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검을 든 자들은 언제나 한계에 도전하고, 그것을 넘기 위해서 계속 이상의 목표를 세우죠. 저만 해도… 하나, 둘, 셋, 넷, 다섯, 서른여섯… 그다음은 스물하나.”
“…….”
“아마 ‘비전’도 그런 것일 거예요. ‘검성’들이 품은 ‘은하’, ‘은하검법’ 안에서 자신만의 빛을 찾는 거죠. 누군가는 자신이 더 뛰어나다는 증거를, 누군가는 자신의 후회를, 누군가는… 아마 그 찬란하게 아름다운 3식을 깨기 위해서…….”
“‘은하검법 3식 항성(恒星)’. 만들었다. 내가.”
드디어 목소리를 내는 ‘Lv.?? 정신 나간 검성’. 너무나 건조하고 작은 목소리였고, 정신이 나갔다는 이름처럼 어순도 엉망이었다.
“물론. 아니다. 전부는. 만든 건. 일부. 완성은. 하였다. 검신(劍神)이.”
“검신(劍神)?”
“‘3식 항성’. 나는 미완성. 하나. 검신이 완성.”
‘아하…….’
어순은 엉망진창이지만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해가 된 찬성. 즉, 이 엘프 검성이 ‘은하검법 3식’의 창조자라는 것이지만 미완성이었고, ‘검신’이라는 인물이 그것을 완성했다고 하는 것이었다.
“‘태양성’. 내가 붙인. 3식의 이름. 하지만. 검신. ‘항성’. 만들어.”
“아하…….”
“내 미완성을. 검신. 완성했다. 분했다. 그래서. 천 년 동안. 나. 여기서. 휘둘렀다. 검을.”
“그래서… 태양은 베셨습니까?”
다시 한번 처음에 했던 질문을 던지는 찬성. 하나 ‘Lv.?? 정신 나간 검성’은 동쪽을 바라본 채로 말했다.
“오늘. 벨 거다.”
“…….”
“아니면. 내일.”
“아하…….”
“안 되면 벨 때까지.”
“그렇죠. 될 때까지 해야죠.”
‘Lv.?? 정신 나간 검성’의 말에 찬성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검사가 목표를 세웠으면 그곳에 도달할 때까지 검을 휘둘러야 하는 법이다.
그 감정을 이해하기에 찬성은 나란히 앉아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근데 이거 접속 종료하고 그냥 해가 뜨는 시간에 맞춰서 들어오면 되는 거 아닌가?’
옆에 앉고 보니 번뜩 떠오른 생각. 분명 이자는 아침에 태양이 떠오르면 그곳을 향해서 ‘비검’을 시전할 것이고, 자신은 그것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습득이 될 것이다.
‘여기가 가장 일출이 빠른 곳이라고 해도 지금부터 일출까지 약 6시간 기다려야 하니까… 플레이 타임이 적겠지. 그러면 지금 종료했다가 다시 들어오는 게 상책이지만…….’
“…….”
하지만 뭔가 찬성의 예감이 이 검성을 그냥 두고 가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이 사람도 굳이 ‘태양’을 베고자 한다면 지금 이 시간에 있을 게 아니라 자고 아침에 일어나도 될 텐데 말이다.
‘뭔가 있을 것 같아. 음… 아니어도 마침 할 일이 있으니까…….’
[우편함(210)]미니멈실버가 보내 준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와 거래한 미감정 고서 및 미술품들이 아직 많았기에 이걸 감정하면서 시간을 보내도 충분할 것이다.
‘어차피 그 대학원생분들이 도착하려면 오늘 반나절은 가셔야 하니, 충분히 시간도 있어. 여기서 고고학 숙련도나 올리자.’
찬성은 그대로 자리에 앉아 우편함을 열고서 산더미처럼 쌓인 ‘전문 기술:고고학’ 숙련 노가다를 시작했다.
우편함에 한계까지 들어 있는 미확인 고서들을 꺼내서 해독한 다음 쓸모없는 것이면 모닥불에 던져서 불쏘시개로 만들었다.
‘‘(일반)관능 소설-주인님, 저의 털을 빗겨 주세요’? 성인 게임이라지만, 어어…….’
[시스템-‘고고학 지식’ 경험치를 획득하셨습니다.] [시스템-‘귀족들의 은밀한 취미’ 키워드를 입수합니다.] [시스템-‘수상하고 돈 많은 자들’ 키워드를 입수합니다.]‘…이 책은 뭔데 이상한 키워드만 들어오는 건지.’
