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6
26화.
[찬성:죄송합니다. 전직하느라 정신이 너무 없었어요. 근손실 님, 건강협회 님.] [근손실보험:가능하면… 보험 님으로 불러 주세요. 그렇게 부르면 진짜 근손실 날 것 같잖아요.] [전국건강협회:그나저나 클래스… ‘검성(劍星)’으로 되어 있는데, 이거 뭡니까? 이거 확실히… 히든 클래스 아닙니까? 보통은 ‘소드맨’에서 50레벨을 달성한 다음에 히든 조건을 만족해야 개방되는 클래스인데…….] [찬성:그게 어떻게 된 거나면…….]찬성은 검의 사원에서 있었던 일을 천천히 풀어놓기 시작했다.
NPC 검성과 싸워서 목검이 부서질 때까지 버티자 소드맨 위의 모든 상위 클래스들 중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거기에서 검성을 골랐다는 내용을 말이다.
[전국건강협회:전직… 자유라고? 맙소사! 그러면 저희를 불렀어야죠! 저 지금 PC 앞이라서 한 방에 검색해서 알려 드릴 수 있는데……. 기왕이면 단 한 명만 할 수 있는 ‘유일’ 클래스를 택하시지!] [근손실보험:…‘검성’은 히든이긴 하지만 너무 정직하게 ‘소드맨’의 상위 클래스라서 그다지 인기가 없어요. 그나마 ‘소드맨’보다 딜은 더 잘하는 장점이 있지만…….] [전국건강협회:아이고! 아까워라. 진짜 ‘유일’ 클래스 있었나요?] [찬성:네. ‘유일’ 두 개 정도인가 보긴 했어요. 천검이랑 그랜드마스터였나?] [근손실보험:으아아아아악!] [전국건강협회:끼아아아아악!]고인물인 두 유저는 채팅만이 아닌 현실과 게임 속에서 각각 경악하면서 까무러쳤다.
히든은 조건이 숨겨져 있지만 유일한 직업은 아니었다. 밝혀내면 누구나 전직할 수 있는 클래스였기에 밝혀지고 나면 결국 후발 주자들이 전직해서 따라갈 수가 있다.
반면 ‘유일’은 히든의 상위 개념으로 오직 한 명의 유저만이 차지할 수 있는 클래스였다.
[전국건강협회:물론… ‘유일’이라고 무조건 사기 클래스는 아니에요. 하지만 다른 유저들이 가지지 못하는 나만의 ‘전직’이라는 게 인기인 거죠.] [근손실보험:그래서 ‘랜덤 박스’에 들어 있는 ‘유일’ 클래스 전직권 한 번 보려고 지르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이니…….] [찬성:하지만 ‘검성’이 마음에 들어서요. 게다가 영웅 등급 무기도 받았고…….] [전국건강협회:영웅 등급이라고 해도 퀘스트로 준 건 10레벨 기준이라. 금방 바꾸겠지만 뭐, 쓸 무기를 받은 건 좋은 거죠. 하아~ 그나저나 ‘소드맨’ 전직 NPC에 그런 조건이 숨어 있을 줄이야. 캐릭터 새로 파서 하러 갈까?] [근손실보험:아서라. 그 NPC한테 버티는 거 너튜브 세계 기록이 3분이라며. 조건 달성이나 할 수 있겠냐? 게다가 한 대라도 맞으면 바로 전직해 버리니까 캐릭터 지우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찬성 정도의 재능과 능력이 아닌 이상 달성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기에 근손실보험의 말을 듣고 이내 포기해 버리는 전국건강협회였다.
[전국건강협회:끄으으으으으으응… 하아~ 하긴 아무나 할 조건이면 넣어 두지 않았겠지. 쳇!] [근손실보험:아무튼… 아! 맞다! 찬성 님, 내려오시기 전에 설정 들어가서 전직이랑 능력치 비공개해 두세요!] [찬성:아… 이미 했어요. 근데 왜 해야 해요?] [전국건강협회:왜긴요. 들켜서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렇죠. 이 세상에 남이 잘되는 걸 못 보는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인간의 악의를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근손실보험:ㄹㅇ. 심지어 히든 클래스면 노리는 길드도 많아서 서로 자기 길드 들어오라고 협박하고 난리고… 그나마 레벨이 높으면 싸울 수나 있지, 저레벨이면 진짜 꼽다고 몰려와서 무한 척살해 대는데… 그러면 게임 못합니다.]선의적인 플레이어가 있다면 악의적인 플레이어도 있다.
현실의 제약을 벗어난 게임의 공간에서 그 악의(惡意)를 풀려는 자도 있는가 하면 현실에서 될 수 없는 악인이나 역할극을 하고 싶어서 하는 플레이어도 있다. 아무튼 그냥 남을 해하고, 남이 몰락하는 모습을 좋아하는 부정적인 인간도 세상엔 넘쳐 난다는 뜻이다.
