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66
266화.
“웜마마… 살벌한 거 봐라. 뉴비 쇼만 보는 게 아니라 아침 드라마도 보네.”
“여기 팝콘이 없는 게 아쉽네. 인기 많은 남자는 괴로워 보이는군.”
“이래서 여성은 작고 귀여운 쪽이 좋다니까… 음?”
“아니지. 배려심과 이해 넘치는 연상이지. 꼴알못 새퀴.”
그리고 그 광경을 실시간으로 관람하던 두 남자, 배조영(근손실보험)과 류호진(전국건강협회)은 팝콘 대신 과자를 먹으면서 떠들어 대고 있었다.
원래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일도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희극인 법.
리얼리티 가득,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즐길 거리에 두 사람은 숨죽이고 그저 지켜볼 뿐이었다.
“크흠, 아무튼… 내일부터 파밍하러 미탐사 영역, 사냥 구조가 어려운 곳들을 다 돌 겁니다. 만약 그란 왕국에서 하기 힘들면 메리 왕국으로 갈 거예요.”
“아, 그 방법도 있긴 하네요. 메리 왕국은 지금 무주공산이니…….”
“2주 안에 보물찾기라니… 빡세긴 하겠네요.”
“스토리, 로어, 사이드 퀘스트 같은 거 다 찾아보면서 단서 같은 거 있으면 알려 주세요. 그리고 가능한 한 우리 행적은 알리지 않는 형태로 할 거예요.”
“견제라든가, PVP라든가… 많을 테니 말이죠. 근데 길드 내에서 보이는 건 어쩌죠?”
“그래서 더더욱 험난한 곳으로 가야 하는 거죠.”
자신들도 들어가는 게 힘들면 추적하는 자들도 힘들 것이다.
회의를 통해서 대략적인 구상을 잡고 난 뒤, 오늘 게임에 들어가면 할 일까지 싹 정해 두고 나서야 찬성 일행은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어차피 다들 오늘 밤 12시까지 달릴 거죠?”
“물론이죠. 하하핫.”
“그러면 딱 오후 3시에 집에 들어가면 되겠군요. 게임이나 할까?”
“누님, 저거로 뭐 딴 거 봐도 돼요?”
“어. 마음대로 해.”
일정을 정해 두고 나니 긴장이 풀려 마음 놓고 놀기 시작하는 일행. 파티 룸에 있는 PC를 켜서 게임을 하는 류호진, 배조영 두 사람이었고, 찬성과 민희, 세화는 나란히 앉아서 휴대폰을 잡고 길드 채팅 관리를 하며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다.
“길드 레벨… 이거 이 속도로 오르는 게 정상인가요?”
“숫자도 많고, 다들 고레벨이라 경험치 수급이 빠르니까 그렇지. 계속 인원수 올리고, 거기 스킬 올리는 데 길드 레벨이 모자라면 적립금 보너스 올려. 군자금… 조금이라도 군자금을 보충해야 해.”
“저도 팔 수 있는 아이템을 알아볼까요? 엄연히 길드원이기도 한데… 음?”
이번에야말로 자신도 길드에 보탬이 되고자 말을 거는 세화였지만, 이내 ‘팬텀 글래스’에 연결된 휴대폰 화면으로 메시지가 올라왔다.
[귓말][미니멈실버:돈에 관해서 자유로워 보이시고 뭔가 엄청난 게 튀어나올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는데, 너무 비싼 걸 훅 내미시면 안 돼요. 쟤, 안 그래도 산에서만 자란 벽창호라서 사회성 감각이 옅은 애예요.] [귓말][살덩이는나약하다:아!] [귓말][미니멈실버:가뜩이나 다리도 잃고 그래서 앞으로 험난해서… 저 ‘검’으로만 가득 찬 머리에 사회생활에 대한 감각을 주려고요.] [귓말][살덩이는나약하다:음…….]‘맞는 말이긴 한데…….’
뭔가 가슴속이 간질간질거린다.
게임 속에서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감정, 살짝 불쾌한 느낌. 그러고 보면 게임 속에서는 저 여자, 동물 인간형 아바타를 끼고 있어서 여성이라는 걸 알아도 체감이 되지 않긴 했었다.
‘으음, 여전히 잘 안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육성이 완전한 여성 톤이라서 느낌이 다른 건가?’
인게임에선 동물 아바타의 경우 목소리도 변조가 되니 꽤 걸걸한 느낌의 목소리로 들렸다. 하나 지금은 약간 허스키한 톤이지만 여성의 목소리였다.
‘…그동안 몰랐던 걸 알아서 그런가?’