여전히 고서들 대부분은 쓸모없는 불쏘시개들이었는데… 가끔 이상한 키워드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찬성에겐 흥미 없는 것이기에 곧바로 모닥불로 던져진다.
‘인터페이스 창도 있어서 좋군.’
사락… 탁탁……!
‘Lv.?? 정신 나간 검성’의 옆에서 작업하길 몇 시간. 찬성도 집중력만큼은 누군가에게 진다고 할 수 없는 레벨인지라 꿋꿋하게 ‘고서’들을 계속 감정해 나갔다.
“오, ‘(영웅)화염 마법 심화 서적’… 이리저리 감정하다 보면 나오는구나!”
[(영웅)금지된 화염 마법 취급 관리법]분류:서적, 장신구
레벨 제한:45
옵션:사용 시 3초 동안 화염 속성 마법 데미지 1,500퍼센트 상승, 자신의 체력 90퍼센트 소모(쿨 타임 1시간)
설명:“화염 마법이야말로 지고의 예술! 모든 마력은 물론 생명력까지 걸어서라도 더 크게 아름답게! 익스플로전!”-역사의 뒤로 사라진 화염 마법사 Megu-min
“또 이상한 게 나왔네. 근데 우리 중에… 화염 법사는 없지. 팔아야겠다.”
뭔가 이상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등급이 높았기에 찬성은 일단 다른 서적과는 다르게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나름 영웅 등급 서적이라서 득템이라고 할 수 있었기에 기분이 좋은 그였다.
“아, 랜덤 박스도 처리해야 하는데 말이지.”
[‘업적:백인참수(百人斬首)(조건:죽지 않은 상태에서 PVP로 적정 레벨 유저 100명 처치’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일당이백(一當二百)(조건:죽지 않은 상태에서 PVP로 적정 레벨 유저 200명 처치’를 달성하셨습니다.] [‘업적:THIS IS SPARTA!’(조건:죽지 않은 상태에서 PVP로 적정 레벨 유저 300명 처치’를 달성하셨습니다.]오늘 필란데스 영지에서 한바탕한 덕분에 주르륵 쌓은 업적 3개. 50명 때도 그랬듯이 이들 업적도 찬성에게 ‘랜덤 박스’의 보상을 잔뜩 안겨 준 것이었다.
[‘업적:백인참수(百人斬首)’의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보상:랜덤 박스×100] [‘업적:일당이백(一當二百)’의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보상:랜덤 박스×200] [‘업적:THIS IS SPARTA!’의 보상이 도착했습니다.] [보상:랜덤 박스×300]‘이제 보니 엄청 많네. 우와아…….’
단순히 그냥 누적으로 100킬, 200킬, 300킬 한 게 아닌 ‘죽지 않고’, ‘PVP 적정 레벨 대상’을 100킬, 200킬, 300킬 한 것이었기에 그 압도적인 난이도를 생각하면 이 정도 보상을 주는 건 이상하지 않았다.
“이것도 까는 데 한 세월이겠네.”
그래도 이런저런 소일거리들 덕분에 찬성은 기어이 산 정상에서 5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산꼭대기라 오히려 바람이 안 불었고, 추위는 지속적으로 모닥불로 버티고, 물과 식사는 ‘랜덤 박스’에서 나오는 걸로 먹으면서 지루하면 인터페이스 창을 열어서 인터넷을 둘러볼 수 있으니 야외라는 점만 빼면 무난했다.
“슬슬 해가 뜨네. 랜덤 박스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말이지.”
먼저 ‘고서’들 해독부터 완료한 다음 ‘랜덤 박스’ 오픈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아직도 랜덤 박스는 많이 남아 있었다.
한 번에 11개씩밖에 안 까지는 시스템 특성과 인벤토리가 가득 차면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렸다.
‘아무튼 드디어 일출인가? 아! 일어난다.’
“…….”
바다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며 ‘Lv.?? 정신 나간 검성’은 서서히 일어나 그를 바라보았다.
“오늘은… 반드시 그것을 벨지니…….”
한 발을 뒤로 뺀 채로 태양이 올라오는 수평선을 지그시 바라보는 ‘Lv.?? 정신 나간 검성’. 찬성은 그 자세와 허리에 있는 검집에 손을 올린 것을 보고 그가 시전할 비전 3식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발도술이구나. 비전 3식은…….’
