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86
286화.
그리고 아침이 되자, 어젯밤부터 세상을 달구던 소식은 일본 길드에도 전해졌고, 교토 특구에서 접속한 ‘사쿠라마치 길드’의 길드장인 ‘萬千花’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검왕이… 신화급 아이템요?”
“예! 유일급 아이템 2개에 이어서 획득했다고… 던전은 남쪽 해안에 위치한 ‘귀곡성’이라고 합니다.”
“귀곡성… 역시 미확인 지역과 각 던전에 숨겨진 것들이 많나 보군.”
“국가 넓이에 엄청난 현실감이 있다 보니, 여기저기 숨겨진 곳이 많죠. 그리고 ‘익스플로러’의 너튜브에서 봤듯… 대륙을 넘어가도 여러 필드가 있을 정도이니 D.E사가 엄청나긴 한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그 신화급 아이템의 정보는?”
“아, 아직 없습니다. 그냥 신화 등급 업적만 공개되었다고… 밖에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으으음… 아이템 이름이랑 옵션은 기밀로 할 셈인가?”
“아뇨. 그거 너튜브로 공개한다고 합니다. 그 ‘찬성 검가’인가? 검왕이 운영하는 너튜브라고… 아! 알림! 방금 떴습니다! 영상! ‘귀곡성 공략 1편’이……!”
“당장 봐야겠군!”
강력한 경쟁자가 신화 등급을 먹은 소식에 두 사람 모두 부리나케 각자 인터페이스 창을 열어서 상태부터 확인하고 영상 내용을 보기 시작했다.
“음… 입구부터인가?”
한껏 기대를 한 채 지켜보면서 같이 나타나는 실시간 채팅들로 분위기까지 알아보았다.
그 말대로 지금 저 풍경과 모습은 이제 즐길 수 없는 모험을 감수하고 간 자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지하 1층. 찬성 파티가 현혹되어서 금화를 많이 획득한 것처럼 보이게 되는 부분이었다.
“금화가 많이 들어오는 걸로 보이는 환영이라니, 정말 끔찍한 기믹이군.”
“저런 게 정말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공포군요.”
채팅창과 비슷한 이야기를 하면서 둘은 계속해서 영상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영상은 이제 1층의 기믹을 풀고, 다들 정신을 차린 다음 쭈욱 가서 ‘지식 탐식자의 사도’라고 하는 보스 몬스터를 상대하는 부분으로 향했다.
“5중 캐스팅 타입 보스인가? 침묵을 해서 하나만 끊기면, 머릿수만 있으면 필드 보스치고는 쉬운 타입이겠군.”
“근데 이걸 5명이서 잡으라고 하면 힘든 일입니다. 보다시피… 침묵도 한 개고… 아이고… 근데 검왕, 진짜 움직임이 사람이 아니군요.”
“벽을 타는 건 물론이고, 아주 날아다니는 게… 하… 게다가 저 비검이라는 것까지 아주 신의 경지군.”
“우리 중에 저게 되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어떻게 노하우를 깨우친 녀석들은 되는 것 같지만, 아무리 그래도 저 ‘비검’은 무리지.”
『비검-사성절 배검!』
일순 8개의 검광이 번쩍이며 ‘보스-지식 탐식자의 사도’를 공격! ‘검성’ 클래스 스킬이 아닌 찬성의 고유 스킬이라고 할 수 있는 ‘비검’은 그야말로 어나더 레벨이었다.
“만약 ‘검왕’을 적으로 둔다면 저걸 깨는 게 관건이겠군. 아예 ‘검왕 공략’이라고 새로 만들어야 할 수준이야.”
“문제는 저 ‘비검’이 하나만이 아니라는 거죠. 일단 너튜브에 나온 것들을 조사해 본 결과 그 숫자만 여섯, 거기에 배리에이션도 다양해서 그 이상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영상을 보면서 들으니 정말 기도 안 차는 일이다.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열어 준 가상현실 게임이라곤 해도 어떻게 인간이 저런 초월적인 기예를 펼칠 수 있겠는가?
“차라리 숨은 클래스라든가… 히든 피스나 비전 스킬이라고 했으면 납득이 갔을 걸세. 하하… 하아아아~”
“아무튼 집중 마크하겠습니다. 언제 ‘국뽕’ 그자와 손을 잡고 공성전에 나설지 모르니… 음, 1넴 잡았군요.”
“꽤 까다로웠을 텐데… 무난히 잡았군. 아이템은 스킬북들이군. ‘지식 탐식자’라는 설정에 맞는 아이템.”
실시간으로 영상 옆에 주르륵 올라오는 채팅창을 보던 중 ‘萬千花’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부하를 바라보았다.
“…전쟁?”
“네. 귀곡성 필드에 대한 정보가 떨어지자마자 몰려든 군소 플레이어들에 의해서 필드 쟁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테마도 테마에다가 ‘신화 등급’ 이야기, 거기에 저 환각 같은 걸 보게 하는 것이랑… 또 갑자기 몰려든 유저들이 서로 다른 국적까지 가지고 있어서…….”
