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77
277화.
게임 속 죽음이라는 것을 언제 경험했는지 기억에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찬성에게 그것은 드문 것이었고, 유령 상태의 체험이 매우 낯선 그였다.
‘아… 결국 실패했나? 음~ 진짜 어렵긴 하네. 갑자기 16명이 될 줄이야.’
과연 불특정 다수 및 수십 명의 유저들이 싸우게 만드는 필드 보스 스케일다운 빡셈이었다.
아무튼 공략이 실패로 끝난 것 같아 찬성은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데, 그 순간 눈앞에 새로운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시스템-‘미니멈실버’ 님이 당신에게 ‘영혼 귀환’ 마법을 사용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엥? 이게 뭐지?’
[파티][미니멈실버:일단 눌러! 찬성아! 빨리!]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찬성은 일단 수락 버튼을 눌러 봤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에 빛이 번쩍이더니 그는 어느새 다시 지하의 홀에서 검을 들고 서 있었다.
“어? 이거 뭐예요? 그보다 어떻게 살아나신 거예요?”
“전투 부활! 방금 긴급하게 스킬북 제물로 바쳐서 스킬 바꿔서 너한테 쓴 거야. 내가 부활한 건 ‘재활성화’ 스킬로 자기 자신에게만 사용한 버전!”
전투 부활. 말 그대로 전투 중 아군을 부활시키는 스킬을 뜻한다.
찬성이 죽긴 했지만, ‘허무의 전사’의 생명력이 2퍼센트까지 내려간 것을 확인한 미니멈실버는 급히 돌아오면서 스킬을 대가를 주고 교체해서 죽음에서 돌아오고 찬성을 살린 것이다.
“우리 파티엔 쓸 일이 없으니 모른 거겠지만! 아무튼 빨리! 빨리 잡아! 구루룩! 이제 1.8퍼! 1.8퍼센트만 까면 돼! 구구구구! 이만큼 깔 줄 알았으면 전략을 바꾸는 건데! 아무튼 빨리!”
“우와아, 어떻게인지 모르지만 용케 저한테 오셨네요?”
“그거야 살덩이 님이랑 근손실 님이 커버해 준 거니!”
[시스템-‘살덩이는나약하다’ 님이 사망하셨습니다.] [시스템-‘근손실보험’ 님이 사망하셨습니다.]두 사람이 죽었다는 시스템 메시지가 뜨자 찬성은 단숨에 어떻게 된 사정인지 이해했다.
찬성을 부활시키러 돌아오기 위해 두 사람을 미끼로 쓴 것. 사정을 이해한 찬성은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검을 들었다.
[허무우!]“마무리할게요. 딱 좋네. 은하검법 비전 1식 ‘타오르는 샛별’!”
화르르르륵!
미니멈실버를 노리고 달려오는 ‘허무의 전사’들을 향해서 찬성은 검을 휘둘렀고, 1.8퍼센트의 생명력 정도는 그가 마음먹으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이라서 생명력이 금방 소모된 ‘허무의 전사’들은 그대로 땅에 쓰러졌다.
[…이렇게 해 봐야… 소용없다. 결국 모든 것은 허무로…….]그렇게 말하고는 서서히 재로 변해 땅에는 재 뭉치만 남긴 채 사라지는 ‘허무의 전사’였다.
[시스템-‘허무의 전사’를 쓰러뜨리셨습니다.] [시스템-‘업적:허무 가득(조건:허무의 전사 처치)’을 달성하셨습니다.]“휴우우우… 진짜 빡셌네요.”
마무리된 것을 본 찬성은 숨을 몰아쉬면서 땅에 주저앉았다.
확실히 불가능에 가까움급+50레벨 이상급+필드 보스가 합쳐지니 난이도가 상당했고, 이 좁은 공간에서 개별 능력치도 높은데 물량으로 밀어붙이니 힘들다는 생각을 한 그였다.
“휴우우우… 누님? 뭐 하세요?”
“부활 작업 중… 너도 ‘부활 주문서’ 있으면 가서 죽은 파티원 살리고 와.”
“윽… 네.”
미니멈실버의 지적에 찬성은 순순히 쓰러진 파티원들을 일으켜 세웠다.
‘부활 주문서’를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조금 어버버거렸지만 이내 파티원들을 살려 냈고, 찬성 일행은 다시 ‘허무의 전사’가 원래 있던 방으로 모였다.
“휴우~ 잡긴 잡았네요. 이번엔 진짜 전멸하는 줄…….”