[찬성: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근손실보험:호진이가 말했듯이 남 잘되는 게 그냥 배가 아파서죠. 지금 저희도 이렇게 충언하고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부러워 미치겠습니다.] [전국건강협회:그런 감정이 안 들면 거짓말이지. 크으으… 부럽다, 정말!] [찬성:아아아… 그렇구나.]‘사람의 악의를 우습게 봐선 안 된다. 칼날보다도 더 날카로운 것이 인간의 악한 마음이니라.’
스승님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하나 더 배웠다고 생각한 찬성은 산을 내려가면서 계속해서 채팅으로 대화를 나눴다.
[전국건강협회:그런데 찬성 님이 전직한 건 오히려 소드맨이어서 다행일 수 있네. 똥망클이라서 아무도 안 가잖아. 다른 유저들 주변에 없죠?] [찬성:예. 아무도 없어요. 아, 그런데… 저, 일단 누굴 만나야 해서 합류는 좀 더 있다가 해도 될까요?] [근손실보험:뭐, 상관없습니다. 저야 마을에 갖다 놓고 헬스하러 가면 되니까요.] [전국건강협회:나도 미리 운동하고 와야겠다. 그나저나 히든 클래스라니……. 아, 이거 진짜 어디 떠벌리고 싶다.] [근손실보험:떠벌려 봐야 ‘인증 없으면 구라인 거 알제?’라든가 ‘병먹금’ 당하고 끝날걸?]그렇게 두 사람의 조언과 시시한 잡담을 들으면서 찬성은 이첸성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그는 다시 민희 누님, ‘미니멈미니미니’한테 귓말을 넣어서 어디 있는지 물어봤다.
[귓말][찬성:어디세요?] [귓말][미니멈미니미니:위에.]“위? 저건……! 태양?”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지금 하늘엔 태양이 2개가 떠 있었다.
하나는 찬란한 빛을 비추는 본래의 태양, 다른 하나는 새빨간 불빛의 화염을 두른 태양이었다.
하나 그 붉은 태양은 점차 가까이 다가오더니 새의 그림자를 비추게 되었고, 찬성은 이내 그것이 태양이 아니라 불타오르는 새라는 것을 눈치챘다.
“우와아…….”
“읏챠. 플레임 호크 소환 해제.”
탁!
그리고 순식간에 불타오르는 새, 플레임 호크를 사라지게 하면서 찬성의 앞에 착지하는 미니멈미니미니였다.
하나 찬성은 그녀를 못 알아보고 아직도 위를 보면서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역시나 밖에서는 180센티미터에 가까운 장신의 그녀가 지금 눈앞에 있는 작고 귀여운 새하얀 토끼 수인의 모습을 하고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디 계시지? 어라라?”
“…하아아~ 저기, 여기야, 여기. 밑을 봐.”
“…네?”
[귓말][미니멈미니미니:…네 앞에 있는 게 나야. 시선을 그대로 아래로, 더 아래로.]“…네?”
찬성은 눈앞에 뜬 귓말 메시지에 고개를 내렸다. 그곳엔 SD 캐릭터나 봉제 인형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귀여운 토끼 수인이 지팡이를 든 채로 서 있었다.
털로 덮인 다리로 땅을 탁탁 두드리면서 불만스러운 눈빛을 한 그녀는 찬성의 기이하다는 눈빛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그 반응 이해 못하는 것도 아니지. 그래, 밖에선 이런 거 좋아할 것같이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중학생 때부터 금방 커지기 시작해서…….”
“와아아… 이거 뭐예요? 와, 귀여워! 누나, 만져 봐도 돼요? 어떡해. 와아아…….”
“…….”
보통 온라인 게임의 아바타에 대해서는 현실의 모습을 모르는 만큼 누구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찬성의 경우 자신의 현실 모습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는 자신이 현실과 너무 차이 나는 외양을 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열심히 변명하려고 했는데, 찬성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었다.
“저기… 안 이상해? 깨지 않아? 너 겉으론 그러면서 속으론 비웃는 거지?”
“뭐가요?”
“안 어울리잖아. 현실에서는 전봇대처럼 큰 여자가 게임 안에서 이렇게 쪼꼬미로 꾸미고 다니는 게 말이야.”
“그냥 귀엽다는 거 말고는 아무 생각 없는데… 그… 털 만져 봐도 돼요? 산에서 동물들 키울 때가 생각이 나서… 아… 복슬복슬해 보여.”
“아, 안 되는 게 당연하잖아! 겉은 이래 보여도 내용물은 밖의 그대로니까! 만지는 느낌 다 든단 말이야! 아무튼 일단 파티 받아 봐.”
[시스템-‘미니멈미니미니’ 님에게서 파티 신청이 들어왔습니다.]찬성은 즉시 파티를 받았고, 그녀는 가까이 다가와서는 지팡이를 꺼내어 무언가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그러자 바닥에 마법진이 펼쳐짐과 동시에 푸른빛이 찬성과 미니멈미니미니를 둘러싸고 번쩍했다.
찬성은 눈부심을 막기 위해 눈을 가렸는데, 빛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고 눈을 뜨자 주변의 풍경이 변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우와아아! 이, 이거 뭐예요?”
