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78
278화.
‘이건… 검성?’
[나는 허무의 군세에 굴복한 검성이다. 후대의 검성(劍星)이여, 모두 다 지켜보고 있었다. 매우 뛰어난 검(劍)이더군.]새로운 상태창과 함께 나타난 것은 아까 전 보았던 ‘허무의 전사’들처럼 새하얀 인영에 검은 무복을 입고 허리에 검을 찬 형태를 가진 검사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경계하지 않아도 된다, 검의 후예여. 나는 지금 허무에 묶여 내 뜻대로 검을 휘두르는 것조차 못하는 몸. 그저 반가워서 그대 앞에 나타난 것이다.]“아… 예. 그렇군요.”
[그리고 하나 부탁할 것이 있어서 말을 전하러 왔다. 보아하니 검성으로서 ‘사원의 후계자’의 위치에 오른 자 같은데… 내 ‘검의 사원’을 정리해 줄 수 있겠나? 위치는 내 알려 줌세.] [퀘스트 발견!] [퀘스트:허무의 유산(1)]‘허무의 군세’에 속박당한 ‘검성’이 당신에게 자신의 사원을 정리해 달라는 부탁을 해 왔다.
조건:‘허무의 군세(검성)’의 부탁을 들어주기
‘아하, 이 안에서도 클래스 관련 퀘스트가 나오는구나.’
자동으로 수락된 퀘스트.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기도 한 내용이었다.
또 그곳에서 다른 검성에게 유용한 아이템 혹은 비전에 대한 단서를 얻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리고 이 밑에는 가능한 한 가지 않는 걸 추천하지. 이 아래에는 더 무시무시한 ‘허무’의 종자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말일세.]그렇게 말을 마치고 사라지는 ‘허무에 속박된 검성’. 찬성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귓말][미니멈실버:얘? 혼자서 뭐 하고 있니? 저녁밥 다 되었으니까 얼른 나와.]“아, 맞다. 접속 시간 이러면 나만 먼저 소모되었겠네. 그래도 새로운 추가 퀘스트를 받았으니 좋은 거겠지.”
미니멈실버의 메시지를 받은 찬성은 눈을 번쩍이면서 곧바로 인터페이스 창을 열고 접속 종료를 했다.
***
그리고 다들 식사 및 휴식을 취하고 약 2시간 뒤, 다시금 모여서 지하 3층으로 향하는 찬성의 파티였다.
“읏챠… 다시 시작해 보죠. 기합 넣었고!”
“쿠룩, 충전 완료! 땀 빼고 샤워하니 기분이 좋군요.”
“구구국, 휴식이라더니 밖에서 운동하고 왔어요?”
“저는 오늘 루틴 새벽에 빼서 안 했는데… 음, 할 걸 그랬나?”
현실로 돌아가서 다들 제대로 휴식을 취한 듯 쌩쌩한 얼굴이 되어서 뭉친 찬성의 파티는 다시금 지하 3층으로의 모험을 하기 위해 움직였고, 가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그나저나 찬성 님만 퀘스트가 나오고 왜 우린 안 나올까?”
“쿠룩, 아마 설정 차이가 아닐까? 쿠룩, 라이오넬 가드 같은 경우 앱솔 공작가 소속의 공무원이고 살덩이 님과 나, 실버 님은 종교인과니까…….”
“그렇지만 ‘허무의 군세’엔 나름 정규군도 있었지 않나? 흠~ 아무튼 D.E사 맘이겠지, 뭐…….”
이런 식으로 찬성에게만 나타난 퀘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계단을 내려간 찬성 일행은 3층에 도달하여 그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건 또… 신기하네요. 무슨 놀이동산의 어트랙션 같은 게…….”
“으악, 미로다.”
“쿠룩, 하필이면 나와도 이런 게…….”
지하 3층에 오자 찬성 일행을 맞이한 것은 사방이 벽으로 막혀 있고 들어가는 입구가 오직 하나뿐인 곳으로 일행은 금방 이것이 ‘미로(Maze)’ 형태의 필드임을 눈치챘다.
“구구국! 진짜 여기 사람 오지 말라고 이렇게 해 놨나! 너무하네!”
“나 현기증 나기 시작했어.”
“쿠룩, 이런 끔찍한 일이… 일단 실버 님, 매, 맵핵… 맵핵 좀 켜 주세요.”
온라인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있어 정말 끔찍할 수밖에 없는 미로 형태의 던전.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니멈실버에게 맵핵스러운 스킬이 있어서 그것을 켜고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스, 스킬북! 채, 책값이… 크윽! 꾸루룩!”
“아, 전투 부활 스킬로 바꾸시느라 코스트가…….”