“구구구, 사실 전멸을 각오하긴 했어요. 생명력 20퍼센트대 패턴에서 어떻게 늘어나는 건지 확인하려고 올인했는데, 글쎄… 얘가 거기서 또 순식간에 2퍼센트대까지 깎아 버리지 뭐예요. 그래서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까짓것! 하면서 스킬북 써서 슬롯 하나 갈았죠.”
“쿠룩, 그거 전투 중에도 됩니까? ㄹㅇ 사기네.”
“지지직… 돈만 여유 있으면 스킬 맘대로 바꿀 수 있는 거네요. 스킬북 많이 사 놓으셔야겠어요. 지지지직…….”
“슬롯 4개가 의미가 있는 건가? 계속 바꾸면 그만인데…….”
“구구구, 덮어 놓고 막 바꾸면 파산하니까요. 아무튼 보상 확인하죠! 이렇게 빡세게 잡았으니 뭔가… 뭔가 있겠죠!”
파티원들 중 무려 4명이 죽었을 정도로 막강한 적수였던 만큼 보상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이 컸다.
게다가 무려 ‘전설 퀘스트’의 과정 중 만난 필드 보스이니 굉장한 아이템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퀘스트 보상]허무의 재×555,555개
(전설)허무의 군세(스파르탄)의 복장 세트 상자
“…이게 다예요?”
“쿠룩, 이게 다?”
“구구구… 구구구구?”
“지지직… 어라?”
‘허무의 군세’라는 이름에 걸맞은 것일까? 너무나 허무한 보상에 찬성 일행은 다들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았다.
‘허무의 재’가 무려 5십5만5천5백5십5개. 이건 무슨 나쁜 장난을 하는 것도 아니고, 다들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설마 교환용 화폐였던 건가?”
“교환용 화폐?”
“쿠룩, 징표, 훈장 같은 걸로 이거저거 바꿔 먹는 곳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아이템일 확률이 높다는 거죠. 레이드 보스급이 다른 아이템은 안 주고 이만한 숫자의 재를 주는 게 심상치 않으니…….”
MMORPG 게임에서 흔히 있는 방식이다.
가장 유명한 예를 들자면 게임 내에서 카지노나 빠칭코를 돌려서 얻는 칩으로 특정 아이템을 획득한다거나, 아니면 이벤트 코인을 모아서 특정 아이템으로 바꾼다거나, 아니면 특정 진영에서만 받는 아이템에 지불한다거나 하는 경우다.
“문제는 이걸 어디서 바꿔 먹느냐를 모른다는 거지. 구구구…….”
“지지직… 사실상 또 내려가는 걸 강요하는 거군요.”
악질 같지만 그래도 보상을 제대로 수령하기 위해서는 다음 층으로 향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일행은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좀 쉬고 싶은데 말이지.”
“쿠룩, 일단 퀘스트 갱신된 거부터 보고 생각하죠.”
[시스템-퀘스트가 갱신되었습니다.] [전설 퀘스트:어둠 속의 전쟁(3)]우리는 힘겹게 ‘허무의 전사’라고 하는 자를 쓰러뜨렸다. 놈들은 세상을 없애고자 하는 야망을 가진 세력인 것이 확실했다. 그리고 이제 그 아래로 가는 계단이 보이고, 우리는 계속해서 그 허무의 군세를 토벌하고자 한다.
조건:지하 3층에 있는 ‘허무의 군세’를 찾고, 그곳에 있는 보스를 처치하라.
“하아아아… 대놓고 보스 잡으라고 협박하네.”
“이런 염병…….”
“쿠룩, 여기까지 왔으면 인질 잡았으니 끝까지 오라는 거군요.”
“지지직… 가야죠. 어쩌겠어요.”
가지 않으면 이 ‘허무의 재’ 5십만 개만 갖고 돌아갈 판이었다.
“근데… 스파르탄 아바타는 누가 가지실 거예요? 방패 들었으니 건강 님이?”
“죽어도 싫습니다! 그 고증 벗어난 변태 차림!”
“쿠룩, 차라리 가X 아바타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지지직… 저작권 위반이라니까요.”
기껏 얻은 아바타도 호불호가 갈리는지라 아무도 가질 사람이 없게 된 상황. 경매장에 올려도 그리 비싸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찬성 일행이었다.
“아무튼 무조건 가야죠.”
결국 시간, 물자, 추가로 경험치까지 날린 판국에 여기서 물러날 순 없었다.
“다만… 좀 쉬었다가 오죠. 구구구…….”
“이번 넴드가 좀 지치긴 했죠.”
