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53
253화.
‘엄청 크네. 저것도…….’
조금만 들어와도 보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나무. 이곳 ‘아데신 대산림’의 중앙에 있는 커다란 대로 끝에 보이는 나무로 그 높이가 대체 얼마나 될까, 가늠이 되지 않을 만큼 하늘 높이 솟은 나무를 보며 찬성은 경비병들의 호위를 받아 그 안으로 들어갔다.
‘와아… 놀랄 일이 끝나질 않네.’
거대한 나무 자체가 큰 건물처럼 사용되는 듯했는데, 속이 파인 곳으로 각종 일을 하며 오가는 수많은 엘프들은 하나같이 모두 다 미남, 미녀들밖에 없어서 놀라는 찬성이었다.
‘무슨 별천지에 온 것 같네.’
“이쪽으로 올라오십시오.”
“아, 예.”
그리고 경비병들의 안내를 받아 찬성은 나무 위를 한참을 더 걸어 올라갔다.
엄청나게 높은 나무를 쭉 걸어 올라가서 겨우겨우 도달한 곳은 화려한 카펫과 꽃장식이 되어 있는 나무로 된 옥좌가 있는 알현실이었다.
“대족장님, 명하신 대로 그자를 데려왔습니다.”
“들라 하라.”
‘천으로 가려져 있네. 음…….’
다만 옥좌는 맨 뒷부분의 장식을 제외하면 암막 같은 천으로 시종들에 의해서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서 들리는 미성에 의하면 앉아 있는 사람은 여성으로 추정되었다.
‘앞으로 가셔서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고개를 숙이십시오. 그리고 대족장님께서 허락하시면 고개를 드시면 됩니다.’
끄덕.
일단 찬성은 엘프 경비병이 귓속말로 하는 지시에 따라 앞으로 가서 무릎을 꿇고 예를 갖추었다.
“고개를 들라.”
“아, 예.”
“어디 그대가 가져온 ‘검’을 보여 다오.”
“여기 있습니다.”
찬성은 조심스럽게 인벤토리에서 ‘???-태양을 베어 낸 검성의 검’을 꺼내었다.
그러자 시종들이 앞으로 나와서 그 검을 받더니 조심스럽게 암막 뒤로 가져가 대족장에게 보였다.
“이걸 어디서, 누구에게 얻었지?”
“메리 왕국의 휘트니산에서 얻었습니다. 그곳에 있던 엘프 검성에게 받았습니다.”
“받았다? ‘검성’이라는 자가 타인에게 쉽게 검을 넘길 종자들이 아닐 텐데?”
“저 또한 ‘검의 사원’의 일원이고, 그분은 이루고자 한 ‘태양을 베는 업’을 달성하고 가셨기에 저보고 대신 자신의 ‘검의 사원’에 전해 달라고 했습니다. 여기 그 노트입니다.”
“노트? 어디 그것도 보자꾸나. 갖고 오너라.”
대화가 진행되고, 다시 시종이 이번엔 찬성에게서 노트를 받아서 암막 뒤로 전해 주었다.
그리고 대족장은 그것을 넘겨 보더니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다.
“이 바보… 같은 사람. 결국… 결국엔… 흑… 흐흐흑… 정말로 돌아오지 않았다니… 우리의 모든 것을 버려 가면서까지… 그렇게나 검에… 나에겐 이리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했으면서… 흐흑…….”
‘어, 그런 건가? 그… 검의 수행을 위해서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고 떠난… 그런 건가?’
일단 흐느끼는 모습으로 짐작할 수 있는 정보를 상상해 보는 찬성. 그리고 몇 분이나 지났을까? 간신히 흐느낌을 멈추고, 암막 뒤에 있는 대족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일어나십시오, 검성이시여. 저의 무례를 사죄합니다. 정말로 종족의 비보이자, 제 남편의 검을 전달해 주시러 온 귀한 분이셨을 줄이야. 의심을 해서 정말 죄송하단 말씀을 다시금 드리고 싶습니다.”
