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우선은 여기 찬성이를 길드장으로 해서 새로운 길드를 만들 겁니다.”
“네에? 저요? 아니, 누님, 그게 무슨…….”
처음 듣는 소리에 놀라서 묻는 찬성의 말을 일축하고는 미니멈실버는 계속해서 ‘자유기사’와 ‘시대의흐름’에게 설명했다.
“크릉, 알다시피 큰 길드를 운영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네임드’. 다른 역량도 중요하지만, 특히나 이런 전쟁 판도에서는 능력치나 전투력이 매우 높은 ‘네임드’의 존재가 아주 중요하죠.”
“특히나 유일급, 신화급, 전설급을 많이 가진 유저는 혼자서 100명, 1천 명을 감당하니… 하지만 찬성 님은 아직 48레벨에 레이드도 가지 못한 분 아닙니까?”
“전에 만난 ‘야만의몽둥이’는 갓 50레벨에 아이템 파밍이 덜 되어서 만만했지만, 지금 최상위권 플레이어들은 레이드급 아이템으로 파밍이 되어 있을 텐데 말이죠.”
찬성의 레벨은 이제 48. 방금 퀘스트 큰 것을 완료해서 올려서 이 정도이지, 원래는 45레벨이라고 봐야 정상이었다.
“물론 소수끼리 싸우면 찬성 님의 역량으로 커버가 돼서 유리하겠지만… 이번엔 상대도 멍청이가 아닌지라. 본격적으로 견제하면 찬성 님도 어려울 거라 예상됩니다.”
“으음… 적어도 유일, 신화급 아이템을 여럿 확보하지 않으면…….”
“어, 저 ‘유일’ 아이템 2개인데… 이거 적은 건가요?”
“…….”
“…….”
“크릉?”
미니멈실버의 의견에 반박하면서 우려를 표하던 ‘자유기사’와 ‘시대의흐름’은 찬성의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혀 버렸다.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유일’ 등급 아이템이 두 개라고요?”
“예.”
“잠깐만, 찬성아? 너 하나 아니었니? 분명 ‘(유일)알기에바’를 얻은 게 얼마 전이었을 텐데…….”
“방금 먹었어요.”
“방그으음? 랜덤 박스라도 까신 겁니까?”
“아뇨. 그건 아닌데…….”
동시에 세 사람의 질문에 답하느라 정신이 없는 찬성. 하지만 그가 준 정신적 충격은 보다 훨씬 강한 것으로, 눈앞의 세 사람 외에도 같이 있던 ‘시공’ 길드원과 ‘엘프 산림청’ 길드원들도 경악하고 있었다.
“유일이 2개? 아니, 언제? 언제 하나 더 먹은 건데?”
“48레벨이면… 레이드도 안 가셨을 텐데, 유일이 2개라니…….”
“‘유일’은 그 획득 난이도가 정신 나갔다고, 아무나 하지 못하는 거라고 공인되어 있는데… 무려 2개라니…….”
“아니, 실력도 있는데 운까지 좋다고?”
“유일 2개… 세상에, 그럼 계정 가치가 얼마나 되는 거야?”
“운영진이랑 결탁한 거 아니야? 아니, 유일 2개라니…….”
웅성웅성…….
하나만 가지고 있어도 경악스러운 ‘유일’급을 두 개나 가지고 있으니 사람들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같은 파티였던 미니멈실버조차도 당황해서 찬성에게 획득 경위를 물을 정도. 물론 찬성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이야기해 주었다.
“방금 먹은 건 저기 안에서 대족장님이랑 전투를 해서 얻었어요.”
“아……!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거였다니……. 엘프 전문가라 자부하는 우리 ‘엘프 산림청’의 명예가! 끄아악! 아니, 엘프 관련해서는 안 뚫리는 게 왜 특정 클래스 비전 관련으로 뚫리는 거야.”
“D.E사 변태 같은 놈. 역시 사람들이 예상한 루트로는 안 준다는 건가? 제길!”
“유일 2개, 게다가 앞으로 파밍을 더 한다면… 적어도 얕보이진 않을 정도로 저항 정도는 가능하려나?”
웅성웅성…….
찬성의 역량에 대해 알게 되자 다들 진중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다들 지금 하는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를 그냥 접고 떠나기엔 아쉬운 게 많았으니 말이다.
“재미도 재미고…….”
“나는 솔직히 이거 안 하면 먹고살지 못하니…….”
“너 리얼 쌀먹맨이었냐?”
“요새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해도 막 2시간, 4시간 잘라서 쓰는 판국이라. 이거 메인으로 벌고, 알바도 겸하면서 먹고사는 거지.”