“베어져라.”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오는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검광(劍光)이 번뜩였다.
수평선에 떠오르는 태양을 그대로 수평으로 베어 낸 자취를 남기고, 그리고 뒤늦게 소리가 찾아왔다.
스르릉… 슝!
‘음?’
[시스템-‘은하검법 비전 3식 ???’의 단서를 입수했습니다.]“벤다. 다시. 또다시. 벤다.”
그러곤 계속해서 그는 검을 검집에 넣었다가 발도술을 시전하는 것을 반복했다.
호흡 한 번 베고, 다시 자세를 잡고 호흡 한 번 베고, 다시 자세를 잡는다.
서서히 떠오르는 태양을 베고, 베고, 베고, 또 베고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검을 휘두르던 그는 한참을 휘두른 끝에 해가 어느새 수평선을 넘어서 어느 정도 하늘로 올라가자 멈추고 지쳐서 그대로 주저앉으며 말했다.
“오늘도 베지 못했다. 하아… 하아…….”
“…….”
[시스템-오늘의 플레이 타임이 1시간 남았습니다.]날밤을 꼬박 새우고, 그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다 보니 어느새 7시간가량을 소비한 찬성. 아직 ‘비전’도 못 얻고 단서만 얻은 상황.
일반 유저들이 보았다면 분통을 터뜨리면서 뭘 하고 싶은 거냐고 막 따져 댔으리라.
찬성도 지금 ‘이게 전부인가?’라는 생각을 하는 듯 자못 진지해진 표정으로 ‘Lv.?? 정신 나간 검성’을 말없이 노려보았다.
“내일. 내일은. 꼭. 베고. 만다. 후우… 꿀꺽꿀꺽꿀꺽.”
한참을 움직인 끝에 지쳐서 바닥에 주저앉은 ‘Lv.?? 정신 나간 검성’이 물을 마시면서 숨을 고르는데, 옆에 있던 찬성에게서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스릉……!
“…….”
“‘은하검법 3식-항성(恒星)’.”
그를 노리고서 찬성은 지체 없이 검을 뽑아서 그대로 ‘은하검법 3식–항성’을 시전하여 찔러 넣었다.
빛나면서 쾌속으로 들어가는 찬성의 검. ‘Lv.?? 정신 나간 검성’의 눈이 번뜩 크게 떠지더니 검을 뽑아서 찬성의 검에 맞서려는데…….
“오… 오오오! 태양! 태야아아앙!”
‘그가 넘고자 한 것은 진짜 ‘태양’이 아니지.’
그는 스스로 말했다.
자신은 ‘태양’을 베고자 한다고. 하나 그것은 진짜 ‘태양’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었던 ‘은하검법 3식-항성’의 본래 이름인 ‘태양성’을 넘는 검을 깨우치는 것이었다.
하나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다.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그의 이름 그대로 어딘가 다치거나 검을 수련하다가 정신이 나가 버려서 그는 본래 향하던 목표인 ‘태양성’이 아니라 진짜 태양을 목표로 하여 베는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비전 퀘스트는 잘 모르지만 검사로서 내가 할 일은… 이 엇나가 버린 검사의 길을 본래 자리로 되돌려 주고, 증명시켜 주는 것.’
찬성은 이 퀘스트와 과정이 본래 어떤 시나리오였는지는 예상이 되지 않으나 그가 보인 반응과 말과 모습, 태양을 베려 한 그 검을 보고 ‘검사’로서 완벽히 이해를 하였기에…….
‘온다!’
어떻게 하면 ‘비전’이 완성될 수 있는지 알아낸 것이고, 그는 확신을 가지고 깨 보라면서 ‘은하검법 3식-항성’을 ‘Lv.?? 정신 나간 검성’에게 시전한 것이다.
“‘은하검법 비전 3식’……!”
태양이 아닌 자신이 만든 ‘은하검법 3식-태양성’을 베기 위한 일념이 담긴 검.
정신이 나갔어도 태양을 베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고, 끝없이 아침 태양을 바라보며 휘둘러서 완성시킨 검.
[은하검법 비전 3식 ‘갈라져 내리는 항성(恒星)’]검이 뽑혀 검광이 빛났고, 소리는 여전히 그것을 따라잡지 못해 아직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