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62
262화.
기묘한 길드 이름. 언뜻 보면 무협스러운 냄새도 나는 이름인 것으로 보아 ‘찬성’의 의사가 꽤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영상을 누르자, 푸른 무복에 검을 찬 찬성이 의자에 앉아서 말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길드를 만들고자 하는 채널 주인인 찬성입니다. 그… 그동안 영상 업로드만 하면서 활동을 안 한 이유는 일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이 게임이 제가 게이머로서 하게 된 첫 게임이라서 아직도 게이머로서 많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무, 물론 그간 제가 올린 영상이라든가 활약을 보시고는 엄살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게임 경력이 짧은 건 사실이기에 이렇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이어서 이번에 길드를 만들게 된 이유는 이제 본격적으로 만렙이 되면 풀리는 ‘어나더 월드 아카이브’의 메인 콘텐츠들을 하면서 여러분에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메인 콘텐츠들도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PVE, PVP 둘 다 진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도직입적으로 ‘일본 길드 조질 거예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에 에둘러서 PVP, PVE를 언급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MMORPG 게임에서 생산과 탐험 요소는 필수적인 거라 자연히 저 두 기둥이 메인 콘텐츠가 되기에…….
『길드원분들을 모집합니다! 모집 루트는 인게임 길드 메뉴 신청 창으로도 받으니 많은 신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신생 길드라서 길드원 초기 인원수 제한에 걸리기 때문에 신청을 하였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꾸벅.
허리를 깊게 숙여 인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영상.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역시 ‘검성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화끈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화려하게 날뛴 덕분에 댓글창의 반응도 화려했고, 한국인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까지 나서서 반응하면서 이게 무슨 영상인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그란 왕국에 가서 가입할 수 있는지 질문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무슨 톱 아이돌 콘서트 티케팅처럼 되어 버린 현장. 검성 게시판뿐만 아니라 ‘검왕’으로 이름이 높은 네임드의 길드에 들어가고자 하는 이들도 많을 테니,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
그리고 인게임. 길드 설립 절차를 마치고 영상을 업로드한 뒤, 찬성은 과연 가입 신청자가 있을까 긴장하면서 ‘길드창’을 바라보고 있는데…….
[알림-‘길드 가입 신청자’가 등록되었습니다.]“어! 온다!”
[알림–‘길드 가입 신청자’가 등록되었습니다.] [알림–‘길드 가입 신청자’가 등록되었습니다.] [알림–‘길드 가입 신청자’가 등록되었습니다.]…….
…….
…….
“히이익!”
시스템 창이 계속 밀릴 정도로 신청자들이 쇄도하는 상황. 찬성은 경악하면서 주변에서 몬스터를 처리하는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뭐, 그게 정상이죠.”
“쿠룩, 그동안 쌓아 둔 명성이 얼만데… 쿠룩.”
“지지직… 타우(T), 전탄 발사!”
투다다다다다다다!
그동안 찬성 일행은 남부 전선 퀘스트 라인을 밀면서 길드 창설에 관한 업무를 진행 중이었다.
메인 스토리가 끝난 퀘스트 라인의 스토리는 너무 심플하기 그지없어서 사람들이 지루하다고 할 정도로 그냥 ‘그란 왕국’의 혼란스러운 전장을 돌면서 진압해 달라는 내용뿐이었고, ‘레이드 스토리’ 라인까지는 평범했다.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해요? 길드창이라는 거 뭐가 이렇게 많은 건지.”
“그래, 옆의 그거 누르고 다른 사람들 채팅도 보고, 인사도 하고… 인사 같은 거 매크로로 만들지 마. 이게 한두 번은 괜찮지만 자칫 성의 없어 보일 수 있으니까 조심하고… 크릉.”
퀘스트를 밀어 주는 동안 찬성은 미니멈실버에게 ‘길드창’ 사용법과 인터페이스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서 먼저 들어온 인원들과 회의도 겸하고 있었다.
[길드 채팅방] [길드][자유기사:그나저나 신청자 얼마나 됩니까?] [길드][찬성:보자, 지금 천 명 넘었어요.] [길드][붉은수염이반:와, 대박. 역시 검왕님이군.] [길드][시대의흐름:그럼 빨리 길드 경험치 쌓아서 레벨 업 해서 인원수부터 늘려야겠군요.]먼저 승인 낸 인원들은 역시 최초에 협력하기로 했던 길드장들. 본래 길드엔 각자의 부캐들을 집어넣고 회의와 소통을 위해 이곳 ‘야천(夜天)’ 길드에 모인 상태였다.
