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45
245화.
‘이거 좀 많이 위험한데…….’
“젠장! 더럽게 안 맞네!”
“멈출 때까지 기다리라니까! 어이, 금강! 몰아넣어!”
“예쓰~ 파인 플레이. 우리끼리 이런 팀플레이라니~ Hmm… 재미있는걸?”
두목들은 메리 왕국 내에서 치고받던 시간이 길다 보니 서로 간의 스킬이나 능력을 알아서 척척 유기적으로 연계하고 있었다.
이 점은 찬성에게 불행으로, 쓸데없이 좋은 연계로 서로를 지켜 줘서 그런지 숫자를 줄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비검 쓸 틈이 없네. 난감해.’
이론적으로는 일단 원거리 혹은 저 뒤에서 치유와 보조를 해 주는 클레릭을 잘라야 하지만, 이 ‘금강’이라는 사내가 악착같이 달라붙고, 거기에 지원 사격까지 해 대니 피하는 게 고작이었다.
‘일단 전장을 바꿔야 할 것 같아. 기동력은 다 다르니까……!’
“벽 타고 간다!”
“들은 대로군! 나도 따라갈 수 있으니 걱정 마라!”
일단 불리한 전장을 바꾸고자 벽을 타고 올라가는 찬성이었는데, 금강(金剛)도 ‘벽 타기’ 스킬이 있었기에 그를 따라서 올라갔다.
‘이제는 다들 3차 클래스들이니 어지간한 건 다 있겠구나!’
“거기 서라!”
‘하지만 저건 손 짚고 기어 올라오는 거라 그리 빠르진 않네. 그래도 상황이 유리하진 않아. 그럼 어쩔 수 없나?’
기기에 무리가 갈지 모르지만 자신은 지금 죽어선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행이 대학원생들을 데리고 간 지 고작 몇 시간밖에 되지 않았으니, 자신이 완전히 이겨서 물러나게 만드는 거면 몰라도 죽어서 그란 왕국으로 복귀해선 안 된다.
그러니 이 상황에선 절대 죽을 수 없었다.
“어? 이쪽으로 오나?”
“Hey, 돈 워리~ 이쪽에서 커버 들어간다고~”
‘…시야 밖인 줄 알았는데! 아!’
클레릭 클래스 ‘더홈런’은 따로 올라오는 스킬이 없을 텐데, 하고 쳐다보니 그의 길드원들이 그에게 끈을 묶고서 건물 위로 끌어 올리는 중이었다.
“두목, 더럽게 무거워요! 으으으윽! 살 좀 빼세요.”
“Shut up! 근력 스탯을 올리라구! 브라더!”
‘힘드네.’
사실상 이 전투는 4 대 1이 아니라, 연합한 4개의 길드와 찬성 혼자서 싸우는 형태.
이전엔 그래도 서로 싸우면서 혼란한 와중에 틈새가 있었지만, 이제는 4개의 길드가 연계하니 단 한순간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사자분신 스킬이 있을 땐 상태 이상 한 개는 무시할 수 있고, 2개까진 포션으로 커버한다고 해도 3개부터는… 무조건 당한다!’
“젠장! 망할 놈의 건물! 다음엔 꼭 ‘디스트로이어’ 클래스 영입한다!”
“FUUCK! 여기 우리 영지야, 미친놈아! 우리 돈으로 수리해야 한다고!”
“Oh… 하지만 지금은 저놈을 잡지 않으면 우린 끝이라구~”
“중립 지역에 사는 용병이라도 급하게 부르고 싶군. 진짜 검성 스탯을 너프해야 하는데…….”
찬성이 이들을 압도하는 유일한 요소는 기동성. 본래 가지지 않은 스킬인 벽 타기와 천장 타기를 자유자재로 하는 그 발놀림 덕분에 찬성은 이 위기 상황에서 아슬아슬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결국 우두머리인 저 넷을 잡아야 해. 그래야 확실하게 전쟁의 적의가 꺾인다. 도망 다녀 봐야 그냥 전쟁이 끝났다, 로 끝나 버릴 테니까… 큰 영향을 주려면 여기서 다 쓰러뜨려야 해.’
단순히 살아남는 거라면 이대로 쭉 건물 사이로 뱅뱅 돌거나 아니면 그냥 영지를 떠나서 숲속으로 들어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저들을 쓰러뜨려야 이 사람들의 고집을 꺾는 건 물론 ‘갱’들의 위상이 떨어져서 더 많은 사람들이 당분간이라도 안심하고 메리 왕국에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거라면 얼마든지… 감내해야지. 그래… 이런 상황이 어디 있겠어?’
피땀 흘려 쌓은 자신의 검술을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것만 해도 큰 축복인데,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 사용할 수 있으면… 심지어 그것이 타인의 악행을 막는 것이라면… 가슴이 벅차지 않을 수 없었다.
“후우우… 간다!”
