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79
279화.
“악귀? 그게 누굽니까?”
“구구, ‘데블즈 윙’ 길드의 마스터요. 클래스는 격투가 계열의 수라(修羅), 요새전 마스터 랭크, 투기장 그랜드마스터 랭크. 격투가계 유저라면 모를 수 없는… 네임드일 텐데요.”
“쿠룩, 들으니 떠오르는군요! 잠깐, 근데… PVP 전문가가 왜 여기에 있습니까?”
“지지직… 심지어 혼자? 뭔가 히든 피스라든가 퀘스트 때문에 온 걸까요?”
찬성 일행 모두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눈앞의 허무병(虛無兵)들을 쓸어버리는 악귀를 바라보았다.
안 좋은 의미로 명성이 높은 PVP 길드의 수장이 왜 여기에 있는지 의아할 따름인 찬성 일행.
애초에 이렇게 서로 엇갈려서 악귀가 선행하게 된 이유는 찬성 일행이 필드 보스 ‘허무의 전사’를 잡은 뒤 휴식하기 위해 2시간가량 접속을 끊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 동안 악귀(惡鬼)는 어차피 찬성 일행의 뒤를 따라잡는 게 목적이었기에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패스, 그리고 죽어서 리젠 타임 대기 중인 필드 보스도 없으니 보스 방도 자동으로 패스한 덕분에 찬성 일행보다 빨리 지하 3층에 도달, 미로를 먼저 주파하고 있던 것이었다.
“구구구, 그나저나 왜 왔지?”
“어, 우릴 쫓아온 게 아닐까요? 우리 옛날에 쟤네랑 두 번인가 싸우기도 했으니…….”
“그렇다곤 해도 악귀(惡鬼) 혼자 오는 건 이상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네임드라고 해도 우리 다섯을 혼자서 이길 수 있나?”
“쿠룩, 아무튼 어떻게 하죠?”
고민하는 찬성 일행. 저걸 그냥 놔두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굳이 말을 걸어야 하나 싶기도 한 상황. 가장 좋은 건 그냥 제거하는 것인데… 문제는 그랬다가 ‘데블즈 윙’ 길드 전원이 여기로 뛰어와서 자신들을 방해하면 어쩌나,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저거 제치고, 먼저 보스만 잡으러 가는 것도 뒤가 구리고 좀 그렇죠? 거참, 난감하게…….”
“쿠룩? …찬성 님?”
파티원들이 그의 처리를 어찌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찬성은 별 고민 없이 앞으로 나아가서 악귀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멸각(滅脚)! …검왕? 어째서 내 뒤에? 미로라서 길이 엇갈린 건가?”
뒤에서 다가온 찬성을 바라보며 놀라는 악귀. 분명 자신이 뒤를 쫓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가 자신의 뒤쪽에서 나타나자 놀란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침착하게 이 미로의 상태를 봤을 때 찬성이 길을 잃어서 이렇게 뒤에서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뇨. 저희 2층 보스 깨고, 밥 먹고 왔는데요.”
“…밥탐?”
“예. 하루 종일 공략했으니까요.”
“그랬군. 하긴 나는 뒤쫓아 오기만 해서 그런 걸 생각 못했지. 아무튼 잘 만났다, 검왕. 결투다. 검을 뽑아라.”
자세를 잡고는 곧바로 찬성에게 결투를 선언하는 악귀. 그 눈빛과 태도에서 진심을 느낀 찬성은 지체 없이 검의 자루에 손을 올리면서 자세를 취하는데…….
“삐이이잇! 스톱! 스톱! 뭘 멋대로 여기서 결투하려고 해! 찬성아! 스테이! 스테이!”
“쿠룩, 그보다 악귀 양반, 진짜로 찬성 님이랑 결투하러 온 겨?”
난데없이 시작되려는 결투에 찬성의 파티원들이 깜짝 놀라 다가와서 급히 말렸다.
악귀는 찬성에게 파티원이 있는 것에 경계하면서 몇 발자국 더 물러나서 아이템 사용을 준비했다.
“파티… 하긴 이런 던전이니 다 같이 있는 게 정상이겠지. 어쩐지 쉽게 결투 신청을 받는다 싶었는데. 검왕, 겉보기와 달리 아주 간교하군.”
“아뇨. 저 그런 생각 전혀 안 했는데요.”
“삐잇! 우리 찬성이는 그런 생각을 할 줄 아는 애가 아니에요.”
“쿠룩, 게임한 지 이제 한 달 넘어가는 뉴비인데…….”
“말이 심하시네! 우리 찬성 님이 얼마나 순수종 뉴비인데!”
“지지직… 이 게임이 게임의 처음인 사람이에요!”