“쿠룩, 20금화, 30금화도… 이렇게 막 써 대면서 바꾸면 적자 연속이죠.”
“이, 이 똥망 클래스, 전직 바꿀까, 진짜! 삐요오오오옷!”
스킬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건 좋지만, 스킬 슬롯의 한계와 그 등급에 맞는 스킬북을 바쳐야 하는 한계점은 그대로였기 때문에 미니멈실버는 자신의 전투 부활과 찬성의 전투 부활에 사용했던 2개의 스킬 슬롯을 다시 유용한 스킬들로 바꿔야만 했다.
“지, 진짜 이러고 보상 없기만 해 봐! 삐요옷! …‘광범위 영역 탐지(3성)’!”
그래도 사용할 수밖에 없기에 눈물을 머금고 스킬을 사용하는 그녀. 그리고 새로운 상태창에 미로의 지도가 서서히 나오기 시작했다.
“지지직… 형태가 보여도 만만치 않네요.”
“빨간 점들, 암만 봐도 몬스터 천지네. 게다가 ‘허무병’들도 보이고… 함정이나 깜짝 놀라게 할 것들도 가득하겠죠?”
“미로가 분위기만 좋으면 공포 테마 주기에 또 딱이니까요.”
“쿠룩, 놀이공원의 공포 어트랙션들이 이제 미로는 아니지만 저런 길목 형태를 좋아하는 이유와 같죠.”
미로 특성상 갈림길을 제외하면 양옆이 막혀 있어서 시야가 좁아지고, 길을 찾아야 하는 스트레스와 좁은 길의 사방과 벽에 어떤 함정이나 깜짝 요소가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기에 나름 공포 요소로 딱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공식 맵핵이 있어서 다행이긴 한데… 미로라서 그런가 엄청 복잡하네요.”
“지지직… 심지어 영역도 넓은데요?”
미니멈실버의 탐지로도 양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 미로, 내부도 꼬여 있어서 풀려면 엄청 복잡할 듯했다.
거기에 미로의 벽들뿐만 아니라 붉은 점으로 표시된 각종 몬스터들이 서 있거나 왔다 갔다 하는 것까지 나오고 있으니 더욱 복잡해서 눈이 핑핑 돌 지경인 찬성 일행이었다.
“이거 몬스터 표시라도 끌 수 없습니까? 일단 그거라도 없어야 할 것 같은데…….”
“쿠룩, 그보다도 여기서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퀘스트 갱신이 안 되네. 나 참…….”
“지지직, 가다 보면 밝혀질 것 같긴 한데…….”
“어? 잠시만요. 여기 이 부분, 뭔가 이상한데요?”
무수히 찍혀 있는 점과 복잡해 보이는 미로의 선에 난감해하는 파티원들이었는데, 찬성이 그것을 지그시 보던 중 무언가 발견한 건지 눈빛을 번쩍이며 어딘가를 손으로 가리켰다.
“여기 계속 몬스터들이 사라져 가요. 게다가 ‘???’로 표기되어 있고요.”
“쿠룩, 몬스터들도 ‘???’ 표기되어 있는 게 있고, 몬스터들끼리도 싸우는 게 있었으니 이상할 건 아닙니다만…….”
“아니, 이건 이상해. 찬성 님 말이 맞아. 아무리 몬스터끼리 싸워도… 이거 1개체가 지금 쭉 밀고 올라가면서 혼자 쓸어버리고 있잖아.”
“삐욧, 건강 님 말이 맞아요. 그러면 대체 이건 누구지? 다른 유저? …아, 아니면 고, 공포 요소?”
“지지직… 그거다!”
“그거 같아요!”
이 던전에서 여태껏 기묘한 일들을 너무 겪다 보니 찬성 일행은 이 맵에서 벌어지는 ‘???’라는 특수한 개체가 몬스터를 사냥하고 다니는 것도 던전의 기믹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쿠룩, 아아! 그러면 그거네. 이거 딱 그거다! 있잖아. 그… 슬래셔나 스플래터 영화에 나오는 살인마류 몬스터!”
“아아아… 그러면 이해가 확 되네. 좁고, 복잡한 길로 된 이 어두운 미로. 함정과 일반 몬스터도 몬스터지만… 역시 살인마만 한 공포 요소가 없지.”
“지지직… 그런 유의 영화는 본 적 없지만 모티브가 된 게임은 해 본 적 있네요. 뭐더라? 그… 발전기 고쳐서 탈출하는…….”
“삐익! 그거 나도 해 봤어요. 살인마 플레이가 엄청 어렵더라고요.”
다들 찬성이 지적한 점을 토대로 그것의 정체를 유추해 내기 시작했고, 이 던전의 공포 요소에 맞는 살인마형 몬스터라고 예측하게 되었다.
