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69
269화.
RPG 게임에서 정신 지배 패턴 혹은 이벤트는 게임 내에서 한두 번은 꼭 있는 일이다.
난이도 면에서도 유저가 불합리성을 느끼는 일이 적기도 하고, 여러모로 충격을 줄 수 있는 이벤트였다.
자신이 애정을 갖고 뼈 빠지게 키운 캐릭터가 적으로 돌아섰을 때의 충격, 가장 든든하고 강력한 아군이 적으로 돌아설 때의… 아는 것에 대한 공포.
“Dk wnrdlf rjdpdy!”
“크륵, 정신 지배 패턴! 하필이면!”
“지지직… 찬성 님 목소리로 저러니 미, 미칠 것 같아요. 맞다, 심지어 저거 풀 버프 찬성 님이에요! 지지직…….”
“으아아악! 이게 진짜 공포지! 어, 어떻게 합니까?”
“삐잇? 저, 저기! 보니까 사제가 조종하는 것 같은데… 시야만 좀 열어 주세요. 제가 마법으로 해제 시도할…….”
[은하검법 비전 1식 ‘타오르는 샛별’] [Ahen qnfxkflfk!]화르르르르륵!
대화를 나눌 틈도 없이 달려온 찬성이 검을 휘둘렀고, 일단 전국건강협회는 탱커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 방패로 그것을 막고자 했다.
“젠장! 으아아! 바닥! 바닥이 왜 이렇게 넓어! 게다가 데미지가 무슨!”
[전국건강협회] [생명력:855/855 보호막:0/855]“쿠룩, ‘검성의 경지’ 까먹었어? 방어력 무시잖아. 피해 감소로 막아야 해! 아니면 무장 해제를…….”
“삐잇! 무장 해제 소용없어요! 찬성이 쟤가 가진 유일 아이템이 ‘무장 해제 면역’이에요!”
“지지직… ‘중급 치유’! ‘중급 치유’! 안 되겠다! 비싼 거지만! ‘치유의 안개 물약’!”
펑!
치유를 하던 살덩이는나약하다는 비장의 수단으로 아껴 둔 광역 치유 물약까지 던져 가면서 파티원들을 살리기 위해 발악했다.
‘안 돼. 치유가 못 따라가…….’
이럴 때는 ‘강철 신 종파’의 안타까운 치유 능력이 원망스러운 그녀. 하지만 다행히도…….
“쿠룩, 저도 치유 됩니다. ‘중급 치유’! 일단 건강이부터 살리죠. 지금 생존기 올렸고, 다른 사도들 공격 집중받고 있으니… 집중 힐 해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정신 지배라서 그런지 진짜 ‘찬성’ 님 같은 예리함이나 절도가 전혀 없어! 큭!”
[Rjadldu! dnfdjfk!]정신 지배로 찬성의 육체는 빼앗을지언정! 그 영혼이 뼈를 깎는 경험으로 쌓은 기술과 기예는 빼앗지 못하는 법.
지금 그는 ‘비검’은커녕 ‘검성’의 공통 스킬을 마구잡이로 쓰는 능력치 높은 NPC일 뿐이었다.
“시야나 열어 줘요! 삐약!”
“빨리 풀어야 합니다. 생존기 앞으로 9초 남았어요! 가뜩이나 쫄들도 아픈데……!”
“쿠룩! 내가 이걸로 전직 안 했으면 진작 전멸이었지! 쿠룩!”
‘천둥새의 후예’로 전직한 근손실보험의 치유 보조가 아니었다면 진작 전멸하고도 남았을 상황이다.
‘좋아. 시야가 나왔고, 성가신 ‘머리 없는 자’들도 범위 밖으로 나갔으니 이제……!’
[Sjsms dnfl wndlsdml rjtdlek. dnfl wndlsRptjsms sjfmf ehfqhtladl…….]“‘침묵의 영역(1성)’!”
쿨 타임이 있는 만큼 절대 빗나가거나 다른 상대에게 맞으면 안 되기에 그녀는 확실히 맞힐 타이밍을 재서 마법을 시전! 정확하게 주문을 유지하던 사제를 맞혔다.
[-!]“Ek……! 아! 돌아왔다!”
“정신 차렸으면 저기 사제부터 잘라! 저거 지속 시간 몇 초 안 돼!”
“아, 네!”
주문을 끊자마자 찬성의 머리 쪽에 있던 어둠이 사라지면서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는 지시에 따라 곧바로 고개를 돌려 ‘Lv.51 정예-머리 없는 자 사제’를 향해 달려가 검을 휘둘렀다.
“‘은하검법 3식-항성(恒星)’! ‘비검-사성절 배검’!”
확실하게 처단하기 위해서 비검까지 섞어 가며 스킬을 사용한 찬성의 맹공격에 사제는 순식간에 쓰러졌다.
[Tkwpsladl TmfjwltuTek!] [dnfls Rmxdldi!] [dnfldml tlsdl dnflf qjfltuTdj!]“어어?”