“아, 아닙니다. 의심할 수도 있죠. 그보다 남편이셨구나…….”
무위와 경지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산으로 온 자들의 속사정을 들으니 내심 살짝 불편한 찬성이었다.
자신도 분류로 치면 이제 ‘검’을 위해서 다른 인생을 거리낌 없이 포기할 수 있는 종자라서 그런지 ‘태양을 베어 낸 검성’ 쪽에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느끼는 찬성에게 대족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 종족은 간악하게 변한 제국의 공격을 비롯해 인간의 탐욕으로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겪었기에 극도로 배타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실 앱솔 공작과 지금은 손을 잡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인간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예, 이해합니다.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관계가 있다는 건, 아예 믿지 못하는 관계가 있음과 같으니까요.”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무튼 ‘검성’님, 당신을 정식으로 이곳 ‘아데신 대삼림’의 손님으로 인정하겠습니다.”
[시스템-‘칭호:아데신 대삼림의 손님’을 획득했습니다.]“아, 예. 감사합니다. 이거 바로 껴야… 어? 자동으로 껴지네?”
“더불어 그이가 남긴 유언에 따라 당신을 이곳 ‘아데신 대삼림’에 있는 ‘검의 사원’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같은 ‘검성’인 당신에게 무덤을 만들어 달라고 했으니 말이죠. 수행원들이 안내할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고향을 떠나 수백 년간 기약이 없던 그이의 소식을 알려 준 검성님에 대한 제 개인적인 보답입니다. 그에게 이것을…….”
시종의 손으로 전해져서 찬성에게 주어진 것은 은은한 연녹색 바탕에 금실로 태양의 문양이 새겨진 짧은 망토였다.
“그이가 쓰던 망토입니다. 비보까진 아니지만 본래 대족장으로서 일을 할 때 입었던 것이지요. 지금은 쓸모없고, 또 종족이 입은 은혜와 우리의 손님이라는 의미로 드리겠습니다. 그이의 유언을… 잘 부탁합니다.”
[시스템-‘(영웅)사라진 대족장의 짧은 망토’를 입수했습니다.] [시스템-‘???-태양을 베어 낸 검성의 검’을 입수했습니다.]새로운 아이템과 함께 아까 전에 넘겼던 검이 찬성에게 돌아왔다.
찬성은 슬쩍 일어나면서 들어온 아이템을 확인했다.
[(영웅)사라진 대족장의 짧은 망토]귀속
분류:망토
레벨 제한:45
고유 옵션:‘클래스:검성’의 스킬 데미지 +10퍼센트 증가
옵션:모든 스테이터스 +50
“아마… 난 돌아오지 않을 거요.”-사라진 대족장이 그녀에게 한 마지막 말.
‘우와아… 이건 무조건 바로 착용해야지!’
스테이터스 상승치는 45레벨 영웅급치고 낮지만 그것을 커버하는 ‘검성’ 스킬 데미지 증가 10퍼센트가 스테이터스의 아쉬움을 달래 주는 압도적인 옵션이었다.
‘게다가 아직 이 퀘스트는 끝난 게 아니야.’
심지어 본래 목표인 이 대산림의 ‘검의 사원’에는 아직 가지도 않았기에 찬성은 망토를 착용하고서 곧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손님 취급이라서 그런지 이제는 따라오는 경비병이 한 명인 상황. 다시 그 높았던 건물을 내려와서 지도를 따라 산림 내부를 거닐다가 드디어 ‘검의 사원’에 도착했다.
‘여기가… 검의 사원?’
본래 산속에 있었던 ‘검의 사원’들은 모두 일단 입구부터 ‘검의 무덤’들로 인해 살풍경했고, 다들 수련만 하던 이들이라서 ‘사원’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소박하고 허름한 모습들이었다.
