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85
285화.
같은 시각.
노 아너(No Honor), 데블즈 윙 길드 거점.
[시스템-‘Lv.55 악귀(惡鬼)’ 님이 길드를 탈퇴하셨습니다.] [시스템-현재 ‘길드장’ 자리가 공석입니다. ‘임시 길드장’의 지휘에 따라 새로운 길드장을 선출해 주십시오.]“어? …이게 뭔 일이다냐?”
“어? 악귀 성님, 진짜 나가 버렸어?”
“아니… 이게 무슨…….”
“엑?”
한창 ‘노 아너’에 있는 거점에서 각자 할 일을 하던 ‘데블즈 윙’의 길드원들 모두 갑자기 사라진 악귀에 깜짝 놀라 반응했고, 그들은 다급히 채팅을 하면서 악귀를 찾기 시작했다.
[길드][피슈킨:뭐 하는 거야? 븅신들아!] [길드][리지웨이:아니, 그냥 살짝 꼽만 주려고 했던 건데…….] [길드][헤럴드:악귀 성님, 왜 나간 거임?] [길드][야만의몽둥이:이, 이게 무슨 일이랍니까?] [길드][라이온씨:……? 악귀 님, 왜 나감?] [길드][피자파티스:아니아니, 악귀 성님, 왜 길드 탈퇴한 건데? 뭐 하는 거임?]‘데블즈 윙’ 길드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 사태에 대해 어리둥절해하면서 다들 채팅창을 올려서 악귀가 나간 일에 대해 제대로 파면서 서로에게 따져 댔다.
[길드][리지웨이:아니, 그러니까 레이드 좀 간 거 가지고 왜 그렇게 따졌냐고?] [길드][피슈킨:아니, 우리 줘 빠지게 고생시키면서 구울 뚫었는데, 갑자기 뒤통수치기는커녕 혼자 레이드를 뛰었으니 좀 꼬울 만하잖아.] [길드][헤럴드:그건 맞는데, 적당히 따졌어야지! 왜 그렇게 압박을 줘서 나가게 하냐고! 길드 관리하고 커버할 거 다 하던 성님이고! 우리 길드 이름값에서 큰 지분을 차지하는 양반인데!] [길드][리지웨이:길드장… 솔직히 악귀 성님 말고 할 사람이 없는데?]‘아, 씨… 진짜 적당히 좀 하지. 그 형, X나 호구같이 일 잘했는데…….’
PVP 실력도 물론 중요한 부분이긴 했지만 가오랑 명예만 세워 주면 당연하다는 듯 온갖 부담스러운 일을 맡는다든가 금전적인 부분에 세세하게 신경 안 쓰는 점도 좋아서 그의 밑에 있던 3인방 리지웨이, 피슈킨, 헤럴드는 각자 틈나는 대로 길드 재정에 손을 댄다거나 하면서 꿀을 빨고 있었다.
‘하… 씨, 좀만 더 모으면 쌔끈하게 새 차 뽑을 수 있었는데, 이 타이밍에 나가냐? 제길!’
악귀는 전혀 신경 안 써서 몰랐지만 내부의 부패는 바로 밑의 3인방에 의해서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악귀의 실력과 우직함에 길드장의 대표성과 귀찮은 일들을 줘 버리고는 자신들은 각종 이익을 해 먹으면서 뱃속을 채우고 있었는데… 오늘 갑자기 길드를 나가 버리니 소가 외양간을 탈출한 것처럼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길드][야만의몽둥이:저, 저기, 지금 연락되는 분 없습니까? 일단 돌아오시라고 해야…….] [길드][헤럴드:귓말을 안 받아! 망할 비공개 설정! 지금 귀곡성에 있는 것 같은데!] [길드][피슈킨:하, 진짜 미쳐 버리겠네.] [길드][안면인식장애:아니, 그럼 우리 길드 어떻게 되는 거임? 일단 길드장부터 새로 뽑아야 하는 거 아님? 지금 임시 길드장이…….] [길드][리지웨이:아, 나는 안 할 거요. 일단 나는 안 해. 누구 입후보할 사람 없음?] [길드][사신양반:아니, 간부 세 분 중 하나가 해야지. 뭐 하는 거?] [길드][오남봉:길드 관리라든가 운영하시던 분들 중 한 명이 하면 되는 거 아님?]‘차라리 그럼 나가기 전에 해 먹고 갈까?’
‘그게 좋을지도?’
‘어차피 악귀 성님 없어도 길드의 규모라든가 이름값은 있으니까 팔아먹는 방법도…….’
떠나간 악귀를 어떻게든 돌아오게 할 방안이 당장 떠오르지 않고, 그래도 길드장의 빈자리는 누군가가 채워야 하는데… 자신들은 기존에 악귀가 하던 만큼 운영할 자신이 없으니 결국 길드에 관해 부정한 생각을 품게 되는 피슈킨, 리지웨이, 헤럴드 세 사람이었다.