[길드][찬성:이거 너무 많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그냥 위에서부터 받을까요?] [길드][붉은수염이반:그냥 레벨로 자르죠. 일단 전쟁하려면 고레벨이 우선적으로 많이 필요할 거 아닙니까?] [길드][시대의흐름:영상 찍으면서 순서대로 받는 게 공평해 보이는데 말이죠.] [길드][자유기사:엘프 지식 면접을 보고서 받죠.] [길드][미니멈실버:일단 자유기사 님 말은 패스하고, 그러네요. 으으음… 이거 생각 이상으로 너무 많아서 문제네요. 일단 순서대로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결격 사유 있는 사람들 쳐 내는 식으로 하고, 길드 레벨을 빨리 올리는 수밖에요.]배워야 하는 것은 길드창 사용법뿐만 아니라 받은 길드원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관리, 길드 규칙 짜는 것 등등 할 일도 많고 알아야 할 게 많아서 머리가 아픈 찬성이었다.
“거기에 찬성이 너는 파밍 더 해야 하고… 여론 보니까 역시 ‘유일’급 아이템 2개를 가진 점이 가장 크네.”
“저도 두 번째 거는 어쩌다 보니 얻은 건데요. 레오나 거는… 그렇다 치고 말이죠.”
“…크흠, 아무튼 찬성아, 판이 이렇게 깔린 이상 너는 절대 무너지지 않는 아성이 되어야 해. 어떤 의미인지 알지?”
“아아, 문파의 자존심 같은 거죠. 물론이죠. 이해했어요.”
찬성도 알아들을 수 있게 치환해 주자 그는 단번에 지금 자신의 입장을 이해했다.
이 길드의 구심점이자 상징인 만큼 그에 맞는 격을 갖춰야 하기에 그는 아이템을 더 파밍하고, 비전 스킬을 또 뚫으러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은하검법 4식-백야(白夜)’는 배웠니?”
“예. 오늘 집합 전 일퀘 하면서 배웠죠. 읏챠… ‘은하검법 4식-백야’!”
찬성은 검을 뽑아 휘두르면서 ‘은하검법 4식-백야(白夜)’를 펼쳤다.
그러자 찬성을 중심으로 새하얀 장판이 깔리면서 그 아래로 검은 점들이 찍혀 있는 형태가 되었는데, 마치 밤하늘을 색반전해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액티브-은하검법 4식 ‘백야(白夜)’]검을 휘둘러 반전된 은하의 영역인 ‘백야(白夜)’의 영역을 펼칩니다. 영역에 닿은 적들은 속도가 느려지고, 3초 이상 머물 경우 3초간 혼란에 걸립니다. 쿨 타임 1분.
“새벽이 오지 않는다면 나는 밤을 벨 것이오.”
“광역 디버프네요. 딜링기가 아닐 줄이야.”
“그래서, 4식 비전은 어떤 것 같아?”
“음… 아직 잘 모르겠어요. 항성도 단번에 ‘아!’ 하고 떠오른 게 아니고, 게다가 이 ‘백야(白夜)’에서 또 배경이나 무언가 감을 잡으려면 게임 내의 지식도 많이 필요하니까요.”
항성(恒星)은 그래도 ‘태양’이라는 이미지가 분명해서 예측하기가 쉬웠지만 4식 ‘백야(白夜)’는 그저 반전된 하늘의 형태를 그린 이펙트가 단서의 전부였다.
“쿠룩, 그나마 예측이 되는 건 밤이 오지 않는 어떤 장소 같은 걸까요?”
“그 노르웨이의 어디였던가? 그거 느낌인데…….”
“지지직… 남극권 쪽에서도 일어난다고 해요. 지지직…….”
“크릉, 그럼 설마 이 대륙의 거기까지 가야 하나? 그럼 북쪽 아니면 남쪽 끝인데… 익스플로러 너튜브 채널을 찾아봐도… 걔는 지금 적도 부근에 있군. 남극권까지 가는 건 무리겠군.”