하나 이 ‘검의 사원’은 너무 깨끗하고, ‘검의 무덤’은 하나도 없어서 위화감이 드는 찬성이었다.
“저기, 여기는…….”
“그게… 대족장님께서 혹시나 돌아오실 수 있다고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관리하셨습니다.”
“아, 아아… 그럼 ‘검의 무덤’은?”
“앞에 놔두면 살풍경하고, 오가는 동족들이 두려워할 거라고 하시며 뒤쪽에 두셨습니다. ‘그분이 돌아오시면 화내면서 바꾸겠지.’라고 하시면서 말이죠.”
“아아앗…….”
그 말을 들으니 암막 뒤에서 흐느껴 울던 대족장의 모습이 떠오르는 찬성. 과연 이곳은 그녀가 남편을 기다리면서 관리하고 정돈해 둔 곳이라서 기이할 정도로 깨끗했던 것이었다.
“다른 검성들은… 혹시 오거나 하진 않나요? 그, 저 같은 인간 검성들은 그렇다 쳐도 엘프분들은? 그래도 누군가가 사원의 후계자가 되어야 할 텐데요.”
“다들 실력을 갈고닦고자 나가시면 돌아오지 않으셔서, 그리고 선대 대족장님이 사라진 이후… 수행하던 이들도 다 떠난지라.”
“그렇군요.”
뭔가 착잡한 마음이 계속 드는 찬성. 그래도 할 일은 해야 하는지라, 사원 뒤쪽에 만들어진 ‘검의 무덤’으로 향했다.
‘정말 깔끔하게 만들어지고 관리되어 있네. 그 대족장분, 그 검성분이 엄청 그리우셨나 보네.’
깔끔하게 꾸며진 공동묘지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의 ‘검의 무덤’들이었다.
일정한 간격으로 깔끔하게 위치를 구분해서 꽂혀진 검들, 거기에 관리도 깨끗하게 된 것이 본래라면 풍화와 부식을 피할 수 없을 텐데 처음에 부서진 곳을 빼면 그것도 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도… 그 대족장님이?”
“예. 매일 새벽에 일어나셔서 손수 관리하십니다.”
얼마나 선대 대족장을 그리워하고 소중히 여기는지 그 마음이 절실히 느껴지는 찬성이었다.
이 모든 것을 직접 관리한다니……. 하지만 돌아온 것은 결국 그의 검뿐. 뭔가 자신까지 서글퍼졌다.
‘이게 참… 딜레마네. 나 또한 ‘검사’이기에 경지를 목표로 해서 끝없이 노력하는데, 또 이런 걸 보고 있으니 서글퍼지는 게…….’
“선대 대족장님의 검을 위한 위치라면 저기에…….”
얼마나 그리워했으면 이 ‘검의 사원’을 관리하는 것도 모자라서 무덤까지 만들어 뒀을까?
대족장의 그런 마음을 또 너무 잘 알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진 찬성은 얼른 ‘검의 무덤’에 예를 다하고 떠나자고 생각했다.
‘계속 있다간 내 머리가 복잡해지겠어. 하아아…….’
그러곤 조심스럽게 마련된 자리로 가서 친절하게 홈까지 파인 곳에 ‘태양을 베어 낸 검성의 검’을 꽂아 넣었다.
‘이다음 조의는 어떻게 표하지? 절이라도 해야 하나? 어?’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전설 퀘스트:부서진 자의 유산을 반환하였다]부서진 자가 어디에 갈지 모르나, 부서진 자를 그리워하는 이들을 위하여 이 무덤을 세웠다. 경의를 표하고 물러나자.
조건:‘검의 무덤’에 ‘경의’를 표하기
‘‘검의 무덤’에 대한 경의면 이거밖에 없지.’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이곳에서 무기를!”
“잠시만 물러나 주십시오.”
스릉…….
검을 뽑은 찬성은 경비병을 물린 다음 자세를 취하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검을 휘둘렀다.
