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61
261화.
“일종의 도전 정신 같은 거지. 그래서 난 자기 증명을 하고 싶은 거야.”
“아… 그 예전에 말한 넘어야 할 산 말이죠?”
“그래. 그래서 나는 이 어리석어 보이고 힘든 길을 선택했지. 그르르… 하지만 너도 나쁘지 않잖아.”
씨익 웃으면서 찬성에게 묻는 그녀. 찬성의 입장에서도 이 방향이 좋은 게 그의 ‘검’과 실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는 상대가 있는 것도 있는 것이지만…….
“그렇네요.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을 꿈꿔 오긴 했죠. 현실에서 검을 휘두를 수 있을 시절에…….”
꿈꾸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기껏 최고의 재능을 받아 그것을 갈고닦은 초인의 경지에 이른 검술을 사용하지 않고, 그저 후대의 또 다른 이에게 물려주기 위해서 보유하고만 있어야 하는 현실 속에서 상상으로나마 무협 주인공 같은 인생을 바라곤 하지 않았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보면… 다리를 대가로 원하는 인생을 얻은 셈일 수도 있겠네요. 정말… 사람의 삶이란 한 치 앞을 모르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래. 하지만 즐겁기만 해서도 안 되고, 지금 그 ‘검술’만 가지고도 안 되는 적들이야. 특히 기기 한계로 너도… 네 검술 100퍼센트로 못 쓰잖아.”
“하하하, 그렇죠. 아무튼 너튜브 영상은 뭘 찍죠?”
“뭐긴, 길드원 모집이지. 검성 게시판에 올릴 거야. 널 ‘검왕’으로 만든 애들을 거기로 모아야지. 아, 맞아. 그 전에 할 일이 하나 더 있네.”
“뭐죠? 어… 영상 찍는 것보다 중요한 게 있나요?”
“널 중심으로 새로 만들 길드의 이름. 가장 중요한 일이지.”
“아, 하긴 그렇네요. 길드 이름이라.”
“일단 가면서 생각하자. 킁! 그럼 영상 찍을 장소로 어디가 좋을까? 검의 사원 중에 경치 좋은 곳 있니?”
“어, 역시 분위기 하면 이첸성 옆의 그곳이 제일 좋죠. 거기로 가죠.”
미니멈실버의 제안에 둘은 곧바로 영상을 찍으러 이동하면서 계속해서 길드 이름에 대해 논의해 나갔다.
***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고, ‘엘프 산림청’ 길드와 ‘시공’ 길드 사이에서 나온 찬성의 이야기는 금세 인터넷상으로 퍼져서 ‘검성 게시판’을 비롯한 여러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다양한 정보들이 쏟아지면서 쉴 새 없이 떠들어 대는 유저들. 검왕 찬성의 정보는 그란 왕국을 거점으로 하는 유저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어서 여기저기 떠돌고 있었다.
“흐으음… 검왕, 그가 그 정도로 난리입니까?”
인터페이스 창으로 보이는 호들갑 떠는 온갖 게시물과 영상들을 닫고는 질문하는 한 남자. 본래 그란 왕국의 수도 ‘세우르’라 불렸던 이곳 ‘교토 특구’의 지배자인 ‘사쿠라마치 길드’의 ‘萬千花’였다.
그는 이 영지의 주인으로서 길드장 사무실의 책상에 앉아 쌓여 있는 서류들을 깃털 펜으로 이리저리 사인하면서 눈앞의 길드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필란데스 영지’에서 단신으로 4개 이상의 길드를 상대하며 무쌍, 거기에 숨겨진 비전 스킬들을 뚫고, 아직 레이드도 가지 않았는데… 유일급 아이템 2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일급이… 2개? 말도 안 돼. 우리 길드에도 단 한 명만 보유하고 있는 걸?”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다가 ‘유일급’ 아이템 이야기가 나오니 눈이 확 돌아가는 ‘萬千花’. 전설, 신화만 해도 귀해서 난리가 나는데… ‘유일’은 이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에서 말 그대로 ‘유일(唯一)’한 것이라 더 귀중한 것이었다.