“지지직… 아래 계단 쪽에 주차해 두고 쉬고 오죠.”
“쿠룩, 그러죠.”
두 번째 네임드가 너무 힘들었기에 찬성의 파티는 만장일치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중간에서 다들 로그아웃을 하려는데…….
[…허무하도다.]“음? 누가 무슨 소리 했어요? …어어?”
기이한 목소리가 들려 인터페이스 창을 누르는 걸 잠시 멈춘 찬성은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이미 파티원들은 휴식을 위해 다 로그아웃해 버린 상태였다.
“기척도 없는데…….”
[그저 허무하도다…….]“또, 또 뭐야?”
이번에는 확실히 인지한지라 찬성은 주변을 둘러보면서 감각을 집중했지만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번엔 또 뭐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순간, 그의 눈앞에 새로운 창이 나타났다.
***
그리고 같은 시각, 저택 입구에서는 드디어 악귀(惡鬼)가 ‘뒤틀려 엮인 시체’들을 처치… 한 건 아니고, 도저히 싸우다가 안 돼서 그냥 무시해 버리고 저택에 도달한 것이었다.
“…진작 이렇게 올 걸 그랬군.”
끼이이익… 쿠웅!
문을 열고 저택 내부로 들어오자 자동으로 문이 쾅! 하고 닫히면서 밀폐가 되었고, 그는 인벤토리에서 횃불 아이템을 꺼내서 켜고 내부를 살펴보았다.
“자취가 전혀 보이지 않는군. 흠…….”
악귀는 귀곡성의 로비를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찬성 일행의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었고, 위와 아래로 갈 수 있는 길만 있는 것을 알아냈다.
“고민이군. 어디로 갔을까? 내 ‘감지’ 스킬은 같은 층에 있어야 하는데 말이지. 흐으으음…….”
위아래로 나뉜 2개의 길. 그는 인터페이스 창을 열고 이리저리 살피면서 이 ‘귀곡성’의 정보를 체크했다.
“위층인가?”
대충 인터넷으로 뒤져 보니 그나마 정보가 알려진 곳은 위층이었기에 그들도 단서가 있는 위층으로 갔을 거라고 생각하며 한 걸음, 두 걸음 발을 옮기기 시작하는 악귀였다.
[그르르르…….] [신선한… 고기 냄새다!] [기기기긱…….]위층에는 밑에 있던 ‘뒤틀려 엮인 시체’의 다른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몸과 짐승의 신체 부위를 합쳐 놓은 것 같은 그로테스크한 괴물인 ‘짐승과 엮인 시체’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흠… 여전히 걸리지 않는군. 하긴 시간이 상당히 지났으니 말이지. 으음… 이걸 뚫어야 하나?”
합리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정보가 있는 위층부터 갔을 확률이 높았기에 악귀는 위층으로 왔고, 몸을 풀면서 저 앞에 있는 ‘짐승과 엮인 시체’들을 어떻게 뚫고 갈지 고민하기 시작하는데…….
[귓말][리지웨이:악귀 형님! 귀곡성에 도착하셨네요? 역시 형님이십니다. 다름이 아니라 방금 들어온 소식이 있는데…….] [귓말][악귀:용건만 간단히.] [귓말][리지웨이:아, 예! 다름이 아니라, 지금 ‘검왕’의 길드에 잠입해 있는 길드원의 말로는 길드에서 필드 보스 잡은 업적이 다량 떴는데, 질문해 보니 귀곡성 지하인 것 같다고 합니다.]“지하?”
감추려야 감출 수 없는 행적. 길드에는 자동으로 업적 획득 같은 정보가 공유되며, 또 길드원 간 신뢰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선 넘지 않는 질문은 허용이 되기에 정보가 오갈 수밖에 없는데, 길드에 잠입한 길드원들이 그 사실을 캐치해서 알려 온 것이다.
결국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악귀는 찬성 일행이 아래층에 갔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게 된다.
“…아래층이었나?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아주 간발의 차로 자신이 전투를 벌이기 전에 귓말이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악귀. 자신은 전투에 한번 빠지면 귓말 같은 건 전혀 보지도 않기 때문에 하마터면 찬성 일행이 있지도 않은 위층을 뚫고 나가고자 몬스터들과 전투하면서 힘을 뺄 뻔했다.
“좋아, 아래층… 아래층. 이제 거의 다 온 셈이다.”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악귀는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갔고, 그대로 지하 1층으로 들어가 찬성 일행이 있는 방향의 뒤를 완벽히 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