[길드][리지웨이:그럼 뭐, 임시 길드장이니 그냥 내가 길드장으로서 자리를…….] [길드][피슈킨:아니지! 누구 멋대로? 너 나보다 투기장 랭킹 낮잖아.] [길드][헤럴드:여기서 가장 길드 의뢰 많이 성사시키고, 많이 해결한 게 누구임? 악귀 성님 다음으로! 그거 나야! 당연히 내가 해야지!]결국 재정 문제에 관해선 어둡지만 굳건했던 길드장인 악귀가 떠난 ‘데블즈 윙’ 길드는 이제 누가 마지막까지 해 먹냐를 가지고 싸우는 장이 되었고, 이 길드의 미래엔 어둠만이 남았을 뿐이었다.
***
그 뒤로 찬성의 ‘신화 등급’ 아이템 획득 소식은 길드에 있는 귀들을 통해서 인터넷의 바다로 빠르게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검성 게시판]야천 길드 길드원인데, 오늘 그냥 던전 돌던 중에 길드에서 업적 메시지 뜨기에 봤는데, 검왕님이 신화 템 먹은 거임! 여기 업적이랑 메시지 찍은 스샷 링크함.
[댓글(341)]…….
…….
…….
그냥 신화 템만 먹은 거라면 이 정도까지 열광적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아직 레이드도 가지 않았는데 유일급 아이템 2개를 먹은 상태에서 신화까지 먹었기에 이렇게 난리였던 것이다.
이렇게 사방에 소식이 전해지다 보니 한동안 정체되었던 찬성 검가 너튜브 채널의 구독자 수는 가파르게 올라 어느덧 20만을 돌파하게 되었다.
그리고 찬성 일행은 플레이 타임을 다 써서 사라진 ‘귀곡성’은 이제…….
“다 비켜! 나, 나도 신화 먹을 거야!”
“이거 위로 가야 함? 밑으로 가야 함?”
“와, 사람들 겁나 많네!”
“이 정도로 도떼기시장처럼 사람들이 몰려 있으면 공포고 나발이고 없구먼.”
“근데 검왕, 어디서 신화 먹었다고 했지? 지상이었나? 지하였나?”
“지하! 병신아!”
찬성 일행의 활약 덕분에 본래는 분위기랑 몬스터들이 최악의 경험을 선사하고, 거기에 경험치나 사냥의 효율도 안 나와서 방치되었던 사냥터가 지금은 북적이는 사람들이 몬스터보다 많을 지경이 되어 버렸다.
“사람 생각하는 게 어찌나 같은지… 정보 풀리기 전에 먼저 찾을 생각으로 난리구먼.”
다들 찬성처럼 신화급 아이템 획득의 부푼 꿈을 안고 온 것은 물론 영상이 공개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전에 먼저 이 안에서 그나마 더 좋은 사냥터를 선점, 그리고 스트리머로서 콘텐츠를 노리고 온 이들이 많았던 것이다.
“아, 저기 저 아바타 패션! 일본 놈들 아님? 귀신같이 정보 입수했네?”
“검왕이 만든 야천(夜天) 길드에 아마 일본 애들은 물론 중국 애들도 한국어 되는 애들로 합류시켰을 거니까…….”
“진짜네? 자렌 왕국에서 넘어온 애들까지 있네? 이 남쪽 끝까지?”
게다가 ‘검왕’ 찬성의 명성은 이미 국내 유저들뿐만 아니라 해외 유저들에게까지 퍼진 상황. 특히 그가 만든 길드를 견제하는 일본 길드 입장에서는 야천(夜天) 길드 내부에 스파이를 심어 두는 건 당연했고, 그에게서 얻은 정보가 일본 길드 내부로 흘러들어 가서 일본 유저들도 귀곡성을 찾아온 것이었다.
“젠장! 몹보다 사람이 더 많아. 미쳐 버리겠네.”
“여기 풍경 왜 이럼? 그나저나 금화 수급량 이상하지 않음? 200금화씩 나오네?”
“점마 돌아 버렸네.”
“너도 빨리 사도에게 머리 빨려야 함. 그래야 제대로 보이기 시작한다는데?”
“그런 거 모르겠고! 바로 필드 보스 털러 간다! 잡으러 가자!”
“이런 개꿀 사냥터를 빼앗길 순 없지! 흐하하하하! 죽어라!”
가뜩이나 사람이 많아지면 그 필드는 복잡해지고 혼란스러워지는데… 거기에 ‘귀곡성 지하’에 있는 ‘지식 탐식자 계열’ 몬스터들이 주는 특이한 혼란 구조에 현혹된 유저들로 인해서 서로 싸우는 자도 있고, 필드 보스를 두고 다투는 이들도 있는 등등 대혼돈이 펼쳐진다.
“와아, 내일 귀곡성 위층 가는 건 꿈도 못 꾸겠네요.”