“그러면… 그거 잡을 수 있는 건가요? 없는 건가요?”
“쿠룩, 아마 높은 확률로 잡을 수 없게 세팅해 놨을 겁니다.”
“국룰이죠. 절대 막을 수 없는 공포의 존재! 플레이어를 학살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절대 악! 그러니 못 잡을 겁니다. 악마 같은 D.E사니까요. 보스들 만든 거 보면 정말…….”
“근데 여기 지하 3층의 테마는 허무의 군세인데, 그런 게 들어가면 이상하지 않을까요? 뭔가 다르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허무의 군세’라는 세력에 대해 생각하던 찬성은 여기서 갑자기 슬래셔, 스플래터 영화에 등장할 법한 살인마 타입의 몬스터가 나오는 건 아무리 봐도 아귀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파티원들에게 합리적인 지적을 하지만…….
“D.E사잖습니까. 충분히 그러고도 남지요.”
“쿠룩, 게임사라는 건 원래 유저 뒤통수치는 맛에 사는 자들입니다.”
“의심해서 나쁠 건 없지. 구구구…….”
“지지직… 지금까지 이 던전에서 당한 것도 있으니까요.”
그들의 합리적인 대답에 더 이상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찬성 일행은 미로를 풀면서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는데… 미니멈실버가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삐잇! 안에 가는 김에 저 ‘살인마’ 스샷 좀 찍으려고요. 너튜브용으로…….”
“가장 무서운 건 공포물이 아니라, 너튜브에 미친 스트리머구나…….”
“쿠룩, 그냥 돈이 제일 무섭지.”
“지지직… 그래도 궁금한 것도 사실이니 가 보죠.”
다들 동의하면서 ‘살인마(추정)’로 생각되는 몬스터를 쫓아서 미로를 나아갔다.
미로라는 구조답게 복잡해서 사람 혈압을 올릴 지경이었지만, 그래도 찬성 일행은 게임사 공식 ‘맵핵’을 들고 있는 데다 미니멈실버에겐 ‘소환:죽음의 기사’가 있었다.
[…죽음!]피융! 따다다당!
화살 함정에서 나온 화살을 맞고, 땅이 꺼지는 함정에 당해도 죽음의 기사는 미니멈실버의 지시대로 꿋꿋이 나아가면서 모든 함정을 해체했다.
[죽으으음……!]“어, 저거 지금 감정 실린 것 같은데요.”
“삐잇? 언데드인데?”
“지지직… 왠지 불쌍하기도 하네요.”
“쿠룩, 언데드 소환수잖습니까? 편하게 가면 좋죠.”
[주그으으음…….]착각 같지 않은 착각을 하면서 찬성 일행은 순조롭게 미로를 답파해 나갔다.
가끔 나오는 허무병(虛無兵)들만 제외하면 미로에서 어려움이 있을 만한 요소는 미니멈실버의 스킬로 모두 처리했기에 순조로운 미로 탐험이었다.
“…거의 다 왔네요. 구구, 이 살인마(추정), 엄청 빨리 움직이다가도 중간중간 멈추니 다행히 따라잡기는 수월한데… 정체가 궁금하네요.”
“허무병까지 다 쓸어버린 것 같은데… 허무의 군세가 아니라 새로운 세력일까요?”
“쿠룩, 지식 탐식자의 사도 같지는 않아도 저 위층에서 내려온 놈들도 있을 테니… 거의 다 와 가네요.”
“지지직… 긴장되네요. 지지직…….”
서서히 가까워져 오자 긴장감이 높아지는 파티원들. 허무의 군세가 아닐 가능성도 높은 만큼 어떤 모습일지 완전히 미지수인 상황인지라 긴장감이 서서히 올라갔다.
“…흡! 합! 흐음! 멸권(滅拳)!”
“이건 기합 소리? 게다가 주먹질하는 것 같은데요?”
“쿠룩, 주먹질?”
“아니아니, 저거 암만 봐도 유저 같은데요. 유저네요?”
하나 그 정체는 허무하기 짝이 없었는데, 도저히 살인마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검은 도복에 산발이 된 흑발을 휘날리며 주먹을 휘둘러 허무병(虛無兵)들을 때려잡고 있는 야성적인 남성의 모습이었다.
“구구? 저거 악귀(惡鬼)잖아. 저 인간이 왜 여기 있지?”
그리고 찬성 일행 중 유일하게 상위권 길드에서 활동한 적이 있어 네임드 유저들에 대해 밝은 미니멈실버는 그가 ‘데블즈 윙’ 길드의 길드 마스터인 악귀(惡鬼)라는 것을 곧바로 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