악귀의 말도 안 되는 평가에 찬성의 파티원들은 발끈해서 변호하는데, 찬성은 역으로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 그렇군.”
너무 당당하게 찬성을 변호(?)하는 태도에 순간 당황한 악귀의 기세가 좀 누그러졌고, 미니멈실버가 그 틈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구구구, 아무튼 악귀(惡鬼) 님, 딱 보니 우리를 쫓아오신 것 같은데… 대체 무슨 목적이시죠? 누구에게 의뢰를 받고 오신 건가요?”
“아니. 그저 개인적으로 ‘검왕’이랑 한판 붙으려고 왔다. 뒤를 판 것은 어차피 너희는 행적을 감추고 여기저기 쏘다니니까 여러 수단을 동원해서 쫓은 거고 말이지. 그래서 닭둘기, 너는 뭐지? 대변자라도 되는 건가?”
“다, 닭둘기… 구국! 네, 대변자 맞아요. 아무튼 이런 곳에서 싸우긴 너무 아깝지 않나요? 심지어 명성 높은 네임드 유저인 악귀 님께서 검왕과 싸우신다면 그에 걸맞은 무대가 있어야 하는 게 정석 아닌지요.”
“귀찮은데, 그냥 여기서 결투 한번 하는 게 그리 어렵나?”
‘거물급이 싸우는데! 이건 대박 흥행 요소인데! 동네 뒷골목에서 하는 게 말이 됩니까?’
찬성도 이미 ‘검왕’이라는 이명을 얻은 네임드 유저, 거기에 악귀는 더 말하면 입만 아픈 기존 네임드 유저!
그런 네임드 유저끼리의 격돌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흥행이 보장된 콘텐츠! 너튜브 채널의 흥행에도 도움이 될 것이기에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그러니… 구구구, 그냥 오늘은 물러나 주시면 제가 빠른 시일 내에 연락을…….”
“싫다.”
“구구국, 결투 방송으로 홍보하면 악귀 님의 명성도 오르고, 서로 너튜브라든가 방송 송출하면 이득이 엄청날 건데…….”
“귀찮아.”
‘…아아아아악! 이 인간, 왜 이리 말이 안 통하냐! 그냥 여기서 담가(?)… 아니지. 진정하자, 진정해. 저래도 엄연히 한 길드의 길드장. 다구리로 까서 눕히면 ‘데블즈 윙’ 길드에 명분이 생겨. 가뜩이나 할 일도 많은데 머리 아픈 요소가 늘어나면…….’
악귀의 벽창호 같은 태도에 갑갑해하는 민희. 그렇다고 해서 다른 수단을 쓸 수도 없으니 속이 터지려 하는 그녀였고, 다른 파티원들도 안타까운 눈으로 그녀를 보며 동감하는 듯했는데… 가만히 보던 찬성이 고개를 갸웃하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다가가서 말을 건넸다.
“그럼 일단 같이 파티 꾸려서 여기 보스 잡을래요? 아, 필드 보스니까 아마 공격대로 꾸려도 될 것 같은데… 그다음에 결투하면 되잖아요.”
“…….”
“…엑?”
“…쿠룩?”
“지지직…….”
황당하기 짝이 없는 찬성의 제안. 상대는 악명이 아주 높은 PVP 길드의 길드장인 악귀(惡鬼)인데, 감히 저런 제안을 하다니 제정신이 아니라고밖에 생각이 되지 않았는데…….
“나를 파티에 넣고 던전을 돈다고?”
“네.”
“내가 누군지 방금 들었지 않나? 게다가 우리 애들과 싸움도 했다고 알고 있는데… 뭘 믿고 그런 제안을 하는 거지?”
“믿지 못할 구석이 없는데요?”
악명이고 뭐고 간에 찬성에게 악귀는 처음 만났을 때 당당히 자세를 잡고서 결투를 신청한 정정당당한 무인. 그렇기에 첫인상도 나쁘지 않았으며 추가로 생각해 보니 자신과 겨루기 위해 쫓아온 집념과 기백이 마음에 든 것이었다.
“그리고 저도 겨뤄 보고 싶기도 하고… 근데 여기 공략을 하긴 해야 하거든요. 오늘 플레이 타임 안에 안 끝나면 친구 추가해 드릴 테니, 내일 어디 한적한 곳에 가서 결투하죠.”
눈을 반짝이면서 말하는 찬성. 얘도 엄연히 ‘검(劍)’에 미친 놈으로 현실에서 스승이랑 겨루겠다고 비싼 캡슐 기계가 망가질 때까지 싸우기도 했으니, 강적과 목숨이나 다칠 염려 없이 싸울 수 있는 것을 거절할 이유가 없는 거였다.
