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52
252화.
“…아, 아니, 다들 왜 나를 검황이니 검왕이니 부르는 거야! 나, 나는 아직 그 정도가 아니라고!”
커뮤니티를 좀 돌아보면서 정보를 모으던 찬성은 금방 ‘검황(劍皇)’이니 ‘검왕(劍王)’이니 하는 단어가 자신을 칭한다는 걸 깨닫고 경악과 광분을 하며 날뛰었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되는 건데? 물어봐야… 어? 이거 사저나 사제가 알면…….”
이런 꼴, 파티원들은 몰라도 자신의 사제나 사저에게 들키는 순간 평생 놀림감이 될 상황. 찬성은 어찌하면 좋을지를 생각하면서 난감해하는데…….
[귓말][天衣無縫:우리 사제, 별호도 생기고 멋지네. 검왕, 검황이라. 어느 걸 쓰고 싶니? 일단 검왕부터 시작해서 더 높은 경지를 목표로 한다? 아니면 검황으로 해서 자신을 증명해 나갈 거니?]“사, 사저?”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근래에 말 한마디 없던 천의무봉(天衣無縫) 닉네임의 양 사저가 귓말을 해 온 것이었다.
심지어 화제는 인터넷상에서 붙어 버린 자신의 별호. 찬성은 전기에 감전된 생선인 양 침대에서 펄떡펄떡 날뛰기 시작했다.
“기아아아아악!”
검술을 익히면서 온갖 역경과 괴로움에 익숙해진 찬성이었어도 역시 쪽팔림과 부끄러움은 이기기 힘든 것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검왕(劍王), 검황(劍皇)이라니. 이제 갓 성인이 된 청년에겐 너무나 과분한 호칭이었는데…….
“찬성아! 무슨 일 있니? 웬 비명 소리가?”
기괴한 비명은 마침 게임을 끄고 나와 있던 민희에게 들렸고, 놀라서 다급히 그의 방에 들어온 그녀에게 찬성은 곧바로 방금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푸훕… 뭐야, 난 또 뭐라고! 하하하하하! 아니, 그동안 날뛴 거랑 플레이한 거랑 ‘필란데스 영지’에서 무쌍 벌인 거 생각하면 진작 붙었을 호칭이지.”
“지… 진작에요?”
“생각을 해 보렴. 날아오는 화살 같은 건 그냥 쳐 내는 독보적인 피지컬, 클래스 스킬로도 가지고 있지 않은 벽 타기 및 천장 걷기 가능, 거기에 아예 다른 유저들은 불가능한 스킬 레벨의 검술이면서 데이터 연산이 부담이 되어서 기계까지 해 먹는 ‘비검’… 말 그대로 스페셜 오브 스페셜, 검왕이라는 이름이 붙어도 아깝지 않지.”
“아니, 스승님이 계신데… 아무튼 잠시만요. 사저의 메시지가…….”
“어디 나도 좀 보자. 후후훗.”
검왕, 검황이라는 칭호에 부담을 느끼는 찬성의 모습이 너무나 재미있었기에 민희도 그의 옆에서 같이 메시지를 바라보았다.
[귓말][天衣無縫:참고로 이거 스승님도 알고 계셔.]“스, 스승님도?”
[귓말][天衣無縫:추가로 아사쿠라는 ‘…역시 대사형답군요. 검왕이라는 별호까지 얻을 줄이야. 저도 사제로서 부끄럽지 않게 정진하겠습니다.’라고 했지.]“히야아아아아악!”
[귓말][天衣無縫:참고로 빌궁 사제의 반응은 울면서 ‘역시… 역시 대사형이십니다! 검왕! 아니, 검황! 무림 출두에서 얻은 별호! 수제자들에게 알려야겠습니다.’.]“그만둬! 빌궁, 그만두렴! 게임 내에서 칭호라고! 기아아악!”
귓말 반응 하나하나에 경기를 일으키는 찬성의 모습. 그 찰진 리액션에 민희는 속으로 생각했다.
