산기슭에서 로그아웃할 자리를 찾은 찬성 일행은 곧바로 로그아웃하기 시작하는데… 미니멈실버의 탐지 범위를 벗어난 먼 곳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