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54
254화.
“…당신도 그이랑 같군요. 그저 검에 미쳐서 사람을… 무시하고……!”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전설 퀘스트:남겨진 자의 분노]당신도 결국 그와 같은 ‘검성’. ‘검’에 모든 걸 건 자이다. 제안을 거절한 당신은 나름 ‘태양을 베어 낸 검성’의 길이 끝났고, 예우를 했다고 생각하여 떠나려 했지만… 그것이 남겨진 자의 분노를 깨운 것 같다.
조건:‘Lv.?? 분노한 대족장’을 쓰러뜨려 진정시키기
“그렇게 검이 좋으면… 처음부터 검이랑 사귀고 결혼을 하지!”
‘에?’
갱신된 퀘스트와 함께 등 뒤에서 무시무시한 투기가 전해져 오는 걸 느낀 찬성. 고개를 돌려 보니 거기엔 아까 전 우아하고 아름답던 귀부인은 사라지고…….
‘와, 완전 무장?’
사슴뿔이 흉흉하게 돋아나서 얼굴을 가린 투구에 날카로운 디자인의 전신을 감싼 중갑을 입고 양손을 감싼 권갑(拳鉀)까지, 완전 무장 상태인 대족장이 있었다.
‘이, 이게 뭐야?’
[Lv.?? 분노한 대족장(보스 몬스터)]클래스:권성(拳星)
생명력:100퍼센트
보유 스킬:비탄과 분노, 대족장의 의무, 금강불괴(金剛不壞), 투기장 챔피언
“평생을 같이할 줄 알았던 두 별이 있었네. 하지만 하나의 별이 산산이 부서지며 떠났네. 남은 하나의 별은 홀로 하늘을 지키며 빛을 내면서 끝없이 우네.”
무시무시한 ‘분노한 대족장’의 스테이터스 창. ‘클래스:권성(拳星)’이라니. 찬성은 경악해서 그녀를 바라보면서 싸울 생각이 없다는 걸 알리려고 했다.
“아, 아니, 저는 싸울 생각이…….”
“용서 못해. 떠날 거면… 떠날 거면 나도 데려갔어야지. 또… 또 그렇게 나에게 아무 말도 안 하고… 나에게 모두 다 짊어지게 하고… 자기만… 용서 못해.”
‘나 완전히 지뢰 밟았구나!’
선택지를 완전히 잘못 고른 셈. 찬성이 불편한 분위기에서 도망가려는 선택지를 고른 것이 그녀에게는 기다리던 남편에 대해 쌓였던 서러움과 그리움, 이별의 트라우마를 한 번에 폭발시키게 만든 셈이었다.
“용서 못해!”
‘빨라?’
콰직!
아름답게 깔린 바닥의 블록이 깨짐과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신영조차 남기지 않고 앞으로 날아오는 ‘대족장’. 놀란 찬성은 대응하려 했지만 이미 그녀는 코앞까지 와서 권갑을 쥐고 주먹을 휘둘렀다.
‘이 질량으로 어떻게 이런 속도가? 아니지! 이건 게임! 현실의 물리 법칙을… 아득히 능가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아아아아아!”
하지만 찬성도 보통 인간은 아니었기에 아슬아슬하게 몸을 틀면서 검집에서 검을 뽑아 검면으로 대족장의 주먹을 받아 냈다.
“우아악!”
시스템상으로 들어오는 데미지는 0. 하지만 그 물리적 충격량은 그대로 들어왔기 때문에 찬성은 뒤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
“읏챠!”
“그아아아아아!”
‘아니, 아까 전 그 여신님 같던 분이 무슨 맹수처럼 사람이 달라질 줄이야!’
간신히 착지한 순간 이미 ‘분노한 대족장’이 도착해 있었다.
이거 진짜 만만치 않은 강적이라 생각하며 찬성도 긴장감을 끌어 올리고는 본격적으로 검을 들고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아아아아! 당신은! 당신이라는 사람은!”
‘분노에 완전히 정신이 나가 버린 건가? 내가 정말… 심한 짓을 해 버렸군. 씁.’
콰아앙!
검으로 막아 내면서 찬성은 선택지 2번을 고른 것을 자책했다.
대족장으로 있을 때의 태도, 그리고 선택지가 나오기 전에 자신을 대하던 그 품위 있는 모습으로는 저렇게 정신적으로 몰려 있다고는 상상도 못한 것이었다.
“그아아아아아!”
콰가가가가가!
맹수처럼 무자비하게 퍼붓는 난타. 속도도 속도인데, 그 위력 한 방 한 방에 ‘고통 자극’에 대한 경감이 적용되고 있는데도 손목이 욱신거릴 정도였으니 찬성은 도저히 반격의 틈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 이거…….’
“그앗! 그아아아!”
콰직! 쿠우웅! 퉁!
