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me of Sword Castle RAW novel - Chapter 293
293화.
“어서 오십시오, 검왕님. 그리고 미니멈실버 님이었나? 저희 길드 본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예. 이렇게 맞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교토 특구 외에도 이렇게 멋지고 좋은 본부가 있을 줄은 정말 몰랐네요.”
‘…이건 대놓고 시비 아닌가?’
옆에서 과묵한 연기를 하고 있던 찬성은 초장부터 신경전을 벌이는 미니멈실버와 국뽕을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보는데…….
“하하, 칭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길드 규모가 워낙 커서 말이죠. 영지만 몇 개더라? 하하하핫, 아무튼 들어오시죠.”
‘…죽음의 기사라서 목소리에 노이즈가 끼는 거 은근 멋있네.’
국뽕은 대놓고 하는 도발에 넘어가지 않고 웃으면서 미니멈실버의 말을 넘겼다.
그러고는 내부로 안내해서 찬성과 민희는 마당을 지나 안채로 들어가는데…….
‘…이거 신발 어떻게 벗고 들어가는 거지?’
한옥의 특징.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게임 내에 만들어져 있는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어리둥절해하던 찬성은 옆에서 미니멈실버가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하, 장비랑 아바타 다 빼면 되는 거구나. 근데 은근히…….’
미니멈실버가 먼저 시범을 보이듯 닭둘기 아바타의 다리 부분과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면서 맨발이 드러났는데, 그것을 본 찬성은 순간 뿜을 뻔한 것을 겨우 참았다.
닭둘기 수인 아바타의 털이 뽀송뽀송하게 나 있는 정강이 아래로 드러난 맨발이 마루를 밟고 안으로 들어가는 광경이 너무나 기괴하면서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참아야… 참아야…….’
“…길마님, 어서 들어오시지요.”
“아아… 읍! 옙!”
정말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뿜어져 나오는 걸 간신히 참은 찬성은 아바타와 장비를 조작해서 맨발이 되어 안으로 들어가서 앉았다.
“차를 내오겠습니다, 길마님.”
“그러게나.”
그리고 KOREA 길드원들에 의해서 간단한 다과상이 차려지자 일단 예의상 맛을 보는 찬성과 미니멈실버였다.
‘음, 맛있긴 하네. 요리 스킬도 엄청 잘 찍은 사람이 있는 건가? 제과 특화로 가려면 돈이 엄청 들 텐데… 어머?’
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무렇게나 먹고 차를 마셔 본 미니멈실버가 감상을 남기는 가운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 자신의 옆을 향하는 것을 본 그녀는 슬쩍 찬성을 바라보는데…….
‘얘는 또 어디서 이런 재주를…….’
“후우…….”
옷깃 하나 흐트러지지 않은 꼿꼿하고 우아한 자세, 그러면서 찻잔을 들고 마시는 모습은 한 폭의 그림인 양 기품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한 점의 흐트러짐 없이 고요한 연못의 물을 보는 것 같은 찬성의 자세와 기품. 단순히 검만 잘 휘두르는 무뢰배가 아닌, 수많은 사제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대사형다운 모습. 그 기품에 국뽕을 비롯한 그의 부하들도 살짝 감탄하는 눈빛을 보낼 정도였다.
‘하라고 한 나지만, 저렇게 잘하니까 이건 또 묘하네.’
그렇게 차를 음미하고 난 뒤, 찬성은 기품을 유지한 채로 조용히 입을 열어 예를 갖추었다.
“정말 좋은 차였습니다. 게임 속에서 이 정도 차를 마실 줄은 상상도 못했을 정도입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검왕님. 하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요. 오늘 저희가 모신 목적에 대해서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의 목적, 바로 본래 세우르라 불렸던 ‘교토 특구’를 되찾는 일이지요.”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심지어 저번에 실패하신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크흠! 크흠!”
운을 떼자마자 대놓고 아픈 곳을 찌르는 찬성의 발언에 국뽕은 물론이고 KOREA 길드원들 모두 당황하여 기침을 하면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애가 너무 직설적이잖아?’
미니멈실버도 살짝 당황해서 찬성을 바라보는데, 지금의 찬성은 마치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를 보는 것 같아서 평소 그의 모습을 모르면 그런 말을 어떤 의도로 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검왕, 무슨 속셈이지?’
‘생각을 알 수가 없네.’
‘도발인가? 아니면 떠보는 건가? 아니면 우리를 책망하는 건가?’