일단 이 ‘팬텀 글래스’ 너머로 파악할 수 있는 정보로는 키는 여성치고 큰 편, 거기에 그 장신에 긴 다리를 포함한 늘씬한 스타일이라는 것을 파악해 낸 세화였다.
‘그래도 나는…….’
꼬옥…….
찬성의 옷깃을 강하게 잡는 그녀. 그동안 같이 플레이한 경험을 비롯해서 찬성의 인간 됨됨이까지 알게 되니 그녀는 스스로가 찬성을 강하게 원하고 있음을 이미 알아챈 것이다.
“음? 아… 뭐 필요한 거 있으세요?”
“예? 아, 예. 그러면 저… 이거 배터리 좀 갈아 주실 수 있을까요? 직접 갈려면 안 보이는 상태에서 감으로만 해야 해서…….”
‘으으음… 그런가? 역시 그런 거지?’
그리고 그런 세화의 호감은 민희의 눈에도 확실히 보일 정도였다.
그녀의 눈이 잠깐 글래스를 벗고 있어서 안 보였지만 만약 보인다면 하트가 찍혀 있을 게 확실한 상황. 민희는 또 한 번 올라오는 질척한 감정을 느끼면서 생각했다.
‘그렇지. 암, 그렇고말고. 외모도 좋지, 뉴비 반응 귀엽지, 그런 데다 재능이 있어서 게임 실력 좋지, 꾸준한 운동파라서 몸도 좋지, 세상 물정 모르지만 그게 오히려 순수해서 귀엽지. 그래, 누구라도 반할 만한 매력 있는 남자지. 암…….’
“음? 누님, 무슨 문제 있어요?”
“아니, 아니야. 그래, 슬슬 돌아가서 게임해야 할 것 같으니까… 아무튼 오늘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해산하죠. 각자 잊어버린 물건 없는지 확인 잘하시고, 게임 안에서 뵈어요.”
겉으로는 태연한 척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슬슬 이 자리를 파하기 위한 말을 내뱉었다.
“에? 벌써 말입니까?”
“아직 3시 되려면 멀었는뎁쇼?”
“도로 상황 보니까 슬슬 밀린다고 해서요. 우린 게임 시간 절대 손해 보면 안 되잖아요?”
아직 3시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약간 남았지만 찬성을 이대로 놔두었다간 가슴속의 질척한 감정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찬성은 실제로 처음 만난 일행과 인사를 나누고서 첫 모임을 끝내기로 했다.
“그럼 다음에 또 만나요!”
“게임 안에서 만날 건데, 다음은 또 뭡니까? 하하하.”
“연말쯤에 모임 한번 갖는 것도 좋겠네요.”
“그러려면 대체 몇 달이나 기다려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그럼 다들 안에서 봬요.”
“…….”
서로 인사하고 돌아가는 길. 세화의 눈빛이 같이 차를 타고 돌아가는 찬성과 민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고… 그들이 떠나가는 모습을 그녀는 보이지 않는 시선으로 끝까지 바라보았다.
***
그란 왕국, 앱솔 공작가 영지 ‘세이온’.
다른 ‘검의 사원’을 고유 거점으로 삼아도 되었지만, 역시 찬성은 아직도 이곳이 마음이 편해서 그대로 두고 있었다.
“…후우~ 보자. 어디로 간다고 했지? 방향이 남서쪽인가? 오랜만에 수웨라 부근으로 가 보겠네.”
지도를 열어서 집합 장소로 움직이는 찬성. 앞으로 공성전까지 2주, 길드장으로서 해야 할 일도 많은데 시간은 촉박했기에 그는 정신을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기합을 넣고 움직였다.
***
같은 시각, ‘수도-교토 특구’의 포탈 룸.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거대한 포탈 룸에서 하나의 파티가 움직이지 않고 한자리에 멈춰 서서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망토와 후드로 전신을 가린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길 원하는 것 같았다.
“악귀 형님, 길드에 있는 놈들의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으음, 어디로 가는 거지?”
그들은 바로 ‘데블즈 윙’. PK 전문을 표방하며 주로 용병 일 및 대상 척살을 하는 길드로 오늘 악귀를 비롯한 길드원 넷의 타깃은 바로 지금 명성이 드높은 ‘검왕 찬성’이었다.
“우선 남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남서라. 거기에 뭐가 있어서 가는 거지?”
“일단 이야기에 따르면 사람들이 안 가는 고난이도 지역에 가는 것 같은데… 잠깐? 미친…….”
“…왜 그러냐?”
“이 새끼들, ‘귀곡성(鬼哭城)’에 간다는데요? 심장 마비 걸리고 싶어 작정했나?”