찬성의 눈에 들어온 것은 아기자기한 집 내부로, 난쟁이들이 살 것 같은 귀여움이 가득한 장소였다.
천장은 낮아서 머리에 닿을 정도였고, 가구라든가 식기 모두가 작은 사이즈라서 마치 동화 속 세상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지팡이를 집어넣으면서 민희는 그에게 어떻게 이곳에 온 건지에 대해 설명했다.
“귀환 마법(3성)이야. 최대 5인의 파티원까지 지정한 위치로 귀환시킬 수 있는 마법이지. 모든 마법사 계열 클래스가 3차 전직 이상일 때 배울 수 있어.”
“…아하, 그럼 여기는?”
“보는 대로 이 게임상의 내 집. 읏챠, 아~ 편하다. 아, 적당히 앉아.”
작은 몸을 깡충깡충 움직여서 흔들의자에 앉는 그녀. 편안함에 만끽하면서 찬성에게 적당히 앉으라고 했지만 이 집 자체가 그녀의 아바타 사이즈로 커스터마이징이 된 만큼 쉽게 앉을 곳이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찬성은 대충 가구를 치우고 불편하지만 바닥에 앉았다.
“자~ 보자. 이야기할 게 많겠네. 뭐, 게임 시간 아까우니까 여기서 할 이야기만 간단하게 하고, 나머지는 나가서 하면 되겠지. 일단… 그 ‘검성’. 그거 어떻게 된 거니?”
“이거요? 설명하자면 긴데…….”
찬성은 두 사람에게 했던 이야기를 다시금 그녀에게 차분히 풀어서 전했다.
히든 클래스인 ‘검성’을 얻은 과정과 내용에 대해서 이야기하자 흔들의자에 앉아서 잘 듣던 그녀가 벌떡 일어나면서 찬성에게 화를 냈다.
“아니! 그러면 ‘유일’을 받았어야지! ‘히든’은 조건이 숨겨져 있을 뿐! 결국 밝혀지면 그냥 일반 클래스나 다름없어진다고! 게다가 히든이라고 압도적인 게 아니란 말이야! 더구나 조건이 빡셀수록 하는 인구가 적어서 결국 밸런스 패치의 희생양이 되기도 쉽고!”
“그 이야기는 이미 들었어요. 하지만… 전 ‘검성’이 되고 싶은걸요.”
“이 게임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애가 무슨……. 아니면 물어보든가. 이럴 때야말로 연락하라고 우리 아빠가 날 붙여 준 거 아니니? 아니면 아예 계정 리셋해서 다시 하는 건 어때? 10레벨이면 충분히 되돌릴 수 있을 거야. 계정 리셋 비용이 좀 들지만, 그 정도는 내줄 수 있어.”
타인인 근손실보험과 전국건강협회와는 한 차원 다른, 더 추가적인 해답을 제시해 주는 민희였다.
클래스를 고를 수 있는 조건부 퀘스트를 찾고 그것을 해서 ‘유일’을 딸 수 있다면 충분히 리셋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그녀였지만, 찬성은 고개를 저으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전 검성 외엔 별로 하고 싶지 않아요.”
“하아아아~ 그래, 원래부터 소드맨을 고르던 별종이니 어련하겠니. 으으~ 진짜 아까워. 이게 일반 온라인 PC 게임이면 너한테 전직 대리를 맡겨서 내가 유일을 따는 건데… 에휴~ 좋아. 그럼 이제 다음 이야기를 할게.”
“네!”
“혹시… 인터넷 방송 할 생각 없니?”
“…예? 제가요? 인터넷 방송을요?”
“하아~ 역시 그렇지. 인터넷 방송이란 건……. 너 인터넷 방송이 뭔지는 알아?”
인터넷 방송에 대해서 말하려다가 또 한 번 깜짝 놀라는 민희였다. 하지만 찬성은 너무 무시당한 것 같았는지 볼을 부풀리면서 차분히 반박했다.
“저기… 제가 아무리 산속에서 수련 생활을 했다지만 너튜브랑 인터넷 방송은 알아요. 구형이지만 스마트폰 쓰잖아요. 게임에 대한 걸 잘 몰라서 그렇지, 단련을 위한 운동을 배우거나 동물 영상을 보거나 하긴 하죠.”
“맞아. 게임에 대해 뉴비일 뿐이지. 그리고 너튜브도 알고리즘이 있어서 게임에 대해 일절 관심 없는 너에겐 게임 영상도 추천 안 해 줄 거고 말이야. 아무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 보자면 인터넷에 게임 방송 혹은 직접 방송을 하는 게 부담스러우면 플레이 영상을 업로드할 생각이 없냐는 거지. 편집은 내가 할 거지만. 어때?”
“으으으음…….”
갑작스러운 제안에 찬성은 잠시 고민했다.
이제 막 게임에 입문한 것도 정신이 없는데, 갑자기 인터넷 방송이라니! 전혀 생각지 못한 제안이었기에 그는 눈을 감고 깊게 생각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