‘어떡해. 얘, 너무 꿀잼이야.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아.’
오만하게 검왕, 검황을 자신해도 될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저리 겸허겸실하면서 부끄러움에 몸을 비트는 게 얼마나 웃긴가? 혼자 보기 너무 아까운 장면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채팅방에 알렸다.
[채팅방(5)] [미니멈실버:ㅋㅋ 지금 찬성이 별호 생긴 거 아세요?] [전국건강협회:……?] [근손실보험:별호? 무협입니까?] [미니멈실버:검성 게시판을 중심으로 돌기 시작한 떡밥인데…….] [찬성:아, 안 돼!] [살덩이는나약하다:어디 보자. 검왕, 검황… 오래전부터 돌던 떡밥이었는데, 부정하던 사람들이 많던 게… 이젠 정설이 된 거네요.] [찬성:으아앙. ㅠㅠ] [전국건강협회:오오… 검황… 오오오…….] [근손실보험:우리가 엄청난 분을 모시고 있었군. 검황이라.] [찬성:하, 하다못해 검왕으로 좀 낮춰 주세요!]이미 검왕, 검황으로 붙어 버린 이 별호를 어떻게 해 버릴 수 없었기에 찬성은 그래도 하나라도 낮추기 위해서 ‘검왕’으로 칭해 달라고 하게 되고…….
[미니멈실버:그러면 보자… ‘검왕 찬성’으로 앞으로 소개하면 되겠네?] [찬성:그아아아악.] [살덩이는나약하다:‘검왕’… 멋있다.] [전국건강협회:검왕님 수행원… 이거 느낌 멋지다.] [근손실보험:내일 빨리 전직해야겠다. 이거 못 참겠네. 아바타 맞출까?] [찬성:그, 그만둬 주세요.] [미니멈실버:포기하렴. 넌 이미 최소 ‘검왕’ 확정이야. 빨리 타협 안 하면… ‘검황’까지 갈걸?]“…검왕, 내가 검왕이라니… 내가… 내가 검왕이라니! 아직 갈 길이 먼데에에!”
어딘가의 병원에 누워 소중한 것을 잃은 듯한 절규를 하는 찬성. 하지만 이미 닥쳐 온 운명, 그가 할 수 있는 건 이제 ‘검왕’이라는 칭호를 받아들이는 것뿐이었다.
***
다음 날, 앱솔 공작가 영지 ‘세이온’.
플레이 타임이 돌아오고 드디어 접속한 찬성. 어제 ‘검왕’ 칭호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건지 약간 혼란스러운 얼굴이었다.
‘…검왕이라.’
솔직히 말해서 싫지는 않았다.
검왕(劍王). 뭇 검사들이 꿈꾸는 전설적인 칭호 아니던가?
하지만 찬성은 아직 스스로를 ‘검왕(劍王)’이라 부를 정도의 검사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 칭호의 무게가 부담스럽기만 했다.
‘사람 속도 모르고, 다들 놀리고만 있으니… 하아~’
다들 그저 게이머로서의 찬성을 생각하는 것이라서 게임의 콘셉트나 역할극으로 여겨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아무튼 찬성은 여전히 ‘검사’로서의 마음가짐이 강했다.
‘아무튼 퀘나 해야지. 하아~’
‘전설 퀘스트:부서진 그에게 경의를…….’를 하기 위해서 찬성은 곧바로 지도에 표시된 엘프의 영역으로 움직였다.
‘보자. 여기도 꽤나 구석진 곳이네.’
앱솔 공작가의 영지인 ‘세이온’에서 서쪽으로 거리가 있는 곳으로 ‘앱솔 공작가 보호령’인 ‘아데신 대삼림’에 위치하고 있었다.
“오오… 멀리서 봐도 대삼림이라는 게 확 느껴질 정도로 빽빽하네.”
열심히 달려온 끝에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아데신 대삼림’을 바라보며 찬성은 탄성을 내뱉었다.