눈빛을 바꾼 찬성은 벽을 타고 넘으면서 적들의 틈을 살피고, 잔존 부하들을 몇 명 더 처리한 뒤 본격적으로 4명의 두목들을 처치하기로 마음먹었다.
“젠장! 빌리가 당했어! 저 망할!”
‘주변의 방해 요소를 최대한 줄였고… 그러면!’
“젠장! 놈이 이리로 온다!”
건물 위로 달려가서 빅커니들과 불스아이 쪽부터 시작했다.
“뭐야? 온다! 금강! 막아 줘!”
“알았다!”
‘우선 가장 성가신 격투가 타입!’
양팔을 모은 채 자세를 낮추고 자신에게 맞서러 오는 금강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금강은 그에 반응하면서 건틀릿을 낀 손을 위로 모아 쳐 내서 방어하려고 하는데, 찬성의 검은 그의 건틀릿을 피해서 좌측으로 비껴 나갔다.
‘이건?’
퍼억!
비껴 낸 검을 휘두른 회전을 이용해서 그대로 몸을 틀어서 뒤차기를 금강의 명치에 적중시켜 그의 몸을 밀어냈다.
“컥! 발차기라고?”
‘이거저거 소양으로 배워 둔 값을 하네.’
검에 대해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 그것만 익히기엔 시간이 남았던 찬성은 짬짬이 교양과 정진을 위해서 다른 무예도 같이 배우고 단련한 것이었다.
아무튼 발차기에 날아간 금강이 땅을 구르는 사이, 찬성은 계속해서 불스아이와 빅커니들 쪽으로 향하면서 그들의 사격을 회피하는 데 신경 썼다.
‘그 심판의 총탄인가는 안 쓰나?’
“젠장! 엄청 빨라서 조준 보정의 에임이 따라가질 못하네!”
“수동 조준이 아마 정확성이 더 높을걸? 심판은 아껴 둬야지.”
‘역시 저기도 비장의 수라서 아끼나? 하긴 ‘펼쳐지는 성운(星雲)’이 있으면 막을 수 있으니까…….’
어느덧 자신이 본격적으로 스킬 심리전과 판단 싸움을 하게 되는 레벨 선까지 올라왔음을 실감하는 찬성. 하지만 그런 심리적 압박은 늘 그렇듯 그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것이었다.
“은하검법 비전 1식 ‘타오르는 샛별’!”
“검성 비전! 하긴 난놈이니까 비전 가능한 한 다 배웠겠지!”
“흩어져! 아니!”
빅커니들과 불스아이는 빠르게 흩어지려 했지만 찬성이 검을 휘두르며 달려와서 우측 루트를 봉쇄하는 바람에 두 사람 모두 똑같이 좌측으로 도망치게 되었다.
“이런 젠장! ‘백 스텝’.”
“‘백 스텝’!”
‘회피 스킬! 빠졌고! 그리고…….’
“이 자식이 감히!”
같은 방향으로 밀려난 상황에서 스킬을 쓰니 자연히 같은 방향으로 도주를 시도하게 되고, 그사이에 뒤로 밀려났던 ‘금강’이 찬성의 뒤를 노리고 달려왔다.
‘한 스텝! 여기서……!’
그리고 두 사람이 빠진 방향으로 한 걸음 더! 검을 든 모습을 보고 빅커니들과 불스아이는 동시에 스킬을 올렸다.
“젠장! ‘석양이 질 때까지……!’.”
“‘석양이 질 때까지……!’.”
“날 두고 가려고 하느냐!”
‘지금이다.’
눈앞에서 생존 스킬이 올라간 것을 확인! 등 뒤에 느껴지는 금강(金剛)의 기척. 찬성은 드디어 때가 왔다고 생각하며 호흡을 멈추고 지금 사용할 수 있는 비검 중 최대의 경지를 사용했다.
[파성검각(破星劍刻) 비검(秘劍)-육성파(六星破)]‘뭐야?’
‘사라졌어?’
‘어디로 갔지?’
비검을 펼친 순간, 찬성을 가운데에 두고 눈을 맞추던 빅커니들, 불스아이, 금강의 눈에서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순식간에 찬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파성검각(破星劍刻) 비검(秘劍)-육성파(六星破)’.
파성검각에 전해져 내려오는 9개의 비검. 모두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기예로 그것들 중 최소 일성(一星)을 펼칠 수 있어야 진정한 파성검각의 일원으로 인정받게 된다.
그리고 단순한 일원을 넘어서 최소 제자를 받을 수 있는 사범의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바로 ‘비검-육성파(六星破)’가 필요했다.
“…….”
“어?”
“어어어?”
“뭐야?”
빅커니들, 불스아이, 금강의 눈에 찬성의 모습이 다시 보인 순간… 세 사람에게 각각 12개의 검광이 새겨지면서 일제히 데미지가 들어갔다.
육성은 파성검각의 반환점.
반환점이란 도착이면서 다시 시작을 알리는 곳.
