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44
244화.
그리고 다시 ‘필란데스 영지’. 4개의 길드가 전투를 벌이는 아비규환이었지만 게임은 결국 게임. ‘접속 종료’라고 하는 탈출구가 있기 때문에 도망칠 수 있는 자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나 탈출하려면 일단 ‘전투 상태’를 풀어야 해서 죽거나 안전 지역으로 도망쳐야 했기에 이 혼란스러운 전쟁은 어지간해선 끝나지 않았다.
[시스템-‘(영웅)미완성 건블레이드’의 내구도가 0이 되었습니다.]‘아, 또! 하긴… 이거 총으로도 쓰고, 검으로도 쓰니까 내구도가 2배 더 빨리 닳는구나…….’
총과 검이 결합된 ‘건블레이드’. 찬성의 말대로 두 가지 공격 방식을 다 쓰기 때문에 그냥 검을 휘두르는 것보다 훨씬 빠른 내구도 소모를 자랑했고, 전투 중 이미 몇 차례나 파괴되어 캐시 아이템인 ‘긴급 수리 키트’를 사용해서 복구했었다.
‘탄환을 다 썼으니 이제 그냥 검으로만 써야 하는군. 문제없으…….’
“햐핫! 찾았다! 네놈이 찬성이냐! 레드넥커드 흉내는 그만둬라! 네 정체는 이미 까발려졌다! 족쳐 주마!”
‘음? 날 알아보는 건가? 하긴… 나 이제는 여기저기 얼굴도 밝혀지고 많이 설쳐 대는 스타였지.’
고유 스킬이나 다름없는 파성검각의 ‘비검’은 언제, 어디서 펼쳐져도 자연스럽게 찬성의 정체를 밝혀 주는 물건이나 마찬가지. 이렇게 오래 싸웠으니 눈치채지 못한 사람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글로벌 시대라는 거군. 그렇다면…….’
더 이상 정체를 감추려 애쓸 필요가 없다.
찬성은 빠르게 건물 사이로 숨어들어 가서 잠시 전투를 풀고, 내구도가 다한 ‘(영웅)미완성 건블레이드’를 집어넣고 (영웅)라이오넬 가드의 ‘사자 검’을 뽑아 들고는 원래 입던 푸른 무복의 아바타로 갈아입고 다시 건물 위로 나타났다.
“저, 저건!”
“정체를 감출 필요가 없으니 이제 편하네요. 이상한 연기도 안 해도 되고…….”
찬성이 모습을 바꾸고 정체를 드러낸 탓일까? 그를 두려워했던 블러디니들, 레드넥커드 갱들은 다시 용기를 얻고 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까 전 기이하던 것과 달리 정갈한 푸른 무복 복장에 유순해 보이는 인상이라 괴물을 보는 듯했던 두려움이 조금은 씻긴 것이리라.
“드디어 제 모습을 드러내셨군! 검성 찬성! 대체 네놈은 우리에게 무슨 감정이 있어서 이런 짓을 벌인 거냐!”
찬성에게 몇 번이나 죽은 탓에 레벨이 다운되어서 49레벨이 된 ‘빅커니들’이 총을 겨누면서 악을 썼다.
두목이라는 위치 때문에 도망칠 수 없어서 죽고, 또 죽고, 심지어 이제는 다른 갱단의 공격까지 받아 갱단원들의 레벨이 모조리 떨어졌으니 열이 받지 않을 수 없었다.
“본래 이곳에 온 이유는 다른 것이지만… 자유를 침해당하고 핍박받는 약자를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
“뭐, 뭐라고?”
“와, 무슨 자기가 셰익스피어냐?”
“…으악, 내 손발…….”
게임 속이라곤 해도 너무나 오그라드는 것 같은 말투. 하지만 찬성의 태도는 당당했고, 눈빛은 곧았다.
누가 보아도 그가 진심으로 이들 ‘갱’을 표방하는 길드의 유저들이 다른 유저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분노하여 검을 들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증거였고…….
그런 그의 당당한 활약과 모습은 현장을 중계하는 수많은 스트리머들의 방송을 통해서 세계로 퍼져 나갔다.
채팅창의 반응은 가히 열광적. 특히 북미 유저들 중에는 저 갱단들의 막장 행보에 큰 피해를 본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찬성을 더욱 열광적으로 응원하고 있었다.
명확하고 정당한 대의명분, 거기에 지금까지 보여 주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보여 주고 있는…
“비검-오성화(五星花)!”
압도적인 무력. 게다가 내전 구도 때문에 다소 혼란스럽지만 홀로 필란데스 영지에서 4개나 되는 갱 길드들을 무쌍하는 찬성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고 바라던 영웅의 모습이었다.
그러니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시간부로 ‘찬성’이라는 이름은 이제 메리 왕국과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라는 이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전설로 남을 것이다.
“아, 젠장… 개쪽팔려.”