“화약을 한곳에 몰아넣었으니… 불씨만 있어도 터질 상황을 만든 거군.”
지금도 이 대륙 전역에서 다들 좋은 아이템이나 경험치를 주는 사냥터나 보스는 서로 차지하려고 경쟁하면서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일이기에 금방 이해하는 ‘萬千花’였다.
“아무튼 아직 신화 등급 이야기는 없군. 다음 혹은 다다음 네임드인가?”
“쭉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후… 지하 2층의 공략을 보았지만 이번엔 ‘허무병’들과 ‘허무의 군단’을 공략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길드장인 ‘萬千花’는 그 ‘허무의 군단’을 알아보는 눈치였다.
“저놈들, 저기서도 나오나? 북부 전선 쪽의 숨겨진 던전에서도 나왔었지?”
“예. 저도 본 적 있습니다. ‘새하얀 은신처’ 던전이었죠.”
일본 유저들은 그란 왕국 북부에 스타팅 포인트가 있었고, 수도를 위주로 해서 왕국 북부 쪽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는 성향이 강해서 ‘북부 전선’ 퀘스트를 주로 하는데, 사람이 많다 보니 자연히 숨겨진 던전 같은 게 금방 드러난 것이었다.
“그러면 저거는… 볼 게 없군. 그렇다는 건 검왕이 얻은 신화급 아이템은 ‘허무의 군세’ 관련 아이템이라는 거군. 1넴인 ‘지식 탐식자의 사도’는 아이템 없이 스킬북만 줬으니…….”
“아… 그럼 대강 견적이 나오는군요. 그러니까 저 군단은 ‘허무의 재’로 획득하는 방식이니… 근데 ‘허무의 재’ 필요 개수가 엄청나게 많을 건데… 어떻게 모은 거지? 기본 5만 개부터 시작인데?”
“그거야 5명으로 필드 레이드 보스급을 격파한 거니까… 개수가 깡패만큼 들어온 거겠지.”
“아하! …그렇겠네요.”
그리고 2층 보스 공략과 보상으로 ‘허무의 재’ 55만 5,555개를 획득하는 장면까지 시청을 마친 둘은 감탄을 내뱉었다.
“이번엔 정말 아슬아슬하게 잡았군. 설마 검왕조차 죽어서 누워 버릴 줄이야.”
“그나저나 마지막에 대체 어디서 전투 부활 스킬이? 게다가 저 마법사는 이미 먼저 죽었을 텐데? 아! 저 비둘기 마법사! 클래스가 바뀌었군요!”
“미니멈실버… 라고 했던가? 저 클래스는 대체 뭐지?”
영상의 주요 시점은 대부분 너튜브 주인인 ‘검왕’으로 포커스가 몰려 있었기에 다른 파티원들의 정보를 볼 일이 적었지만, 이번 ‘허무의 전사’ 공략에서는 마지막에 ‘검왕’이 죽고 그것을 ‘미니멈실버’가 다시 살린 것을 보았기에 그녀의 클래스에 대해서 궁금해진 것이었다.
“클래스 체인지라. 대체 어디서, 언제 한 거지? 영상에서는 전직권을 쓴 것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현재 공개된 클래스들 중에서는 전투 중 부활이랑 자체 전투 중 부활을 다 가진 클래스는 아예 없습니다.”
영상을 만들면서 자신이 ‘지식 탐식자의 사도’ 클래스라는 정보는 굳이 드러내지 않은 미니멈실버였고, 시청자들도 이 부분은 빡빡하게 따지고 들지 않았다.
“원트로 잡았다고는 굳이 말 안 해서 트집 없이 넘어가게 했군. 흠… 아무래도 저 마법사 쪽이 저기 참모 역이자 이 영상을 편집한 당사자 같다.”
파티의 상황과 채팅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비롯해서 일부러 자신의 존재를 감추는 행동까지, ‘萬千花’는 그 모든 것을 간파하면서 미니멈실버의 정체를 파악해 냈다.
“이거 다 보고 이 ‘미니멈실버’에 대해서 조사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이렇게 아슬아슬하게 잡았는데… 이보다 어려울 3층 보스는 어떻게 잡은 거지? 아직도 신화를 못 먹은 것 같은데…….”
영상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 3네임드가 어떤 디자인인지 모르지만, 2층 보스를 이렇게 힘겹게 잡았다면 3층은 더 어려울 건데…….
『빰빠바바밤! 악귀 님이 동료가 되었습니다!』
그 의문은 조금 더 지나서 금세 해결됐다.
바로 ‘데블즈 윙’의 길드 마스터인 ‘네임드’ 유저 악귀(惡鬼)가 찬성의 파티에 합류한 것이었다.
“…악귀? 아니, 그가 왜 저기에?”
소문난 한국인 네임드 유저이자 PVP 의뢰 길드인 ‘데블즈 윙’의 길드 마스터인 만큼 그 이름은 당연히 ‘萬千花’도 알고 있었다.
“내용 보는데, 이유가 결투하고 싶어서… 찾아간 거라는군요.”