파도처럼 오고 가는 것이 표리일체인 장소.
고로 육성파(六星破)는 여섯이 아닌 곱절이 되어 서른여섯의 검을 펼치는 것.
[시스템-‘불스아이’ 님이 쓰러졌습니다.] [시스템-‘빅커니들’ 님이 쓰러졌습니다.] [시스템-‘금강’ 님이 쓰러졌습니다.]심지어 그 모든 공격이 급소를 가로 베고 지나갔기에 즉사급 딜. 아무리 생존기가 있어도 검성의 딜량은 물리 방어를 무시하기 때문에 그것을 각각 12회, 급소 보너스까지 받으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부러 도주 스킬을 빼서 쓸었는데…….’
[시스템-과부하 및 과열 감지!] [시스템-안전 모드 가동! 긴급 냉각 모드 작동! 경고 메시지를 출력합니다.] [이거 뜨면 오늘은 더 이상 비검 쓰지 마!]‘역시 예상대로네.’
8회를 휘두르는 ‘사성절(四星切) 배검(倍劍)’만 해도 몇 번 쓰면 기기에 무리가 가는데, 하물며 서른여섯 번의 검광을 그리는 ‘육성파’는 단 한 번으로 기기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이제부터 비검은 봉인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의외네. 그래도 더홈런 때문에 한 명은 살 줄 알았는데…….’
무리해서 ‘육성파’를 쓴 이유는 혹시 ‘더홈런’이나 싸우는 사이에 온 다른 갱단원들이 생존기 같은 걸 지원해 줄까 봐 하나 혹은 둘이라도 잡으려고 했던 건데, 셋이 다 잡히니 찬성 스스로도 놀란 것이다.
“Oh… No. NOOOOOOOOOOOOOOO! 뤄어어어어어어언!”
‘아, 더홈런 도망친다. 육성파 보고 놀랐나?’
찬성은 담담하게 ‘놀랐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본 자들은 다들 공포에 떨 수밖에 없었다.
『…아까 그거 뭐지? 대체 뭘 한 거죠? 순식간에 불스아이, 빅커니들, 금강이 절단 났는데…….』
마찬가지로 흥겹게 찬성의 분투를 중계하던 스트리머들과 시청자들도 똑같이 충격과 공포의 감정을 느끼게 됐다.
『아아! 전투는 여기서 끝인가? 더홈런이 도망치면서 ‘아레스파크 가이즈’ 퇴장! 그리고 ‘레드넥커드’도 도주하기 시작한다. 아아아! 방금 세 명의 두목이 쓰러진 게 결정적인 한 방이었을까! 더 이상 레벨 다운하고 싶지 않은 것일까!』
“도망쳐!”
“아니, 뭐 저런 게 다 있어!”
“반드시 신고 넣는다!”
“진짜아아아아!”
‘…아, 도주한다.’
다른 적을 상대하려고 경계하던 찬성은 사방에서 기척들이 서서히 사라져 가는 것을 느끼면서 정말로 적들이 모두 도망친 것을 확인했다.
“그르릉! 세상에… 다 도망치게 만들었어.”
“와아아…….”
“지지직… 말도 안 되네요.”
열심히 그란 왕국으로 건너가던 찬성의 일행도 스트리머가 방송하는 찬성의 현황을 보며 놀라고 감탄했다.
계획이 어긋나는 줄 알았건만 찬성은 자신의 검으로 비틀어진 계획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오늘 메리 왕국에서 진짜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마치 오래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전설이나 신화가 눈앞에서 구현된 것 같았다. 단 한 명의 ‘검성’이 메리 왕국을 억압하던 4개의 갱들을 상대로 전쟁을 벌여 승리를 쟁취하였고, 그들의 허세로 싸여 있던 껍데기를 벗겨 냈다!』
그의 근황을 전하던 스트리머는 흥분해서 고고하게 서 있는 찬성을 비추면서 떠들고 있었다.
입담에 뼈와 살이 붙어서 과장된 것이 아닌 직접 눈으로 볼 수 있게 나타난 전설적인 업적!
스트리머로서도 흥분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나는 이것을 직접 보고 방송한 것이 정말 영광스러울 따름이다! 그는 너무 멋지다. 지, 지금 바로 가서 인터뷰를 신청해 보도록 하겠… 아아! 아아아! 잠깐! 잠깐만! 멈춰! 멈추세요! 미스터 찬성! 스톱!』
음유시인처럼 과장되게 이야기를 전하던 스트리머는 곧바로 찬성에게 인터뷰를 신청하려고 열심히 건물을 넘어 달려갔지만, 찬성은 이미 건물에서 뛰어내린 다음 멋들어지게 착지해서 ‘흑우왕’을 불러내 필란데스 영지를 떠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할 일을 마쳤다는 듯 유유히 떠나는 엔딩 같은 그 모습을 보며, 스트리머는 물론이고 방송을 보는 사람들 모두 또 한 번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