권성(拳星)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파워, 속도뿐만 아니라 여성적 유연함까지 겸비해서는 주먹으로 내려찍을 때 틈이 생겨서 노리자, 그대로 유연하게 몸을 넘기면서 찬성을 향해 발차기까지 해 왔다.
“우악!”
“훅! 그앗!”
‘아니, 무슨 만능 격투가인가? 대체 몇 가지 무술을 저렇게 통달한 것처럼……!’
그러면서 일어난 ‘대족장’은 양팔을 들고 이번엔 복싱 자세를 갖추고는 잽과 펀치로 견제를 넣고 그다음 스텝을 밟아 자세를 빠르게 바꾸면서 묵직한 상단 차기를 날려 왔다.
콰아앙!
묵직한 쇳덩이끼리 충돌하는 소리. 찬성은 무릎에 힘을 주어서 간신히 버텨 냈다.
‘드디어 빠져서 자세를…….’
드디어 반격의 타이밍이 왔다고 생각한 순간, 막아 낸 오른 다리의 무게와 압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왼쪽에서 기척이 날아왔다.
‘서, 설마?’
어느새 날아온 왼쪽 다리. 찬성은 본능적으로 머리에 공격을 허용할 수 없어서 손을 올려 막는데, 생각보다 충격량은 그리 강하지 않았다.
‘뭐지? 어? 이건?’
그와 동시에 찬성의 시야와 몸이 한 번에 뒤집혔다.
다리로 잡아 던진 이 기술은 굳이 구분하자면 레슬링 기술 ‘시저스 휩’의 변종이라 할 수 있었다. 한쪽 다리를 걸치고, 반대쪽으로 차 올린 다음 허리 힘으로 찬성을 그대로 돌려서 뒤집어 버린 것이다.
“크헉! 마, 말도 안 돼!”
“그아아아아!”
현실에선 펼친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여긴 게임 속.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상식에 사로잡히면 안 되는데… 찬성은 아직도 그것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땅에 누운 찬성은 충격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지만 이내 살기에 놀라 잽싸게 옆으로 굴렀다.
콰아아아앙!
그리고 자신이 있던 자리엔 그 ‘대족장’이 차고 있던 흉흉한 권갑의 주먹이 파고들어 버렸고, 그 틈에 몸을 세워 자세를 회복하는 찬성이었다.
“하아… 우와아아… 진짜, 진짜 잘 싸우시네. 진짜… 진짜 이런 강적이라니……! 하하핫!”
찬성은 오랜만에 닥쳐 온 이 위기 상황에 서서히 흥분하기 시작했다.
파워, 스피드, 유연함, 기술의 다양성까지 모두 겸비한 적수, 심지어 권성(拳星)!
찬성은 잘못된 선택에 대한 미안함은 잠시 접어 두고 전력을 다해서 눈앞의 ‘분노한 대족장’을 상대하기로 마음먹는데…….
“그 눈… 불쾌한 기억이 떠오르게 하네요. 그래… 당신은… 당신은 이렇게 해 주길 바라는 거겠지. ‘극성권법 1식-투반(Thuban)’. 그아아아아아!”
여전히 분노로 이성을 잃은 건지 대족장은 슬픔 가득한 어조로 울부짖듯이 주먹을 휘둘렀고, 스킬을 사용했다.
검성에게 은하검법이 있다면 권성에겐 극성권법.
그오오오오오오!
포효 소리와 함께 대족장의 몸에서 녹색 아우라가 나와 용의 형상으로 변하더니 무지막지한 속도로 찬성을 향해 달려왔고, 찬성은 전력으로 싸울 상대라 생각하여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
찬성이 한창 ‘분노한 대족장’과 격전을 치를 무렵, ‘D.E사’에서는 오늘도 업무를 보는 사장에게 사원이 긴급한 소식을 가져왔다.
“사장님! 그… 검왕 찬성이! 또 사고 쳤습니다!”
“음? 또? 이번엔 무슨 사고지? 어디 보자. 지금 진행 중인 일인가? 이미 벌어지고 난 뒤인가?”
“진행 중인 일입니다. 보시면서 설명드리지요.”
사원이 무언가를 조작하자 옆의 화면에 곧바로 찬성의 모습이 나왔다.
그는 본격적으로 ‘분노한 대족장’과 교전을 시작해서 치열한 접전 중에 있었다.
“호오? 엘프 대족장과 교전을? 그러면 퀘스트 선택지 2번을 골랐다는 건데? 찬성이라는 저 유저의 성격상 그렇게 매정한 선택지를 고를 것 같지는 않았는데…….”
여느 게임사 사장들과 다르게 D.E사의 사장은 자신의 게임 속 스토리, 캐릭터, 설정의 대부분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금방 머리를 굴리더니 기억해 냈다.