멀리서 봐도 거대한 나무들이 빽빽한 산림을 이룬 모습은 장관이었다. 다만 경계에 녹색 그물망 같은 빛이 보이고 있었는데… 무언가 마법적 결계로 보였다.
‘오… 결계. 딱 봐도 함부로 들어오지 말라고 경계해 둔 것 같네. 근데 그럼 입구가 어디지?’
찬성은 감탄하면서 계속 입구를 찾아 헤맸다.
대놓고 ‘이리론 오지 마시오.’라고 표시해 둔 것 같은 결계를 그냥 넘어가면 곤란할 것 같아서 죽 외곽을 돌아서 입구를 찾아냈다.
‘아, 저기인 것 같네.’
살짝 둘러보니 결계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물이 하나 있었다.
거기엔 사람들이 엄청 몰려 있고, 화려한 갑옷에 창과 활을 멘 엘프들이 입구를 지키고 서서 입장하려는 자들을 심사하고 차단하는 것이 보였다.
‘와, 사람들 엄청 많다.’
“아니, 왜 못 들어가냐고!”
“젠장! 아직도 조건이 안 된 건가?”
“엘프 미소녀와 결혼! 엘프 미소녀와 연애! 남자의 꿈을 막다니. 흑흑…….”
“조건… 아직도 조건을 못 알아낸 건가?”
‘다들 뭐 하고 있는 거지?’
‘아데신 대삼림’ 입구엔 엄청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열심히 토의를 하고 있었고, 그리고 몇몇은 안에 들어가려고 난리를 치는 중이었다.
그런 여러 사람들 중 눈에 띄는 무리가 있었는데…….
“내가 기어이 오늘 각종 엘프 관련 일일 퀘스트를 완료해서 평판도 다 올려 왔다. 이제 들어갈 수 있겠지?”
[당신이 우리와 유효한 동맹자인 건 알지만 이곳엔 절대로 인간은 들어갈 수 없습니다.]“이것도 실패냐아아아아아!”
“엘프 아바타도 안 먹히고… 젠장.”
“우리 ‘엘프 산림청’ 길드의 명예가…….”
“쇼타 엘프와 결혼… 쇼타 엘프와 결혼… 빨리 들어가야…….”
“다음엔 무슨 방법을 쓰죠?”
새하얀 길쭉하고 뾰족한 마크를 둘러싼 황금색 잎의 문양이 새겨진 녹색 망토를 걸치고 있어서 유독 눈에 띄는 한 무리의 사람들. ‘엘프 산림청’이라는 이상한 길드명을 가진 자들이었다.
‘…이상한 사람들이네.’
“평판 다 올려도 안 되고, 아바타로도 안 되고, 그러면 이제 뭘 해 봐야 하나? 우리 메인 스토리도 다 밀었는데…….”
“이럴 거면 앱솔 공작 루트는 왜 열어 둔 거야. 나 중신도 찍었는데! 엘프랑 친하다며! 친하다며어어!”
“그냥 레이드나 갈 걸 그랬어요. 흑흑…….”
‘엘프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들인가? 으음… 그나저나 저러고도 못 들어가나? 저 ‘검의 사원’이 안에 있는데…….’
맵을 열어서 다시금 퀘스트 목표 지점을 확인하는 찬성. 어딜 봐도 저 ‘아데신 대삼림’ 내부에 ‘검의 사원’이 존재하고 있었다.
‘어, 그럼 못 가나? 나는 앱솔 공작가의 가신밖에 안 되고, 평판은 이제 막 올리기 시작했는데… 음…….’
저 삼림 안에 들어가는 게 어렵다는 것을 안 찬성은 먼저 조건부터 만족해야 하나 싶었지만, 인벤토리에 있는 ‘???-태양을 베어 낸 검성의 검’을 보고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입구를 지키는 경비에게 다가가 보았다.