“그러게. 역시 길드가 있으니 정보가 너무 빨리 퍼져.”
그리고 이런 광경은 현재 게임을 나와서 밖에서 동영상 작업을 하며 스트리밍 방송을 보는 민희와 그런 그녀와 자기 전에 잠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찬성에게 제대로 보이고 있었다.
“그러니 내일은… 퀘스트 아이템을 가지고 보고하러 돌아가고, 그다음엔 다시 남부 전선 퀘 돌리자. 레이드 입장 뚫어야 하니까.”
“아… 드디어 레이드인가요? 그… ‘가르간트 요새’였던가?”
“그래.”
찬성이 게임을 시작할 때만 해도 이미 공략되던 중이었던 ‘레이드 던전’이었고, 이제는 공략이 다 끝나서 누구나 쉽게 보스까지 그냥 찍고 가는 곳이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그래. ‘레이드 던전-제국 가르간트 요새’. 뭐… 이제는 시간이 지나서 공략은 다 되었지만 던전 경험치라든가, 고유 전문 기술 재료라든가, 금전적 메리트가 여전히 있으니까 우리도 돌아야지.”
“아, 근데 그것도 그건데… 저 악귀 님이랑 내일 결투…….”
“아아악! 그것도 있었지. 하아아~ 빅 이벤트가 대체 몇 개야! 정말! 너튜브 편집자를 추가로 뽑아야 하나? 머리가 아플 지경이네.”
동영상 소재가 많은 건 너튜브로서 축복받은 일이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는 법. 너무 많은 소재가 쏟아지면 동영상 만드는 쪽이 못 따라가기 마련이다.
당장 오늘 던전 공략 영상 만드는 것만 해도 머리가 아픈 일인데, 거기에 내일 결투까지 하면… 그것도 일단 촬영하고 나면 영상을 만들어야 하니 돌 지경이었다.
‘하, 하이라이트로만 잘라야 하나? 으으으으… 아무튼 편집자 꼭 구하자.’
민희는 진심으로 편집자를 구하자고 생각하며 일단 눈앞에 닥친 일부터 해결하기 위해 동영상 편집을 지속하면서 찬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악귀 그 양반은 뭐 하고 있어? 길드 채팅방엔 아직 있는 것 같은데…….”
“길드원들이랑 이야기하고 있네요. 근데 의외로 그 악명 높은 ‘데블즈 윙’ 길마인데, 잘 받아 주네요?”
“그래도 네임드고, 스스로 길드를 나온 것도 나온 거고, 악귀급 정도 되면 같은 네임드급이 아니면 부딪칠 일이 없어서 원한이 없고… 딱히 비매너 플레이하고 다닌 건 아니었으니…….”
‘데블즈 윙’의 의뢰로 PVP를 하던 걸 제외하면 악귀가 게임 중 하는 일은 전문 기술 숙련도 올리고, 주간 레이드 뛰고, 요새전과 투기장 죽돌이였으니 어디 원한 살 일도 없어서 무난하게 ‘야천 길드’에 적응하고 있었다.
“아무튼… 악귀랑 가능하면 내일… 아니지, 이제 오늘이지. 저녁쯤으로 약속 잡아. 그래… 일단 하고, 자고 일어나서 저녁에 결투하고 이거 다 하고, 자고 일어나서 방송 각 보자.”
“네! 그럼 악귀 님이랑 약속 잡고 자러 갈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난 아직 못 자겠지만…….”
그렇게 활달하게 휠체어를 끌고 방을 떠나는 찬성을 바라보는 민희였다.
‘결투… 마침 PVP 교육이 따로 필요하다곤 생각했는데, 딱 맞는 상대가 생겨서 다행이긴 하네.’
이전에 뛴 공성전이나 필드 PVP, 메리 왕국에서의 무쌍은 모두 상황을 사전에 조율한 것들이고, 기습하거나 정보를 감추거나 유리한 상황에서 싸운 것들이라서 찬성이 다른 지식 없이 오직 그의 피지컬만으로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긴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50레벨 이상급들과 네임드급 유저들과 싸울 것이 예정된 상황. 공성전이 일어나기 전에 한번 교육하고자 했는데, 마침 적절한 상대가 나타난 것이었다.
‘보통이라면 찬성이가 유리하겠지만… 지금은 악귀(惡鬼)가 찬성이의 모습이나 비검 등등… 카드를 다 보고도 PVP에 도전한다고 하니 뭔가 방안을 세우겠지.’
‘데블즈 윙’이라는 PVP 길드를 상위권까지 끌어올린 저력이 있는 길마이기에 분명 그라면 찬성에 대한 대책을 세울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자, 빨리빨리 끝내자. 나도 좀 자고 해야… 저녁에 걔네 둘 결투하는 거 중계랑 방송하고, 게임하고 편집도 하니까…….’
그렇게 민희는 오늘 오후에 있을 결투의 중계와 영상 제작을 위해서 손을 좀 더 바쁘게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