아무런 동요나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 태연한 검왕의 모습에 국뽕을 비롯한 길드원들은 눈빛과 길드 채팅으로 조용히 이야기를 하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갈등했다.
[파티][김치워리어:주제를 알라고 하는 걸까요?] [파티][국뽕:그렇게 대놓고 도발하는 건 아닌 것 같다만…….] [파티][옹기봇:도저히 속을 모르겠군요. 뭔가 동요가 없으니…….]‘아무 생각 없이 솔직히 말한 걸 텐데…….’
‘차 맛있네. 본가에서 마시던 게 생각나서 한 잔 더 달라고 하고 싶네.’
겉과 달리 속은 태연한 찬성이었다.
하나 그를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이들은 이렇게 속을 알 수 없는 찬성의 모습에 기이함과 알 수 없는 것을 상대하는 두려움이 먼저 올라오게 되었다.
“크흠! 패, 패배한 건 부정할 수 없는 진실이지. 맞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다음에 승리하기 위해서 이제 검왕님 같은 네임드를 모시려고 하는 거죠.”
“다음에도 그럼 노리는 건 ‘교토 특구’입니까?”
“예, 일단 그렇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일본 길드가 그런 뻔한 수에 넘어가진 않을 건데요? 심지어 이번엔 공성해야 하는 건 이쪽. 그런데 단순히 숫자만 가지고 이기려고 하는 겁니까?”
국뽕의 말을 들은 미니멈실버가 참다못해 예리한 지적을 날렸다.
그 말대로 이번에 공성전을 해야 하는 건 KOREA 측인데, 게임 내의 공성전 시스템은 수성전 측의 메리트가 좀 더 크다.
“필시 저번에 본래 KOREA 길드 전력에 NPC에 사람들까지 해서 사용 가능한 최대 수준으로 공격했을 터. 그런데도 불가능했으면 어지간한 증원으로는 힘들다는 걸 깨닫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지금으로선 물러설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저희 움직임은 생각보다 크게 드러나서…….”
국뽕이라고 다른 전략을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다.
휘하에 저렇게 많은 길드원들이 있고, 나름 기업 스폰서도 받고 있는 만큼 가용할 수 있는 수단을 고려하면서 사람들을 모아서 지혜를 짜내 다른 영지를 노리거나 하는 작전을 세워 봤지만, 뭘 하려고 해도 움직임이 드러나 버리는 게 문제였다.
“믿을 만한 사람들로 구성된 하위 길드나 연계하는 길드라든가 없나요?”
“이, 있긴 합니다만, 역시나 정보 통제가 너무 어려워서…….”
“확실히 길드 규모가 커지면 그게 어렵긴 하죠.”
조직이라곤 하지만 게임 ‘길드’라는 것은 기업이나 군대가 아니기 때문에 느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실질적인 계약으로 사람을 묶고, 보안의 중요성을 아무리 과시해도 아래로 어느 순간 내려가면 정보가 자꾸 새어 나가기 때문에 그것을 통제하는 게 어렵긴 했다.
“아무튼 그 목적을 위해서 저희 길드가 필요하신 건 알겠습니다. 그리고 저희도 일단은 ‘일본 길드’와 싸우는 일이 이득이기도 하고, 저희가 가진 목적과 맞는 면이 있어서 힘을 합치자는 의견엔 동의합니다.”
“호오…….”
국뽕은 생각보다 긍정적인 반응에 반가움을 표했지만, 동의한다고 해서 다가 아니라는 걸 아는 미니멈실버는 곧바로 본격적인 제안을 했다.
“다만 움직이는 것도 움직이는 거고, 보안을 위해서 다음 공성전에 한해서 작전 지휘권을 저희에게 넘겨주셨으면 합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다음 공성전이 사실상 우리한텐 마지막 기회야! 그런데 그 운명을 너희에게 맡길 것 같아?”
미니멈실버의 제안에 국뽕 뒤에 있던 KOREA 길드원 하나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크게 반발했다.
그 말대로 한 번 공성전에 실패한 KOREA 길드에겐 다음 공성전이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는 상황. 겉으론 이래 보여도 내부로는 기업 스폰서라든가 여러 곳에서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어서 다음엔 반드시 성공해야만 했다.
“그만. 거기… 그러니까 실버 님이라고 하면 되나? 방금 그 의견은 타협점을 높이기 위해서 크게 지른 건지 아니면 진심으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작전 제안을 한다거나 협력을 이야기하면 모를까 대놓고 그런 제안을 하면 곤란하네만?”