찬성의 ‘비전’을 위해서 고민하느라 머리를 싸맸지만 ‘백야’라는 이름에서 떠올린 것을 이 게임 속 배경에서 찾아가려면 상당히 멀고 힘든 여정이 필요했다.
“음,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건 자렌 왕국이나 베른카 제국 북쪽 끝이네요.”
“거기는 무리죠. 아주 무리! 자렌이야 중국인 천국이고…….”
“어, 다들 생각해 주시는 건 고맙지만 지금 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지금은 지금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오늘… ‘영지 공성전’ 날이기도 하고…….”
긴장한 파티원들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드디어 영지 공성전 2주 간격 패치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공성전 날. 오늘 길드를 만들고 발표한 것은 일정 문제도 있었지만 딱 오늘 공성전 여파의 효과를 보기 위함이기도 했다.
“…‘국뽕’이 잘할는지 모르겠네요.”
“크릉, 멍청하게 수성도 못한 ‘세우르’ 되찾겠다고 꼬라박은 시점에서 망한 거지. 전략적 생각이 없어. 나라면 차라리 저 위의 ‘도쿄 특구’를 쳤을걸?”
“쿠룩, 지금 거기는 유연한 사고가 불가능한 상황이니까요. 한시라도 빨리 ‘세우르’를 되찾아서 스폰서인 기업들이랑 다른 길드에 체면 세우는 게 급박해서…….”
“근데 승산은 있으려나? 길드 몇 개나 모았지? 진짜 전력 많이 필요할 건데?”
“지지직… 지금 검색해 보니까 NPC 군대랑 용병 길드에다 중립 지역에 있는 PVP 악 성향 길드까지 싹 긁어모아서 약 3만 대군을 모았네요. 지지직…….”
“진짜 악을 쓰고 되찾으려 하는 건 맞는군요.”
『그 일본 놈들이 했는데! 우리가 못할쏘냐! 반드시 이번에 세우르를 되찾고! 저 개 같은 교토 특구를 무너뜨린다!』
방송 영상에서는 나름 사기를 올리고자 멋들어진 갑옷을 입은 ‘국뽕’이 검을 휘두르면서 공성전의 맹세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힘겹게 얻은 성을 그냥 줄 생각은 없는 듯 ‘사쿠라마치 길드’ 및 일본 길드 연합도 이번엔 수비를 위해서 단단히 준비한 지 오래였다.
“아무튼 공성전은 결과를 봐야 하고… 우리는 우리 일을 하도록 하죠.”
“지지직… 길드창 관리 빡세네요. 지지직…….”
“신입이… 신입이 넘쳐흐른다. 쿠룩!”
드디어 들어오기 시작한 신입 길드원들의 러시를 보면서 파티원들 모두 새로 들어온 길드원들에게 인사하고, 길드 규칙을 알려 주고 있었다.
파티원들은 새로이 들어오는 길드원들을 열심히 반겨 주고 말을 붙이면서 적응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어쩌다 우리가 이런 역할을… 아, 이 녀석, 뭘 좀 아는군. U149는 신의 애니메이션… 음, 맞는 말이지.”
“쿠룩, 나도 지금 ‘천둥새의 후예’ 전직 완료한 게 찬성 님 덕분이니까… 역시 숙녀 취향이 답이지.”
“지지직… 저도 비전의 은혜가 있죠. 이분은 메카닉… 아는 분이네요. 제가 맡을게요. 지지직…….”
“크릉, 다들 정말 고맙네요. 역시 이런 집단에는 친근한 한 무리 정도 있어야 관리하기가 좋아서… 으음…….”
그렇게 그동안 우애 깊게 활동해 준 파티원들을 칭찬하면서 미니멈실버는 잠시 곰곰이 생각했다.
이 파티원들과의 관계성, 지금보다 더 강화할 필요성이 느껴진 것이다.
‘음… 그러면 날 잡아서 먼저 현실 미팅이라도 해야겠는데?’
아무리 게임 내에서의 관계성이 강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게임 내의 관계일 뿐. 좀 더 인연을 강화하려면 역시 현실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서로 이야기를 하는 게 제일이었다.
미니멈실버는 이 세 사람은 앞으로도 이 게임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인재라 생각했기에 그들에게 현실 미팅 제안을 건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