“쿠룩?”
그리고 사제가 쓰러지자 남아 있던 ‘Lv.50 정예-머리 없는 자’들이 실 끊어진 꼭두각시인 양 그대로 힘없이 땅에 쓰러져 버렸고 생명력이 0퍼센트가 되었다.
“쿠룩, 이거… 사제만 잡으면 되는 거였네요.”
“구구구… 일말의 양심은 있는 거네요.”
“와, 진짜 식겁했네. 그보다 찬성 님, 이젠 괜찮으십니까? 그, 정신 지배당했을 때 어땠습니까?”
“아, 예. 괜찮아요. 아, 그거 정신 지배였구나… 그… 뭐더라? 정신은 또렷한데 내 몸이 내 몸 같지 않은 그런 상태였어요. 은근… 무섭고, 다들 놀라는 모습에 저도 놀랐는데 아무것도 못하니… 후우우우… 이런 끔찍한 경험은 또 처음이네요.”
다른 고통이나 자극은 없었지만 육체를 빼앗겼을 때의 무력감만 해도 찬성에겐 상당한 고통이었다.
교통사고로 다리를 잃은 고통이라는 최악의 기억을 가진 만큼 신체적 무력감에 대해서 민감한 그였다.
“진짜… 공포스럽네요, 여기… 하아아아…….”
“지지직… 찬성 님, 여기, 마실 것 드세요.”
“구구구… 하필 몬스터 패턴이 정신 지배 계열일 줄이야.”
“쿠룩, 방금 거 필드 일반 몹인데… 벌써 두렵군요.”
고작해야 한 무리의 필드 몹이었을 텐데, 여태껏 겪은 어떤 레이드나 던전보다도 공포스러운 패턴이었다.
“진짜 까딱했으면 전멸이었어.”
“지지직… 포션 안 아끼고 던지고, 근손실 님이 전설 클래스였으니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진작…….”
“아무튼 아이템이나 봐야… 구구?”
[드롭 아이템 목록]22금화
(희귀)숙련 약초 채집법
찢어진 옷 조각
기괴한 글자가 써진 책
은으로 된 조각상
“삐욧… 드롭 아이템 대박! 이게 일반 몹이 드롭하는 금액이라고? 웬일이야?”
죽은 사제를 루팅해 본 미니멈실버는 눈을 빛내면서 깜짝 놀랐다.
무려 22금화. 지금 가뜩이나 군사력 경쟁으로 인해 금화 수요가 늘어서 시세가 미쳐 돌아 역주행해서 1금화당 1만 원 시대까지 왔는데, 몬스터 하나에서 22금화라니 눈이 돌아 버리는 게 당연했다.
“지지직… 이거면 포션 쓸 맛 나겠는데요?”
“쿠룩, 이게 말이 되나? 세상에… 아니, 아무리 사람이 안 오는 곳이라지만 이 금화 드롭양은 말도 안 되는데…….”
“미친, 알려지면 다들 죽자 사자 여기서 사냥하겠는데?”
“삐잇, 더구나 D.E사는 인게임 통화량 조절에도 신경 쓰는 게임사인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에요. 수치가 잘못되었다든가, 아니면 설계가 잘못되었다든가. 아무튼 이런 기회 흔치 않으니 닥치는 대로 사냥을……! 닥치는 대로 잡죠!”
말도 안 되는 양으로 드롭된 금화에 눈이 돌아 버린 미니멈실버를 비롯한 파티원들은 아까 전 공포 테마에 질린 게 무색할 정도로 미친 듯이 움직이면서 ‘머리 없는 자’ 몬스터들을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저기…….”
“삐이잇! 찬성아! 빨리 와! 너 없으면 사냥 못해! 물론 넌 후진입할 거야. 이번엔! 정신 지배는 다른 사람들이 맞아 줄 거니까! 걱정 말고!”
“아니, 이거 말해야 하는데…….”
[Lv.48 찬성]생명력:720/720
???이 머리 맛을 봄(1), 효율의 찬가, 사자의 호령, 풍요의 조짐, 검기 제어
버프 창에 본 적 없는 버프가 걸려 있는 것을 발견한 찬성.
심지어 문구도 기분 나쁜 것이어서 찬성은 공포감을 느끼면서 파티원들에게 다가갔다.
‘뭐지?’
파티원들이 눈치채지 못한 것일까? 찬성은 미니멈실버에게 가서 말을 했다.
“저기, 누님, 저 버프 창에 이상한 버프가 있는데요?”
“삐잇? 버프……? 우린 안 보이는데? 여러분! 지금 찬성이에게 디버프나 이상한 버프 같은 거 있는지 확인해 주실래요?”
“쿠룩? 보자. 없는데요? 효율의 찬가, 사자의 호령, 풍요의 조짐이랑… 다 우호적인 버프들뿐입니다만?”