휘두르는 검은 당연히 은하검법 비전 3식 ‘갈라져 내리는 항성(恒星)’.
‘그가 목표로 했고, 도달했으며, 나에게 전달해 준 검! 이것이 최대의 경의!’
무덤 앞에서 마치 검을 나누는 것처럼 비전 3식을 휘두르는 찬성이었다.
그러곤 마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 자세를 가다듬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예를 표하는 걸 마쳤다.
“후우, 이거면 된 것 같습니다. 그럼 전 이만… 어?”
그렇게 뒤를 돌아서 가려고 하는데, ‘검의 무덤’ 입구 쪽에 낯선 이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딘가 익숙한 연녹빛에 금색 실로 화려한 수가 놓아진 원피스를 입은 여성. 황금을 녹여서 실로 만든 것 같은 화려한 금발이 발목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었고, 엘프의 특징인 긴 귀가 눈에 띄었다.
‘머리의 형태가 암막 뒤의 실루엣이랑 같은 걸 보니, 그 대족장 같은데? 우와아, 말도 안 되게 예쁘네.’
암막 뒤의 실루엣만 보았지만 지금 보는 형태와 완전히 같았기에 찬성은 단번에 그녀가 대족장임을 알 수 있었다.
그보다 더 감탄스러운 건 그녀의 미모였는데, 엘프 대족장이라는 위상에 맞게 ‘D.E사’가 얼마나 이를 악물고 아름답게 깎아 냈는지 웬만한 기백이나 살기에 익숙한 찬성이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날 정도였다.
“대족장님? 여, 여기엔 어쩐 일로! 이, 인간에게 대족장님의 고귀한 모습을 함부로 보이시면 안 됩니다!”
경비병이 다급히 찬성과 대족장의 사이를 가리면서 말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말했다.
“이자는 그이의 부고와 물건을 가져다준 내 손님이다. 더구나 무덤에 예를 갖추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 아무튼 다시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검성님. 아까 전에는 대족장으로서… 지금은 그이의 아내로서 드리는 인사입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검사나 검성이라는 걸 빼면 남편의 묘에 성묘를 온 셈이니 그 손님을 개인의 자격으로 맞이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었지만…….
‘불편해. 이거 엄청 불편해!’
아까 전 스토리도 있고, 이제 실제로 보니 그녀의 눈빛에는 슬픔과 음울함이 깊게 서려 있어 찬성은 심적으로 엄청나게 불편한 것이었다.
‘나도… 나도 엄연히 그 ‘태양을 베어 낸 검성’의 마음 쪽에 더 공감해서 그런 거니… 아, 불편해. 세상에, 차라리 그냥 몬스터랑 싸우게 해 줘. 왜 이런 심적 부담감을 짊어지게 만드는 거야.’
일반적인 게임 유저라면 마음의 부담감은커녕 ‘우효! 미망인 엘프 대족장 초 뷰티풀! 미쳤다리 미쳤다! D.E사 당신은 신인가?’ 하면서 스샷을 찍어 인터페이스로 여기저기 올렸을 일이지만 찬성은 그러지 못했다.
그는 이 현실에 존재하는 궁극을 목표로 하는 진짜 검사였기에…….
“와 주신 분에 대한 예의도 있고, 좀 더 자세히 그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그런데, 차 한잔 어떠신지요.”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전설 퀘스트:아직 미련이 남은 자가 있으니…….]대족장은 이번엔 개인으로서, ‘태양을 베어 낸 검성’의 부인으로서 당신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초대를 하고자 한다.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 조건:
1.받아들인다.
2.받아들이지 않는다.
‘2번! 2번!’
찬성은 이 불편한 분위기 속에 더 있고 싶지 않아서 누가 봐도 선택해야 하는 1번을 거부하고, 2번을 눌렀다.
그러자 퀘스트는 새롭게 갱신이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