악귀는 그런 찬성의 눈빛과 태도가 더없이 진심이라는 걸 깨닫고, 그에게 다가와서 입을 열었다.
“친구 초대 보내라. 그리고 거기 닭둘기, 네가 파티장 같은데 파티 초대도 보내라.”
“구구국? 아, 알았어요.”
“어떻게 일이 이렇게 되냐…….”
“빰빠바바밤~ 악귀가 파티에 가입했습니다~”
“쿠룩, 이게 설득 체크를 통과한다고?”
졸지에 신멤버를 받게 된 찬성의 파티원들이었다.
물론 안심하기엔 상대가 너무나 악명이 높은 악귀(惡鬼)라서 다들 경계심 가득한 시선으로 그를 보며 일정 거리를 둔 상태였다.
“다들 너무 경계하시는 게 아닐지.”
“당연한 반응이다. 신경 쓰지 마라, 검왕.”
“본인이 상관없다면 다행인데… 검왕이라는 칭호는 좀… 아직 그 칭호에 걸맞다곤 생각 안 해서요.”
“내 멋대로 부르는 거다.”
“그러면 어쩔 수 없죠. 누님~ 맵 열어 주세요. 길 찾아가죠.”
서로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으면서도 기이하게 죽이 맞는 찬성과 악귀였고, 찬성의 파티는 그렇게 다시 미로 탐험을 계속해 나갔다.
“보자. 여기서 이 길로 향하면…….”
“‘광범위 영역 탐지’라. 보기와 달리 유용한 닭둘기였군.”
“삐이잇! 닭둘기라고 좀 그만하실래요?”
“그럼 아바타를 바꾸든가.”
다소 충돌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악귀를 막 대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미니멈실버는 끓는 속을 진정시키면서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렇게 약 30분. 맵핵의 힘과 6명으로 늘어난 파티의 힘 덕분에 일행은 드디어 미로의 출구에 도달했고…….
[Lv.54 허무의 차원석(보스 몬스터)]생명력:무적 마력:1,000,000
보유 스킬:허무의 관문, 허무의 군세
그곳에 있는 건 ‘허무’의 세력을 이루는 빛으로 된 거대한 결정체였다.
그리고 그 주변으로는 계속해서 허무병(虛無兵)들이 나타나서 무리를 이루어 가고 있었다.
“딱 봐도 저 차원석이 공략 대상인데, 생명력 무적이라는 건…….”
“X 됐다. 이거 장기전 디펜스 형태 보스전이다.”
“계속 싸우면서 마력이 다 소모될 때까지 버티는 뻔한 공략이겠군.”
“구구구, 지금은 허무병(虛無兵)들뿐이지만, 싸우다 보면 또 어마어마한 걸 소환하겠죠? 구구국…….”
“지지직… 필드 보스니까 또 스케일이랑 규격이… 지지직…….”
빠르게 보스의 모양새만 보면서 공략을 분석하는 찬성의 파티원들. 악귀까지 거들고 나서 공략에 대해 이야기할 정도로 대략적인 공략의 내용이 훤히 보이는 보스였다.
“삐잇~ 우리랑 상성 최악이긴 하네요.”
“쿠룩, 우리 강점은 찬성 님을 위주로 하는 강력한 타격력이니 말이죠.”
“그래서 안 잡을 건가? 포기하고 귀환한다면 나야 좋지만 말이지.”
“구구구국! …하는 수밖에 없죠. 일단 들이박아 보자고요!”
옆에서 시큰둥하게 쳐다보는 악귀의 시선에 미니멈실버는 발끈하면서 공략에 나서기로 했고, 스킬을 준비했다.
어차피 저걸 공략 못하면 2네임드에게서 얻은 오십오만오천오백오십오 개의 허무의 재는 허탕이 되니 무조건 공략에 성공해야만 했다.
“쿠룩, 근데 대부분 버프는 파티 단위로 들어가는데… 어떻게 편성합니까? 이대로 갑니까?”
“삐이잇, 절 따로 빼 주세요. 어차피 저는 비전투형 서포트에 가까우니까요. 성령수는 치유 보조가 되니 말이죠.”
예상 밖의 인원과 함께하는 가운데 모든 조율을 마친 찬성 일행은 곧바로 허무병(虛無兵)의 떼거리를 향해 돌진하여 공략을 시작했다.
[침입자 발견. 차원석 수호를 위한 긴급 방어 절차를 수행하겠습니다.]“삐이잇! 허무병들 빨리 잡아요! 그다음에 분명 바로 패턴이 올 거예요!”
그 순간 ‘허무의 차원석’에서 기계적인 음성이 흘러나오면서 이리저리 빛나기 시작하더니, 그 주변에 흐릿한 빛의 형상이 생성되며 무언가가 갑자기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