“랜덤 박스 테이블에 포함되어도 확률이 극악이고, 포함 안 된 것도 많은 그것을 어떻게 2개나?”
“거기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워낙 행적이 요원한 유저라서……. 아무튼 이제라도 행적이 밝혀진 만큼 PVP 길드를 불러서 뒤를 쫓아서 처리하는 편이…….”
“아니, 내버려 두세요.”
이런 위험 요소라면 보통은 싹이 트기 전에 잘라 내야 하건만, 사쿠라마치의 ‘萬千花’는 그 의견을 거부하고 내버려 두라고 했다.
“예? 하지만…….”
“자자, 잘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무난하게 ‘그란 왕국’을 먹으면 어떻게 될까요?”
“예? 그야… 잘되는 거 아닙니까?”
“아뇨. 그렇게 되면 생각보다 좋지 않습니다. 우리는 어떤 면으로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겁니다. 마치 연극이나 영화처럼 말이죠. 우리가 그란 왕국을 정복하는 스토리가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뭘까요?”
“강력한… 한국 유저들?”
“정답입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온라인 게임 강국, 한국 유저들이 먼저 정복하고 있었던 ‘그란 왕국-세우르’, 거기에 한국의 국명을 딴 ‘KOREA 길드’의 굳건함.
그런 강적을 쓰러뜨리는 과정의 드라마틱함이 ‘사쿠라마치 길드’를 비롯한 일본 길드 연합의 인기를 드높인 이유 중 하나였다.
“소년 만화도 중반부터 강력한 빌런 집단이 나와서 흥행을 이끌잖습니까? 칠X해, 아카츠X, 십X도, 빌X연합, 환영X단 등등… 아무튼 강력한 대적자(對敵者)가 있어야 우리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흥행하는 법이고, 기업의 후원 및 수입도 늘어나는 겁니다.”
“말씀은 이해했습니다. 하나 이번 그 ‘검왕’은 위험하지 않은지요. 거의 이건 치트 레벨의 전투력이라서. 게다가 유일급 2개라니…….”
“그래서 더 좋은 겁니다. 지금 다들 그란 왕국의 수도를 먹고 ‘KOREA 길드’를 무너뜨렸다는 생각에 긴장감이 많이 흩어져서인지 주요 사냥터 분쟁이라든가, 다음 공성전 준비에 허술한 거…….”
“아, 그렇긴 하죠. 수도를 먹었으니 사실상 ‘그란 왕국은 우리 거!’ 하면서 다른 공성전 및 준비를 게을리하고 각자 자기들 일한다고 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마치 대학 합격이라든가, 취직 같은 큰 목표를 달성하고 난 이후 번아웃이 오는 것 같은 상황.
직접적으로 기업의 스폰이나 돈을 받는 길드들은 그나마 열심히 일하지만, 그냥 일뽕과 자투리로 참여하거나 다른 걸로 계약을 맺은 길드들은 자기들 플레이를 하면서 설렁설렁 하고 있었다.
“위기감이 없으니 다들 저렇게 설렁설렁 하는 거죠. 어차피 기업의 지원을 받아서 실질적으로 이득을 보는 길드들이 다 해 줄 거다, 라는 식으로…….”
“그렇군요.”
“반대로 저쪽 ‘KOREA’ 길드는 ‘국뽕’을 비롯해서 독이 잔뜩 오른 상황이라……. 여기 ‘교토 특구’는 빼앗기지 않는다고 해도 다른 영지의 공성전에 지장이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 유저들의 스타팅 지역인 ‘시바사키 특구’라든가… 문제죠.”
목표는 그란 왕국의 완전 정복. 교토 특구를 먹고, 한국 유저 스타팅 지역인 ‘시바사키 특구’를 제한하는 것으로 쉽게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늘어지는 것에 우려를 표했던 것이다.
“차라리 ‘검왕’ 같은 새로운 위협이 나타나 주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긴장감도 올리고, 엔터테인먼트적으로도 그게 더 좋으니까요.”
“길드장님의 고견에 절로 머리가 숙여지는군요. 그나저나 길드장님… ‘마법 부여’ 숙련 올리시는 건 좀 자제해 주시면 안 될까요?”