“하지만 그가 더 앞에 있던데?”
“그, 지나가는 자막으로 ‘밥 먹고 휴식하는 사이에’ 지나갔다고…….”
“정말… 어이가 없군. 하! 아무튼 3층을 공략한 비결은 역시 악귀였군.”
그리고 ‘萬千花’가 예상한 대로 악귀가 끼어든 찬성 파티는 2층 보스만큼의 고난이 있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에 찬성과 악귀가 살아서 치열한 격전을 벌인 끝에 ‘허무룡’을 쓰러뜨리는 데 성공한다.
“악귀가 파티에 들어온 것이 약간 논란이 생긴 모양이군요.”
“뭐, 이때까진 저 5인으로 다 깨 왔었으니까. 게다가 악귀가 너무 잘 알려진 네임드인 탓도 있고… 그래도 결국 그를 빼면 5명이서 클리어한 건 사실이니…….”
3층의 보스 ‘허무룡’에 대해서는 확실히 레이드급 풀 세팅을 한 네임드 유저 ‘악귀’가 파티에 낀 탓에 일반 유저들은 정당하게 클리어한 게 아니라면서 갑론을박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타는 채팅방의 반응을 보는 사이, ‘허무의 차원석’으로 다가가서 아이템을 교환하는 찬성 일행의 모습이 스르르 지나가는데…….
“아, 조금 다를 줄 알았는데, 저기도 같군요. 아이템 교환 방식이네요.”
“그럼 결국 ‘신화’는 저거 랜덤 교환으로 먹은 건가? 아니, 보스의 등급과 레벨이 다르니 개수를 많이 요구하고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이…….”
『시스템-‘찬성’ 님이 ‘(신화)허무의 왕관’을 획득하셨습니다.』
『시스템-‘찬성’ 님이 ‘업적:소년, 소녀여, 신화가 되어라!(조건:신화 등급 아이템 획득)’를 달성하셨습니다.』
『어… 그러니까 이럴 땐… 아, 맞다. ‘님들, 이거 단챠로 뽑았는데 좋은 건가요?’ 하면 되는 거죠?』
이런저런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이, 드디어 아이템 획득 메시지와 업적이… 찬성의 명대사와 함께 편집으로 집어넣은 이펙트가 편집된 장면으로 나타났다.
“…어.”
“다, 단챠?”
『…어, 이게 게임이냐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이후 반응은 길드원들이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기름통에 불쏘시개를 집어넣은 것처럼 화끈하게 폭발하기 시작, 채팅창이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순간적으로 버퍼링과 지연이 걸릴 정도였다.
“…마, 맙소사.”
“아니, 저, 저거… 저거 확률이 얼만데… 어, 어떻게 한 번에?”
‘萬千花’와 부하는 이제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는 영상을 보면서도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니까 ‘신화’를 먹은 비결이… 퀘스트를 풀거나 보스를 처치해서가 아니라… 보상 시스템에서 단챠로 먹었다? 그 말인가?”
“심지어 이미 유일급도 2개나 가진 사람이?”
“하아아아아아아아아.”×2
깊은 허무함과 탈력감이 가슴 아래에서부터 올라오는 두 사람이었다.
특히 ‘萬千花’의 경우, 이 ‘교토 특구’ 공성전 이전부터 신화급 아이템을 구매하기 위해 엄청난 액수의 현상금까지 걸어 둔 채 수소문하고 있었는데…….
그걸 저렇게 허무하게 먹어 버리니 자괴감, 탈력감, 부러움 등등… 수많은 감정이 몰아치면서 그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었다.
“크으으으으윽!”
“길드장님!”
“하아… 하아아아… 하아아아아아아… 그래요. 이런 일도 있는 법이죠. 그래, 그런 거겠죠. 인생… 하하… 불공평한 법이니까요. 아무튼… 이렇게 되면 어떻게 해서든 그의 계정을 구매라도…….”
“아, 길드장님, 잠시만 이것 좀 보십시오. 너튜브 채널에 공지가! 새로운 공지가!”
이미 몇 년 분의 충격은 다 받은 느낌인 ‘萬千花’는 또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인터페이스 화면으로 고개를 돌려 보았고, 거기엔 또다시 놀랄 만한 공지가 떠 있었다.
『실시간 방송 예고! 오늘 오후 6~7시경, 그란 왕국 수도 결투장에서 찬성과 악귀 님의 ‘3선 승리’ 결투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때 소통도 할 예정이니 많이 봐 주시길 바랍니다.』
여태껏 받은 충격도 충격인데… 거기에 새로운 공지가 또 그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萬千花’는 경악한 표정으로 다급히 인터페이스 창을 열며 부하에게 말했다.
“내가 직접 가서 보겠다! 우리에게 방해가 될 자들일지 모르니! 직접 가서 신화 등급 효과와 ‘검왕’의 PVP 역량을 확인한다!”
다음 공성전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았기에 더 확실한 전력 분석을 위해 그는 오늘 오후에 있을 예정을 모두 취소하고, 검왕 찬성과 데블즈 윙의 마스터인 악귀의 결투를 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