“저, 저만 보이는 건가요? 잠깐만요. 지금 스크린 샷을 찍어서… 어라?”
[Lv.48 찬성]생명력:720/720
효율의 찬가, 사자의 호령, 풍요의 조짐, 검기 제어
인터페이스 창을 열어서 스크린 샷을 찍으니, 거기엔 ‘???이 머리 맛을 봄(1)’이라는 문구가 사라져 있었다.
이걸 링크해서 보여 줘 봐야 파티원들은 믿지 않을 판국. 찬성은 몇 번이고 인터페이스 창을 조작해서 스샷을 연이어 찍어 보았지만…….
‘보이지 않아. 지금 내 눈엔 똑똑히 보이는데… D.E사가 막아 놓은 건가? 일부러! 기믹이라고?’
“삐잇? 찬성아, 뭐 해? 무슨 문제라도 있어? ‘침묵’! 저 망할 사제! 자꾸 정신 지배하려고 하네!”
“아뇨. 그게…….”
방송이라도 켜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찬성. 그래! 실시간 녹화! 너튜브 영상을 만드는 소재인 그것을 떠올리고는 그는 미니멈실버에게 다시 물었다.
“누님! 저 이거 지금 녹화 중이죠? 지금! 딱 지금 시간대 제가… 녹화된 거 확인을…….”
“삐이? 알았어. 잠시만… 음… 으으음… 아무 이상 없는데?”
“네에에?”
“구구… 아무 이상 없는데 왜 이렇게 난리인지…….”
“우와아아! 실버 님! 대박입니다! 이 녀석! 무려 금화가 100개나 나왔습니다! 우와아아아아!”
“삐잇? 자, 잠시만요!”
앞의 방에서 들려오는 전국건강협회의 목소리에 미니멈실버는 급히 달려갔고, 혼자 남은 찬성은 당혹스러운 얼굴을 했다.
“이, 이것도 ‘D.E사’가 차단해 둔 건가?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이 머리 맛을 봄(1)’
모두가 부정했지만 여전히 해당 버프는 남아서 찬성의 눈에 또렷하게 보이고 있었다.
그러니 더더욱 미칠 노릇이었다.
파티원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누구도 알아보지 못하니 물어볼 수가 없다.
심지어 이 필드, 아무도 오지 않아서 정보도 없는 곳으로 이미 ‘정신 지배’로 몸을 빼앗긴 경험에다 여전히 으스스하고 무서운 분위기와 BGM까지 겹쳐서 공포심이 가슴속에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이건 대체… 이런 건 산에서도… 귀신이 곡할 노릇이네, 진짜. 아니…….’
“삐잇! 진짜 금화가 100개네요! D.E사 미쳤다!”
“쿠룩, 이거 조만간 수정될 각입니다. 그러니 빨리 꿀 빨아야죠! 쿠룩쿠룩!”
“지지직… 수정되기 전에 빨리 벌고 해야겠네요.”
“근데 회수되거나 하면 어쩌죠? 아, 일단 먹고 봅시다. 히히… 금화가 100개다.”
‘금화가 2개? 어어?’
당혹스러움 때문에 시스템 창과 인터페이스를 막 둘러보던 찬성의 눈에 또 하나의 시스템 메시지가 들어왔다.
[소지한 금액-금화 89개, 은화 11개, 동화 5개]‘…진짜 2개야. 내가 착각한 게 아니야.’
“지지직… 이번엔 85개예요!”
“이 정도로 들어오면 진짜 정지가 무서운데… 하하…….”
“쿠룩, 일단은 먼저 제보를 하고, 해당 금화를 쓰지 않고 모아 두고 있다가 차후에 나오는 이야기나 상태를 보면 판단할 수 있겠죠. 쿠룩.”
“삐잇, 근손실 님 말이 맞네요. 지금이라도 메일 보내야겠어요.”
짤랑!
[소지한 금액-금화 90개, 은화 18개, 동화 5개]‘나한테 들어온 건 금화 1개랑 은화 7개인데? 85개면 금화가 17개 들어와야 하는데…….’
찬성은 파티원들의 반응과는 다른 시스템 메시지의 진실에 동공이 떨리면서 혼란이 더욱 가속되었다.
자신이 그 정신 지배 마법에 홀린 것인가?
아니면 자신만 진실을 보고 있는 거고, 파티원들이 홀려 있는 것인가?
“아니, 세상에, 어떻게 이런…….”
찬성은 결국 생애 처음 맞닥뜨린 현실과 비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이 상황과 가속되는 미지의 공포감을 견디지 못하고 새파래진 안색으로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 버렸다.
끼히히히… 하하하하! 흐흐흐흐……!
♬♩~ ♬♩~ ♪~
이런 상황이 되니, 그동안은 그저 공포 게임스러운 연출을 위해 준비된 거라고 생각했던 귀신의 웃음소리, 울음소리와 스산한 BGM이 약해진 그의 마음을 파고들어 잠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