“저도 플레이 타임은 아껴야 해서 말이죠. 좋아, 일퀘 끝났군요. 후우우~”
그렇다. 어차피 길드 업무라는 건 결국 게임 밖에서 해도 되는 일. 하루 8시간으로 제한된 플레이 타임을 아끼기 위해 인게임 전문 기술 퀘스트를 하면서 이렇게 회의를 한 것이었다.
“그럼 이만! 다른 개별 사항은 메일로 알려 주시길 바랍니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마법 부여’ 일일 퀘스트를 마친 그는 작성한 스크롤들을 인벤토리에 집어넣고, 길드장 사무실을 떠났다.
***
중립 지역 ‘노 아너(No Honor)’, 데블즈 윙 길드 본거지.
데블즈 윙의 길드장 악귀는 오늘도 전문 기술 일일 퀘스트로 뜨개질을 하면서 세상의 동향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것은 바로 ‘검왕’으로 칭송받는 찬성의 각종 정보들이었다.
“이거 피가 끓는군.”
영상 속 싸우는 찬성의 모습을 보던 ‘악귀(惡鬼)’는 못 참겠다는 듯 뜨개질하던 것을 멈추고 옥좌에서 벌떡 일어섰다.
“당장 찾아가서 한판 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는 인터페이스 창들의 정보를 꺼 버리고는 길드 채팅창을 열어서 길드원들을 호출했다.
[길드 채팅방] [길드][악귀:이 찬성이라는 놈, 지금 소재지가 어디지?] [길드][야만의몽둥이:예? 저거 소식 나온 게 ‘아데신 대산림’이긴 한데… 이미 떠났을 건데요?] [길드][리지웨이:소재지를 찾는 거면 어렵게 찾아다니지 않아도 방법이 있습니다, 길마님.] [길드][악귀:말해라.] [길드][리지웨이:소문에 의하면 걔네 길드 만들어서 사람들 모을 거라고 하던데요. 그래서 조만간 길드원 모집 뜨면 거기에 위장 지원하는 식으로 하면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네요.]‘엘프 산림청’ 길드와 ‘시공’ 길드에 있는 길드원들을 통해서 알음알음 퍼지는 정보들을 전한 리지웨이. 길드원 모집을 하게 되면 사람들을 모을 것이니 자연스럽게 놈에게 접근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길드][악귀:딱 좋군. 놈을 만나고 깨부수기 좋은 무대가 될 것 같아.] [길드][리지웨이:오오, 길마님이 직접 나서시는 겁니까?] [길드][야만의몽둥이:하지만 그놈은 아직 48레벨인데요?] [길드][악귀:지금 놈의 위상이면 충분하다. 히든 클래스라서 3차급 클래스랑 티어가 같고, 유일급 아이템 2개, 거기다 ‘필란데스 영지’에서 선보인 전투력. 거기엔 50레벨 이상이 널려 있었지.] [길드][야만의몽둥이:아, 그렇긴 하군요.] [길드][악귀:게다가 인터넷상에서는 이미 그놈을 ‘검왕’ 혹은 ‘검황’이라고 칭송하고 있더군. 정말이지…….]PVP에서 나름 이름을 날리는 악귀로서는 정말 미치도록 사냥하고 싶은 사냥감. 이토록 난리를 쳐 주니 몸이 달아오를 만했다.
[길드][악귀:그러면 그 길드 모집은 언제, 어디서 하는 거지?] [길드][리지웨이:길마 성님, 성격 한번 급하시네. 아직 놈들 소식 하나도 안 떴는데… 좀 더 기다려 보시죠.] [길드][악귀:그럼 미리 준비하고 있어야겠군. 위장용 부캐도 키워 놔야 하나…….] [길드][야만의몽둥이:그런 접선이라면!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야만의몽둥이는 이 기회에 길마에게 눈도장을 찍는 동시에 찬성에게 복수할 기회라고 생각하며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나섰고, 악귀가 드디어 검왕 찬성과 맞붙을 거라는 기대감에 눈을 빛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뒤, 찬성이 게임을 시작한 지 45일이 되는 날 오전, 너튜브 채널 ‘찬성 검가’에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