“…미안하다. 진짜 생계형이었구나.”
게임을 좋아하든, 다른 사정이 있든 아무튼 여기 모인 자들 모두 실력은 물론이고, ‘유일’ 아이템 2개를 가진 찬성을 보면서 현 상황에 대한 희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잠깐만요, 누님. 저, 저 길드장 될 생각이 없는데…….”
“근데, 그래도 넌 할 수밖에 없을걸?”
“왜요?”
“전에 메리 왕국에 가자고 네가 부탁할 때, 나도 부탁 하나 할 거라고 했잖아.”
“헉!”
그러고 보니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린 찬성.
지금 다 다녀오고 나서야 그러려니 하지, 갈 때는 너무나 암담한 여행길이었기에 특별히 파티원들에게 부탁해야만 했고, 그녀가 부탁 한 개씩을 교환하는 조건으로 모든 준비와 세팅을 해 준 것을 기억해 냈다.
“하지만 제가 길드장이라니, 저 게임에 대해서 아직도 잘 알지 못하고…….”
하지만 설마 이런 부탁일 줄은 몰랐기에 찬성은 극구 사양했지만…….
“나는 어려운 부탁도 이리저리 무리하고 용써 가면서 들어줬는데 말이지. 크릉~ 찬성이는 이 누나를 이용하고 버리는 거였구나~ 흑흑~”
하나 이미 찬성 조련술을 마스터한 미니멈실버에겐 이길 수 없었다.
늑대 수인 아바타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나 울먹이는 목소리는 기괴했지만 그녀의 현실 모습을 아는 찬성으로선 죄책감이 솟아오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이 뻔한 제안에 넘어가 버렸다.
“하겠습니다. 근데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하지만…….”
찬성은 ‘엘프 산림청’ 길드 사람들과 ‘시공’ 길드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각오를 다지고는 눈빛을 바꾸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이 길드의 목적, 그리고 제가 길드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핍박받는 사람들을 돕고, 다른 유저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를 막기 위해서라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까 전만 해도 실없는 소리에 혼란스러워하며 위축되었던 찬성이 지금은 강단 있는 눈빛으로 단호하게 이야기하자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오…….”
‘뭐야? 사람이 달라졌는데?’
‘왔다! 대사형 모드! 쟤가 게임에만 바보지, 진짜 바보는 아니라니까!’
파성검각 수련생들의 정점, 스승 바로 아래의 유일한 대사형. 사람 좋아 보이는 외양 뒤에 숨겨진 압도적인 실력과 더불어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카리스마를 겸비한 찬성의 존재감을 그녀는 믿었던 것이다.
“좋아. 그럼 여기는 해결되었어요. 이제 본격적으로 사람 모으는 이야기를 하죠.”
찬성의 승인이 떨어지자마자 눈물 훔치던 모션과 울먹이는 목소리가 태세 전환하듯 변해 버린 미니멈실버는 다시 ‘자유기사’와 ‘시대의흐름’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자, 대표는 정해졌으니 계속 계획을 다듬죠. 당연하지만 두 분이 있는 길드 2개만으로는 안심이 안 될 거고, 사람을 더 모아야겠죠. 적어도 2개는 더 있을 거니 걱정 마세요.”
“2개는 더… 인가? 그 규모는?”
“하나는 시공 길드 규모 정도이고, 다른 하나는 비밀이지만 꽤 규모가 큰 길드에서 떨어져 나올 인원이라 상당할 겁니다. 그리고…….”
“그리고?”
“거기에 추가로 이제 새로운 길드로서 추가 영입을 해 봐야겠고, 다음 공성전에서 화려하게 데뷔해야겠죠. 다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하기 그러니… 소수 채팅방을 별도로 만들어서 하겠습니다.”
끄덕.
미니멈실버의 말에 다른 두 길드장 모두 동의했고, 서로 친구 등록을 한 뒤 자리는 금세 해산되었다.
***
새롭게 판 채팅방에 찬성을 비롯해서 ‘자유기사’, ‘시대의흐름’을 모아 놓고 의견 교류를 하면서 동시에 미니멈실버는 별도의 방을 파서 새로운 길드의 장을 영입하고자 했다.
[채팅방(3)] [붉은수염이반:엥?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찬성:안녕하세요.] [미니멈실버:안녕하신지요, 붉은수염 님. 다름이 아니라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채팅방에 초대된 것은 남쪽 바다에서 노는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의 길드장인 ‘붉은수염이반’. 일전에 남쪽 바다에서 메리 왕국으로 향하던 찬성 일행을 털려다가 역으로 털려서 인연을 맺게 된 사이였다.