‘어, 직접 안 가도 돌려주는 형태로도 퀘스트 완료가 될 수 있으니까…….’
“뭡니까? 인간은 여기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이 검을 ‘대삼림’ 안에 있는 ‘검의 사원’에 돌려놓으려고…….”
혹시 검을 꺼내서 보여 주면 될까? 해서 보여 주자, 엘프 경비는 눈이 커지면서 깜짝 놀란다.
“이, 이것은! 왕가의… 자,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보게들! 이분을 잘 모시고 있게! 매우 중한 손님일세!”
“아, 옙!”
‘아, 다행히 되는 건가?’
놀라서 다급히 숲 안으로 들어가는 경비병. 심지어 찬성이 갑자기 떠날까 봐 여성 엘프 경비병 하나가 그의 옆에 꼭 달라붙어서 옷깃을 잡고 있기까지 했다.
‘뭔가… 귀엽네.’
“저, 절대 어디 가시면 안 됩니다.”
“아… 아, 예. 기다리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아까 전 찬성을 맞이했던 남성 엘프 경비병이 돌아오더니 찬성에게 허리를 숙여 예를 갖추며 인사를 올렸다.
“들어오십시오. 우리 종족의 비보를 회수하여 주신 분이여, 부족장님께서 만나고자 하십니다. 제가 부하들과 함께 모시겠습니다.”
‘아, 그 ‘태양을 베어 낸 검성’분, 보통 엘프가 아니었나 보구나. 이렇게 부담스러운 호위라니…….’
그렇게 찬성은 엘프 경비 넷의 호위를 받아 가면서 안으로 들어갔고, 그 모습을 본 바깥의 다른 유저들은 손으로 그를 가리키며 경악했다.
“저, 저 사람, 들어가고 있어!”
“아니, 저 사람은 들여보내 주고 왜 우리는 안 보내 주냐고!”
“뭐지? 아이디랑 뭐 보이는 거 없나?”
“안 보여. 비공개 설정이야. 이러면 탐지 스킬을 써야 하는데… 아아악! 망할 엘프 경비들이 가리고 있어! 타깃팅이 안 된다악!”
“저 사람 나오는 거 무조건 기다려서 물어봐야지. 아니… 대체 어떻게 한 건데!”
“나 타깃팅 되었어! 보자, 그러니까… 아이디가 ‘찬성’… 클래스는 ‘검성’이야!”
비공개 설정이어도 게임 내의 규칙과 스킬을 사용하면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법칙. 그동안은 저레벨 혹은 육성 레벨대라서 ‘탐지’ 계열 스킬을 써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찬성? …그거 검성 갤러리랑 커뮤니티 게시판 갤주 아니야? 그 뭐더라?”
“검왕! 필란데스 영지에서 무쌍을 벌이던! 그 검왕이야!”
“공식 방송에서도 나왔었잖아!”
“대박……!”
이 사람들, 엘프와의 사랑과 욕망을 키운 ‘엘프 산림청’ 길드 유저들의 탐험 능력에 정보가 생각보다 많이 밝혀지게 되고, 거기에 그동안 쌓은 전적과 명성까지 있으니 이제는 외양만 가려서는 정체를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지? 일단 기다릴까?”
“아무튼 나오면 꼭 물어보자. 그런데 귀환하면 어쩌지?”
“주변에 다른 결계로 나갈 수 있으니까 다들 흩어지고, 세이온 영지를 비롯해서 ‘수도-교토 특구’의 주요 귀환 포인트에도 사람을 보내! 어디든 걸리면 된다!”
“우리 ‘엘프 산림청’의 이름을 걸고! 대삼림으로 들어가는 비밀을 찾아야 한다!”
‘검왕’이라는 명성에 맞게 이제는 너무 유명해진 만큼 여파가 커진 찬성이었다.
그리고 결계 밖에서 상상도 못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찬성은 엘프 경비병들의 호위를 받아서 대삼림 중심에 있는 거대한 나무에 도달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