“그러게.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으으으… 엄마가 기기에다가 채팅으로 ‘윌리엄! 너 애들 괴롭히니?’라고… 대체 어떻게 보시는 거야?”
“이제는 부모님들도 인터넷 세대니까…….”
오그라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당당하고 올곧은 말을 하며 싸우는 찬성의 모습에 갱단들은 부끄러움을 느끼거나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이 오면서 콘셉트질이 풀리는 건지 하나둘 전투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했고, 이탈자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전쟁도 와해되어 갔다.
“경험치도 많이 잃었고… 더 잃기 싫으니까 빠지자.”
“당초 우리가 노리던 레드넥커드랑 블러디니들 애들도 거의 신전 안에서 버티거나 그냥 접속 종료해 버리고… 게다가 저 양반 보니까 힘이 쫙 빠지네.”
“악당이니 무법자니 하는 것도 아무나 할 게 못 되나 봐.”
“그러게 말이야.”
그렇게 하나둘 갱을 표방하던 길드들은 최면이 풀리듯 흩어지거나 접속 종료하는 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쟁의 불길은 서서히 잦아들어 갔다.
“…어떤 의미로는 이건 이거대로 대단하네. 크릉…….”
“저 올곧고 밝은 태도가 어두운 마음을 태워 버린 거라고 해야 할까요?”
“지지직… 말이라는 건 같은 말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달라지니까요. 지지직…….”
그 말대로 지금 저 말에 저 갱들이 의욕을 잃을 수 있는 것은 ‘필란데스 영지’ 내부의 중심에서 자신을 적대하는 모든 적들을 쓰러뜨리고도 고고하게 서 있을 수 있는 강함을 가진 찬성이라 가능한 일.
정의로운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천을 위해선 능력이 필요한 것이었다.
“크릉, 아무튼 우리는 빠르게 달려만 가면 되겠군.”
“그나저나 찬성 님은 어떻게 하자고 할까요?”
“지지직… 아직 끝난 게 아니니 일단 기다리죠.”
찬성의 활약으로 전쟁의 의욕이 꺾인 갱들의 전력은 빠져나가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각 두목급과 그 친위대들은 전혀 물러서지 않고 있었다.
“저 새끼! 반드시 죽여야 해!”
“Oh, 나도 같은 생각이다. 저놈을 잡아야 기강이 잡힌다.”
“죽이고 시체 앞에서 스샷이라도 찍어야 체면이 살지!”
“하! 그래서 결국 이 모양이 되는 건가?”
무엇을 위해 갱단을 만들었던가?
이 가상 세계에서 기깔나게! 멋지게! 폼 나게! 화끈하게! 살아 보기 위해서 만들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것을 저 파란 옷을 입은, 전혀 이곳과 상관없는 동양인 검사 한 놈이 망쳐 놓고 있다.
이대로 가면 갱단이라는 이름을 도저히 쓸 수 없고, 다른 나라들과 같은 ‘길드’ 체제로 변화하게 될 것이 분명. 그것은 지금 이 ‘갱단’ 체제에서 달달하게 꿀을 빨던 각 ‘갱단’ 두목급들에겐 반갑지 않은 사태였다.
‘어… 저 사람들, 설마?’
“생각이 일치해서 다행이군.”
“Hmm… 뒤통수치지나 말라고, 베이비~”
“너네가 뒤통수치러 온 거잖아.”
“자자, 싸움은… 저거 조진 다음에 하자고!”
블러디니들의 두목 ‘빅커니들’, 레드넥커드의 두목 ‘불스아이’, 아레스파크 가이즈의 두목 ‘더홈런’, 다이아몬드 스톤즈의 두목 ‘금강(金剛)’… 평소 힘을 합칠 리가 없던 4개의 갱단 두목들이 지금 한 파티가 되어 협력 전선을 구축한 것이었다.
“옐로 브라더스 놈은 튀었나?”
“그 새끼, 원래 졸렬한 새끼였잖아.”
“젠장! 아무튼 저거 잡을 때까진 뒤통수치지 말라고!”
“HAHA! 레츠 플레이 보올! ‘빛의 찬가’!”
전쟁의 불씨가 꺼져 가던 찰나 벌어진 두목들의 연합 구축에 이 상황을 중계하는 스트리머들은 다시금 불타올랐다.
『WOW! 이건 또 상황이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4개의 갱 두목들이 지금 어깨를 나란히 하고, 검성 찬성을 쓰러뜨리기 위해 연합 전선을 구축! 이야아!』
오로지 찬성만을 족쳐서 갱단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4개의 갱단이 연합. 그 순간에도 찬성은 사방에서 달려드는 갱단원들을 상대하느라 바빠서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총이 확실히 편하긴 했었네.’
“크아악!”
관련 패시브가 없어도 원거리 공격으로 잔챙이들을 처리할 수 있는 압도적인 메리트. 지금 탄환도 다 떨어져서 사용하지 못해 살짝 불편함을 역체감하고 있는 찬성이었다.