“저 유저만이 아니라 대부분은 무난히 차를 마시고 갈 겁니다! 어지간히 정신 나가거나 궁금하지 않은 이상에야! 아무튼 연유는 모르겠습니다만, 어쨌든 검왕 찬성은 지금 ‘분노한 대족장’과 교전을 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본래 저건…….”
“‘분노한 대족장’ 선택지는 이제 확실한 사망 플래그지. 권성이라는 히든 클래스, 거기에 추가로 온갖 강력한 스킬들을 다 집어넣은 상태니까.”
“예. ‘비탄과 분노’는 모든 공격력과 모든 스테이터스 50퍼센트 증가, ‘대족장의 의무’는 받는 모든 피해량 감소 50퍼센트, ‘금강불괴(金剛不壞)’는 모든 상태 이상 저항 및 신체 내구도 불괴 상태로 만들고, ‘투기장 챔피언’은 그녀의 설정에 덧붙이면서 그래플링 기술까지 쓸 수 있게 조정해 놓은… 인파이터 완전체죠. 여기에 보스 몬스터 보정까지. 보통은 절대 디자인 안 될 보스죠.”
실패의 선택지로 만들기 위해서 몰아넣은 각종 스펙들. 하지만 하필이면 찬성과 싸우니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럴 거면 역시 그냥 원킬이 나도록 조정을 했으면…….”
“에이, 그건 너무 불합리하지. 게임으로서 여러 편의성 및 타협을 했지만 그래도 이런 부분은 사망 플래그라도 왠지 잘하면 이겨 낼 수 있을 것 같은 가능성을 남겨 둬야 하는 법이야. 그래서 퀘스트도 실패하면 다시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해 두지 않았는가?”
그래서 사실상 2번 선택지를 골라서 ‘분노한 대족장’에게 죽으면 다시 퀘스트 선택지 때로 돌아가서 선택할 수 있게 해 놓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1번을 고르고, 등급만 전설이지 성능값을 낮춘 ‘전설 아이템’을 받도록 만들어 놨죠.”
“에이~ 대신 엘프들 관련 퀘스트를 받을 수 있게끔 ‘아데신 대산림’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해 주는데, 요정의 영역에 자유롭게 들어가는 입장권이 전설급이 아닐 순 없지. 하하핫.”
말 그대로 때깔은 ‘전설 퀘스트’이면서 뭔가 성능적으로는 영웅급 아이템을 주려는 퀘스트였다는 것. 그럴 법한 것이 결국엔 이 퀘스트는 직업의 ‘비전’ 스킬이고 조건만 알아내면 찾을 수 있기에 그 보상을 엄청 좋게 할 순 없었다.
“그래서 일종의… 명예직 같은 걸 준 셈이지.”
“그보다 사장님, 근데 저거 잡히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일단 죽지 않게는 해 놨는데… 문제는 혹시라도 저거 잡히면 보상이 있게 해 놓으셨나요?”
“해 놨던가? 잠시만… 보자.”
“…안 해 놓으신 거 아니죠? 저, 저 퀘스트 조건 보면 뭔가 있을 법한데…….”
“안 해 놓진 않았지. 그래도 극한의 가능성을 돌파한 보상이 있어야지 않은가? 그런데 그게 아마… ‘유일’ 아이템이었지?”
보상에 대해서 떠올리는 사장. 저런 ‘불가능에 가까움’급을 넘어선 디자인으로 만든 보스를 쓰러뜨리면 보상이 있어야 하지만, 여러 유저들에게 풀리기 쉬운 보상이면 아이템 밸런스가 깨지기 때문에 최초로 이긴 단 한 명만 얻을 수 있는 ‘유일 아이템’이 딱 맞는 보상이었다.
“물론 그것도 그녀를 쓰러뜨려야 가능한 법이지만…….”
『Lv.45 찬성』
『생명력:324/689』
『Lv.?? 분노한 대족장』
『생명력:95.41퍼센트』
『그아아아아아아아!』
그렇게 말하며 화면을 바라보는 사장과 사원. ‘분노한 대족장’은 ‘권성(拳星)’이라고 하는 물리 타격계 클래스라서 ‘검성의 경지’로 막기만 하면 데미지를 0으로 만들 수 있긴 해서 공략이 수월해 보였지만, ‘극성권법’을 비롯한 기공 타입은 마법 공격력을 적용받고 또 종종 시도하는 서브 미션과 그래플링 공격은 ‘막는다’라는 개념이 불가능해서 찬성도 데미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포션으로 버티곤 있군요. 하지만 저런 식으로 하면 시간이 모자랄 텐데… 그렇다고 전력을 다하면 또 기계가 못 버틸 거고 말이죠.”
이미 기기 과부하로 서비스까지 받은 상황. 사원은 우려하면서 투지를 불태우는 찬성을 바라보는데, 사장은 잠시 생각하더니 키보드를 조작해서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