“지금 상황은 매우 어려워요. 저도 어지간한 방법으로 됐으면 이런 제안 안 해요.”
“어지간했으면 우리가 직접 해서 이렇게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었지.”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이길 수 없으시죠?”
예리하게 정곡을 찌르는 미니멈실버의 말. 국뽕과 다른 이들도 그 말엔 곧바로 반박을 못했다.
하나 그래도 이대로 기세에 눌려 있을 순 없었기에 다른 KOREA 길드원이 나서서 다른 방향으로 반박을 해 왔다.
“그러면 댁이 지휘를 하면 이길 수 있단 말입니까?”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겠죠.”
“장난하나, 진짜! 우리 일이 그냥 일인 줄 알아? 이번 공성전 못 이기면 우린 끝이라고! 근데 그 생사여탈권을 확실하지도 않은 것에 맡기라고? 어이! 검왕! 당신도 뭐라고 한마디 하지? 아까부터 쭉 입만 닫고 있고! 들러리로 왔어?”
무리한 요구에 화가 난 KOREA의 길드원이 따지다가 고요하게 있는 찬성에게까지 불똥이 튀었고, 찬성은 그 자세를 유지한 채로 미니멈실버의 눈빛을 살짝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곤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쪽 의사는 똑바로 전하고 있는데, 굳이 무슨 말이 필요하지?”
“윽… 그러면 뭐라도 말을!”
“굳이 한 번 이야기한 걸 두 번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만?”
“…힉!”
무미건조한 어조로 대답하는 찬성에게서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길드원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짝 물러나 버린 것에 스스로 놀랐다.
‘아니, 뭐야, 저거?’
생각해 보면 게임 속인데 이 정도로 두려움을 느끼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저 무표정 뒤에서 흉흉한 형상이 떠오른 것 같은 착각이 일 정도였다.
‘내가 말한 대로 아저씨의 모습을 해 주고 있네. 역시 피는 못 속이지.’
미니멈실버는 찬성의 그 모습에서 자연스레 그의 부친을 떠올렸다.
평소 찬성의 모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어른으로 칼에 베여도 피가 안 나올 것 같은 늘 무미건조하고 차가운 얼굴이었다.
‘연기력이 풍부한 건지, 아니면 본능으로 하는 건지 몰라도 이걸로 분위기는 잡았네.’
“이건 뭐, 협의할 사항이라도 있으면 모를까, 전혀 물러날 생각 없이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 쩝! 이 자리는 없던 일로 합시다. 다들 가자. 떠나는 건 알아서들 떠나시구려.”
국뽕은 찬성의 그 태도에 기분이 나빠진 듯 벌떡 일어나서 대놓고 축객령을 내리고는 먼저 방을 나가 버렸다.
“형님! 이러면 어떻게 합니까?”
“아니, 그러면 저런 태도를 보고도 굽혀야 해?”
“맞아. 정도껏 배를 째야지, 진짜…….”
“자자, 다들 진정해라.”
떠나면서 KOREA 길드원들은 협상 결렬에 대해 이리저리 떠들긴 했지만 그래도 찬성 일행이 보여 준 무례함 때문인지 이 자리를 깨는 게 맞는다고 생각하는 쪽의 이야기가 더 많이 들려왔다.
그렇게 KOREA 길드원들이 완전히 사라지고, 한옥에 남은 건 찬성과 미니멈실버뿐인 상황. 찬성은 마치 변신을 풀듯 무표정한 얼굴을 풀면서 다 비운 찻잔을 아쉽게 바라보았다.
“이 차, 마음에 들던데 어디서 구할 수 없을까요?”
“나는 그냥 쓰기만 하던데, 대체 너는 어떤 면이 좋았던 거니? 자, 내 거 마셔. 좀 식었지만…….”
“감사합니다.”
순박하게 웃으면서 찻잔을 받아 마시는 찬성. 미니멈실버는 동물에게 먹이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조심스럽게 인터페이스 창을 열어서 어디론가 귓말을 보내었고, 곧바로 그 대상에게서 답장이 날아왔다.
[귓말][국뽕:1단계 무난히 끝낸 것 같습니다. 밑의 놈들 다 완벽하게 깨진 줄 알고 있을 겁니다.]‘이제 시작이야.’
국뽕에게서 온 답장을 보며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사실 오늘 협의는 협의가 아니라 계획의 시작이었던 것으로, 모든 계획은 사전에 이미 국뽕과 협의가 끝나 있었다.