‘하나 그래도 역시 검사는 검으로 쓰러뜨려야!’
“이, 이런, ‘백 스텝’!”
“비검-일성점!”
그렇다고 아예 원거리 대응이 안 되는 것도 아니었고, 자신이 검사라는 사실을 잊지 않은 찬성은 그 기분을 빠르게 날려 버리고 검사로서의 자신으로 돌아와서 계속해서 갱들을 쓸어버리는데…….
“Hey, Boy~ 우리 상대도 좀 해 달라고… 고! 미스터 다이아몬드!”
“금강(金剛)이라니까!”
낯선 갱들의 등장. 본래 다른 갱들을 쓸어버리면서 이득을 취하려고 끼어든 아레스파크 가이즈의 ‘더홈런’과 다이아몬드 스톤즈의 ‘금강(金剛)’이 찬성의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어, 언어 번역 돌아갈 텐데… 외국어 발음 어떻게 유지하는 거지? 아무튼 온다!’
“‘질주’!”
‘양팔을 모으고 허리를 숙인 저 자세랑 무기를 봐서는… 복서?’
질주를 쓰면서 달려오는 금강(金剛)이라는 남자. 그는 양손에 번쩍번쩍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박힌 건틀릿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찬성이 생각한 대로 범상치 않은 자세를 한 그는 현실에선 아마추어 복싱 선수였다.
‘어디 솜씨 좀 볼까? 검성이라는 클래스의 메리트로 인해서 원거리 물살 놈들만 있는 다른 갱단 상대로 평가가 올라간 건지 말이야.’
금강(金剛). 그는 다른 갱단들과 달리 순수 근접 클래스라서 그 자부심이 남다른 자였다.
원거리 클래스들은 결국 엄폐물이 많은 ‘시가전’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고, 기동성과 기본 스테이터스가 좋은 검성에게 밀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는 다른 자들이 찬성에 대해 떠드는 것을 그저 호들갑이라고만 생각했다.
‘압도적이라느니, 괴물이라느니 호들갑은……. 나처럼 제대로 된 근접 클래스가 발을 묶어 주고 상태 이상 콤보만 먹이면……! 일개 유저쯤은!’
이 메리 왕국에서 근접전으론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고 자부하던 그는 과감하게 찬성의 코앞까지 다가가서 주먹을 휘둘렀다.
‘음? 거리는 저기가 유리한데, 날 방치해?’
팔보다는 검의 리치가 더 긴 것이 진실. 하지만 찬성은 검을 휘두르지 않고 잡은 상태로 자신에게 거리를 허용한 것이었다.
‘무언가 함정인가? 그렇다면!’
보통은 어리석은 행동으로 치부할 것이지만 놈은 이 필란데스 영지에서 홀로 깽판을 친 놈. 함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기에 우선 간 보기 왼팔 잽부터 날렸다.
‘신중하게 가자.’
상대의 회피 동작이나 성격을 보기 위한 것이었는데, 찬성은 전혀 겁먹지 않고 고개만 까딱 젖히면서 피해 버렸다.
살짝 놀랐지만 금강(金剛)은 당황하지 않고 잰 거리감을 기준으로 계속해서 주먹을 날리며 공격을 하는데, 찬성은 코앞에서 멋들어지게 피하면서 단 한 대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뭐, 뭐 이딴 놈이!’
“…여기.”
‘내가 노려지는 건가!’
슈우우웅!
주먹을 피하며 들리는 찬성의 말에 금강(金剛)은 본능적으로 양팔을 모아 가드하면서 찬성의 반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찬성의 왼쪽으로 틀어 이동시켰다.
“실례합니다. 흠! ‘질주’!”
하지만 찬성이 노리는 건 눈앞의 금강(金剛)이 아니었다.
그는 금강의 등을 밟고 도약한 다음 착지와 동시에 ‘질주’를 써서 달려가 뒤에서 대기하던 ‘더홈런’을 노린 것이었다.
“저, 저 자식이!”
“Oh~ God damn~ 도루를 노려도 소용없어요. ‘신성한 보호막’!”
하지만 ‘더홈런’은 클레릭 클래스였기에 자신의 몸을 일시적으로 ‘무적’으로 만드는 스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찬성이 금강(金剛)을 밟는 순간 주문을 시전했고, 빛나는 보호막을 두른 채 코를 후비면서 찬성을 약 올렸다.
그와 동시에…….
“잡았다! 이 망할 자식!”
“‘버스트 샷’!”
“감히 날 발판으로 쓰다니!”
어느새 찬성이 있는 골목의 건물 양쪽 위에 ‘불스아이’와 ‘빅커니들’이 자리를 잡고 사격을 개시했고, 뒤에선 ‘금강(金剛)’이 분노한 채로 달려오고 있었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상황. 찬성은 위기감에 아드레날린이 치솟는 것을 느끼며 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생각하면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