‘귀곡성(鬼哭城)’ 필드. 남서쪽 해안가에 위치한 오래된 성 필드로 레벨은 50+급, 주로 나타나는 것은 언데드 계열 몬스터들로 흔히 은제 무기, 신성 속성만 잘 챙기면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필드였지만…….
“거기 졸라 무섭다는데…….”
“일단 무섭기만 하면 그냥 마니아층이라도 있지, 거기는 언데드들 중에서도 지랄 같은 언데드만 사는 곳인데… 거길 왜 간대?”
“스샷도 지랄이네. 으으으… 행님, 저, 정말 가야 합니까?”
“간다.”
우려하는 길드원들의 말을 단 한마디로 일축하면서 악귀(惡鬼)는 먼저 발걸음을 옮겼다.
“아… 정말.”
“어쩔 수 없지. 가자.”
“하긴 형님도 가오가 있으니까 여기서 물러나긴 어렵겠지.”
남은 길드원들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하면서 그를 따라 포탈로 들어갔다.
***
그란 왕국 남서쪽 해안, ‘귀곡성(鬼哭城)’ 필드 근처.
포탈들을 넘어 근처 영지에서 집결하여 각자 탈것을 타고 이동한 찬성 일행은 어느덧 목적지인 귀곡성에 도달했다.
“진짜 그림 같은 성이네요.”
“크릉… 그것만이면 좋겠지만 말이죠.”
해안가 절벽에 있는 거대한 고성(古城). 낮에 왔다면 그 웅장함에 감탄할 정도로 멋들어진 성이었지만, 문제는 지금 그 고성을 둘러싼 환경이 그야말로 지옥이라는 거였다.
“아직 오후 4시쯤인데, 이 근처로 오니 새까만 밤이네요. 풍경이 강제로 바뀐 것 같아요.”
“쿠룩, 악명 높을 만하군요.”
“대놓고 여기서부터 ‘호러 스폿입니다.’ 광고하는 거죠. 으아… BGM까지 깔리기 시작했어요.”
♩♩♬♩~ ♪♬~ ♪♬♬~
끼이이이이! 히히히히히히!
공포 게임 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으스스하면서 기분 나쁘게 신경을 긁는 것 같은 BGM과 알 수 없는 귀신의 소리인 만큼 그것들이 들려오고 있었다.
D.E사의 스태프들이 아주 친절하게 이런 것들을 집어넣어서 ‘이 필드는 공포 테마입니다.’를 플레이어들에게 철저히 알려 주는 것으로, 이쯤에서 물러나라고 하는 경고장이기도 했다.
[시스템-경고! 이 필드는 수많은 심리적, 공포적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들어오시려면 주의해 주시길 바라며 노약자, 심신 미약자는 돌아가 주십시오.] [시스템-경고!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긴급 상황 및 각종 이상이 발견될 경우, 강제 전송과 게임 종료 및 응급 호출을 실행할 것입니다.]“와, 경고문 한번 살벌하네요.”
“그러니 사람들이 오지 않는 거지. 크릉, 게다가 난이도도 50레벨+ 정예급이라 아이템도 빡세게 하고 와야 하는 거지.”
“쿠룩, 더더욱 모험할 가치가 있다는 거군요.”
“지지직… 저, 저기 뭔가 와요. 지지직…….”
기에에에겍! 그갸아아앗!
그리고 지속적인 경고에도 돌아가지 않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이 필드에 사는 토착민들이 달려오기 시작했다.
[Lv.50 탐욕스러운 구울] [Lv.50 포식자 구울]탐욕스럽게 입을 벌리고 손톱을 세운 채 달려오는 구울. 말라비틀어진 몸 곳곳엔 고름과 핏자국이 흐르고 있고, 악취와 함께 기괴한 소리를 내는 아주 리얼하게 만들어진 몬스터였다.
“으으으… 진짜 기분 나쁘게 만들었네.”
“쿠룩, 탱님, 얼른 앞으로 가시죠.”
“으으으으… 진짜! 차, 찬성 님! 같이 달려가시죠.”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는 구울들을 보며 탱커인 전국건강협회는 기분 나쁘다는 얼굴을 했지만 탱커의 사명은 다해야 했고, 그는 엄연히 같은 탱커 역할군을 맡을 수 있는 찬성에게 고개를 돌려서 도움을 요청했지만…….
“저는 딜러입니다. 고로 측면을 노리겠습니다.”
“배신자! 끄아아앙!”
“크릉! 빨리 앞으로 가기나 해요!”
믿을 파티원 하나 없다고… 찬성조차 그를 배신하자, 전국건강협회는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검과 방패를 들고서 용맹하게 구울들을 향해 돌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