[붉은수염이반:뭔 정수기라도 팔려고 하는 겁니까?] [미니멈실버: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좋은 제안이 있어서 말이죠.] [붉은수염이반:일단 들어 보죠.]그리고 미니멈실버는 ‘붉은수염이반’에게 일본 길드들의 폐단에 대해 설명하면서 찬성을 길드장으로 하는 길드를 만들어 공성전에 대항할 생각이라는 것을 밝혔고, 거기에 참여해 달라는 이야기를 전했다.
[붉은수염이반:에이~ 우리는 그런 거 귀찮아서 안 합니다. 어차피 바다가 우리 건데… 전쟁이 좀 구미가 당기긴 하지만 그래도 해적 체면에 강에서 배 타고 전쟁하는 건 재미가 없고, 게다가 싸워서 득 볼 것도 없죠.]붉은수염이반은 제안을 듣고 곧바로 튕기면서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다.
일단 해적 콘셉트 플레이하는 유저로서 강에서 하는 수적질 전투부터 마음에 안 들고, 강력한 기업 스폰서를 앞세운 일본 길드에 대항하는 것도 힘들고, 주로 하는 콘텐츠들이 남쪽 바다에서 해적질하며 노는 것이었기에 자신들은 내륙이 어찌 되든 플레이에 큰 타격이 없었다.
[미니멈실버:상대는 일본 길드. 후원사 중에 과거 일제 강점기 시절의 전범 기업이 있는 길드들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만약 수로를 통해 배를 타고서 대항하는 길드라면? 강의 수로를 활용한 공성전에서 활약한다면?] [붉은수염이반: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 갑자기 그런 헛소리를 하고… 뭐, 공성전에서 이기면 좋은 거긴 한데…….] [미니멈실버:아직 모르십니까? 붉순신 장군님, 유저들이 당신을 칭송하는 소리가 안 들리십니까?] [붉은수염이반:엥? 붉순신이라니, 그게 무슨… 아!]미니멈실버가 한 제안을 곰곰이 떠올려 보는 ‘붉은수염이반’. 해적 콘셉트 플레이 유저라곤 해도 공명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인정 욕구라는 것은 인간이 가진 고유의 감정으로서 ‘해적’이라는 로망을 실행한 ‘붉은수염이반’에게는 당연히 존재하는 것. 그는 곧바로 미니멈실버의 말에 상상하게 되었다.
‘붉순신! 붉순신! 붉순신!’
‘캬! 그렇지. 해적도 우리 해적이면 해군이지.’
‘(대충 불X의 이순신-BGM) 붉순신 싼다.’
‘섬광탄 터뜨리지 말라고!’
‘그란 왕국 삼도수군통제사 붉은수염이반 님 입장하십니다. 부대, 차렷!’
…….
…….
…….
[붉은수염이반:오오오…….]상상의 나래를 쭉 펼치는 ‘붉은수염이반’.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존경해 마지않는 위인 이순신 장군님에 빗대어서 자신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들려오니, 지금 해적 콘셉트고 나발이고 할 때가 아니었다.
‘이건 완전히 각이다, 각! 길드원도 늘리고, 섬 탐사도 하고, 게다가 저 찬성 님이 있는 곳이라면 공략파로서 레이드 팀에 한 명 끼워 달라고 조건도 달 수 있을 것 같으니까…….’
상상만으로도 웅장해지는 가슴. 거절이라는 걸 할 수 없었기에 그는 곧바로 미니멈실버의 제안을 승낙하기로 결정하고 열심히 손가락을 놀려서 미니멈실버와의 협의를 마쳤다.
“음, ‘붉은 수염 해적단’ 길드는 이걸로 영입 성공했고, 다음은… 찬성아, 보자… 너튜브 공식에 영상 올릴 거 준비해야겠다.”
“아, 예. 그런데 누님, 그… 궁금한 게 있는데 말이죠.”
“뭔데? 바쁘니까 짧게.”
“누님은 어째서 이런 일을 꾸미신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그렇게 보이진 않으셨거든요.”
지금 이 일본 길드에 대항하는 일을 미니멈실버가 어떤 이유로 기획했는지가 궁금해진 찬성. 그녀를 오래 본 건 아니지만 나름 실리적인 인물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런 일을 할 거라는 건 상상도 못했으니 이유가 알고 싶은 것이었다.
“크흠, 아, 하긴 그렇네. 네가 보기에도 내가 이런 일을 굳이 하려고 할 사람은 아니니까… 보자, 굳이 이야기하자면…….”
찬성의 질문을 들은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